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 너를 놓아줄 때가 된 것 같아

종이학201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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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서 널 처음 만났고

마냥 친구이고 니가 남자로 안보였던 내가

나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내 눈에 반했다는 너의 말을 듣고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장점이라고는 마냥 밝음과 쓸데없는 친화력과 사교성뿐인 나를

공부도 탑, 성격도 탑이라 욕 한번 먹어보지 않는 니가 날 좋아해줘서

너 만나는 초반에 내가 어찌나 욕을 들어 먹었는지

아마 난 오래살거야

 

 

 

 

자칭 타칭 트리플 에이형인 니가 기다리고 기다리다

용기내어 전화해 떨리는 목소리로 좋아한다는 그 말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해

 

 

 

 

너무 어려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라

좋아한다는 표현을 더 틱틱대고 짜증냈던게 지금은 너무 미안해

 

 

 

 

내 감정표현 하나하나에 좌지우지되었었던

너의 기분까지도 하나하나 기억해

 

 

 

 

쓸데없는 오지랖과 친화력으로 많은 남자사람 친구들이 있던 나는

그것 때문에 널 정말 많이 아프게 했지

 

 

 

 

그저 그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기에

둘이 만나던 몇이 만나던 나에겐 니가 최고였기 때문에

별로 상관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나와

 

니가 괜찮아도 계속 보면 그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대체 애인과 친구의 기준이 뭐냐며 서운해했던 너

 

 

 

 

하지만 그런 내색 한번 안하고 속으로 끙끙대고

혹은 니 주변 친구들에게만 내색해 니 친구들 사이에서 난

여우같은 못된년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니가 해줬던 이벤트들, 너의 마음이 담긴 선물들.

 

 

 

 

표현도 거지같이 하는데 좋으면 좋다고 못하고 툴툴대는 내가

이벤트같은걸 잘 할 수나 있겠니

고작 내가 할 수 있던건 편지뿐

 

 

 

애교도 없고 감정의 기복도 심하지 않은 날 위해

니가 준비했던 촛불 이벤트

 

 

 

수십개의 촛불을 깔고 켜고 하느라 힘든 너에게

감동의 눈물? 고맙다는 말? 좋아해라는 표현은 커녕

"수고했어..."라며 나는 망발을 했다

널 만나면서 제일 후회했던 말 중에 하나야... 미안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자라서 표현하는데 서툴러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제일 친한 친구들마저 서운해 할 만큼 속이야기도 잘 안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기보다는

그사람을 나때문에 힘들게 한다는게 더 싫어서

너에게도 표현도 못했는데 이런 내곁에서 항상 아껴주고 예뻐해줘서 고마워

 

 

 

 

내 마음을 니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너와 함께일 때 나는 널 최선을 다해 좋아했다 그 누구보다도.

너는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내 딴에는 열심히 표현했다고 생각했고

또 내 맘속에 니가 매우 많은 자리를 차지했었는데 느껴지지 못했다면 미안해..

 

 

 

 

누군가에게 선물도 해본 적 없는 내가

널 위해 밤새 편지를 쓰고 니가 뭐가 제일 필요할까를 고민하고

지금 그렇게 하라면 늙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힘딸려서 못할 것 같다 ㅎㅎ

 

 

 

 

과일이 먹고싶다고 하자 시장에 가서 한박스를 사들고와

결국 다 먹지도 못하고 버려야 했지만

니가 박스를 들고 오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처음 심장이 뛰었다 ㅎㅎ

 

 

 

먹을거만 주면 좋아하고 쫒아가는 애 아니야

그냥 니가 그걸 사러 가면서 또 사면서 또 들고 오면서

내생각만 했을 거라는게 너무 행복하고 고맙고 감사해서

그때 처음 설렌다는게 뭔지 알았던 것 같아.

 

 

 

우린 취미도 비슷해서 너무 좋았는데

서로 음악을 좋아하고, 넌 운동을 좋아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운동을 매우무척아주많이엄청 좋아하는데

니 앞에서는 해본 적이 없어

 

 

 

하도 선머슴같아서 운동까지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니가 날 조금은 여자로 보지 않을 것 같아서

이제까지 남자사람 친구들이 날 대한 것처럼 날 대할까봐

어린 마음에 너에게 작은 내숭도 떨었었지

 

 

 

 

내가 피아노치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말한 너

예전에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피아노를 쳤던 내가

단지 너의 그 한마디 때문에 다시 펜을 들고 널위한 노래를 만들고

작곡도 시작했어

물론 끝내 널 생각하며 만든 내 노래는 니가 들을 수 없었지만 말이야

 

 

 

 

날 좋은 날 밤에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아서 쉴 때 했던 첫키스를 기억해

정말 너무 떨리고 뭐든지 처음이라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걱정 말라는 듯이 내가 널 지켜줄 거라는 듯이

날 포근히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니 손길도 기억해

 

 

 

 

거의 일주일 내내 붙어있는 우리는 데이트 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너는 내가 좋으니까

좀더 맛있는거 먹여주고 싶고 좀더 좋은거 보여주고 싶고 좀더 예쁜 곳에 가고 싶어했지만

난 어디에서 뭘 하던, 그냥 니가 있는데면 좋았으니까

니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내가 원할 때 니 손을 잡을 수 있다는게 그냥 좋았으니까

 

 

 

 

불가피한 상황으로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됬고

공부를 한답시고 뜸해지는 너의 연락과

그게 서운해 질투유발하려고 계속 언급했던 다른 남자로 인해

우리는 결국 헤어지고 말았고

헤어지는 과정에 너와 나 둘다 너무 큰 상처를 입었어

 

 

 

너는 내가 멀쩡한 줄 알았겠지만

나는 역시나 겉으로만 괜히 쎄보이려고

너따위쯤이야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걸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썻어.

 

 

 

 

물론 나는 그 뒤에 연애를 했지

또 너무 좋아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 너랑 비교하게되더라

 

 

너는 나에게 첫 남자는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너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끙끙 앓는 걸 보면

넌 나의 첫사랑인가봐

 

 

 

너도 그랬지 내가 니 첫사랑이라고

 

 

 

나랑 헤어지고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넌 아무 여자도 만나지 못했고

또 썸이라도 있을라치면 내 생각이 나고 웬지 모르게 나에게 죄책감이 드는 것 같아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했어

 

 

 

좋다고 안고 뽀뽀하고 손잡고 키스했는데

하루아침에 친구되는거 난 못한다고

헤어진 남자랑 어떻게 친구하냐는 나였는데

너에겐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1년에 두번씩은 꼭 연락했던 것 같아

 

 

 

괜히 너에게서 나를 잊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겠지만,

혹 그럴 수도 있어. 니가 날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그래서 그랬던 거일지도 몰라

 

 

 

연락이 된 니가 나에게 한 말중에 하나가

대학 동기들이 날 다 안대

내 이름을 다 안대

술만 먹으면 날 찾아대고 니가 내욕을 그렇게 해대서

내가 너희 과에서 그렇게 유명하다고 하더라

난 그냥 "나 안주삼으니까 재밌냐 새키야" 하고 웃으며 넘어갔지만

그만큼 니가 힘들었다는 사실에 그렇게 미안할수가 없더라

 

 

 

 

나는 정말 겁쟁이야.

3년동안 니가 쭉 좋았어

나말고 여자는 없다는 말에 괜히 설렜고

보고싶다는 너의 말에 떨렸고

너는 내가 지켜줄거라는 말에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놈에 자존심이 뭔지 자꾸 널 밀어냈어

결국 지친 넌 긴 솔로생활을 마치고

널 많이 좋아해주는 예쁜 여자를 만났지

 

 

 

그여자를 만나기 직전까지도 너는 나와 그여자 사이에서 갈등했고

나는 이제까지 괜히 내가 널 붙잡아 놓은 것 같아

이제 니가 좀 그만 힘들어야겠다 싶어서

나는 니가 진심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예쁘게 잘 만나라며 너와 마지막 종지부를 찍었어

 

 

 

근데 그거 알아?

내가 너와 종지부를 찍은 그날,

나는 너와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려 했어.

근데 니가 먼저 선수치더라 ㅎㅎ 여자가 생겼다고.

 

 

 

 

난 정말 못되게도 그여자와 너 금방 깨질 줄 알았어

니 인생에 아직은 나라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아니더라

1년가까이 예쁘게 만나더라

 

 

 

너 나 질투 진짜 심한거 알지

가슴 밑에서부터 답답한게 쭉쭉 올라오고 열이 뻗치는데도

연락을 안하다가 니가 너무 생각나고 자꾸 생각나서

또다시 연락을 했는데

우린 완벽한 친구사이가 되었더라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아 이제 나는 널 흔들수가 없구나

이제 니 안에 내 자리는 조금도 없구나 싶더라

 

 

아파

라고 문자 하나 보내면 죽을 사오고 편지를 써주고

그 핸드폰 거들떠도 안보는 니가 나때문에 핸드폰을 붙잡고 살던 니가

이젠 내가 아파라고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아.

 

 

 

맞아 이젠 내가 아픈건 너랑 상관이 없지

 

 

 

 

나 기억력 되게 나쁜데

너 말고 다른 남자친구들이랑 했던건 하나도 생각 안나는데

유난히 너와 관한 기억들은 이렇게 생생한지 모르겠어

 

 

 

 

이거봐 난 정말 겁쟁이야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인데 나는 또 인터넷,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남기고 있잖아

 

 

너는 판을 보지도 않는데 말이야.

 

 

 

널 정말 많이 좋아했어

지금도 좋아하고있는지도 몰라

 

 

니덕분에 헌신적인게 뭔지 배웠고

배려가 뭔지 배웠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배웠고

어떻게 아껴줘야 하는지 배웠어

 

 

 

애교 하나 없는 나

멍청이같이 표현도 못하는 나 오랜 시간동안 많이 좋아해줘서 너무 고마워

 

 

 

이젠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잘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