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속에 사는 아이

2012083120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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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과거속에 살고있다.

너를 처음 알았던, 너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너를 처음 만났던,

너와 연인이 되던, 너와 사랑을 나누던,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

 

그 몇달의 과거속에서 나는 아직도 챗바퀴속에 있는 다람쥐처럼 지내고 있다.

잊었다고 생각해서 챗바퀴 돌리는것을 멈추고 있기를 몇일이 지났을까,

불현듯 다시금 떠오르는 너란 사람에 대한 내 기억때문에 나는 또 다시 챗바퀴를 돌린다.

 

 

남들에게 되지도 않는 핑계로 너와 헤어졌다고 말을 하고 다녔다.

솔직히 내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도 듣지 못한채로 이별을 맞이햇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게 챗바퀴를 멈추고, 다시 돌리기를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멈춘상태로 이번엔 제법 오랫동안 지냇던 걸로 기억한다.

항상 그렇듯이 불현듯, 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너를 다시금 떠올리게 됬다.

 

 

모처럼의 쉬는날에 늘어지게 잠을자고 일어나 냉장고를 열어보고, 먹을게 하나도 없어서

마트를 향하던 오늘, 나는 또 너를 기억해내고야 말았다.

코끝에 맴도는 겨울의 향기, 내몸에 느낄수 있는 겨울의 분위기.

꼭 눈이 와야 겨울일까, 캐롤이 들려야만 겨울일까? 군고구마 장수가 길거리에 나와 잇어야만 겨울일까?

아니다, 익숙한 분위기와 기분, 그리고 옅지만 맡아지는 향기. 그걸로 난 겨울이온것을 느꼇다.

그러면서 동시에 떠올리고 말았다.

작년 이맘때의 우리를.

 

 

여전히 먼 장거리 연애를 하던 우리,

다른건 다 몰라도 크리스마스는 꼭 같이 있어야하고, 크리스마스가 되는날 자정엔 같이 잇어야한다는,

그런 다짐을 서로하고 계획을 짜기 바빴던 우리를 난 기억해내고 말았다.

내 머리속을 다시금 헤집어놓는 너를 꾸역꾸역 넣고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렇지 않는듯

밥을 해먹고, 컴퓨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한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들리는 배경음악에 또 다시금..

왜 미련하게도 이 노래가 이렇게 마음에 와 닿는걸까

 

 

나혼자 겨울인거같았다.

너와 만나던 중반부부터, 헤어지고 난 지금까지 나는 쭉 겨울이였던거 같다.

혼자 추웠고, 혼자 마음이 아려왔었다

방안에 잇어도 손이 시렵고, 마음이 시렵고 마음이 얼어붙는 느낌이였다.

그러다가 봄이 온것처럼 따뜻했던 적도 있었다.

봄이 오는것처럼, 꽁꽁 얼어버린 얼음이 녹아 내리는것처럼, 그것은 너를 기억해낼때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 몸에 봄이와 녹아 내리는 것이 아닌, 내 기억이 내 과거가 녹아내려 봄이 온다는것을 느낀것이다.

너를 완전히 기억해내고, 그때의 우리를 다시금 회상하는 순간이라면 나는 다시 겨울을 맞이하고있었다.

 

 

길을 얼리고, 물을 얼리던 그 차갑고 서늘함을 나는 그렇게 너와 헤어진 3달째 느끼고 있는거다.

수시로 하루에도 몇번씩, 녹았다가 다시 얼었다가 이게 대체 무슨 광경일까.

이유없이 울음이 나고, 꼭 네가 아니여도 좋으니 누군가의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울고싶은날도 많았다.

 

겨울이 다가오는 요즈음에도, 가끔 따듯한날이면 그래도 나는 춥다.

내 몸이 차가운것이 아니라, 내 속이, 내 머리가 공허한상태에 멈춰버린다.

이런게 바로 가슴에 구멍이 난다는 것인가보다.

 

 

다른사람들과도 많은 사랑을하고, 많은 이별을 했던 나였지만 이렇게 아파보긴 또 처음이고

이렇게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것도 처음이다.

단지 추억이 아닌 너 자체를 그리워 한다는게 정말 나에겐 너무 힘든일이다.

두번다시는 연락이 되지도, 나에게 돌아와주지도,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지도 못할 너를 말이다.

추억만을 그리워 한다면 다른 추억으로 덮어버리면 끝나겠지만 너란 사람은 그 누구로도 대신못할테니.

 

 

도대체 너는 왜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사라진걸까.

그리고 나는 언제쯤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너를 완전히 잊을수 있는것일까.

우리가 헤어지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이런일이 생기지 않게 조금더 잘해주고,

너에게 조금더 많이 맞춰줄수 있을텐데 라는 되지도 않는 우수운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달라지는건없다. 되려 내 자신이 더 비참해지고 슬퍼질뿐이다.

 

 

헤어지고, 아니 너의 일방적인 잠수이별을 맞이했을때 나는 말그대로 무너져내렸다.

그 어느 누구보다 매사에 직업의식을 자부하던 나는 직장에서 실수도 많이했고,

너를 원망하고, 그리워하고 미워하고 미안해하고, 돌이키고싶고 널 지우고싶어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그렇게 하루이틀 한달을 보냈다.

두달째 접어들때쯤 간간이 네가 보고싶고 기억나긴했지만 많이 무뎌졌었다.

 

 

하지만 왜 지금에서야, 너와 함께 지냈던 겨울이 다시 돌아오니 나는 또 무너지려고 하는걸까

어렵게 이정도로 다시 일어섰는데, 이 겨울이 뭐라고 나는 또 다시 이러고 있는걸까.

 

 

확실하게 답할수 없다.

너를 잊을수 있다고, 다른 사람을 만날수 있다고, 너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수 있다고.

나는 답할수가 없다.

 

 

언젠가는 물론 너를 완전한 추억속에 가둬두고, 빛바랜 앨범들을 넘겨보는것처럼 회상할 날이 올것이다.

하지만 이게 당장은 아닐거란 소리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챗바퀴를 돌리고, 멈추길 몇번을 반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남은 기억이 모두 희미해 질때까지 너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마음아파 하며 지내겠지.

 

 

그리고 적어도 너도 그렇게 지내주길 바라면 그건 너무 큰욕심이겠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감기가 극성인데

많이 밉지만, 보고싶다.

 

 

실로 몇년만에 누군가를 이렇게 많이 좋아하고 사랑해본적이 네가 처음인지라 아쉽다.

내가 과연 또 다른 누구가를 널 만날때처럼 많이 좋아해주고 사랑해줄수 잇는 날이 올까.

 

그런날이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여전히 그립고 기억이 나지만, 슬슬 다시 그러워지고있다.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그 느낌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