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추억 - 이병

해군201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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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

 

해군도 자대배치라고 해야 하나 고민좀 했지만.. 특별히 다른 말이 없으니까 자대배치로 할게.

후반기 교육이 끝나면 각자 갈 곳이 정해지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AOE함으로 명을 받았어. 하필 내가 탈 배가 작전사에 있지 않고 출동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라 광양항에 있다네...

 

그래서 나 혼자 백팩 메고 광양항까지 가서 배로 들어갔지.

 

 

 

음, 그때 기분이 참 묘했던 것 같아. 갑판병 후배 한 명이랑 같이 갔었는데 광양항 유류 부두에서 기름 받고 있는 배를 처음 봤을 땐

"와..크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내가 탔던 배 사진이 인터넷에 제법 있지만 군함 사진은 대외비 사진이 좀 많아서 그냥 생략할게. 막 퍼져 있지만 사실 군함 사진은 대외비거든. 사진 찍을때도 무기를 찍으면 안되고 어쩌고 저쩌고 나도 기억 안나는 이상한 규칙들이 많아서...

 

각설하고!

 

현문 맨 처음 들어갈 때 현문에서 당직서고 있던 수병님들... 아, 해군은 그냥 다 수병이라고 불러. 이병이든 병장이든. 하사는 하사님이라고 부르고, 중사는 선임하사, 상사는 보통 직별장이니 직급을 불러주지.

여튼 선배님들이 당직 서고 있었는데 "너 누구냐?" 라고 물었을 때 그 두근두근...

 

실수하면 안된다, 기합 바짝 들어간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긴장해야 한다 속으로 엄청 중얼거렸던 것 같아. 그래서 현문에서 진짜 있는 힘껏 다해서

 

"필승! 이병 xxx! xx함으로 전입을 명 받아 왔습니다!"

 

라고 소리쳤었어. 그러니까 막 키득키득 웃더니 전화해서 장교들 나오고 그래서 얼결에 사관실까지 가서 면담하고 그랬던 것 같아 ^^;;;

 

이때 워낙 너무 정신없고 말로만 듣던 군함에 타는구나, 신기하기도 했고, 군항이 아닌 민간항이다 보니.. 좀 많이 긴장했던 것 같아. 어찌어찌 침실 배정 받고 의자에 딱 각 잡고 앉아 있는데 그때 제일 끗발이었던 형이 병장이었는데.. 나한테 그랬던 것 같아.

 

"너 짐 안풀고 뭐하냐? 내가 니 짐까지 풀어주리?"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체스트... 관물함이라고하나? 해군은 체스트라고 그래. 여튼 체스트 배정받고 막 짐 푸는데 짐 푸는 속도가 느리다고 또 한번 혼나고.. 다 풀고 검사 받는데 엉망으로 정리했다고 또 혼나고... 막 긴장해서 어리버리 풀다가 취침시간 되고.. 여튼 그랬던 것 같아.

 

 

흔히들 물어보는 질문중에 하나가 있는데

 

"해군은 진짜 배안에서 다 잠을 자? 거기 잠 잘 공간이 있어?"

 

당연하지. 출동나가면 길게 나갈 경우 보름 이상 나가는데, 아니 정박해도 부두에는 해군을 위한 침실이 없어. 배가 도크에 들어가 침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상에야 전부다 잠을 배안에서 해결하지.

다행이 내가 탄 배는 9600t급 대형지원함이라 침실이 꽤 큰 편이야.(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큰 지원함이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가장 소형이더라고... 더군다나 미국에서는 사용하지도 않는 톤수야)

1급함은 보통 침실이 있어서 침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 2급함부터는 그물침대라고 해야 하나? .. 거기에서 잔대. 나도 보진 못해서 자세히는 몰라. 침대가 3층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난 막내라 3층으로 배정 받았어. 여기에도 규칙이 하나 있었지.

 

3층 올라갈 때 선임들 침대를 절대 밟으면 안된다는 점이야.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묘기를 부려야 하는데 위에 전등 잡고 턱걸이 하듯이 몸을 올린다음에 그 옆에 나 있는 파이프를 잡고 내 침대 위로 발을 걸쳐야해. 그리고 용트림을 하듯이 올라가는거지. 이걸 2초안에 하지 않으면 엄청 혼났어. 행동이 굼뜨다고. 끗발이 찰 수록, 선임이 전역하면 한칸씩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어. 난 꼬인 군번이라 병장 3호봉이 되서야 맨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지만.. 보통은 상꺽쯤되면 1층으로 내려오곤 해.

 

맨 처음 갔을 때 짐정리 하는데 사제 물건은 절대 못 쓰게 했었어. 비누고 뭐고 간에 이병이 기합빠졌다고 벌써부터 사제 들고 오냐면서 다 압수 당했어. 후반기 시절에 사 놓았던 것들인데... 오로지 보급 비누만으로 다 해결하라고 했지. 샤워타올도 못 쓰게 해서 비누를 들고 몸에 문지르면서 샤워 했었고...

 

밥 먹을 때도 선임보다 늦게 먹어서는 안됐고 무조건 먼저 먹고 기다려야 했고, 샤워도 선임보다 늦게 하면 안되서 무조건 빨리 끝내고 기다려야 했어. 주말에는 선임들 빨래 모아서 비행갑판에 빨래 잘 마르라고 널어놔야 했었고, 운동화랑 단화도 죄다 꺼내서 말려놔야 했어. 냄새 나지 말라고 ^^;

 

이 외에 대수건 빨기, 쪼가리 웨이스빨기, 쓰레기통 비우고, 침대 정리하기, 부서 구석 먼지 닦기, 분리수거 하고..등등등 온갖 허드렛일은 다 했던 것 같아 ^^:

 

어쨋든 광양항에서 이틀정도 묶은 다음에 작전사로 돌아가는데, 나의 첫 항해였지. 나 그날 지독하게 멀미했던 것 같아. 잠을 자도 머리가 아프고 그런데 선임들은 당직서는데 나 혼자 자면 눈치 보인다고 생각해서 막 토하면서 함교 올라가 당직서실 때 같이 있고 그랬었어.

이때 사투리 하나를 배웠는데 ^^:

 

"야 째리냐?"

 

라고 묻는데 나 순간 째려보냐?로 이해해서

 

"아닙니다!"

 

라고 했거든.. 그랬던 아니긴 뭐가 아니냐면서 딱 보니까 째린 것 같은데 걍 내려가 쉬어 라고 하더라고. 뭔 소린가 했더니...

멀미하냐, 이 소리였어 ^^:;; 정확한 뜻은 나도 모르겠는데 술에 취했어도 "아 째린다" 이러는거 보니까 약간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말하는 것 같아.  서울 사람이었던 나는 경상도 사투리에 참 ... 많이 혼났지.

 

사투리 하니까 생각난 것도 있는데 내 바로 윗윗 기수 사람들이 마창진 토박이들이었는데 어느날 날 침실로 부르더니 그러더라고. 표준어 쓰지 말라고. 재수 없다고. 남자 새끼가 무슨 표준어냐고 사투리 배우라고 그래서 혼자 막 사투리 연습했던 기억도 나. 표준어 쓸 때마다 아구창 한대씩 날라갈거니까 알아서 주의해라라고 해서 엄청 긴장했었어...그래서 일병달때쯤엔 나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 ^^:; 휴가 나가면 애들이 나한테 너 왜 혼자 사투리 쓰냐고 막 그랬으니까...

 

 

어쨋든 난 멀미 진짜 독하게 했어. 출항 5분전 방송하고 호줄 걷고 출항! 외치면 우엑 멀미 시작이었으니까. 협수로 건널때 조타실에 들어가 항해일지 기록하고 항박일지 정리해야 하는데 멀미하느라 글을 제대로 못 썼어.

멀미하니까 기합 빠져서 멀미한다고 또 혼났던 기억 나네 ^^;;

 

내가 이병일 때 내가 탄 배가 순항함대 함대로 선발됐어. 그래서 내가 상병 될때까진 출동을 안 나갔어 ^^; 이병때 광양항에서 기름 받고 작사로 온 뒤부터 8월... 내가 4월에 전입와서 8월에 출항할때까지 무조건 배 수리만 했어.

너무 힘들었지 그때 ㅎㅎ;;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해. 자도자도 피곤한데 내가 가장 막내여서 피곤한 티도 못내고, 이거 하다가 불려가서 저거 하고, 저거 하다가 다시 불려와서 이거 하고..난생 처음으로 내 몸이 하나였던게 그렇게 원망스러운 적은 없을거야.. 진짜 너무 원망스러웠어.

 

다른 작업원 하고 있어서 못 갔더니 그것 때문에 또 혼나고... 매일 혼나고 기합 받고 욕 먹으면서 이병생활을 어찌어찌 버텼었어. 내가 상병달 때쯤에 삼촌기수가 말해주더라고. 너 이말일초때 함미갑판에 앉아서 바다 보고 있는거 보면 무서웠다고. 바다에 뛰어내릴까봐 ^^;; 그럴 생각 전혀 없었는데 말이지 ㅎㅎ 난 교회 다녀서 담배도 안 펴서 남들 흡연시간 가질 때 그냥 묵묵히 일했었어. 지금도 담배 안 피지만 그때 담배 안 핀거에 대해서 후회 안해. 분명 그때 담배 폈으면 지금 후회하고있겠지?

 

순항훈련 준비하는 것은 간단해. 걍 새 배로 만들면 되는거야. 간단하지? ㅎㅎ

페인트 벗기는걸 깡깡이질이라고 하는데 하루종일 그것만 했어. 깡깡이질하고 페인트 칠하고 바닥 샌드 벗겨서 샌드 다시 깔고, 우레탄 벗기고 우레탄 다시 깔고...

침실 우레탄 다시 깔 때가 대박이었는데, 침실이 제법 폐쇄적이거든. o-1 deck에 위치해 있긴 했지만 물이 튀면 안되니까 전 격실은 수밀하게끔 만들어져 있어. 그때 바닥 우레탄 벗기고 다시 우레탄 칠하는데.. 그 냄새에 중독되는 거 알아?

 

나 그때 우레탄 깔다가 중독되서 ㅎㅎ 난 기억 잘 안나는데 선임이 그러더라고. 너 그때 무서웠다고. 갑자기 우레탄 칠하는데 노래를 부르더래. 그런데 그 노래가 정확한게 아니고 막 뒤죽박죽이랬나.. 그래서 무서워서 너 업고 밖으로 나왔었다고 ㅎㅎ;; 여튼 덕분에 그날 하루 작업을 쉬긴 했었지만...

 

생도들 잘 침대랑 군악대들 잘 침대들... 죄다 우리가 직접 만들었고 탄약고를 정비한다고 탄약 빼는데, 정말 무겁더라고. 거기다가 나중에는 도크에 들어가서 생활관에서 생활했는데.. 흘선 아래로 샌드 뿌려서 다 씻고 닦고 하더라고. 죄다 우리가 했었지 ^^:; 진짜 힘들었어. 하루종일 작업원 나가서 닦고 칠하고 닦고 칠하고... 헉헉

 

막판에는 부식작업.. 즉, 바다에 나가서 먹을 식량 적재 작업 했는데 이게 하이라이트였어. 일주일내내 음식만 실었지..와, 대박. 진짜 얄짤 없더라. 너무 많아. 특히 쌀 실을때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 넉달간 160명이 먹을 양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실어도 실어도 끝이 안 보이더라고. 일주일 되서 다 실었다고 했을땐 정말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더라고.

 

그때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 지금은 어디 갔는지..영... 그땐 7월 말이어서 덥기도 너무 더웠고.. 근무복을 입고 작업을 못했어. 죄다 런닝만 입고 작업했지. 왜냐고? 너무 덥고 힘들었거든. 원래 그러면 안되는데..일이 너무 힘드니까 다들 그렇게 일했었어.

 

수리 다 끝나고 항해 전에 시운전하고 ^^;; 그때 첫 휴가 나갔던 것 같아. 앞으로 넉달간 휴가 못 가니까.. 길게는 못 나가고 내 기억으론 3박4일? 그 정도? ..

 

ㅎㅎㅎ 7월달에 일병 달고 나갔었는데.... 일병 이후는 다음에 이야기할게 ^.^

 

 

 

 

이병때 했던 일들은 위에 대충 적었지만 아마 함상근무하는 이병들은 거의 같을거야. 막내일이 다 그런거니까. ㅎㅎㅎ

 

청소전에 청소 할 물품들 다 채워놔야 하고, 작업원 차출하면 무조건 1순위로 나가야 하고, 여튼 수병님들이 뭔가 하기 전에 완벽히 준비를 마쳐놔야 했어. 안 그럼 혼났으니까.

 

 

 

다들 군생활 힘들었을거야. 나도 엄청 힘들었고, 때론 죽고 싶단 생각도 많이 했었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고 끗발차니까 조금씩 나아지더라고 ㅎㅎㅎ

 

 

그럼 다음편으로 와볼게~

 

근데 사실상 일병은 별 할이야기가 없어. 왜냐면 그땐 해외를 다니고 있었으니까 ^^: 아쉬운 점이라면 넉달 가까이 해외에 있다 보니 신병이 안 와서 난 여전히 막내였다는 점? ㅎㅎㅎ 12월 22일인가..그때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일말이었지 ^^; 그래도 막내였어 ㅎㅎㅎ 상병다니까 내 밑에 한 명 들어오더라고. 와 진짜 신기했었는데 ㅎㅎ

 

 

그럼 어쨋든 이병은 이만!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