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자식의 바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박사랑해2012.10.19
조회665

활동하는 까페에 칼럼(?)식으로 가볍게 쓴 글입니다.

바람피는 남자친구(여자친구)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올립니다.

 

-

 

그렇다.

 

천리안 시절,

 

우연히 낯뜨거운 사진들이 검색되어

 

충격 반, 호기심 반으로

 

모니터에 빨려들어갈 것 처럼 보다가

 

하필 방문을 연 엄마에게 들켰을 때.

 

"아, hot 검색했는데 

 

이런 것들이 나왔단 말야"

 

애꿎은 H.O.T. 를 순간적으로 떠올리며

 

임기응변이 필요한 타이밍.

  

이 타이밍이라는 것이

 

모든 일을 180도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날이 그런 날이었다.

 

평소 남자친구 폰을 보지 않는 내가

 

배터리충전이 다 되었다는 커피숍 카운터의 말에

 

남자친구 폰을 가져다주다가,

 

순간 띠로롱- 온 문자를 봐버린 날.

 

기가 막힌 타이밍이 내게 찾아온 날.

 

 

[보고싶어♥]

 

 

당시 22살이었던 내게 닥친 그 감정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었는데

 

그 때 느낀 그 감정은

 

지금도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두 번 다시 겪고 싶지도 않고,

 

겪어서도 안되는 감정이었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고,

 

오장육부가 쿵! 내려앉는듯하고,

 

머리가 새하얘지고,

 

멍해졌다는 둥

 

이런 상투적인 표현은 저런 상황에

 

꼭 나오는 단골 표현이지만

 

'분노. 충격. 배신감. 슬픔.' 이런 따위의

 

단어로는 포용할 수 없기에

 

상투적인 표현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충격의 정도는 새로운 강도였다.

 

 

온 몸이 눈물방울이 된 듯한 나는

 

그 번호를 내 폰에 저장시키고

 

티내지 않은 채 휴대폰을 남자친구에게 건네주었다.

 

심정은

 

'울음'

 

그 자체.

 

 

그 날 밤은 시애틀 돋게

 

당연히 잠 못 이루는 밤이었고,

 

불확실한 상황을 못견뎌하는 나는

 

다음 날 수화기를 들었다.

 

모 아니면 도.

 

 

제발 아니기를 바랐던 내 바람과는 달리

 

또렷한 여자 목소리가 전해졌고

 

그래도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혹시나'는

 

"ㅇㅇㅇ씨 여자친구신가요?" 라는 내 물음에

 

"네" 라고 대답하던 그녀의 긍정에

 

그렇게 날아가버렸다.

 

-

 

"저도 여자친군데요"

 

"네?"

 

"언제 만나셨어요?"

 

"네? 아. 4월 2일이예요.."

 

4월 2일.

 

내 생일.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는 사이,

 

그는 내게 거짓말을 하고 나이트를 갔다가

 

그 여자애와 밤을 보내게 된 것이다.

 

 

더러워.

 

다른 여자를 안은 몸으로 나를 또 안다니.

 

뭐 그런 기분이다.

 

넘의 콧구녕 후비던 손가락으로

 

내 콧구녕에 집어넣은 느낌?

 

근데 그 손가락에 이물질이 잔뜩! 있는 그 정도 느낌?

 

 

"저는 그놈 가질 생각 없으니까요, 그 쪽 가지세요."

 

"아, 언니! 저..삼자대면 하고 싶은데요.."

 

"그런걸 왜해요, 그냥 가지세요."

 

 

-

 

 

직접 만난 그 여자애는.

 

별로였다.

 

차라리 엄청 예쁘지, 차라리 엄청 몸매가 좋던가.

 

바람의 원인을 납득할 수 없었다.

 

일단 내가 남자애를 만나서 커피숍에 있을테니

 

나중에 들어오라고 했다.

 

이 우라질새끼가 우리 둘이 있는걸 보고 튈 수도 있으니.

 

아무 것도 모른 채 마주하고 앉은 그를 보는데

 

뭐 싫고, 좋고, 짜증나고, 열받는 감정은 없고

 

'아, 진짜 같이 있기 싫네' 하는 생각밖에 안들어

 

그 여자애가 들어오는걸 보자말자

 

"야! 쟤랑 잘 놀아라!"  이러고 나와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담담했고,

 

빗발치게 오는 그의 전화를 봐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문자를 봐도 별 감흥은 없었다.

 

그렇게 좋아했는데.

 

 

술도 마시지 않았고,

 

휴대폰 번호도 지우지 않았다.

 

헤어진 연인 중에

 

휴대폰 번호를 삭제하는 이는,

 

미련이 있는 이다.

 

술먹고 전화할까봐, 혹시라도 연락할까봐

 

미리 차단을 하는 것이다.

 

그 번호를 보고 별 동요를 하지 않는 이는

 

굳이 삭제를 하지 않는다.

 

 

 

감정이 극대화 된다는 밤도 담담하게 잘 지나갔고,

 

후폭풍은 몇 일 후부터 급격하게 찾아와

 

참 많이 울고 괴로워했던 것 같다.

 

위로해주는 선배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빠져나와

 

술집 계단에 앉아 눈물, 콧물 짜며 울다가

 

선배들에게 들켜서 사람 몰랑거리게 하는 위로에

 

혼이 빠지도록 또 울고,

 

"어떻게 니가 나한테 그럴수 있느냐"

 

따지고 욕 퍼붓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폰을 들었다놨다하고,  

 

"한 번만 용서해줄까..이렇게 비는데.." 라는

 

말도 안되는 아량과 자비가 시시때때로 나오고,

 

만약 다시 사겼을 경우 훗일을 몇 번씩 상상하다가

 

이는 나를 미저리로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걸 깨닫고

 

결국 고개를 흔들고.

 

 

그 앞에서는 쿨하게 , 도도하게 돌아섰지만

 

그 후에 내가 감내해야 할

 

온갖가지의 감정들과

 

복잡미묘다양한 심정들을 견뎌내느라

 

아리따운 나의 22살 어느 시기는

 

폭풍격변을 겪으며

 

그렇게 지나갔다.

 

 

 

2~3년이 지나고 오랫만에 전화가 온 그,

 

"그 때 내가 그렇게만 안했다면 지금까지

 

사겼을 수도 있을텐데..."

 

겉으로는 흐흐흥~ 웃으며 "그러게?" 라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까고 있네, 병신"

 

 

 

[배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치의 괴로움 중 하나가 아닐까.

 

상대가 바람을 피워서 헤어진 경우는,

 

대비없이 내 감정이 중간에 차단되어 버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공허함과 상실감은 더 크다.

 

몸으로 치자면,

 

당간 실컷 올려놨더니 절정에서 상대방이 중도에 옷입고 가버리는?

 

이 얼마나 허무한 경우인가!

 

몸의 당간은 쉬이 가라앉지만

 

마음의 당간은 쉬이 가라앉지 못하는 것이 차이점일 뿐.

 

 

 

그런데 따지고 보면

 

바람피는 박애주의자들은

 

그럴 '깜냥'이 초반에 보인다는 거다.

 

나의 저 22살 개생키 역시,

 

당시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좋다고 난리를 쳤으니 말이다.

 

여자친구가 있는데 나 좋다고 하는 놈은

 

내가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을 때

 

또다른 여자에게 좋다고 할 수도 있는,

 

그 상황이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이렇게 연애는 몸으로 부닥치고 깨져봐야

 

하나하나 알게 되는데,

 

그 과정은 좀 잔인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흔히 말하는

 

'양지탄다', '양지후보녀'인 그녀가

 

불과 2주 전, 한 달 전에 있었는데

 

지금 나 좋다고 하면

 

그 감정은 2주 후에 다른 여자로 바껴있을 가능성이 짙다.

 

뭐 기존의 그녀와 썸 타다가

 

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해 지독하게 빠져들었다 쳐도,

 

원래 남자에겐

 

내 것이 아닌 존재는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거니까.

 

 

그래서 남자를 지켜보는 '간보는 기간'이 필요한 법인데

 

(재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진지한 만남을 가지기 위한.

 

다른상대와 비교가 아닌, 절대적으로 그만 보는.)

 

여자란 동물은 때때로 멍청해져서

 

내 감정이 내 눈을 덮고 마는 경우가 생긴다.

 

분명 나의 촉은 '이 남자는 못미더워'라고 느끼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다르겠지' 라는

 

"나는 특별한 여자 증후군"에 빠져 그르친 선택을 한다.

 

때로는,

 

나는 이미 이 남자가 좋은데

 

이렇게 지켜보기만 하다가는

 

이 남자의 마음이 변할 것 같다,

 

다른 여자가 채갈 것 같다, 라는

 

불안함과 조급함에 

 

간보는 기간을 빨리 접어버리고 '남자친구'로서

 

내 옆자리를 허용한다.

 

하지만 [사귄다]는 것도 사실 그 관계를

 

명확하게 규정짓지는 못한다.

 

법적이 아닌 도의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탐색기간이 길어져서 지쳐 나를 떠날 것 같은 남자는

 

마음이 딱 그 까지다.

 

당장 지금부터 사귀어서

 

커플이라는 울타리를 쳐놓아도

 

한 달 후에 떠날 남자는,

 

한 달 후에 떠난다.

 

 

보통, 급격하게 감정이 식거나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

 

'일이 바빠서', '여유가 되지 않아서' 라고 하지만

 

'다른 여자가 생겨서'일 가능성이 높다.

 

반짝반짝 새로운 여자이거나,

 

감정정리가 채 되지 않았던 전여자이거나.

 

(감정정리가 되지 않은 전여친,은 너무나 막강한 상대다)

 

이러면 이 놈은 내 입장에서는 그냥

 

"바람난 놈"이 되는 것이다.

 

그 전의 수많은 스토리는 보지 못한 채.

 

 

 

이럴 땐

 

집 나간 개 잡듯이 바람 난 놈 잡으러 가기보단,

 

내 눈이 그 정도 뿐이오-

 

나를 탓하는게 맞는거다.

 

충분한 탐색기간을 가지지 못하여,

 

남자의 순간적인 사탕발림에 넘어가여,

 

혹은 그 남자가 진정성 있는 진심이었다고 한다면

 

그 진심을 오래 잡아끌지 못한 내가 무능하여,

 

그리하여

 

다 내 탓이오- 하는 것이다.

 

그냥 '그 정도 놈'일 뿐인 그 놈을

 

진짜라고 착각한 내 자신이 호구니까.

 

 

혹시나, 하여 시작한 것이

 

역시나, 로 끝나게 되는 것은

 

너무나 허무하다.

 

 

 

지금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현재는 과거를 반영한다고도 한다.

 

비정상적으로 관계를 시작한 놈이면

 

나 역시 그 끝은

 

비정상적일지 모른다.

 

 

 

여자친구 있는 남자를 탐하지 말라.

 

여자친구있는 남자가 나 좋다고 우쭐해하지말라.

 

그 남자가 나에게 넘어왔다고 좋아하지말라.

 

이 타이밍이 나에게 온 타이밍이 맞는지 고민해보라.

 

바람으로서 온 남자는

 

또다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법이니.

 

 

 

p.s.

나를 탓하라곤 했지만

나를 탓하면

자책에만 휩싸이는 못난이 되기 십상이다.

차라리 그 놈을 강아지 만들고

그 놈 탓을 하는게

내 정신건강에 좋다.

일단 내가 살고봐야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