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시술소 여자들 28. 거짓말 [펌]

싸요201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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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부쩍 차가워졌다.




수능이 코앞인 탓인지




기온만 봐서는 완연한 겨울이다.





가게로 들어서니




아니나다를까




경림의 사자후가 귓구녕을 파고든다..



“왜 또 늦게 오고 지랄이야!”




“하 할머니가 엘리베이터에서 길을 잃고...”




“닥쳐!”





경림은 입이 더욱 거칠어졌다.




역시 세상에는




친해져서는 안 될 사람도 있나보다.




별로 안 친할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엘리베이터에서 길을 잃는 건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긴 하다.





“내가 못 살아 정말. 우리 제동이 추운데 기다린단 말야!”




“미안.”




언제부터 그놈이




‘니네 제동이’가 된 거냐?




남자친구 아니라더니.




“내일도 늦으면 뒤질 줄 알아!”




“응.”




인수인계를 마치고 나가면서




또 한 번 협박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무서운 년.




“너 임마, 또 늦었냐?”




“아...그게 좀...”





고스톱을 치고 있던 사장이




자리를 정리하고




카운터로 돌아오며 말한다.




없는 줄 알았더니




어제에 이어 이틀 연짱 걸리는구나.






“왜? 요즘 또 몸이 피곤해졌냐?”




“아뇨 뭐. 그런 건 아니구요.”





날이 갈수록 신경질적이 되어가는




경림과는 달리




사장은 많이 온화해졌다.




손님이 점점 늘어가는 이유도 있지만




주된 원인은




내가 한동안 성실한 모습을 보인 때문일 듯.





“피곤하면 하루 쉬어라. 무리하지 말고.”




“아뇨, 괜찮습니다.”




“쉬라면 쉬어 임마. 그러다 탈나면 나도 좃된다.”





그러고보면




하루도 빠짐없이




쉬지 않고 일한 지 한 달 반이다.




일이 익숙해지니 별로 힘들지가 않아서




굳이 쉴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며




쉰다고 해봐야 할 일도 없었다.




친구놈들도 다들 일하기 바쁘니.





마지막으로 알바를 쉬던 날,




바로 그 전날에




결국 그녀들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간신히 얻어낸 휴일에




조용히 집구석에 짱박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술약속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얘기.





내가 하루를 쉬고




다음날 출근했을 때




‘딸기’는 사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층에서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주점이 들어온다나 뭐래나.





가뜩이나 주점들만 바글바글한 동네에




또 하나의 주점이




그것도 사층에 생기면




퍽이나 장사가 되기도 하겠다.






게다가 새로 오픈하는 그 주점이




행여나 형님들이 운영하시는 곳이라면...




아, 안돼.




상상하지 말자.




공사가 완료되지 전에 알바는 접어야겠다.






“가게 잘 보고. 내일은 집에서 쉬어.”




“네...네? 내일요?”




“그래 임마. 내일은 그냥 집에서 푹 쉬어.”




“저 정말 괜찮은데...”




“됐으니까 쉬어. 내일은 내가 보면 되니까. 그럼 나 간다.”




“네...들어가세요.”





사장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확실히 사람은




자기가 하는만큼 대접받는 모양.





그렇다고는 해도




내일 당장 쉬라고 할 건 또 뭐냐.




아무리 내가 할 일이 없기로서니




휴가 계획을 세울 시간은 줘야지.




일어나서 가게를 한 바퀴 둘러보고는




다시 카운터로 돌아온다.




예전에 비해 손님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 시간대의 손님 숫자는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늘어난 건 낮에 오는 꼬맹이들의 숫자인 듯.






일이 익숙해지고 편해진 만큼




더욱 더 지루하고 따분해진 것도 있다.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별로 볼만한 것도 없고




게임 따위는 하지 않은지 오래.




어쩔 수 없이




메인컴퓨터의 인터넷창을 띄우고




여기저기 유머싸이트나 돌아다닌다.





얼마나 지났을까.




모처럼 올라온 배꼽빠지게 웃긴 자료에




혼자 비실비실 웃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입으로만 인사를 한다.





“어서 오세...”





인사를 하면서 힐끔 문쪽을 쳐다보다




그대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반가운 얼굴이 들어서는 중.




와아...





“안녕하세요!”




“네,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아, 네...네...오랜만이네요.”




“아직도 일하시네요.”




“네...”




“지겹지도 않아요? 맨날 컴퓨터만 붙들고.”




“하하...”






정말이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그녀의 몸에 입혀진 옷들이




두꺼워졌다는 것밖에는.




고작 한달 반 정도 못봤을 뿐이긴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이곳 피씨방을 찾은 채연은




전혀 어색함이 없이




마치 매일 얼굴을 마주하던 사람인양




수다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뭐하세요?”




“아뇨, 아무것도.”




잽싸게 마우스를 클릭하여




유머싸이트창을 꺼버리고




피씨방 관리프로그램이 돌아오게 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저번에는 왜 약속 안 지켰어요?”




“네? 무슨...”




“같이 술 마시기로 해놓고.”




“네? 아...”





무슨 소리인가.




물론 그날 내가




집에서 나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던 건




그쪽이 아닌가.






“한참 기다렸는데.”




“네? 아...기다렸어요? 아니 전...그게...전날 안 오시길래...”




“농담이에요.”




“아...”



그녀의 장난기는 여전하다.




표정도 예전만큼이나




아니,




예전보다도 훨씬 밝아보인다.




그녀에게 나쁜 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하루만 더 지나면 같이 술 마시는 거였는데, 아쉽죠?”




“아...네...”




“뭐 전 별로 아쉬운 거 없는데.”




“......”





계속해서 이어지는 장난질.




더 밝아졌다기보다는




더 짓궂어졌다고 해야 되나?




장난꾸러기같으니.





“컴퓨터 써도 돼요?”




“아...네, 쓰세요.”





피씨방에 와서




컴퓨터 써도 되냐고 하는 건 또 뭔지.






“돈 안 내도 되죠?”




“네?”




“저번에 정액 끊었다가 그냥 갔잖아요. 그때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아...”




“그때 못한 거 지금 해도 되죠?”





당연히 안되지.




이건 순 억지잖아.




그게 가능하면 전부 다 정액끊고




집에 갈 때 남은 시간 저장하지




뭐하러 비싼 돈 내고 하겠냐.





“아...그건 좀...”




“안돼요?”




“네...그게...”




“하게 해 줘요. 우리 사이에 이러기예요?”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이길래;




고작 알바생과 손님으로 만나서




같이 밥 한 번 먹고




오렌지쥬스 하나 얻어먹고




게임 좀 가르쳐주고




같이 술 먹기로 했다가 파토난거밖에...





......




그러고보면 아주 일반적인 관계는 아닐지도.







“네...쓰세요.”




“진짜요?”




“네.”




“그래도 돼요?”




“네...뭐...쓰세요. 돈 안 받을게요.”




“장난이었어요.”




“아...”




이건 뭐;




기껏 알바생의 권력을 남용해서




공짜로 쓰게 해줄랬더니.





“어차피 할 것도 없어요. 게임도 할 줄 모르고.”




“네...”




“그리고 맨날 정액끊었더니 이제 컴퓨터만 봐도 질린다구요.”




“네...그 그래요.”



장난이었다고는 해도




쓰게 해달라고 억지부릴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렇게 정색할 건 없잖아.





그보다




컴퓨터를 쓸 것이 아니라면




무슨 일로 여기를 찾아왔을까.




이제 ‘딸기’는 없어졌고




그녀가 사는 곳은




이곳 피씨방에서 꽤나 먼 곳에 있다.




게다가 지금은 열시를 훨씬 넘긴




밤늦은 시각.




지난번의 술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거나 변명할 마음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쉴새없이 쏟아지던 채연의 말이




잠시 뜸해진다.




그녀는 잠깐 가게 안을 둘러보는가 싶더니




이내 내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내 얼굴을 쳐다본다.




“다 나았네요.”




“네?”




“입술. 퉁퉁 부었었잖아요.”




“아...네...다 나았죠.”




잘도 기억하고 있구나.




나은지도 한참 지난거 같은데.




그녀들과 만나지 못한 채




하루를 쉬고 났을 때부터




낫기는 다 나았었다.




“그때 입술괴물 같았는데.”




“아, 네...”




“진짜 바보같았어요. 입술이 완전 뒤집어져가지고.”




“네...;”




“진짜 그때 완전 외계인.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경찰에 신고했을걸요?”




“네...아 알았어요;”



여전히 집요한 성격하며;






“그럼 이제 돌려줘요.”




“네? 뭘...”




“약 줘야죠. 그때 안 돌려줬잖아요.”




“아...”





그 작은 연고를 줬던 것도 기억하고 있고.




내가 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오늘 그거 받으러 온 거예요.”




“네?”




“그거만 진작에 받았으면 오늘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구요.”




“아...”




“순전히 그거 땜에 온 거예요. 진짜루요. 그러니까 얼른 줘요.”




“아...그게...오늘은 안 가지고 왔는데.”





벌써 한달 반이 지난 일이다.




또한 그녀는 그동안




한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었다.





“앗, 뭐예요 그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아, 미 미안해요. 깜빡 잊고...”




깜빡 잊고말고 할 것도 없지;




도대체가




그녀가 언제 올 줄 알고




그걸 매일 갖고 다닌단 말인가.





“그럼 도대체 언제 줄 거예요?”




“아...그러니까...내일...내일 드릴게요.”




“내일요?”




“네...내일. 내일 꼭 갖다 드릴게요.”




“흐음...”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에이




하며 시원스럽게 말한다.




“좋아요 그럼. 내일 꼭 갖다 줘요. 내일 이때쯤 다시 올게요.”




“네, 그래요.”




“그럼 저 가요. 수고하세요.”




“네, 내일 ??”



이내 돌아서서는 문을 열고 나간다.




무엇이 왔다간 것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정말로 방금 전에




채연이 다녀간 것이 맞는지.




그녀가 한 얘기는




대부분 거짓말일 듯.




고작 몇 푼 하지도 않는




연고 따위를 받으러




여기까지 왔을 리가 없다.





게다가 애초에




가게에서 몰래 가져온 것이었다고 했으므로




그녀의 물건도 아니다.




가게라면




지금은 사라져버린 딸기.





그녀는 오늘 이곳을 다시 찾아와서




거짓말만 잔뜩 늘어놓고는




내일 또 오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가방 앞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녀가 주고 갔던 연고를




만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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