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애정을 갈구하는 아버지... 괴롭습니다.

구름201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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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에 내딸서영이를 보면서 울 아버지를 자꾸 떠올리게 되네요.

 

저희집은 서영이네랑 아주 같지는 않지만 얼추 비슷한 사정이 있는 집안입니다.

 

무능하고 무능한 아버지... 그리고 고생하시는 엄마.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힘들었던 자매들...

 

그나마 서영이 아버지는 뭐라고 해보려고 발버둥은 치셨지요. 어릴때 부잣집 장남으로 자라

 

할머님께서 귀하게 기르신탓에, 남에게 고개숙일줄도 모르고 과시욕 심하고 다른사람을 배려할줄

 

모르는 그런 성격으로 성장하신지라... 뭐든 지긋하게 일을 해보신적이 없는 울 아버지...

 

월급쟁이는 단한번도 해본적 없으시고 사업을 하면 초반에 벌려놓기만 하고 나중엔 엄마에게 다 미뤄놓고

 

나몰라라 하시거나 사기당하고, 손해보고 너무나 쉽게 또 포기해버리던 울 아버지...

 

재혼이면서 초혼이라 거짓말, 학력 성격 모두 속아서 시집와 혹독한 시집살이에 집안이 망한 누명까지

 

뒤집어쓰고 매일을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면서도 자식들 차마 버리지 못해 살아오신 울 엄마가 하신

 

고생은 정말 이루 말로 할수없을 정도입니다. 그 와중에 제가 고등학교때, 언니들 대학 등록금이며

 

생활비에, 제대로 버는것도 없이 과소비를 일삼던 아버지탓에 하나둘 쌓여가던 빚을 엄마가 다 뒤집어

 

쓰시고 그때부터 입주도우미일을 하시며 따로 살게 되었습니다. 무능한 아버지는 그때부터 가사일을

 

하셨죠. 매일 사업한방으로 크게 벌거라는 망상만 하시면서요....

 

저는 어릴적부터 아버지가 엄마와 어린언니들에게까지 휘두르는 끔찍한 폭력과 ㅅ자 들어가는 욕을

 

입에 달고살던 아버지가 너무 싫었습니다. 막내라고 저를 늘 끔찍하게 생각한다 하셨지만, 네

 

그럴때도 있긴했죠. 근데 잘해줄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갭이 너무나도 큰 분입니다.

 

애정을 갑자기 쏟다가도 순식간에 돌변해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분입니다.

 

저는 늘 그게 싫었습니다. 언제 갑자기 돌변할지 모르는 태도때문에 늘 아버지가 두려웠고 미웠고

 

또 싫었습니다. 술주정부리며 깽판치고 애정표현이라며 숨막힐정도로 끌어안다가 주정부리다가

 

엄마를 두들겨패고 나에게 엄마욕하는 그딴걸 애정표현이라고 하는 아버지가 너무 싫었고 역겨웠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 그래왔습니다. 쭉 그래왔어요

 

이쯤에서 서영이를 떠올리면, 저, 고등학교 첫 등록금 내고 졸업때까지 한번도 낸적없습니다.

 

절반은 성적때문에 면제되었고 절반은 어려운 사정의 학생들에게 주는거, 담임쌤께 거의 구걸하다시피

 

해서 받았습니다. 다행히 부양해야 할 동생은 없었지만 언니들이 반대로 저를 그렇게 부양해주었습니다.

 

학교 휴학하고 알바하면서, 저 단과학원비 책값이며 소소하게 용돈도 주고 그렇게 부양했지요

 

대학도 전액장학금받고 갔고 대학시절 필요한 돈은 대부분 과외나 아르바이트로 벌어 썼습니다.

 

아버지가 용돈 주시긴했죠.. 한달에 한번 3~5만원씩.. 언니들에게 받아서요...

 

그래도 저는 아버지를 그렇게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서영이처럼 아버지에 대한 미움만 남은게 아닙니다.

 

그렇게 과시하기 좋아하고 돈쓰기 좋아하는 분이, 돈한푼 아까워서 벌벌떨고 반지하방에서 벽에

 

스트로폼 발라가며 가스값 아끼고, 그 좋아하는 옷도 한벌 제대로 못사입으시고 초라하게 지내는게

 

저도 자식인지라 가슴아프고 안타까웠어요. 물론 딸이 대학원서 넣을 돈이 없어서 원서도 못넣는

 

집안 상황에 자식들과 아내만 일터로 내보내고 집만 지키던 아버지가 밉고 너무하다 생각한적이

 

한두번은 아니지만, 제 마음속엔 미움과 연민과 또 감사의 마음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몇번씩 언니들이나 저나 집을 떠나보려는 시도는 한적이 있지만 결국 남겨진 사람들과 나이든

 

아버지를 버릴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언제나 독립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고, 집나오고 싶다는 생각, 결혼해서 이집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수시로 들지만... 제가 떠나면 남은 가족들은? 쓸쓸해할 아버지는? 이런 생각이 발목을 잡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얼마전부터 뭔가 이상하다 생각해왔지만.. 아버지가 요즘 참 부쩍 저희에게 집착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다 갑자기 하시는 말씀이. 외로우시답니다.

 

방에 혼자 있으면 미칠것 같이 외롭고, 죽고싶고, 그게 무서워서 죽을것 같으시답니다.

 

인생이 허무하고 옛날 생각만 나시고, 뭘 해도 흥미가 안생기고 허무하시답니다.

 

 

그렇게 말씀을 던져놓으시고는... 너무나 당연한듯 그렇게 애정을 갈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톡톡 쏘아붙이고 상대방의 약점을 꼬집어서 괴롭히고, 듣기싫은 말로 힘들게 하던 대화법도

 

바꾸고 마치 딴사람이 되신것처럼 온화하고 너그럽게 행동하고 말씀하려 하시는데

 

저희는 그게 너무 심하게 적응이 안됩니다. 이미 수십년, 아버지와는 어떤 선을 만들어 쌓아왔는데

 

갑자기 그 선을 넘어오시고 싶어하십니다. 저희가 어디를 나가면, 그게 어디든 따라오시려 하십니다.

 

출근 준비를 하면 화장하고 드라이하고 옷입는것까지 빤히 쳐다보시고 집에오면 저희방에

 

딱 붙어서 자꾸 뭔가 참견하려 하고 말을 걸려고 하십니다...

 

노력은 합니다. 외롭고 힘드시다니까요. 근데 너무 지나칩니다. 지나쳐도 좀 많이 지나칩니다. ㅠ

 

뭔가 배워보시라고 했습니다. 돈들어서 싫다십니다. 누군가를 만나보라 했습니다. 자신이 초라해서

 

싫으시답니다. 뭔가 흥미있는 일을 해보시라 했습니다. 흥미있는게 없다 하십니다.

 

동물이라도 키워보시라 했습니다. 동물이 정말 싫으시답니다 ......

 

병원에 가보시는게 어떻냐고 말은 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평소에 병원 죽도록 싫어하시는 분이라

 

말도 못꺼내겠습니다 ....

 

결국 저희가 아버지가 원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애정을 쏟아달라는 말씀이신데.

 

그게 너무 힘듭니다. 사실 요즘은 오히려 제가 죽고 싶을만큼 힘이 듭니다. 숨이 막히고 집에 가기가

 

싫을 정도입니다. 집에가면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화장실앞까지 쫓아오는 아버지가 숨이 막히고

 

그 애정을 갈구하는 눈빛이 겁이 납니다. 출근할때 버스정류장까지 쫓아와 손흔들어주는게 싫습니다.

 

물론 집에서 대화상대 해드리고, 맞장구 쳐드리고, 같이 밥먹고 청소하고

 

늘 해오던 정도는 충분히 해드릴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을 요구하면 너무 힘이듭니다.

 

아까도 말한것처럼, 아버지에 대한 저와 언니들의 마음은 애정이라기 보다는 연민과 감사와

 

미움이 뒤섞인 감정입니다. 그렇게 남들처럼 탁 터놓고 애정을 표현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저랑 언니들 나이가 이미 30대입니다...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이제와서 뭘 어떻게 해달라는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특히 저에 대한 집착은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합니다... 막내라 그런지 애기취급에

 

뭔가 말을 하려해도 꽁알꽁알 꽁알꽁알거리네 ㅎㅎ 하며 들으려 하지도 않는게 너무 지겹습니다

 

집을 탈출하고 싶지만 언니들, 엄마에게 짐을 지우는것 같아 그렇게도 못하겠고 불쌍한 마음도 들어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요즘은 결혼도 안하는게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우리 아버지 ...

 

어떡합니까. 맘 상할까봐 입앞에까지 나오는 말을 삼킨적이 한두번도 아닌데 요즘은 너무 지쳐서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가 가끔 냉정해져가는걸 느낍니다. 그러면 또 서운해하고 섭섭해하는 모습을

 

봐야하는데 그러면 제가 천하에 나쁜년이 된것같고 하루종일 마음이 돌덩이를 얹은듯 무거워요

 

너무 괴롭습니다....

 

그래도 글로 좀 풀어놓으니 마음이 후련해지는듯해요.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