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할머니와의 한판승

33320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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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3흔녀네요음흉

 

다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종종 개념 미탑재하신 분들 보게 되지 않나요?

 

일부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예외는 아닌지라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한 번 적어 내려봅니다

 

스스로 이런 말 하는 건 뭣하지만

 

참고로 전 평소에 공공장소에서 나름 어르신 공경 하는 편입니다

 

다음의 상황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정의감에 못 이겨 한 행동이지 결코

 

평소에도 저러지는 않는답니다~

 

 

 

때는 무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엄마와 저, 그리고 동생은 쇼핑을 가기 위해 자주 타던 마을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 버스는 원래가 노인분들이 많이 이용하시는 터라

 

자리에 앉아서 갈 수 있는 기회는 드문 편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그 날도 버스는 만원이었고, 저는 어떤 젊은 언니 옆에 서서 가게 되었죠

 

그러다 버스가 정차했습니다

 

한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가고

 

그와 동시에 언니 앞에 있는 좌석도 비었죠

 

누구나 자기 앞에 좌석이 비면 앉으려고 하지 않나요?

 

그런데 언니가 자리에 앉으려고 다가가자마자

 

마침 그 정류장에서 올라탄 할머니가 호들갑을 떠시며 뛰어오시는 겁니다

 

"아니아니 젊은 아가씨가 노인네를 봤으면 비켜주지는 못할 망정 새치기를 해?

여긴 내가 먼저 봐둔 자리야 아가씨 부끄러운줄 알라고"

 

그러더니 자리에 가방을 휙

 

육중한 할머니의 몸도 휙

 

날리시더니 냉큼 자리에 앉으시는 겁니다

 

옆에서 상황을 다 지켜본 저로서도 그 할머니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오소리처럼

 

자리를 채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언니는 겉보기만큼 순한 인상에 순한 성격을 지니신 듯 했어요

 

아무말없이 자리를 비켜드리고는 다른 자리로 가셨습니다

 

저는 할머니의 호통이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저희 할머니도 가끔씩 꼬장 부리실 때는 고집이 장난 아니시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죠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바로 그 다음 정류장에 자리가 많이 비게 되어서

 

언니가 그 할머니 맞은 편에 앉고,

 

저와 동생은 그 언니 뒤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버스에 사람이 차 있을 때는 몰랐는데,

 

사람이 텅 비고나니 할머니 욕하는 소리가 버스안을 쩌렁쩌렁 울리더군요

 

바로 앞에 친구분이 계신지 신나게 언니를 힐긋 째려보며 앞담 아닌 앞담을 하고 계셨습니다

 

"요즘 젊은 것들은 노인 공경할 줄을 몰라, 어른이 왔으면 자리 양보하는 것도 안배웠나?

저 아가씨 부모는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저래 부끄러운 줄을 모를꼬, 쯧쯧."

 

이것은 약과입니다

 

기억이 나질 않아서 자세히 표현은 못하겠는데요

 

사실 자리 양보 안한 걸로 한 욕들 치고는 하나같이 터무니없는 내용에 과하다 싶은 말들

 

뿐이었어요

 

뒤에 앉은 사람들이 언니를 힐끔힐끔 쳐다보는데다

 

제 앞에 앉은 언니가 당황해서 눈물을 떨구는 것까지 보자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 할머니가 너무 못됬다 싶고 분해서

 

전 그 때부터 할머니보다 큰 목소리로 동생한테 말을 걸었죠

 

 

 

"야, 내가 아까 완전 어이없는 거 봤는데 얘기해줄까?"

 

동생 왈, "뭔데?"

 

"내가 아까 이 앞에 앉은 언니 옆에 서있었거든. 근데 언니 앞에 자리가 비어서 먼저 앉으려고 하는 걸

두 눈 똑똑히 봤는데 말이야, 어떤 할머니가 미친듯이 달려오셔서는 냉큼 자리를 채가시는 거야

내가 보기엔 그 할머니 그렇게 신나게 달려오시는 걸 봐서는 두다리 다 정정하신 것 같은데

굳이 양팔에 쇼핑백 바리바리 들고있는 저 언니 자리를 냉큼 채가셔야했을까?

적반하장이라고 자리 안비켜선다고 호통을 치시질 않나

착한 언니가 순순히 자리를 양보해드렸기 망정이지 나라면 이게 웬 헛소린가 하고

무시하고 앉았겠다"

 

대충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꺼내자 동생이 놀라며 맞장구를 치더군요

 

"와, 그 할머니 나빴다 근데 그 할머니가 누구야?"

 

그래서 제가 큰소리로 할머니 있는 쪽을 고개짓으로 가리키며 더 크게 말했어요

 

"이 언니 왼편에 앉은 저 꽃무늬옷 할머니 보여? 저분이셔. 나같으면 자리양보해준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며 앉았을 텐데 저 할머니는 아닌가봐, 아직까지도 큰소리로 언니 욕을 하시네.

난 나중에 늙으면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 겠다, 정작 부끄러운 게 뭔지도 모를 어른이 될까봐 걱정이네"

 

그 때 그 할머니 저 힐끗 쳐다보시더군요

 

친구분도 저 쳐다보셨고요

 

그리고 그 다음에 왜 신나게 떠들던 그 입 다무셨나요?방긋

 

버스 안 승객들이 전부 할머니만 째려보니까 그제야 쪽팔린 거 아셨나봐요?

 

사실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았어도 이미 사람들 할머니가 많이 심하다고 생각하셨을 거에요

 

본인 스스로가 느끼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지만요

 

 

 

저는요

 

양보는 미덕이지 의무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할머니께서 자리 양보를 받으셨어도 젊은 사람 짐도 들 것 많은데 힘드니까 그냥 앉아서 가요

 

할 줄 아는 약간의 겸양만 지니셨어도 그렇게 나이 많으신 분에게 버릇없이 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많은 분들이라고 해서 사실 당장 자리에 앉지 않는다고 해서

 

쓰러질 듯 아프신 분들만 있으신 것도 아니고 말이죠

 

미덕이 미덕으로 남을 수 있게 어르신들도 나이 잡수신 분들 다운 넒은 마음부터

 

챙기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뭘 받느냐를 중요하게 여기지 말고 뭘 베푸는지를 먼저 따지고 넘어가는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