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요는 반토막 나고 하우스푸어는 넘쳐난다

참의부201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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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대체 누가 부동산을 산단 말인가?

 

한국 경제의 내적인 위기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내외부에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하면 한국 경제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 각종 통계가 부실하고 정부나 정치권이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에 이유도 모른 채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그 위기의 직접적 도화선이자 가장 강력한 화약고는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이 부동산 거품과 가계 부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향후 부동산시장을 전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은 현재 주택시장이 어떤 국면인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부동산시장의 주기는 보통 10~20년 정도의 장기 사이클을 그리고 대략적으로는 약 18년 정도로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주택시장은 여전히 부동산 버블 붕괴의 초기 국면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은행과 국민은행이 작성한〈서울 아파트 실질 가격 추이〉라는 그래프를 참고로 명목 가격이 아닌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 주택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뚜렷하게 나타난다(미국의 대표적인 주택 가격지수인 S&P 케이스 실러 지수의 창안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학교 교수도 이런 방법을 통해 주택시장의 주기와 부동산 버블의 크기를 분석한 바 있다.).

 

국민은행이 주택 가격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한국은 크게 두 차례 부동산 버블기를 겪었다.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 등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아파트 가격은 상승(1987년~1991년 5월)→하강(1991년 6월~1998년 11월)→상승(1998년 12월~2006년 말 또는 2008년 전반)→하강(2007년 초 또는 2008년 중반 이후)의 파동을 그려왔다. 국내에서도 부동산 버블 생성과 해소 과정이 뚜렷하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즉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국내 주택시장은 2007년 초(버블 세븐 등 수도권 아파트 밀집 지역) 또는 2008년 중반(서울 강북, 인천, 경기도 외곽의 경우) 이후 이미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물론 2008년 중반 이후에도 2009년 2월~10월 그리고 2010년 9월~2011년 1월까지 주택 가격이 일정하게 반등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대세 하락기에 정부의 대규모 부동산 부양책이나 DTI규제 해제 등에 힘입어 나타나는 미약한 흐름일 뿐이었다.

 

그런데 국민은행의 주택 가격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호가를 주로 집계한 것이다. 집값이 오를 때는 실거래가를 충실히 반영하지만 집값이 내릴 때는 거의 요지부동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매도 호가를 중심으로 보고한 주택 가격을 집계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따라서 호가가 아닌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추이를 보면 주택시장이 이미 대세 하락 흐름에 들어섰음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김광수경제전략연구소는 호가가 아닌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수도권 아파트 단지 수천 곳의 실거래가 추이를 산출한 바 있다. 그 결과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이미 2007년 초의 고점대비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15%~20%, 일산, 분당, 평촌, 용인, 산본, 수원, 김포, 파주 등 수도권 아파트 밀집지의 경우 25%~35% 떨어진 상태다. 2006년 이후 국내 누적 물가 상승률 약 15%를 고려하면 실질 가격으로는 수도권 주요 도시들의 경우 이미 40%~45%나 떨어진 셈이다. 고점에서 5% 정도밖에 안 떨어진 것으로 나오는 국민은행이나 부동산정보업체의 호가는 허구에 가깝다.

 

아파트 거래량 지표 또한 장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이후부터 집계되었으므로 그 이전의 거래량은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1996년 이후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가계 대출과 아파트 거래량 상관관계 함수를 이용해서 추정해보았다. 그 결과 국민은행에서 작성한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 추이라는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2000년대 초반과 2006년에는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분기별로 20만호를 넘었으나 2007년 이후로는 분기별로 평균 7만호~9만호 수준에 그쳐 구조적 감소기에 진입했다. 2009년 대대적인 부양책이나 2010년 8·29대책 등 정부가 모르핀을 투입할 때마다 ‘반짝 거래‘가 일어나지만 곧 다시 거래 침체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부의 온갖 부양책에도 더 이상 부동산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이미 빚을 내서 살 만한 사람들조차 집을 다 사버려서 사실상 수요가 거의 바닥났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지금의 주택 거래 침체는 정부의 단기 부양책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상당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상태다. 가격 하락을 억지로 떠받칠수록 가계 부채와 공공 부채가 늘어나는 등 경제적 비용만 증가하게 된다.

 

더구나 주택 가격 하락 압력은 시간이 갈수록 가중되게 된다. 금융권은 2008년 이후 주택 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 만기를 계속 연장해주고 있다. 이는 당장 집값 급락과 연체자 급증을 막는 방편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만기 도래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주택 담보대출 만기 도래액은 2012년 하반기에 이르면 2009년의 약 2배가 된다. 그만큼 가계와 금융권의 부담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향후 유럽발 경제위기 등으로 2008년과 같은 신용경색이 발생하거나 국내 증시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이 급격하게 이탈한다면 주택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2009년부터 건설시장과 부동산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시작된 대규모 공공 토건 사업도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또한 대표적인 개발공기업인 LH공사를 비롯해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서울시 SH공사, 인천도시개발공사, 경기개발공사 등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업 축소에 들어가게 된다. 특히 LH공사의 사업 축소는 토지보상금 감소로 이어져서 부동산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하락 압력은 시작에 불과하다.

 

좀더 길게 보면 인구감소와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집을 줄이는 노후세대 가구수의 증가로 전반적인 부동산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게 된다. 이 때문에 2010년대 국내 주택시장은 일본처럼 장기 침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이를 좀더 눈에 띄게 개량화해보면 향후 인구 변화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 효과가 얼마나 큰지 놀라게 될 것이다. 통계청 원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민생경제연구소가 작성한 2006년 연령대별 부동산 보유액이라는 그래프를 보면 부동산 보유액은 30대 후반 또는 40대 전반부터 50대 후반까지 늘다가 60대 이후로는 줄게 된다. 이는 흔히 생활에서 체감하는 현실과 일치한다. 30대 초반에 사회에 진출해서 30대 후반(또는 40대 전반)에 첫 집을 장만하고 이후 자녀 출산과 성장, 승진과 급여 상승 등에 따라 50대 후반까지는 집을 늘리게 된다. 그러다 60대에 접어들어 자녀들을 출가시킨 뒤 집을 줄여가거나 집을 팔고 전세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 그래프에 나타난 연령대별 부동산 자산 증가액에 연령대별 가구수 증감분 추계치를 곱해 지수화해보았다. 예를 들어 어떤 시점에 가장의 나이가 55세~59세인 가구가 10만 가구라면 이는 2조 8천억원(10만 가구X-5800만원)만큼 주택 수요가 사라지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런 식으로 해당 시점 전 연령대의 부동산 구매력을 더하면총량으로 본 전국의 부동산 구매력 지수를 도출할 수 있게 된다.

 

선대인민생경제연구소가 작성한 전국 부동산 구매력 지수 추계라는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전국의 부동산 구매력 지수는 2000년부터 이미 줄기 시작해서 2010년대에는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듯 떨어지게 된다. 전국의 부동산 구매력 지수는 2000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2010년 91.5에서 2020년 67.2, 2030년 24.4로 급감하게 된다. 쉽게 비유하면 2000년에는 5억원짜리 집을 100가구가 살 수 잇엇다면 2030년에는 24.4가구밖에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수도권의 경우에도 부동산 구매력 지수는 2010년 102.7에서 2020년 85.9, 2030년 40.7로 급감하게 된다. 수도권의 경우 2030년의 부동산 구매력은 2010년의 4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60대 이상 노후세대가 증가하면 단순히 신규 주택 수요만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매물까지 늘어나면서 주택시장에 더블 펀치를 먹이게 된다. 이처럼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부동산 구매력이 급감하는 현상을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책으로 떠받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주택시장은 지역에 따라 일시적 기복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간에 걸쳐 침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면 2000년대에는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오를 수 있었을까? 물론 이 책 제1부에서 설명했지만 돈의 힘이었다. 즉 2000년대에는 아직 인구 변화에 따른 부동산 구매력 지수의 감소폭이 크지 않은 데다 가계들이 빚으로 5년치 이상의 수요를 미리 소진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미래 수요를 앞당겨 써버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잠재 수요가 바닥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해가 갈수록 부동산 구매력이 가파르게 줄기 시작하면 주택시장이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명하다. 일본의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진 것은 금융권 부실 채권 정리와 건설업체 퇴출 등 구조 개혁이 지연된 탓도 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구구조 변화로 부동산 구매력이 감소된 탓이 크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주택시장도 일본처럼 장기 침체로 가는 길이 훤히 열려 있다.

 

한편 일부 부동산업계 인사는 부산, 경남, 대전 등 지방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수도권 주택의 자산 가치는 전국 주택 자산 가치의 약 4분의 3에 이른다.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는 주택 담보대출액의 4분의 3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일부 지방의 주택시장이 아무리 활황세를 띠더라도 주택시장의 핵심인 수도권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방 주택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거품이 해소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2008년 중반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수도권 원정 투기 수요가 부산, 대전 등 일부 지방 광역도시를 휘젓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몇 년 사이에 일부 지방의 주택 가격이 크게 올라갔다. 하지만 이들 투기 수요가 수도권 주택시장을 휘젓기에는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턱없이 모자라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일부 신규 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급등했던 주택 가격도 이제 한계에 이르고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 2009년 이후 주택 가격이 50% 이상 급등했지만 2011년 초부터 거래량이 급감해서 2011년 말에는 반토막 아래로 내려왔다. 이는 부산의 부동산 투기도 끝물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다음 기사가 이 같은 사실을 잘 보여준다.

 

《머니투데이 2012-01-07》[르포]부산 분양시장 "잔치 끝?"…수천만원씩 급락

 

과공급 후유증 시작…입주 몰려 매물 쌓이고 매매가 하락 악순환 우려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지난 5일, 부산 부동산시장도 잔뜩 움츠려들었다. 모델하우스 앞 '떴다방'(이동식중개업소)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개점휴업 상태였다.

'분양권 매매'란 광고문구만이 '떴다방'의 존재를 확인시켜줬다. 한 떴다방 관계자는 "최근 분양을 앞두고 1순위 청약통장을 1개에 800만원을 주고 샀다가 '피'(프리미엄의 속칭)가 안붙어 200만원씩 손해보고 정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을 시도했던 신규아파트들 역시 청약 미달이란 쓴잔을 들이켰다.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지방의 분양시장 열풍을 주도했던 부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부산에서만 20년간 분양마케팅을 담당한 에스씨앤디의 이명우 대표는 "올해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건 기정사실이고 얼마나 조정 받을지를 놓고 예측해야 될 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부산 부동산시장이 냉각기로 돌변한 까닭은 뭘까. 현지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에 공급이 몰린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부산(양산시 포함)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3만6000가구에 달했다. 이는 지난 5년간 평균치인 1만2000가구에 비해 3배나 많은 규모다. 공급물량이 일시에 넘쳐나니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2~3년간 쏟아진 신규아파트의 본격 입주가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입주 물량이 집중될 경우 웃돈은 커녕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예측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부산시내 입주예정 물량은 3만가구로 추정된다.

 

분양받은 아파트로 입주하려면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매매가 하락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부산시내 최대 관심지역인 해운대구 일대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해운대 마린시티 내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인 '해운대 아이파크'(1631가구)와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1788가구)가 각각 입주를 시작하면서 지역 일대 시세 하락을 부추길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영래 부동산114 부산·경남·울산지사장은 "사상구와 사하구의 경우 전용면적 112㎡ 아파트값이 지난해 8월 이후 4000만원 안팎 떨어져 급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찾는 이가 없다"며 "분양받은 아파트로 입주하기 위해 처분하려는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 조정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냉랭한 분위기를 감지한 건설사들은 올 3월까지 부산에서 아파트 분양을 계획한 곳이 '전무'할 정도로 발을 빼고 있다.

류종상 쌍용건설 부산 분양소장은 "분양률이 3개월 안에 적어도 60%를 달성해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30%를 넘기기도 힘들 것"이라며 "가격이나 입지, 조건 등이 매우 좋은 곳만 선별적으로 살아남는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계는 부산 부동산시장이 지난 2002~2003년 이후 장기 침체를 거듭하며 나타났던 시장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시 부산 부동산시장엔 투기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실수요자의 추가 유입까지 맞물려 2년새 7만가구나 분양된 데 따른 심한 후유증을 앓았다.

부산 금정구 C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지난해 이맘때는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로 불이 붙었고 분양도 봇물처럼 쏟아졌다"며 "문제는 대부분 외지인들이 1순위 통장을 무더기로 사모아 주소지를 이전해 놓고 청약한 뒤 가격을 끌어올려 팔아치운 탓에 현지인들만 골탕을 먹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머니투데이 부산 전병윤 기자}

 

부산뿐만 아니다. 부동산 투기의 끝물을 노린 수도권 원정 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 위주로 집값을 끌어올렸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막바지에 이른 형국이다. 결국 수도권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 지방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몸통은 꼬리를 얼마든지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② 부동산 거품 붕괴, 3년이 고비다

 

주택시장의 사이클은 결코 주택시장처럼 짧지 않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장기간에 걸쳐 커졌던 만큼 해소 과정에도 크고 오랜 전통이 뒤따를 것이다. 그 과정이 향후 10년간 주택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주택 가격은 머리에서 어깨 정도로 내려온 수준이다. 일시적 기복은 있겠지만 집값은 장시간에 걸쳐 발바닥까지 내려갈 것이다.

 

집값이 얼마나 더 내려갈지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향후 정책 대응이나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다. 하지만 PIR(소득 대비 주택 가격)만 따져봐도 한국의 주택 가격은 일본의 버블 당시 PIR(4.8배~6.5배)보다 결코 낮지 않은 6배 이상이다. 주택의 절반가량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경우에는 9~10배 수준이다. 이처럼 비정상적 주택 가격은 어느 단계, 어떤 시점에서든 무너져서 결국은 정적 가격 수준으로 수렴하게 되어 있다. 지금 수도권에서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바로 그런 흐름이다. 남아 있는 문제는 폭락하느냐, 비교적 서서히 하락하느냐다. 세계 경제위기의 파장이 커지고 정권 교체기인 데다 국내의 부동산 거품 붕괴 압력이 높아지는 2012년 말기에서 2013년 중반까지의 기간이 상당히 위험하게 느껴진다.

 

부동산 가격은 대다수 부동산업계 관련자들의 전망과는 달리 부동산 거품이 심했던 지역부터 내려가게 된다. 2000년대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 재건축 지역과 버블 세븐 지역이, 그리고 중대형 평형이 수도권 집값 하락을 주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제는 나를 제외하고도 부동산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부인하고 각종 빈약한 논리를 들이대며 여전히 “주택 가격 대세 하락은 없다”는 주장 역시 심심찮게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9월 발표한〈부동산시장, 대세 하락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집값이 급락하거나 대세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으로 상당수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총평부터 하면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기존의 부동산-건설업계가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며 마르고 닳도록 써온 근거 없는 주장들을 긁어모아서 짜깁기한 수준의 엉터리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연구소 측은 한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oan to Value ratio)이 안정적으로 대출 부실 위험이 적다, 대출 자산 건전성이 개선되었다, 인구가 줄어도 가구수는 늘어난다, 노후세대의 주택 보유 니즈가 높다는 것 등을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주장의 문제점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한국의 낮은 LTV 비율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전세제도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으로 2008년의 역전세난이 보여주듯이 집값 급락기에는 전세 보증금 또한 집주인이 물어야 할 빚으로 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330만호에 이르는 전세 가구의 전세 보증금만 약 560조원에 이른다. 전세 보증금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빌리는 차입금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경우에는 주택 가격 대비 레버리지(Leverage) 비율이 치솟게 된다. 필자가 MBC-TV『PD수첩』팀의 의뢰로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판교신도시 아파트의 경우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을 합쳐서 집값의 70%를 넘는 경우가 허다했다. 따라서 전세 보증금을 포함하면 사실상의 LTV 비율은 실제보다 20%~30%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나만의 주장이 아니라 우리금융지주의 송태정 연구원이 주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또한 국내의 LTV 비율은 집주인들의 매도 호가를 중심으로 작성되는 국민은행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미 실거래가는 국민은행 가격보다 상당히 하락해서 실제 LTV 비율은 금융권이나 정부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높다. 실제로 한 금융권 대출 관계자는 “국민은행 가격이 실제보다 높은 경우들이 많지만 쉬쉬하기 때문에 은행 고위 간부들도 실태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대출 자산 건전성이 개선되었다는 주장은 수도권 집값이 급락했던 2008년 대비 집값이 급반등했던 2009년의 LTV 비율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는데, 이는 사실 속임수에 가깝다. 주택 대출이 줄거나 대출 상환 구조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집값 부양책 때문에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른 탓에 나타난 현상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에는 다시 집값이 하락했는데, 이 경우 삼성경제연구소의 주장은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한편 통계청도 엉터리 인구 추계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통계청은 2011년 말 새로운 인구 추계 전망을 발표하면서 인구감소 기시를 당초 2018년에서 2030년으로 12년이나 늦췄다. 15세~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시기는 2006년으로 달라지지 않는데, 총인구 감소 시기만 확 늦춰버린 것이다. 통계청은 출산율이 높아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며 동남아 인력 등의 순유입이 증가할 것이므로 이렇게 추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에서 보겠지만 향후 출산율은 높아지기보다는 오히려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동남아 인력의 순유입 등은 이민을 확대하겠다는 이명박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꿰맞춘 기섹이 역력하다. 따라서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먹구구식 추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일반인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인구감소=부동산 가격 하락 임박’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즉 부동산 부양을 위한 통계상의 ‘꼼수’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 부동산 투기 선동 레퍼토리 15

 

2011년 10월 26일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긴 박원순 신임 시장이 취임한 뒤 강남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두고 ‘박원순 효과’라고 일컫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정말 비과학적인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이들 기득권 언론에 소개되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 가운데는 부동산 및 건설업계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대한건설협회 부설 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나 대한주택협회 산하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은 말할 것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와 같은 재벌계 연구소도 마찬가지다. 대학 교수라고 해도 주로 도시계획, 토목학, 부동산학 등을 전공하다 보니 거시경제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경제적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의 전망은 해마다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한 재벌 건설업체는 건산연 연구자의 전망이 해마다 어긋나자 그를 강연 초청 대상에서 빼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기득권 언론은 여전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들의 목소리를 고장 난 축음기처럼 계속 틀어대고 있다. 이미 허튼소리로 판면된 것이 적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 레퍼토리들 가운데 일부를 정리해보자.

 

1. 토지보상금 40조 원이 유입되어 집값이 뛴다(2010년 이후).:지금까지 집값을 움직인 동력은 가계 부채였다. 더구나 LH공사는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며 토지보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2. 부동자금 800조 원이 움직이면 금방이라도 집값이 폭등한다(2009년).:부동자금은 언론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의 전작『위험한 경제학』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 800조 원이 모두 어디로 사라졌기에 수도권 집값이 가라앉나?

 

3. ‘보금자리 로또’로 주변 집값이 뛴다(2009년 9월, 10월경 보금자리 주택 선분양이 실시되기 전).:이후 집값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정부가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고 말을 바꿨다.

 

4. DTI규제를 도입해도 이미 대세 상승기이기 때문에 집값이 안 꺾인다(2009년 9월 DTI규제 재도입 시점).:이후 집값이 가라앉자 DTI규제 때문에 집값 침체가 왔다고, DTI규제를 풀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고 정부는 2010년 8·29대책을 통해 DTI규제를 다시 풀었다.

 

5. 경기가 회복되면 외환위기 직후처럼 집값이 V자 형으로 반등한다(2009년 이후).:2010년 경제성장률은 6.2%나 되었지만 수도권 집값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6. 전세가가 계속 상승하는 것은 실수요자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로 매매가도 다시 뛴다(2009년 이후).: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되었지만 수도권 매매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최근 2, 3년간의 전세가 상승은 매매 포기 또는 매매 후 전세 전환 수요 증가로 일어나는 병목현상으로 부동산 침체의 징후다.

 

7. 다른 곳은 몰라도 서울 강남 등 오를 곳은 오른다(2009년 이후).:지금은 “강남도 필패할 수 있다”고 말을 바꾼다. 강남 3구는 고점 대비 실거래가로 이미 15%가량 하락했고, 수도권 주택 가격 하락세는 강남 3구, 용인, 분당, 평촌 등 버블 세븐이 주도하고 있다.

 

8. 중대형은 몰라도 중소형은 오른다(2009년 이후).:중대형 투기가 끝나자 상대적으로 남아 있는 주택 수요층이 범접할 수 있는 가격대의 중소형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나온 주장. 하지만 이는 사후적 설명이지 전망이 아니다. 더구나 용머리가 내리면 용꼬리도 따라 내리듯 중대형에 이어 중소형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9. 주택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폭등한다(2009년 봄 이후).:수요량과 공급량은 가격에 의해 결정되며 공급은 수요에 비해 상대적인 과부족이 있을 뿐이다. 여전히 주택 가격은 너무 높고 주택 수요는 고갈된 상태라면 주택 가격이 대폭 떨어지지 않는 한 주택 수요량이 다시 늘기 어렵다. 고갈된 수요에 비해 공급은 여전히 과잉 상태다.

 

10. 부동산은 심리다. 투기 심리가 확 쏠리면 한 방에 오른다(2000년대 내내).:강남 자산가들도 “부동산은 끝났다”는 응답이 다수인 시기에도?

 

11. 정부 정치권이 집값 부양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인플레이션이 오면 집값이 오른다(2009년 이후).: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수도권의 집값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불경기 속의 물가 상승기에는 (실질) 집값 하락이 일반적이었다.

 

12. 5만 원권 화폐를 발행하면 인플레이션이 와서 집값이 오른다(5만 원권 발행 전후).:신사임당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마라.

 

13. 지방은 몰라도 수도권 집값은 인구증가로 계속 오른다(2008년 이후).:매년 3만호 정도만 지으면 모두 흡수할 수 있을 수도권 인구증가세가 급감했다. 오히려 향후에는 인구 요인 때문에 집값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14. 인구가 줄어도 1인 가구는 증가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2008년 이후).:1인 가구의 평균 소득이 일반 가계의 40% 수준이고 대부분 집을 줄여가는 60대 이상 가구가 늘어나는데도? 이마저도 안 통하자 이제는 남북통일이 되면, 이민자가 늘면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한다. 단기간에 될 일도 아니지만 북한 주민이나 동남아 노동자들이 4억, 5억 원씩이나 하는 수도권 주택의 유효수요가 될 수 있을까?

 

15.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각종 개발 공약이 쏟아져 집값이 뛴다(2010년 이후).:오히려 개발 공약을 쏟아낸 후보는 떨어졌고 집값도 떨어지고 있다.

 

③ 전세는 줄고 월세 늘지만 임대료는 착해진다

 

이제 전세시장은 어떻게 될지 짚어보자. 2009년 하반기 이후 전세가가 뛴 것은 주택 가격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전세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측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더 이상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주택을 판 뒤 전세로 전환하거나 집 사는 것을 포기한 가구가 늘어난 때문이다. 특히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세 보증금 확보에 문제가 없는 ‘안전한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곳곳의 입주 단지에서 여전히 빚 많은 주택 소유자의 전세가 제대로 빠지지 않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거꾸로 전세 공급 측면에서는 가계 부채로 인한 ‘안전한 전세’ 공급의 부족, 수도권 입주 아파트에서 잔금을 치르지 못해 전세로 내놓지 못하는 입주 물량이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국지적으로 뉴타운 재개발 사업 등으로 시민 주거가 줄어들고 이주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탓도 있다. 한편 정부의 전세 자금 지원으로 인한 전세시장의 유동성 증가와 언론의 선동 보도, 이에 차입 비용을 줄이려는 주택 소유자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의 전세난은 주택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지만 정부가 집값을 계속 떠받치면서 전세시장으로 불똥이 튄 경우다. 2008년 하반기처럼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가도 동반해서 떨어지게 되어 있는데, 정부가 집값 하락을 막고 있으니 전세로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부동산업계 등은 지금의 전세난이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고 곧 집값이 뛸 징조라고 주장하는데 헛소리에 불과하다. 주택 공급 부족이 아니라 전세시장 안에서 ‘안전한 전세’를 중심으로 일시적인 수급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전세난은 부동산업계에서 얘기하는 분양용, 매매용 주택 공급 부족과는 거의 상관없다. 오히려 수도권의 주택 공급은 여전히 매우 과잉된 상황이다.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이 2008년 4천호 수준에서 2011년 말 2만 7천호까지 늘어났고, 악성 미분양이라고 할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같은 기간 1천 5백호에서 9천 8백호까지 늘어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오히려 서울 한복판까지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서울 지역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07년 6만 3천호에서 경기 침체가 극심했던 2009년 3만 6천호로 줄었으나 2010년에는 6만 9천호까지 증가했다. 2011년 3분기까지는 5만 7천호인데, 연간으로 환산하면 7만 6천호로 가장 많다. 또 2012년부터는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한복판에서만 3만 가구의 분양이 러시를 이룬다. 2012년에만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4구역(4300가구), 북아현뉴타운 1~3구역(1757가구),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1구역(1702가구)과 3구역(2101가구) 등에서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2, 3년 전까지는 뉴타운 지역의 서민 주거지가 헐리면서 서민 주거 공급은 줄고 쫓겨난 세입자들의 이주 수요는 증가했지만 앞으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또한 전세가가 상승하면 일정한 시점 이후 자연스레 전세 공급이 증가해서 가격 안정화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집을 월세나 보증부 월세로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월세가 나가지 않으면 다시 전세로 돌리기 마련이고 전월세 수요를 노린 주택 건축도 늘기 마련이다. 2011년 들어 아파트 건립은 줄어든 대신 전월세 수요를 노린 다세대 및 연립주택공급(인허가 기준)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흐름이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지만 높은 전세가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거주지를 옮기는, 즉 전세 수요의 지역적 조정도 일어나게 된다. 사실 차익을 노리는 주택 매매 수요에 비해 전세 수요는 직장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 고착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그래서 초기에는 세입자들이 전세가를 올려주고서라도 해당 지역에 머무므려는 성향이 강해 전세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전세가가 소득에 비해 너무 많이 오르면 세입자는 눈물을 머금고서라도 지역을 옮길 수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지만 자연스럽게 수요가 지역적으로 분산되면서 전세가도 떨어지게 된다. 2011년 초 ‘전세 난민’이니 ‘전세 유랑민’과 같은 말들이 언론에 등장한 적이 있다. 전세난을 반영하는 매우 서글픈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전세 수요가 지역적으로 분산되면서 조정되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전세난도 이제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이후에는 최근 2, 3년과 같은 극심한 전세난이나 급격한 전세가 상승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가도 본격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지금 한창 건축 중인 다세대 및 연립주택이 완공되는 시점인 2012년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집값 하락과 맞물리면서 역전세난이 다시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억지로 버티던 다주택 보유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부채를 털기 위해 주택 매물을 쏟아내면 전세가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말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도 전세가가 올라서 주택 매매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언론이 있다. 현 상황에서 주택 매입과 전세 수요 사이에는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이 전세 수요로 이동할 수는 있지만 전세 수요자가 막대한 빚을 지지 않는 한은 매입 수요로 옮겨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굳이 있다면 전세를 살다가 대출 실적을 올리려는 은행 등의 부추김에 따라 2, 3억원대의 저가 중소형 주택을 사는 경우는 일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주택시장의 중핵인 중대형 주택 매입은 어림도 없다.

 

전세 보증금을 더 올려주고 전세를 연장할지 또는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살지를 선택해야 하는 가계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보자. 전세 보증금 인상분이 3천만원이고, 이를 조달하는 금리가 계산 편의상 평균 5%라고 가정하면 이 가계는 2년간 3백만원의 이자를 부담하면 된다. 반면 이 가계가 집을 사기 위해 2억원의 빚을 진다면 2년간 이자만 2천만원을 내야 한다. 더구나 전세금을 예외저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금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향후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집을 살 경우에는 본전도 못 찾을 가능성이 높다. 매년 1천만원의 이자까지 부담하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평온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가계는 많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길게 보면 향후 주택시장은 전세가 사라지고 매매시장과 월세시장으로 이분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가 사라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전세가 존재했던 이유는 집값이 꾸준히 올라 집을 살 경우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집값이 장기적으로 대세 하락 흐름에 들게 되면 이 같은 전제는 깨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전세제도가 단지 몇 년 사이에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 세입자로서는 월세나 반전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집주인들이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더라도 최소 2, 3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거래가 성사된다. 월세가 대세를 이루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주택시장은 10년~20년 정도의 시간 범위 안에서 꾸준히 매매시장과 월세시장으로 양분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비싼 월세 부담 때문에 서민들만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는 않다. 주택 매매가 지금보다 훨씬 싸지는 한편 월세도 집값이 떨어지는 만큼은 아니어도 조금씩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높은 임대 수익을 노린 집주인들의 월세 공급도 늘어날 수밖에 없도 월세도 자연스레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정부가 2010년부터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다세대 연립주택 건설을 촉진하자 도시형 생활주택을 중심으로 한 건설 인허가 건수가 몇 배나 급증했다. 최근 1, 2년 사이에 임대 수익을 노린 오피스텔 투자와 공급이 늘어나는 것도 그런 흐름에 속한다. 이같은 월세 공급이 늘어나면 지금처럼 높은 월세는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에도 주택 거품이 빠지면서 월세가 꾸준히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④ 제2의 폭탄 뉴타운

 

한편 향후 집값이 지속적으로 빠진다는 것은 뉴타운·재개발·재건축사업 등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의미다. 뉴타운·재개발·재건축사업의 성공은 사업 완료 후 입주 시점에 형성될 주택 시세에 크게 좌우된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기에는 미래 시세에 대한 낙관적 전망으로 이들 사업 대상 아파트들의 시세는 한껏 부풀려졌다. 하지만 이제 그 같은 기대감은 급속히 가라앉고 있으며 하우스푸어가 대량으로 양산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 때 이 같은 사업들은 대부분 중단되거나 지체된다. 실제로 2008년 이후 이들 사업의 진행 속도는 매우 느려졌다. 서울시의 경우 이들 사업 대상자의 절반가량이 사업이 중단되거나 조합원 분쟁 등으로 지연되면서 오히려 이들 사업의 출구 전략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출구 전략과는 상관없이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지역에 무리하게 투자했던 사람들 가운데 하우스푸어가 대거 양산될 것이다.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하류층으로 전락하는 이들도 속출하게 된다.

 

1990년대 초반 입주했던 1기 신도시 중 수도권 신도시의 주택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1기 신도시들의 아파트들은 고층으로 지어졌기에 용적률을 높여서 재건축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현 상태에서 아파트 층수를 더 높여주는 수직 증축 리모델링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분담금이 최소 1억, 2억원씩은 들게 된다. 더구나 건축 구조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이 방안에 난색을 짓고 있다. 특히 1기 신도시 가운데 상당수가 염분이 섞인 바닷모래를 사용한 탓에 기존 아파트 위에 층수를 더 올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이들 아파트의 노후화를 막기 위해서는 각 가정이 결국 자기 돈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은 이게 너무나 당연한 원리다. 이 당연한 원리를 받아들이는 데 일본도 10년 넘게 걸렸으니 한국도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될 것이다. 결국 이들 아파트의 주민들은 아파트도 시간이 가면 자동차처럼 감가상각(減價償却)되는 내구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집주인들의 꾸준한 관리만이 감가상각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공급된 2기 신도시로 오면 전망이 더 어둡다. 특히 서울과 가까운 판교 등지의 일부 신도시를 제외한 다수의 2기 신도시는 크게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서울과 거리가 먼 양주 옥정, 인천 검단, 화성 동탄 2지구 등에서 막대한 미분양 물량이 생겨난 것도 이를 반영한다. 이들 지역은 향후 일본의 다마신도시처럼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유령 신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서울 도심 등 수도권 핵심 지역의 집값은 안전하다는 착각도 금물이다. 이런 착각을 부추기는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의 경우에도 2000년대 도심 회귀 현상으로 일부 지역의 상가, 오피스, 주택 가격은 올랐다”고 주장한다. 한국도 핵심 지역들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도심 회귀 현상이 일어난 것은 도심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다음의 일이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진 뒤에야 이른바 ‘도심 재생 사업’의 사업성이 높아져서 재개발이 추진되었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뒤 시간이 흘러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수요들이 유입되면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일부 회복되었다. 그럼에도 절대 다수의 지역에서는 부동산 버블기의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도쿄 시내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정점 대비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국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도심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던 사실은 모른 척하고 있다.

 

⑤ 빌딩 부자들의 몰락

 

상업용 및 오피스 부동산시장은 어떨까?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모두 120조원에 이르는 PF 사업의 상당수가 좌초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사업 규모가 큰 용산국제업무지구 판교알파돔시티, 인천도화지구 프로젝트, 고양시 한류월드 2구역 사업 등 굵직굵직한 대규모 PF 사업이 모두 좌초 위기로 치닫고 있다. 특히 사업 규모 31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도심 개발 사업인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려 있는데 현재 사업 구조대로 끝까지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더구나 용산국제업무개발지구에 더해 많은 초고층 건물 건축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추진되는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사업만 해도 상암DMC단지에서 추진되는 ‘서울라이트’ 사업과 제2롯데월드 사업을 비롯해 7개에 이를 정도다. 물론 이들 사업이 모두 실현될지는 미지수지만 전례 없는 초고층 빌딩 사업이 한꺼번에 진행되어 공급 과잉 우려가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100층 이상 초고층은 아니지만 대규모 초대형 오피스 빌딩 공급 계획이 서울에만 무려 수십 군데에 세워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서 2013년까지 공급되기로 계획된 연면적 3만 3천 제곱미터 이상인 A급 빌딩이 43개에 이른다. 연면적 6만 6천 제곱미터 이상 프라임급 빌딩도 23개에 이른다.

 

문제는 부동산 버블기에 계획된 오피스 빌딩의 공급 과잉으로 이미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피스 빌딩의 공급 면적은 2007년에 116.9만 제곱미터, 2008년 101,1만 제곱미터였는데, 이는 2000년~2006년의 연간 공급 물량인 약 50만 제곱미터의 2배를 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강남권을 필두로 도심권과 여의도권의 공실률이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의 오피스 공급 계획들이 다소 지연되거나 중단되더라도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로 이어져서 향후 오피스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오피스 건물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료도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용산국제업무지구가 2016년 이후 들어설 경우 계획된 공산을 모두 채우는 것은 쉽지 않다. 설사 모두 채울 수 있더라도 투자비를 회수할 정도로 고가 분양에 성공하거나 높은 임대 수익을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부동산 버블 붕괴의 여파는 공공 부문으로도 파급될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인천도시개발공사라고 할 수 있다. 안상수 전 시장은 재임 당시 각종 개발 사업을 예산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를 느끼자 2003년 지방 공기업인 인천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해서 무분별한 개발 사업을 벌였다. 인천도시개발공사를 앞세워서 서구 검단신도시, 영종 하늘도시, 아시안게임 경기장, 151층짜리 쌍둥이 빌딩,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이들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분양에 실패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그 결과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부채가 6조 6천 4백억원까지 폭증하면서 인천광역시까지 재정위기에 몰리고 있다. 반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영업이익은 급감하고 있어 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부채를 갚는 일은 요원해지고 있다.

 

사실 인천시뿐만 아니라 상당수 지자체의 개발공기업들이 빚을 끌어다가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각종 주택 건설 및 지역개발 사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했다. 그러나 이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이 같은 무분별한 투자의 상당수가 부실로 이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

 

한국 경제는 2000년대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가 부동사 거품이 영원할 것 같은 불패신화 속에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남발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 환상이 깨지고 있다. 환상에서 깨어날 때 고통과 충격을 피할 수는 없다.

 

과도했던 부동산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고, 이를 정책적으로 무리하게 틀어막으려 해서도 안 된다.

 

특히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한국 경제의 각종 문제들이 매우 악화되었다. 주택 가격 하락은 그 같은 비정상적인 상태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특히 갈수록 가난해지는 다수 가계로서는 주택 가격이 떨어져서 주거 비용이 하락하는 것이 길게 보면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날 각종 문제와 하우스 푸어의 고통은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하지만 진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한국 경제가 다시 태어나기는 어렵다. 다만 주택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갑작스러운 폭락으로 이어지는 사태를 최소화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너무 부풀려졌다. 이 같은 거품이 꺼지는데 아무런 고통이 없을 수는 없다. 특히 현 정부처럼 ‘부동산 연착륙’을 부르짖으면서 실제로는 가계 부채와 공공 부채라는 화약고의 화력을 더 키우는 것은 정말 위험천만한 짓이다. ‘연착륙론’이 처음 나오던 2004년에 거품을 뺐더라면 한국 경제가 지금처럼 위기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이명박 행정부는 자기 임기 안에만 탈이 안 나면 된다는 식의 ‘폭탄 돌리기’를 멈춰야 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고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다. 이를 위해서 새로운 주택정책의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공공 임대주택의 역할과 비중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데 이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되는 2020년 이전까지 공공 임대주택 및 전세주택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부동산 버블 붕괴 후 공공에서는 분양주택을 전혀 짓지 않았고, 공공 임대주택 법제를 정비해서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크게 늘렸다. 특히 저소득 1인 가구 등 소규모 세대가 증가하는 것에 맞춰 임대 공급을 크게 늘렸다.

 

1인 가구가 증가하니 무턱대고 (분양)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는데, 이는 너무 단순한 접근이다. 일본에서도 부동산 버블기에는 이런 주장에 근거해서 각종 개발 계획들이 나왔다. 하지만 무작정 (분양)주택을 공급하면 된다는 식보다는, 세밀한 수요에 대응한 세밀한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일본에서도 뉴타운 개발, 신도시 개발 등의 개념이 사라졌던 것이다.   

 

 

▶ 선대인 민생경제전략연구소장 저술『문제는 경제다』「버리고, 바꾸고, 바로잡아야할 것들」〈제2부 이대로 10년〉웅진지식하우스 편찬(2012년 출판)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