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이상한 애아디다스라는 건무슨 뜻이지?물론 그녀가 지금“내꺼 아디다스다. 와하하 부럽지?”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나도 충분히 알고 있다.“...지 진짜예요...그거...아디다슨데...비싼 건데...”이제는 아예동그란 눈?占?눈물까지 글썽이며아디다스를 재차 강조한다.“...아...네...아 아디다스요...좋죠 아디다스...하하...”“그쵸? 그거 요새 많이 입거든요. 요즘 유행이에요.”딱히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몰라할 수 없이 그녀의 말에 동의하자금세 표정이 밝아지며 신이 나서 말한다.“그거요...절대로 이상한 옷 아니에요.”아아...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겠다.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아마도 마지막에 한 그 말일 것.전날 새벽에‘딸기’ 앞에서 나와 마주쳤던 일이맘에 걸렸던 모양이다.그때 그녀는누가 보더라도민망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니까.사실그게 문제인 것은 아니다.중요한 것은 그때 그녀의 옷차림이 아니라‘딸기’에서 나오고 있었다는 것.그리고...‘딸기’는 안마시술소라는 것.또한그녀가 무슨 옷차림을 하고어디에 있었든 간에사실 그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나와 그녀가,아니 그녀들이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우리는 그저어느 한 피씨방의 알바생과그곳을 이용하는 손님일 뿐.그렇다고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들과 대화한 일은손에 꼽을 수도 있을 정도이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그녀가 지금 이렇게‘아디다스’를 내세워나에게 변명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아는지 모르는지귀염녀는 어느새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나를 쳐다본다.아마도“이상한 옷 아니에요.” 에 대한 답변을기다리는 듯하다.뭐라고 하지?알겠습니다? 괜찮아요? 이상하던데요?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내가 그녀에게그녀의 옷차림에 대해또 그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말할 권리도, 상관도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아 네...그런데...어제 왜 거기에서...?”......바보.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역시 바보다.도대체 내가 그걸 알아야 할 이유가어디에 있단 말인가.나는 왜 굳이내가 알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을그녀에게 요구하는가.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이 말에귀염녀의 표정이다시 굳어지기 시작한다.얼굴이 또 한 번 발갛게 달아오른다.다시 눈물이 글썽거린다.그리고는...이내 무서운 눈초리로 나를 쳐다본다.잔뜩 상기된 얼굴로 무섭게 나를 쏘아본 그녀는곧이어휭바람소리와 함께 등을 돌리고는빠른 걸음으로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이런 멍청한 녀석.차라리 죽어버려라 쓸모없는 놈.그래야 할 이유도 없는 내게간신히 변명을 해낸 그녀를나는 다시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자리에 돌아간 그녀는자신의 앞에 놓여진 키보드를 밀쳐놓고그 자리에 엎드려 얼굴을 파묻는다.어깨가 들썩이지는 않는 걸로 봐서우는 것 같지는 않긴 하지만어쨌거나 내 탓이다.다 내 잘못이다.그녀들을 만난 후로어째서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걸까.하룻밤 사이에도수십 명의 손님이 들락거리는 이 피씨방에서나는 왜 오직 그녀들로 인해 신이 나고그녀들로 인해 가슴을 졸이게 되는가.출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힘이 빠지는 기분이다.나는 카운터에 퍼질러 앉은 채로일어날 수가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사장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그러고보니요즘 사장의 출연이 뜸했다.이제 슬슬 나와줘야지.어차피 출연자도 몇 안되거든.“언제 왔냐?”“오늘요.”“......”“......”내가 하루를 쉰 그날부터사장과의 대화는 늘상 이런 식이다.딱히 궁금해서 묻는 것도 아니고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사장은 단지......삐졌을 뿐이다.대화 한 마디 없는지루한 시간이 계속 된다.이 가게 사장은은근히 소심하다.그렇다고내가 먼저 말을 꺼내관계를 개선시키기도 뭐하다.나는 잘못한 게 없거든.“내일부터 요금 올리기로 했다.”“네.”담배만 뻑뻑 피워대던 사장이한참만에야 말을 꺼낸다.간신히 꺼낸 말이 고작 저거다.“내일부터는 시간당 천원이다. 가격표 뽑아서 문 앞에 붙여놔라.”사실 우리 피씨방은요금이 저렴한 편이었다.이 동네는 유흥가인만큼피씨방도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그렇지만피씨방이 많은 만큼손님도 분산되므로도무지 남겨먹을 게 없던 피씨방 업주들은동맹을 맺고 가격담합을 하기에 이르렀다.내가 처음 알바를 할 때만 해도시간당 팔백 원이던 것이고작 한 달여가 지나는 동안이백원이 뛰었다.“그만 들어가 봐야겠다. 가게 잘 봐라.”오늘도 사장과 나눈 대화는고작 몇 마디에 불과하다.사장은 그날 이후로나와 대면하는 것이 불편한지내가 출근하면 곧바로 퇴근해 버린다.뭐물론 나야 좋긴 하지만.아참,그러고보니...“참, 사장님. 그럼 정액요금은 어떻게 할까요?”“아...정액? 글쎄 그 얘기는 오늘 안했는데...요즘도 정액손님 있긴 있냐?”“그럼요. 매일 너댓명씩은 있어요.”사실 그건 거짓말.유흥가에 위치한 이 피씨방에는야간에 찾아오는 손님이라고는술 한잔 마신 아저씨들,그리고 새벽에 영업을 마친 우리 형님들,그리고 그녀들.그 중에서도야간정액을 이용하는 손님은오직 그녀들 뿐이다.“뭐...한 이천원쯤 올릴까? 그래도 칠천 원밖에 안되는데...”“너무 많이 올리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싼 맛에 야간정액 하는 건데.”사실시간당 천원이면열 시간이면 만원.정액요금을 올려서 칠천원이 된다 해도규정요금에 비한다면비싼 편이라고 볼 수는 없다.그래도야간정액의 주 고객인 그녀들에게부담이 가서는 안되거든.“뭐 어차피 내일부터니까 일단 놔둬봐라. 한번 얘기해보고.”“예. 그러죠. 들어가세요.”“오냐. 가게 잘 보고. 일 있으면 연락하고.”오호.이제 슬슬 말을 하기 시작하는구나.하기사내가 불편하게 느낀 만큼사장도 불편한 게 있었겠지.그걸 해소할 계기가 없었을 뿐.그나저나그녀들은내가 이렇게 자신들을 위해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슬며시 그녀들이 앉은 쪽을 쳐다보니귀염녀는 어느새 일어나 앉아 있다.하긴,울지도 않는 주제에그 자세로 오래 있으면팔이 저리거든.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나목을 빼고 그쪽을 보려는데이쪽으로 슬그머니 얼굴을 돌리던 그녀와딱눈이 마주친다.당황하여 눈길을 피하려는데그녀는 여전히 무서운 얼굴로나를 한번 쏘아보고는자신이 화가 났음을 어필이라도 하듯고개를 홱 돌려버린다.......겨우 사장이랑 풀리는가 했더니이젠 저 여자랑...지금까지의 내가 혼자 실수를 하고혼자 고민했던 것과는 달리오늘의 그녀는확실히 화가 나 있다.나를 노려보고 있다.따라서 지금까지는가만히 있어도 일이 해결되었으나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다.어떻게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뭐그렇다고는 해도딱히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새대가리인 내가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낼 리도 만무하다.에라 모르겠다.어떻게든 되겠지 뭐.참세상 편하게 산다.새벽이 되자어김없이 형님들께서친히 방문하신다.앞에서는형님들을 미화해서 표현하긴 했으나사실 이분들만 오시면죵니 피곤해진다.“알바야! 여기 커피 다섯 잔!”“알바야! 여기 컵라면 세 개!”“알바야! 야한 거 보여줘!”“알바 이새끼야! 내가 네이버 깔아노라 캤는데 왜 아직 안 깔아놨어!”형님들이 컴퓨터와의 인내심 대결에서 패배하고이 피씨방을 뛰쳐나가실 때까지정성을 다해 수발을 들어야 한다.그렇게커피를 배달하고컵라면과 음료수를 갖다 나르고야동 다운받아주고네이버를 깔아;주느라부지런히 뛰어다니다가녹초가 되어 간신히 카운터로 돌아온다.“또로롱.”스피커에서 맑은 소리가 울리며카운터의 메인컴퓨터에 쪽지가 뜬다.[알바야 여기 커피 세 잔].........어떤 새끼야.형님들께서 이런 짓을 하실 리가 없다.목소리도 큰데쪽지로 하는 거보다그냥 말로 하는 게 빠르거든.사실 네이버도 깔 줄 모르는 형님들이카운터에 쪽지 보내는 법 따위를알 리도 없다.형님들이 아니라면...나한테 감히 ‘알바야’라고 부르는 것 따위는허용하지 않았을 텐데...쪽지에서 좌석번호를 확인하고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 새끼인가확인하니...어라?...귀염녀잖아..........아 알바야?;원래 나한테 안이랬잖아;정말로단단히 화가 난 건가?무언가오싹하긴 하지만손님은 왕이므로커피 세 잔을 뽑아서그녀들에게로 갔다.“저 여기...커피 세 잔...”귀염녀를 제외한 두 여자가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귀염녀는 못 들은 척테트리스 게임에 열중해 있다.“커피...가져왔는데요.”“저희...안시켰는데...”노모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한다.“...커피 세 잔 갖다달라고...쪽지로...”“아뇨. 우리 그런 적 없는데...수정아 니가 시켰어?”“......”그녀는 여전히 돌아보지도,말을 꺼내지도 않는다.“얘, 수정아. 잠깐만 멈춰봐. 커피 니가 시킨거야?”“그냥 거기다 놓고 가요.”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퉁명스럽게 말한다.아직도잔뜩 골이 난 목소리다.이런 식으로 보복하는 건가?귀엽다.청소할 시간이 되자형님들이 슬그머니 일어나신다.형님들을 배웅해 드리고청소도구를 챙겨오니그녀들도 살며시 일어난다.웬일인지귀염녀는 그대로 앉아 있다.노모녀와 잠시 뭔가 얘기를 하는 듯하더니귀염녀를 뺀 두 여자만 카운터로 향한다.“수고하세요.”“네. 안녕히 가세요.”이제는자연스럽게 인사 정도는 나눈다.귀염녀는 여전히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그대로 컴퓨터를 붙들고 있다.특별히 뭔가 하는 것 같지도 않다.그냥 이래저래 클릭하는 걸로 봐서인터넷서핑 중인가 보다.지금 피씨방 안은그녀와 나 오직 둘 뿐이다.그러나......그냥 * 그런 것 뿐이다;어쩔 수 없이 청소를 시작하려고빗자루를 들고 카운터를 나서자그제서야 컴퓨터를 끄고키보드와 마우스를 정리하고의자를 집어넣은 다음슬그머니 일어난다.뭐 할 말은 없다.아니,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그렇게문을 열고 나가려던 그녀는다시 한번 몸을 돌려무서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본다.그녀의 살기어린 눈빛에 당황하여잠시 움찔하는 사이독살스럽게 내뱉는다.“저 이상한 애 아니에요!”그리고는휙몸을 돌려나가버린다.......이... 이상해; [출처] [펌]안마시술소 여자들 9.이상한 애 |작성자 극빙 11
안마시술소 여자들 9. 이상한 애 [펌]
9. 이상한 애
아디다스라는 건
무슨 뜻이지?
물론 그녀가 지금
“내꺼 아디다스다. 와하하 부럽지?”
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충분히 알고 있다.
“...지 진짜예요...그거...아디다슨데...비싼 건데...”
이제는 아예
동그란 눈?占?눈물까지 글썽이며
아디다스를 재차 강조한다.
“...아...네...아 아디다스요...좋죠 아디다스...하하...”
“그쵸? 그거 요새 많이 입거든요. 요즘 유행이에요.”
딱히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몰라
할 수 없이 그녀의 말에 동의하자
금세 표정이 밝아지며
신이 나서 말한다.
“그거요...절대로 이상한 옷 아니에요.”
아아...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겠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마지막에 한 그 말일 것.
전날 새벽에
‘딸기’ 앞에서 나와 마주쳤던 일이
맘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때 그녀는
누가 보더라도
민망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니까.
사실
그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때 그녀의 옷차림이 아니라
‘딸기’에서 나오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딸기’는 안마시술소라는 것.
또한
그녀가 무슨 옷차림을 하고
어디에 있었든 간에
사실 그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와 그녀가,
아니 그녀들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우리는 그저
어느 한 피씨방의 알바생과
그곳을 이용하는 손님일 뿐.
그렇다고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녀들과 대화한 일은
손에 꼽을 수도 있을 정도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지금 이렇게
‘아디다스’를 내세워
나에게 변명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귀염녀는 어느새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마도
“이상한 옷 아니에요.” 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는 듯하다.
뭐라고 하지?
알겠습니다? 괜찮아요? 이상하던데요?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그녀에게
그녀의 옷차림에 대해
또 그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할 권리도, 상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 네...그런데...어제 왜 거기에서...?”
......
바보.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역시 바보다.
도대체 내가 그걸 알아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는 왜 굳이
내가 알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을
그녀에게 요구하는가.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이 말에
귀염녀의 표정이
다시 굳어지기 시작한다.
얼굴이 또 한 번 발갛게 달아오른다.
다시 눈물이 글썽거린다.
그리고는...
이내 무서운 눈초리로 나를 쳐다본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무섭게 나를 쏘아본 그녀는
곧이어
휭
바람소리와 함께 등을 돌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런 멍청한 녀석.
차라리 죽어버려라 쓸모없는 놈.
그래야 할 이유도 없는 내게
간신히 변명을 해낸 그녀를
나는 다시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자리에 돌아간 그녀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키보드를 밀쳐놓고
그 자리에 엎드려 얼굴을 파묻는다.
어깨가 들썩이지는 않는 걸로 봐서
우는 것 같지는 않긴 하지만
어쨌거나 내 탓이다.
다 내 잘못이다.
그녀들을 만난 후로
어째서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걸까.
하룻밤 사이에도
수십 명의 손님이 들락거리는 이 피씨방에서
나는 왜 오직 그녀들로 인해 신이 나고
그녀들로 인해 가슴을 졸이게 되는가.
출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힘이 빠지는 기분이다.
나는 카운터에 퍼질러 앉은 채로
일어날 수가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요즘 사장의 출연이 뜸했다.
이제 슬슬 나와줘야지.
어차피 출연자도 몇 안되거든.
“언제 왔냐?”
“오늘요.”
“......”
“......”
내가 하루를 쉰 그날부터
사장과의 대화는 늘상 이런 식이다.
딱히 궁금해서 묻는 것도 아니고
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장은 단지...
...삐졌을 뿐이다.
대화 한 마디 없는
지루한 시간이 계속 된다.
이 가게 사장은
은근히 소심하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말을 꺼내
관계를 개선시키기도 뭐하다.
나는 잘못한 게 없거든.
“내일부터 요금 올리기로 했다.”
“네.”
담배만 뻑뻑 피워대던 사장이
한참만에야 말을 꺼낸다.
간신히 꺼낸 말이 고작 저거다.
“내일부터는 시간당 천원이다. 가격표 뽑아서 문 앞에 붙여놔라.”
사실 우리 피씨방은
요금이 저렴한 편이었다.
이 동네는 유흥가인만큼
피씨방도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그렇지만
피씨방이 많은 만큼
손님도 분산되므로
도무지 남겨먹을 게 없던 피씨방 업주들은
동맹을 맺고 가격담합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처음 알바를 할 때만 해도
시간당 팔백 원이던 것이
고작 한 달여가 지나는 동안
이백원이 뛰었다.
“그만 들어가 봐야겠다. 가게 잘 봐라.”
오늘도 사장과 나눈 대화는
고작 몇 마디에 불과하다.
사장은 그날 이후로
나와 대면하는 것이 불편한지
내가 출근하면 곧바로 퇴근해 버린다.
뭐
물론 나야 좋긴 하지만.
아참,
그러고보니...
“참, 사장님. 그럼 정액요금은 어떻게 할까요?”
“아...정액? 글쎄 그 얘기는 오늘 안했는데...요즘도 정액손님 있긴 있냐?”
“그럼요. 매일 너댓명씩은 있어요.”
사실 그건 거짓말.
유흥가에 위치한 이 피씨방에는
야간에 찾아오는 손님이라고는
술 한잔 마신 아저씨들,
그리고 새벽에 영업을 마친 우리 형님들,
그리고 그녀들.
그 중에서도
야간정액을 이용하는 손님은
오직 그녀들 뿐이다.
“뭐...한 이천원쯤 올릴까? 그래도 칠천 원밖에 안되는데...”
“너무 많이 올리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싼 맛에 야간정액 하는 건데.”
사실
시간당 천원이면
열 시간이면 만원.
정액요금을 올려서 칠천원이 된다 해도
규정요금에 비한다면
비싼 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래도
야간정액의 주 고객인 그녀들에게
부담이 가서는 안되거든.
“뭐 어차피 내일부터니까 일단 놔둬봐라. 한번 얘기해보고.”
“예. 그러죠. 들어가세요.”
“오냐. 가게 잘 보고. 일 있으면 연락하고.”
오호.
이제 슬슬 말을 하기 시작하는구나.
하기사
내가 불편하게 느낀 만큼
사장도 불편한 게 있었겠지.
그걸 해소할 계기가 없었을 뿐.
그나저나
그녀들은
내가 이렇게 자신들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슬며시 그녀들이 앉은 쪽을 쳐다보니
귀염녀는 어느새 일어나 앉아 있다.
하긴,
울지도 않는 주제에
그 자세로 오래 있으면
팔이 저리거든.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나
목을 빼고 그쪽을 보려는데
이쪽으로 슬그머니 얼굴을 돌리던 그녀와
딱
눈이 마주친다.
당황하여 눈길을 피하려는데
그녀는 여전히 무서운 얼굴로
나를 한번 쏘아보고는
자신이 화가 났음을 어필이라도 하듯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
겨우 사장이랑 풀리는가 했더니
이젠 저 여자랑...
지금까지의 내가
혼자 실수를 하고
혼자 고민했던 것과는 달리
오늘의 그녀는
확실히 화가 나 있다.
나를 노려보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어도 일이 해결되었으나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다.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
뭐
그렇다고는 해도
딱히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새대가리인 내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낼 리도 만무하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참
세상 편하게 산다.
새벽이 되자
어김없이 형님들께서
친히 방문하신다.
앞에서는
형님들을 미화해서 표현하긴 했으나
사실 이분들만 오시면
죵니 피곤해진다.
“알바야! 여기 커피 다섯 잔!”
“알바야! 여기 컵라면 세 개!”
“알바야! 야한 거 보여줘!”
“알바 이새끼야! 내가 네이버 깔아노라 캤는데 왜 아직 안 깔아놨어!”
형님들이 컴퓨터와의 인내심 대결에서 패배하고
이 피씨방을 뛰쳐나가실 때까지
정성을 다해 수발을 들어야 한다.
그렇게
커피를 배달하고
컵라면과 음료수를 갖다 나르고
야동 다운받아주고
네이버를 깔아;주느라
부지런히 뛰어다니다가
녹초가 되어 간신히 카운터로 돌아온다.
“또로롱.”
스피커에서 맑은 소리가 울리며
카운터의 메인컴퓨터에 쪽지가 뜬다.
[알바야 여기 커피 세 잔]
......
...어떤 새끼야.
형님들께서 이런 짓을 하실 리가 없다.
목소리도 큰데
쪽지로 하는 거보다
그냥 말로 하는 게 빠르거든.
사실 네이버도 깔 줄 모르는 형님들이
카운터에 쪽지 보내는 법 따위를
알 리도 없다.
형님들이 아니라면...
나한테 감히 ‘알바야’라고 부르는 것 따위는
허용하지 않았을 텐데...
쪽지에서 좌석번호를 확인하고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 새끼인가
확인하니...
어라?
...귀염녀잖아.
......
...아 알바야?;
원래 나한테 안이랬잖아;
정말로
단단히 화가 난 건가?
무언가
오싹하긴 하지만
손님은 왕이므로
커피 세 잔을 뽑아서
그녀들에게로 갔다.
“저 여기...커피 세 잔...”
귀염녀를 제외한 두 여자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귀염녀는 못 들은 척
테트리스 게임에 열중해 있다.
“커피...가져왔는데요.”
“저희...안시켰는데...”
노모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한다.
“...커피 세 잔 갖다달라고...쪽지로...”
“아뇨. 우리 그런 적 없는데...수정아 니가 시켰어?”
“......”
그녀는 여전히 돌아보지도,
말을 꺼내지도 않는다.
“얘, 수정아. 잠깐만 멈춰봐. 커피 니가 시킨거야?”
“그냥 거기다 놓고 가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퉁명스럽게 말한다.
아직도
잔뜩 골이 난 목소리다.
이런 식으로 보복하는 건가?
귀엽다.
청소할 시간이 되자
형님들이 슬그머니 일어나신다.
형님들을 배웅해 드리고
청소도구를 챙겨오니
그녀들도 살며시 일어난다.
웬일인지
귀염녀는 그대로 앉아 있다.
노모녀와 잠시
뭔가 얘기를 하는 듯하더니
귀염녀를 뺀 두 여자만 카운터로 향한다.
“수고하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이제는
자연스럽게 인사 정도는 나눈다.
귀염녀는 여전히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컴퓨터를 붙들고 있다.
특별히 뭔가 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이래저래 클릭하는 걸로 봐서
인터넷서핑 중인가 보다.
지금 피씨방 안은
그녀와 나 오직 둘 뿐이다.
그러나...
...그냥 * 그런 것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청소를 시작하려고
빗자루를 들고 카운터를 나서자
그제서야 컴퓨터를 끄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정리하고
의자를 집어넣은 다음
슬그머니 일어난다.
뭐 할 말은 없다.
아니,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그렇게
문을 열고 나가려던 그녀는
다시 한번 몸을 돌려
무서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본다.
그녀의 살기어린 눈빛에 당황하여
잠시 움찔
하는 사이
독살스럽게 내뱉는다.
“저 이상한 애 아니에요!”
그리고는
휙
몸을 돌려
나가버린다.
......
이...
이상해;
[출처] [펌]안마시술소 여자들 9.이상한 애 |작성자 극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