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연락한다던 사람, 후기입니다.

2012.11.09
조회1,171

저녁에 전화 했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실컷 까이고 돌아왔어요.ㅎ

 

전화를 받자 마자는, 그냥 서로 안부를 물었습니다.

잘 지냈느냐, 춥진 않느냐, 하고 말하다 보니, 그 애가 먼저 왜 전화했냐고 묻더군요.

조심스럽게 헤어지고 제 생각이 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생각은 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 안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조심조심 얘기를 이어가다가, 제가 다시 좋게 돌아갈 여지가 없냐고 물었습니다.

자기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저랑 좋았던 일, 행복했던 일보다 저에게 불만이었던 일, 싫었던 일만 계속 생각이 난다고.

너랑 나는 생각이나 그런게 안맞는것 같다고.

니가 싫은건 아니지만 너랑 다시 사귀는 사이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나는 너를 위해서 스스로 바뀌려 노력할 거라고 하니까,

자기가 그걸 어떻게 믿냐고 하더군요.

내가 니 말을 믿어야 하냐면서요.

 

그래서 나는 니가 그렇게 말해도 포기가 안된다고 하니까, 자기 입에서 좋은말 안나올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사귀면서 저에게 있었던 온갖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둔하고 게으르고 멍하니 있는것도 싫었고,

해보지도 않고 확신이 없으면 안하는 것도 싫었고,

니가 살찌고 나보다 키 커서 남들 시선 신경쓰는 것도 싫었고,

맨날 아프다고 하는것도 엄살부리는것 같아서 짜증났고,

담담하게 들으면서 다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참... 기분이 그렇네요ㅋㅋ

 

 

미안하다는 말에, 왜 미안하다고 하냐면서, 이미 지난 일이라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제가, 난 니가 좋았던 일만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지금이라도 미안하다고 사과해서, 니가 나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할거라고 했더니

미안하다고 하는 지금도 너한테 좋은생각 안든다고 그랬습니다.

미안하다고 하면 니가 예전에 했던 일들이 달라지냐면서, 내가 그걸 믿어야 되냐면서.

 

그 말이 참 아프더군요.

그래서 알았다고, 너무 늦게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잘자라고 했더니 끊는다. 하곤 끊더군요.

 

저는 스스로 나쁘지 않은 여자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이사람에게 저는 나쁜 여자친구였었나 봅니다.

저는 좋았던 일, 행복했던 일만 생각이 나는데 이사람은 아닌걸 보면요.

 

한편으론 자기가 해줬던 일은 크게 말하고 기억하면서, 그만큼 저에 대한 불만만 크게 기억하는 이사람에게 서운하기도 합니다.

같이한 3년 세월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그렇게 불만이었으면 군대 안에선 왜 그런말 안하고 전역하자마자 바로 이러나, 싶기도 하구요.

 

저는 정말 많이 사랑했고, 해줄수 있는만큼 해줬고, 그 사랑에 후회도 없습니다.

그리고 정말 제가 더 사랑했기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잡았고.

이 관계에 있어 더 사랑한 제가 약자이기에 무조건 미안함을 표현했습니다.

그애가 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때, 제가 들었던 나쁜 말들과, 가졌던 섭섭한 마음은 전혀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요 근래 스스로 달라지는걸 느끼며, 변할 자신이 있었기에 잡았지만..

그래도 안되는거면 정말 안되는 거겠죠.

 

 

거짓말같게도, 그애를 향하던 절박함이 싹 사라져 버린게 느껴집니다.

 

아직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안나오지만, 이젠 저도 저사람을 다시 만날 자신은 없습니다.

사랑받았던 것보다, 자기 마음에 안들었던 일들만 기억하는 사람을 저도 더는 사랑할 자신 없거든요.

 

 

그래도 황당했던 거라면,

제가 더 좋아하니까 어쩔수 없다고 하니까 예전엔 자기가 더 좋아했었다고 말했던 거랑

나중에 감정이 다 사라지면 친구로는 지낼 수도 있다고 했던 거랄까요 ㅎㅎ

 

 

이제 저는 후련합니다.

너무 많이 사랑했고, 그래서 2년의 기다림도 아깝지 않았고, 낙태라는 큰 상처를 입어가며 기다렸지만

저는 BMW라고 생각했던 그사람이 사실은 소나타 정도였다는 느낌? 좀 이상한가요 ㅎ

 

솔직히 아직은 그사람 사랑하지만

이젠 털어버릴수 있을것 같습니다.

 

 

아직 많이 사랑해서, 그사람이 너무 절실해서 붙잡고싶으신 분들.

상처를 감수하실 자신이 있으시다면 무작정 기다리시지만 마시고 붙잡아 보세요.

다만 붙잡으시려는 마당에, 내가 잘못했지만 너도 잘못했잖아! 라는 말은 독인거 아시죠?

 

전 제 자신이 비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했다면, 자존심을 아까워 하지 마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중에 그녀석이 실컷 후회했으면 좋겠습니다.메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