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혐오하는 제가 잘못된 걸까요?

1007201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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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여대생입니다.

 

부모님, 남동생, 그리고 저. 저희 네 가족은 하루도 단란하고 행복하게 살아 본 적 없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어머니를 보고 반하셔서 몇 년에 걸쳐 구애하시고 결혼까지 하신 분이지만, 지금은 물론이고 신혼 때도 어머니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한 번 챙겨 주지 않으신 분이십니다.

 

'잡은 고기에 밥 주냐'는 말까지 하셨던 분이라는 말을 예전에 듣고는 큰 충격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네 가족 먹고 살기에 충분하지 않은 돈에 빠듯하게 생활하며 이십 년 넘는 세월을 가족들 뒷바라지만 하느라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좋은 가방도 없는 어머니가 뼈를 깎으며 빚을 갚고 전전긍긍하는 이면에는

자식도 아내도 용돈 1원 한 장 쥐어 준 적 없는 아버지의 어이 없는 과소비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을 때는 tv 보면서 웃고 떠드시던 분이 당신 남동생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맥주 한 캔 들고 울면서 앉아 계시더군요.... 그때부터 아버지를 혐오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 저의 생일을 축하해주신 적 없고 제 일상에는 일절 관심 없으셨습니다.

 

제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도 모르십니다.

 

제 남동생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애들 좀 데리고 가서 놀라는 말만 하시면 동네 근처의 오락실에 몇 번, 아주 극히 몇 번 갔던 것을 뺀다면 저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없습니다.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저희 어머니가 저희를 데리고 나가실 때마다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이어진 버릇인데, 아버지는 혼자 방에 들어가 tv를 보십니다. 집에 있는 모든 시간을 그렇게 보내십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다른 방을 쓰시거든요.

 

 

 

 

제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도였습니다.

 

남들처럼 졸업 기념 선물, 입학 기념 선물......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수고했다고, 축하한다고... 그런 말 하나를 기대한 제가 바보천치였습니다.

 

20년 살면서 어머니와 불화가 생길 때마다 저희로 어떻게든 이혼하지 않으려고 그럴 때만 저희에게 사랑을 베푸는 척만 하시던 아버지에게는 그러한 기본적인 관심도 없다는 것을 잊은 겁니다.

 

저는 대학에 입학할 때도 저희 어머니가 몰래 모아 놓으신 돈으로 등록금을 냈습니다. 아버지는 등록금 어떻게 하냐는 말씀은 지금까지도 하지 않으십니다.

 

등록금은 모두 어머니가 저희들 어릴 적 부업하시고 아픈 몸 이끌고 나가서 버신 돈, 그리고 친척들이 보내 준 돈으로 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설움이 복받쳐서 눈물이 납니다.

 

언젠가는 아버지도 나아지겠지, 우리를 사랑해주겠지...... 미련히 기다린 세월이 벌써 20여 년입니다.

 

울면서 아버지께 호소하고,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모두 소용없는 짓이었지만요.

 

저도 어릴 적엔 어머니가 아버지 흉을 보시면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그 누가 욕해도, 저에게 애정 한 가닥 보여 주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저에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였으니까요....

 

지금도 그런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 화를 내고 돌아서도 칼로 난도질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향한 분노가 너무나도 커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대화로 상황을 풀고 싶으셔서 여러 번 대화를 시도하셨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의 물음에 대답도 안 하시거나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셨습니다.

 

다사다난하게 몇 번의 불화가 지나가고 결국 어머니께서는 이번 해에 이혼을 결심하셨습니다.

 

이전에도 그런 적이 있지만 제가 절대 싫다고 난리를 쳐서 무마되었던 이혼.... 이번에는 따르려고 합니다.

 

저는 성인이고 제가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저희 어머니와 동생의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 것이고 대학도 졸업하게 될 겁니다. (아버지는 양육비를 절대 줄 수 없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법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어머니를 바람 맞히고, 입만 열면 거짓말인 아버지는 이혼을 절대 할 수 없다고 법대로 하자며 화를 내십니다.

 

우스갯소리로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처럼 '남자들은 대화의 요점을 모른다'? 이 말이 딱 맞더군요..

 

모든 사람이 보기에 저희 아버지는 가정을 차릴 사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혼자만 아시는 분이거든요.

 

집에 맛있는 것이 있어도 혼자 다 드셔야 하고, 왜 우리 건 없냐고 하면 "니들이 안 먹어서 먹었다"는 분....

 

어머니가 이혼하자니 "내가 집에 일찍 들어와서 이러는 거냐"고 화를 내시더군요.... 문제는 그것 하나가 아니었는데 말이죠.... 어머니의 모든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신 거죠......

 

어머니 말씀에 콧방귀를 대놓고 뀌시고 비웃으시면서 "내가 그동안 벌어다 준 돈 어딨냐"는 분....

 

 

 

 

 

 

한 달 전?

 

저희 아버지가 어머니께 또 용돈을 가불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저와 제 동생은 배우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집안사정을 알기에 참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문제집과 읽고 싶은 책을 가격으로 결정하는 동생도 그렇지만 여대생이라는 저는 작년과 이번 해에 들어 가디건 한 벌과 티 두 장에 싸구려 백팩 하나를 샀을 정도로 돈에 민감합니다.

 

그런 아버지는 기름값이나 병원비(별거아닌 일에도 병원을 자주 가십니다)는 카드로, 용돈은 매달 가불....

 

사실상 아버지의 한 달 소비는 2달치....... 그렇다고 아버지가 사교적인 분도 아닙니다.. 매일 집에 오시면서 쉬는 날엔 집에만.... 집에는 뭐 사들고 오신 적이 한 번도 없는 분입니다.

 

어머니가 줄 수 없다, 돈이 많이 든다. 첫째 책값에 둘째 학원(영어학원 하나 다닙니다)도 보내려면 돈이 없다. 용돈은 이미 줬고 저번 달에도 가불했다.

 

 

그 이후 아버지는 통장을 분실 신고를 하시고 새로 만드셨습니다....

 

어머니가 은행에서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른다며 내가 이래야 하냐며 우셨습니다.

 

 

 

 

이후에 이어진 대화에서

 

아버지는 이혼은 할 수 없다 하셨고 어머니는 그렇다면 통장을 달라, 살림을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아버지의 대답은 그럴 수 없다 였습니다....

 

필요하면 니들이 돈을 타서 쓰라고...

 

집에서 어머니가 하신 음식이나 이런 것들 모두 어머니 돈으로 사는 거고 한데 전깃세도 이번에 어머니가 내신 걸로 아는데 tv도 보시고 음식에도 손을 댄다는 건......

 

식당에서도 밥값을 지불합니다. 가족의 생계도 이어갈 수 없게 돈을 막으시고....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지난 번에는 저희 어머니와 저에게 씨x년, 미친x 등등 욕설을 하시면서 화를 내셨습니다.

 

저도 바락바락 대들었으니 잘한 건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먹고 입고 자란 거, 아버지의 덕분임을 압니다.

 

하지만 저는 더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프신 어머니에게도, 두 딸에게도 관심조차 없는 아버지와 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대화로 풀어내라는 분들이 많으셔서 저 또한 개인적으로 대화를 시도했고, 어머니도 숱한 시도를 하셨습니다.

 

싸움이 아닌 대화로 시도했지만 통한 적은 없었습니다.

 

 

 

 

 

욱한 나머지 글을 엉망진창으로 쓰고, 더 있는데 담아내지 못해 아쉽네요....

 

창피해서 어디 말할 사람도 없는 참에 오랜만에 싸이월드를 들어왔다가 글 몇 자 적고 갑니다.

 

하루라도 빨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산다면 제 마음이 많이 아플 것이고, 결혼식장에 삼촌 손을 잡고 들어간다거나, 어버이날 사야 할 카네이션이 한 송이라면 저는 살아가면서 많은 빈 자리를 느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떠나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제가 나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