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집에서 노는겁니까?

2012.11.28
조회3,031

어제 남편이랑 대판싸웠습니다. 지금 자기가 어제 스트레스땜에 미쳤었다며 사과문자가 오고있긴 한데... 혹시 제가 남편말대로 예수병 걸린사람인지 봐주세요.

저희 친정에 특수한 사정으로 제가 지금 친정, 정확히 말하면 아빠집/엄마집 가계 경제를 맡고 있습니다. 거진 자산관리사 수준이에요.

 

이렇게 된 이유는 저희가 결혼하기 몇년전에 친정이 1년에 이사를 두번 하게 되었습니다. 리먼 사태로 부동산이 폭락했던 시기에 저희 동네가 집값이 워낙싸서 그럴수 있었긴 한데 이런 외부적 요인말고도 부모님의 별거도 있었고 암튼 상황이 매우 복잡했어서 지금 가지고 있는 집이 전세내준 아파트 1채, 현재 친정, 월세준 작은빌라, 아빠의 원룸(전세) 이렇게 있습니다. 듣기만 하면 집부자같지만 건물세,토지세에다가 이것들 월세주고 전세 줬을때 복잡했던거 생각하면 끔찍해요. 어쨌든 저놈의 집들때문에 제가 결혼전에 회사까지 관두고 저 집들 처리하는데만 매달리다가 부모님 가계경제를 맡게 되었어요. 결혼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사는 신혼집은 아빠가 살던 원룸 전세집이에요. 남편도 사회생활한지 얼마 안되었고 당장 아기생각도 없어서 그냥 웬만한건 옵션으로 있는집에 저희가 들어오고 아빠는 엄마랑 저랑 살던 작은 빌라로 이사하셨어요. 때마침 그 집 월세 기간도 끝났고 아빠돈 월급하고 보너스 제가 진짜 잘 모았거든요. 친정과 아빠 원룸 걸어서 오가고 옷도 안사고 진짜 스쿠루지 처럼 하고 다니며 아빠돈 헛투로 안쓰고 눈물의 세월이었어요. 남편하고 데이트 할때만 그나마 예전에 샀던 좋고 예쁜옷 입고 나가고 얼굴은 거진 생얼(사실 1년지나고 나서부터 남편 만날때 화장 거의 안했음요) 아빠도 1년만에 작은빌라 보증금 돌려줄 만큼 아빠월급 관리한거 보시고는 돈있으면 주식하려고 하는 본인보다 나으시다며 아빠의 작은살림과 돈관리를 결혼하고 나서도 위탁하셨습니다. 아빠 월급의 50%는 저의 월급이자 용돈이었고요. 그러다보니 사실 제 직장은 아빠집이에요.

 

남편도 이부분에 대해 저를 많이 칭찬했었고 시어머니도 당장 혼수해온건 없지만 어쨌든 잘난거 없는 내 아들 살림알뜰히 할  이쁜 며느리라며 혼수 안해온거에 대해 일절 섭섭함 없으십니다. 진짜 좋으신 분이에요. 시아버지는 말할것도 없으시고요. 진짜 시부모님 잘만난건 제 스스로도 인정합니다.

 

근데 어제!! 두둥!!!! 지금 살고있는집이 원룸이다 보니 큰소리내고 냄새 풍기며 음식을 할 수 가 없고 사실 남편이나 저나 집에서 세끼 다먹는게 아니니까 제가 원재료 3~4만원어치 사고 안해먹어 남길바에는 만원어치 반찬 사다가 일주일 내내 먹는게 좋은거다 생각해서 아빠집, 우리집 반찬은 늘 사먹습니다.

 

그래도 김치찌개나 순두부, 된장찌개 먹고 싶을 수 있으니까 당장 그정도는 해먹을 수 있게 참치캔이라던지 양념된장이라던지 순두부 국물육수 등은 늘 냉장고에 둬요. 어제도 언제나 처럼 사온 반찬(묵무침, 건새우볶음, 어묵볶음)통에 담고 팽이된장찌개 끓여서 저녁먹는데 남편이 쌔둥맞게 "집에 감자없어?" 이러는거에요.

 

그래서 "내일 엄마집에서 가져올께~" 이랬어요. 그랬더니 이인간이 "집에 감자도 없고 파도 없고 이게 살림하는 집이냐 사무실이지 ~~" 이딴말을....

 

그래서 제가 "뭐라는거냐? 내가 지금 집구석에만 있는것도 아니고 찌개, 반찬이 없는것도 아니고 아침을 안챙겨주는것도 아니고 ..."블라블라 암튼 밥먹다 말고 완전 지랄 했네요.

 

그 좁아터진 원룸에서 그러고 있는데 남편이 뜬금포 터지게 "야 됐고 아버님집 신경쓰는거 반만 우리집에 신경좀 써 니가 무슨 친정 예수야 너아니면 되는게 없어? 맨날 가서 밥하고 빨래하고 너 저기 세탁기에 내 팬티랑 양말있는거 안보여?" 이러는거에요.

 

사실 저도 어제 빨래 해야지~ 하다가 깜빡했습니다.

 

어제 친구좀 만났거든요. 여전히 결혼전 처럼 스쿠루지처럼 입고 아빠집 걸어서 오가고 하다가 어제 친구좀 만나려고 얼굴에 분칠도 하고 모처럼 구두도 좀신고 했습니다. 그래도 남편이랑 저녁먹으려고 부천상동에서 서울까지 눈썹이 휘날리게 9시까지 딱! 도착해서 밥안먹고 기다린 남편 기특해서 반찬꺼내서 먹고 있는데 한다는 말이 저거임.

 

결혼전에 친정챙기는 모습이 알뜰살뜰하고 젊은애가 사치도 모르고 남들과는 다르지만 부모님도 잘 보살핀다며 어디서 선녀가 나타났다며 칭찬하더니 이제는 저보고 "니가 친정예수냐고!!!" 이러고 있습니다.

 

당장에 시댁에 가서 조목조목 이르고 시댁에서 자고 올까 하다가 그동안 판 본게 있어서 어머니가 혹여 팔이 안으로 굽을까 무서워서 그냥 "너 지금 스트레스 많이 받아 할말 못할말 구분도 못하고 짓고 있는거 같은데 여기까지하면 내가 참고 내일 다시 얘기할 기회를 줄께" 이렇게 말했어요. 

 

저 어려서 들어간 직장에 나이많은 남자들이 동기였어서 남자가 소리지르는거에 대한 두려움이 없거든요. 저런 말투도 다 그때 배운거고요. 저는 원래 화내는 사람한테 더 딱딱하게 말해요. 그게 오히려 먹히더라고요. 그랬더니 이인간이 "기회 좋아한다! 됐다." 이러더니 밥그릇이랑 숟가락 들고 계수대에 넣더니 컴퓨터 하는거에요.

 

 아 진짜 어제 처음으로 원룸인게 싫더이나 어디 떨어질 칸막이가 없어요. 그래도 제가 그나마 혼수로 가져온 거위털이불 제가 덥고 남편은 저쪽 끝에다가 그냥 혹시 언니나 친구들 올까봐 마련해둔 이불 줬습니다.  

 

아침도 그냥 빵으로 떼우고(콱 안차릴까 하다가 이걸로도 꼬투리 잡히기 싫었어요) 지금 아빠집 와서 인뱅 통장들 확인하고 밥먹고 있는데 핸드폰 보니 남편한테 문자랑 카톡 다 와있더라고요. 어제 자기가 별것도 아닌걸로 진짜 미안하다며 어제 말한대로 말할 기회를 달라며 ... 근데 씹고 있어요.

 

어제 진짜 미친사람인줄알았어요. 진짜 이런 뜬금포는 사귀면서도 없었는데 뭔.... 난리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은 제가 집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하는거 같아요. 친정 가계경제 보는게 솔직히 말하면 평소엔 할게 거의 없죠 엄마아빠 월급 나오면 보험금이랑 세금, 등등 전부 계좌이체되고 전 정리된건만 확인하고 끝이죠, 하지만 아파트 하나 남은거 전세돌리거나 혹여 매도 하게 되거나 하면 그거 전부 제가 해요. 엄마아빠는 바빠서 신경도 못써요.

 

나중에 원룸 전세빼고 전세자금 대출 받아서 투룸으로 가거나 하는것도 다 제가 계획하고 해야해요. 이게 단순히 노는건가요? 남편보험도 이거저거 막들어있는거 제가 다 다시 정리하고 해서 새는 지출 막은겁니다.

 

물론 저도 저를 어쨌든 집에 있는 사람이다 생각해서 원룸이지만 집도 늘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고 밥, 반찬도 늘 3~4가지 이상으로 준비해놔요. 근데 어제 저런소리 들으니까 여태 나 기특하다 한것도 다 거짓말인거같고.. 진짜 짜증 지대로네요. 아 끝을 어떻게 마무리 할지;;;;; 암튼 제 기분 오늘 굉장히 다운입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