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일기(16) - 고양이를 키운지 한 달, 내가 느끼는 것

박서제2012.10.27
조회3,301

고양이 일기 연재 블로그 - http://www.cyworld.com/i-e

 

 

 

 

 

 

 

 

 

 

열여섯번째 일기

 

고양이를 키운지 한 달, 내가 느끼는 것

 

 

 

 

 

 

 

우연한 기회로 고양이를 주워와 겪은 에피소드 덕에 고양이를 입양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루루를 키우게 된 지 어느 덧 한달 째가 되었다.

 

 

루루도 내가 회사를 마치고 문을열면 항상 문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만큼 잘 적응하고 있었다.

 

고양이와 동거를 시작한 후 집을 들어오면 온 방안에 덮혀있던 루루의 똥냄새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

 

창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지 않으면 옷에 냄새가 깊개 베여서 다른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내가 뀌지도 않은 방구를 덤탱이 씌이는 기분이랄까...?

 

 

 

한번은 옷에 똥냄새가 배인 것을 느끼지 못해서 옷을 입고 출근한 적이 있었는데

 

옆 선배가 출근 후 하는 첫 마디가

 

"어디서 똥 냄새 나지않아?" 라는 말이었다.

 

순간 내 옷에 코를 가져다 대니

 

 

 

역시나...

 

나에게서 루루의 똥냄새가 느껴졌다.

 

 

 

망했다 싶어서 밖으로 달려가

 

옷을 탈탈털었지만 냄새가 가시질 않아서

 

평소엔 가지도 않던

 

흡연구역으로 가서 가만히 있다가 들어온 기억이 있다.

 

당시 똥냄새보단 담배냄새가 낳겠다 싶어서 고안해 낸 반짝아이디어였다.

 

 

그 날, 내 옷에서 나는 루루의 똥냄새를 눈치 챈 사람은 없었지만

 

담배피냐는 소릴 몇번이나 들은 날이기도했다. 

 

 

 

이후로는 항상 옷에 샤워코롱이나 은은한향수를 뿌리고 다닌다. 

 

 

 

 

 

졸지에 나는 회사에서

 

향수뿌리는 남자가 되어있었다.

 

 

 

 

 

 

또 한가지

 

옷에 항상 묻어있는 털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출근하기 전에는 항상 찍찍이 롤러로 옷에있는 털을 제거하고

 

집밖으로 나가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창문을 열고 침대에 앉자 루루는 반갑다고 내 발을 졸졸따라다니면서 부비적거리기 시작했다. 

 

이 모습이 참 이쁘다.

 

 

 

하지만

 

가끔씩 내가 없는 12시간동안 어두컴컴한 이 공간속에서

 

나만 오길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루루에게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좋다고 내 발 밑을 졸졸따라다니며 부비적거리고 있는 루루였다.

 

거기에 화답하듯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니 루루가 골골 소리를 내기시작하며 벌러덩 드러누웠다.

 

나는 목과 배를 쓰다듬어주며 미안해 라는 말을 해주었다.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많은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끼기 시작했다.

 

동물도 사람과 같이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밥만 주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금은 귀찮아도 같이놀아주어야 하며, 배변도 치워주어야 하며, 외로운 마음을 달리주기 위해

 

사랑도 주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참 루루를 쓰다듬어주니, 루루도 기분이 좋아져서는 온 집안을 뛰어다녔다.

 

 

예전에 잠깐 반려동물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며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럴수도 있겠구나하며 무심코 지나쳐버렸었는데 지금은 그 내용이 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른다.

 

 

<나도 반려동물과 교감하고 있는 사람중 한명이 되고있다는 것이 아닐까...?>하며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어 어깨를 들썩 들어올렸다.

 

 

침대에 앉아서 뛰어다니는 루루를 가만히 바라보고있으니

 

루루도 행복해 보이는 것 같아서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은 지울 수 있었다.

 

 

 

 

한참 혼자 뛰어다니던 루루가 심심했는지 

 

장난감을 물어와 내 발 밑에 슬쩍 놓았다.

 

나보고 같이 놀아달라는 신호이다.

 

 

 

내가 검은색 깃털로 된 장난감을 이리저리 휘두르면

 

루루가 달려들어 물고 발로차고 난리를 부린다.

 

그러다가 깃털을 주방으로 던지면 루루가 쪼르르 달려가

 

깃털을 물어온다.

 

 

일명 <깃털 던지기>

 

이렇게 놀아줄 때 루루가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깃털을 물어와서 내 앞에 놓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퇴근 후 루루와 이렇게 놀아주고 나면 어느 덧 한 두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리는데

 

고양이와 놀고있으면 무서울정도로 빨리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까슬까슬한 무언가가 내 빰에 닿았다.

 

루루와 놀다가 나도모르게 잠이들었나보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정말 놀랐던 것은 혀 때문이었다.

 

루루가 내 손을 처음 햛던 날 까슬까슬한 감촉에 놀란나머지 손을 빼버렸다.

 

 

혀는 당연히 부드러울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인터넷에 고양이의 혀에관한 내용들을 쳐보니 그루밍을 하기위해

 

그렇게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요즘은 내 뺨에 닿는 그 따듯한 까슬까슬함이 싫지만은않다.

 

 

 

자고있는 나에게 다가와서 내 뺨을 몇번 햛아서 나를 깨운 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럼 내가 한쪽으로 슬며시 내몸을 움츠려 공간을 만들어주면

 

그 곳으로 파고들어와 또아리를 틀며 골골거린다.

 

 

처음에는 한쪽에서 움츠려 자는 것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는데

 

루루를 보고있으면 이상하게 그 불편함이 사라졌다.

 

 

그렇게 나와 고양이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 지는 것을 느꼈다.

 

 

 

 

 

 

 

 

 

 

 

 

 

 

 

 

고양이 일기(1) - 우연히 마주치다.
http://www.cyworld.com/i-e/6924243

 

 

 

고양이 일기(2) -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
http://www.cyworld.com/i-e/6924245

 

 

 

고양이 일기(3) - 정을 쉽게 준다는 것
http://www.cyworld.com/i-e/6924247

 

 

 

고양이 일기(4) - 인연이 된다면
http://www.cyworld.com/i-e/6924249

 

 

 

고양이 일기(5) - 빨라지는 심장소리
http://www.cyworld.com/i-e/6924274

 

 

 

고양이 일기(6) - 경계선 사이에서
http://www.cyworld.com/i-e/6924278

 

 

 

고양이 일기(7) - 고슴도치의 사랑
http://www.cyworld.com/i-e/6924282

 

 

 

고양이 일기(8) - 안녕
http://www.cyworld.com/i-e/6930731

 

 

 

고양이 일기(9) - 묘연(猫緣)
http://www.cyworld.com/i-e/6932049

 

 

 

고양이 일기(10) - 인연(人緣)
http://www.cyworld.com/i-e/6934577

 

 

 

고양이 일기(11) - 새로운 시작
http://www.cyworld.com/i-e/6996316

 

 

 

고양이 일기(12) - 1등 집사의 조건 
http://www.cyworld.com/i-e/6996317

 

 

 

고양이 일기(13) - 택배왔습니다.
http://www.cyworld.com/i-e/6996318

 

 

 

고양이 일기(14) -cat cafe 
http://www.cyworld.com/i-e/6996319

 

 

 

고양이 일기(15) - 장난감
http://www.cyworld.com/i-e/6996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