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한게 왜 엄마한텐 불효야

도대체효도가뭐야2012.11.05
조회3,719
안녕하세요,
좋아하는사람 만나 행복하지만 가끔씩 울컥 밀려오는 분노와 서러움에 자다가 눈물 흘리는,
엄마 가슴에 대못박고 결혼하는 30대 여자입니다.
약간은 방탈이지만 어제 저녁에 방송한 가족관련된 프로그램을 보다가 너무 공감도 가고 내인생, 내가족에 대해서 돌아보다가 한풀이라도 하고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좋은 점수, 좋은 대학, 대기업만이 인생의 성공이라고 여기시는 엄마 밑에서 내인생, 내생각, 내꿈 같은건 내밀어 보지도 못한채 20대를 맞았습니다.
내가 원하는걸 조금이라도 내비쳐 보면 엄마는 항상 더러운것이라도 보는것 마냥 질색하시며
내가 원하는걸 하다가는 실패한 인생을 살거라는듯한 눈치를 주셨었죠
그저 엄마가 시키는대로 하는게 인생을 잘 살고 성공하는 길이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것, 하고 싶은것들은 꾹꾹 눌러 참고 
그렇게 참고 참아도 밀려 올라오는 내 스스로의 욕구들에 대한 죄의식까지 느껴가며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소심해지고 소극적이 되어갔지만 (좋아하지 않는걸 하니까요..)
그런 모습마져 엄마가 싫어하셨기에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좋아하셨어요), 겉으로는 싫어도 밝은척, 당당한척 하려고 무척 노력하였고,
아무래도 진정한 당당함이 아니기에 비춰지는 그런 어설픔에 엄마가 질색을 하시면
정말 큰 죄라도 진 양 나라는 사람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잠이 들때까지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성인이 된 나는 어느순간부터는 내 욕구들은 틀어막는다고 되는게 아니라는걸 알았습니다.
엄마와 대화하고 타협해보려고 했지만, 그럴때 마다 제가 인생을 덜 살아서 잘 모르는거라는 식으로 역정내며 저를 설득하셨죠
엄마도 은연중에 제 근본적인 성향이 엄마가 싫어하는 성향임을 알고계셨기 때문에(성공보다는 마음의 편안함을 추구합니다. 남이 부러워하는걸 하기 보다는 제가 좋아하는걸 하는걸 좋아합니다.)
조금이라도 내 본 성향이 나오려고 하면 심하게 억누르셨어요

엄마를 원망하는건 생각도 못했습니다.
원망하려는 마음이 생길때 마다 자책하고 괴로워했어요
엄마는 날 사랑해서, 내가 잘되길 바래서 그렇게 하시는것이었으니까요
어떻게든 맞춰보자 엄마랑 나랑 둘다 행복할 수 있는 타협점이 어딘가는 있을것이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시기 전까지는요..

아빠의 유책사유로 이혼하시고 나서, 엄마는 저에게 더 집착하시게 되었습니다.
자존심 세시던 엄마에게 이혼이라는건 인생의 실패라는 낙인으로 다가왔던것 같습니다.
이미 실패한 엄마인생은 포기하고 내인생으로 삶의 희망을 가지고 싶으셨던것 같아요

사실 엄마가 그렇게 질색하는 나의 성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것입니다.
두분은 제가 어릴때 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저를 더욱더 억누르신건 어찌보면 당연할수밖에요..

몇번씩의 대화 시도가 좌절되고나서는 내 스스로의 인생이 너무 불행하게 느껴졌고,
자다가 꿈에 넌 아무리 잘 길러봐도 그것밖에 안된다며 손가락질 하는 엄마에게 아니라고 소리소리를 지르다가 깨는 일도 몇번이나 있었어요
답답함이 억울함으로.. 억울함이 분노로 자꾸만 쌓여가더라구요

우울증에 자해에 늘 이어지는 자살생각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는 삶을 살고 있었어요
웃긴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미움받을까 무서워 그런 망가진 모습은 엄마에게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는거죠
엄마 앞에서는 항상 잘되는거, 엄마가 원하는대로 잘 하고 있는 것만 얘기했어요
그렇게까지 만족하시진 않았지만 적어도 경멸스러운 눈초리는 안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나는 다 컸는데도 엄마한테 혼날까봐 두려움에 떠는 어린아이 같았어요

그나마 같은 성향이었던 아버지가 이혼하고 떠나신 후에는
제 증상은 점점 심해져 공황장애까지 왔습니다.
회사에서 발작이 일어나면 정말.. 차라리 죽는게 났지 싶은데도
엄마 말대로 조금이라도 내 원래 모습이 비쳐지면 사람들이 나에게 손가락질하고 멸시할까 무서워(엄마는 은연중에 내 원래 성향은 사람들에게 멸시받을만한 나쁜 성향이라는 암시를 주었었어요아마도 아빠 때문이었다는 생각은 하지만요..)
화장실에서 헛구역질하고 돌아와서 억지로 웃으며 일하곤 했어요

어느순간 분노는 머리끝까지 차올라
회사에서 누구던 나를 건드리면 겉으로는 네네 하면서 속으로는 그사람을 죽이는 상상까지 해볼정도로
분노감이 아슬아슬할 정도였어요..
조금만 더 갔으면 아마 실제로 무언가를 때려부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느순간 이렇게 살다가는 진짜 말라 죽겠다 싶어서 독립선언하고 집을 나와버렸습니다.
아무리 잘 설명 해 보아도 여자가 독립해서 산다는건 문란하게 산다는거랑 똑같은 의미라면서 기껏 잘 길러놨더니 스스로 흠집내려고 하느냐는 엄마랑 싸우다시피 해서 나왔어요
그나마 스트레스는 좀 줄었지만 뿌리깊은 우울감과 이젠 가족마져 없다는 그 사무치는 외로움을 견디기가 정말 힘들더라구요

그런 상황에서 지금의 제 예랑을 만났어요
그때 당시 내 상태는 너무 최악이어서 나도 타인도 너무너무 증오스러웠고
그 타인중에 하나인 예랑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고 가까이 올수록 오지말라고 예리하게 상처를 주었었어요
근데 인터넷 어딘가에서 본 피를 흘리면서도 선인장을 꼭 껴안고 있는 아이그림처럼
상처 받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어느순간부터 이사람은 모두 싫어한다는 내 원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겠구나 처음으로 믿음이 갔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신세계더군요
내가 좋아하는걸 얘기하면 같이 좋아해주고
내가 하고싶은 얘기를 해도 얼굴 안찌푸리고 진심으로 웃고 
내가 원래 모습 그대로 다 보여줘도 그런모습의 저를 좋아하더라구요

그사람이랑 있으면서 진짜 원래 모습의 나를 찾았어요
원래 갖고 있던 내모습인데 하나하나 찾아가며 어찌나 새롭던지..
아.. 내가 원래 이런사람이었구나.. 
아.. 나한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내가 생각보다 소심하지도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는구나
내가 뭘 하던, 심지어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이사람은 내 뒤에 있어주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기니까 
만난지 3년만에 정말 우울증이고 공황장애고 전부 사라졌어요

서론이 길었네요..
그런데 이사람 저보다 학벌이 낮아요 대학 수준이 아니라 대학 등급자체가 다른 등급이예요
집안도 잘 사시는 편이긴 하지만 우리집과 다르게 공부나 명예등에 별로 관심이 없는 집안이예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숨쉬고 행복한게 명예나 돈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가 엄마 얼굴에 똥칠을하네, 미쳤네 별소리를 다 들었네요 ㅎ
겨우겨우 설득해서 결혼진행을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안좋은일만 생길거라며 부정적인 소리들만 쏟아부으시더라구요
그래도 결혼 허락해 주셨으니 참자 참자 하다가 한번 그만좀 하시라고 대들었다가
길러준 은덕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년이라며 머리채 잡히고 싸대기 맞고 인연 끊자는 소리 들었네요
한번도 때리신적은 없는 엄마인데..

모르겠습니다..
제가 행복한게 엄마에게 그렇게 큰 불효입니까?
엄마에게 행복감을 안겨주지 못하면 저는 쓸모없는 자식입니까??

사실 전 날짜는 아직 석달도 더 남았지만 이미 살림을 합친 상태입니다.
집안일과 상관 없이 내 스스로의 가치는 지키자 싶어서 남친도 독립, 저도 독립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귀는 동안 절대 동거는 하지 않았습니다.
남친 집에가서 놀다가도 일부러라도 잠은 꼭 집에와서 자곤 했어요
이런 집에서 자랐기 때문에 더욱더 스스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같이 살면서 조금이라도 더 남자친구의 따뜻한 정을 받았으면 했던 동거의 유혹을 꾹꾹 눌러 참았던거라
결혼이 거의 확실시 되고나서는 신혼집에 살림을 합쳤어요
엄마는 모르십니다. 알면 또 난리치실것 같아서 말 안했어요

사실 살림 합치면서 혹시라도 이제 살림 합친다고 나에대해 소홀해지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 많이 했는데
예랑은 정말 더 많이 사랑해주고 더없이 아껴주고
행복이라는게 세상에 있기는 한건가? 늘 궁금했었는데
매일매일 서로 아껴주면서 살아가는게 정말 더 없이 행복하네요

내가 회사에서 늦는날엔 예랑이 먼저 퇴근해서 내가 오자마자 밥먹을 수 있게 밥을 차려놓고
그럼 나는 고마운 마음에 설겆이는 내가 하겠다고 하고 예랑 몰래 도시락을 싸놔요
아침에 도시락 안겨주면 바쁜데 언제 그걸 쌌냐며 어찌나 고마워 하는지..
무얼 해줘도 고맙다는 말 보다는 이걸 잘못했네 저걸 잘못했네 하는 저희집 분위기랑 너무 다르네요

살면서 이렇게 행복하고 마음이 따뜻한적이 없었는데
엄마가 원하는걸 해주지 않는게 불효라면
효도라는건 부모의 꼭두각시가 되는것 인지요

엄마랑 안좋은 추억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마가 내인생에 매달리시는 동안 엄마 스스로 행복했냐면 그것도 아니라서 
이렇게 된게 엄마한테 죄송스럽기도 하고, 엄마한테 나도 효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치가 떨리게 지긋지긋합니다.

무슨 얘기를해도 엄마가 너보다 오래 살았으니 무조건 엄마 말이 맞다는 엄마
엄마말 안듣고 내가 원하는대로 살면 인생 실패할거라는 엄마
난 당신의 꼭두각시가 아니예요
난 차라리 불효녀로써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인생을 살겠어요

엄마가 실패라고 말하는 나는
나름 작지 않은 기업에서 내 나이대의 다른 친구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으며
회사에서 인정받고 동기들보다 특진하고 
굳이 맞벌이니 가사분담이네 뭐네 외치지 않아도 나에게 작은거라도 더 해주려고 하는 
서로 아껴줄줄 아는 좋은 사람 만나 사랑받으고
엄마가 보기엔 보잘것 없겠지만 마음 착한 친구들에게 위로받으며
행복하게 삽니다.
도대체 뭐가 실패고 뭐가 성공이죠?
대기업 안들어가서? 사자 들어가는 남편 못만나서? 친구들중에 '성공'했다고 말할만한 사람 없어서요?

지금이야 맘 편하고 행복한것 같겠지만 자식 나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거라고 했죠? 
자식에게 아버지의 후광을 비춰줄수도 없고, 연줄로 든든하게 뒷받침 해줄수도 없어서, 남겨줄게 없어서
후회할거라구요?
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줄거예요
스스로 서는 법을 알려줄거예요

엄마, 난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