[장편]옆집남자4

왕보리201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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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eb.humoruniv.com/main.html
< 웃대 : 로버트아바타 님 >

 


4. Trip (여행)

 

호수가 왔다 가서인지 지영은 한층더 심각한 상태였다.

불안함이 심해져 거의 몸살까지 날 지경이었다.

민철이 돌아왔을때 그녀는 집안 일은 커녕 저녁 준비도 못한 상태였다.

제시간에 저녁을 한번도 거른적이 없는 민철은 아무것도 준비를 안한 지영에게 신경질이

난 듯했다.


“당신 오늘 하루종일 뭐했어?”


민철이 양복 외투를 소파에 집어던지며 누워 있는 지영에게 물었다.


“미안해요. 오늘 몸이 좀 아파서…”


“그럼 전화를 주던가. 나보고 굶으라는 거야?”


민철이 언성을 높였다. 지영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민철이 밉기만 했다.


민철은 잠시 누워있던 지영을 바라보더니 이내 말을 걸었다.


“당신 어제도 잠을 설치는 거 같더니. 정말 무슨 일 있는거야?”


“아무일도 없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내일부터 휴가요청 할테니까, 다시 여행 갔다가 오자.”


지영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요?”

 

“당신 이럴 때 여행가서 이것저것 사고 돌아와서 요리하고 나면 나아지곤 하잖아. 나도

골프치고 좋은 음식 먹고 좋지. 이번에는 장만 보지 말고 옷이나 그런 것도 사. 당신 아직

젊잖아. 알겠지?”


그의 세심한 배려의 다시 한 번 감동을 받은 지영이었다.

그래,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여행이었다.

당분간의 휴식을 취하고 김호수라는 악마와 닮은 혐오한 자를 피해 있으면

지영은 완쾌할 듯 했다.

벌써부터 들뜬 기분에 지영은 웃음이 절로 났다.


“어디 갈껀지 정해놔. 내일 내가 전화 주면 나와. 알겠지?”


“충청도 공주 쪽에 소문난 정육점이 있대요.”


민철이 지영의 말에 웃는다.


“그래 그럼.”


“저녁 지금이라도 드실래요?”


민철이 고개를 젓는다.


“아냐 됐어. 점심을 늦게 먹어서 괜찮아. 씻고 올께.”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여행준비를 마친 지영은 민철의 전화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옷까지 다 차려 입은 채로, 무거운 배낭을 그녀 옆에 둔채 쇼파에 앉아있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했으나, 하루 빨리 지옥같은 이 곳에서,

지겨운 악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순식간에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민철씨?”


민철이가 맞았다.

그녀는 들뜬 기분에 민철이 나오라는 말을 기다렸지만, 민철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어, 당신 미안해서 어쩌지? 휴가를 내려고 했는데, 요즘들어 휴가 낸 의사들이 너무 많아서,

일손이 많이 모자란대. 나까지 휴가를 낼수 없겠더라고.”


민철의 말에 가슴이 철컹 내려 앉는 듯한 심정이었다.


“아…”


지영은 말을 잃을 정도였다.


“오늘은 좀 늦게 들어갈 것 같아. 당신 괜찮겠다면 혼자라도 갔다 올래? 당신 차 가지고 가면

되잖아.”


지영은 탈출구가 필요했다. 누구와는 상관 없이, 이 곳을 너무나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래도 될까요?”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 그럼. 잘 다녀와. 그리고 미안해.”


“괜찮아요.”


그녀가 씁쓸하게 웃으며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민철이 그녀 혼자만이라도 보내준 데에 감사했다.

사실 민철이 있으나 없으나 따로 여행을 하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별 걱정거리가 되지는 않았다.

그녀가 억지 웃음을 띄며 배낭을 맸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그녀의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배낭을 내려놓고 천천히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구멍으로 누가 초인종을 눌렀는지 내다 보았다.


그녀가 본 사람은 호수였다.

그가 여전히 같은 옷차림으로 눈구멍을 바라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안에 계세요?”


그가 누런 이빨을 들이대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지영을 치가 떨리게 만들었다.


‘이 인간이 왜…’


그녀는 문고리를 잡았다. 하지만 열지는 않았다. 그렇게 계속 문구멍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한동안 가만히 서있더니 주먹으로 초인종을 내리쳤다.


‘띵동!’


초인종이 사납게 울려퍼졌다.

지영은 문고리를 더욱 세게 잡았다. 그녀에게 다시 두려움이 찾아왔다.


그러나 호수는 돌아가는 듯 했다. 그리고 돌아서면서 중얼거렸다.


“분명히 집에 있었는데…”

 

 

 

지영은 그렇게 30여분 동안 문고리를 잡고 서 있었다.

손이 떨리고 무릎에 힘이 빠졌다.

도데체 왜 그 악마같은 사람이 그를 찾아 왔었을까. 과민반응이었을까?

그를 그냥 들여 보내주어야 했을까?


지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 자를 한번만 더 집에 끌고 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녀는 심호흡을 몇 번 해봤다.

조금 안정이 되는 듯 했다.


그녀가 다시 쇼파를 돌아봤다. 쇼파에는 그녀가 내던진 배낭이 놓여 있었다.


‘여행.’


두 글자가 지영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여행. 그녀의 유일한 살 길이었다.

그녀는 다시 배낭을 맸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바깥의 차가운 저녁 바람을 맞자 왠지 그 자가 그녀를 보고 있을 듯 했다.

그녀는 재빨리 문을 걸어 잠그고 그녀에 달려가 차를 탔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이제 끝이다. 악몽은 끝이야.’


그녀가 속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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