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문득 생각이 나 네이트판에 들어왔다가 '납치'에 관련된 톡을 보고 글을 씁니다.저는 현재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20대 중반 학생이구요,지난 10월 초 멕시코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좋지 않은 일을 겪게 되어 글을 씁니다.요새 신혼여행도 멕시코로 많이 가는 추세이고, 멕시코 여행자가 늘고 있는데멕시코가 원래 많이 안전한 지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본인이 조심하면 충분히 여행이 가능한 지역이었어요.그런데 최근 몇 달간 멕시코 갱과 군대의 전쟁이 커지면서 치안이 굉장히 위험해졌고,미국에 살고 있는 멕시코인들도 고향으로의 여행을 자제할 만큼 국경 상태가 심각했어요.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다녀온 저에게도 잘못이 있긴 하지만,그래도 아직까지 알게모르게 정신적으로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라다른 멕시코 방문자들 & 여행하시는 분들이 이런 사고를 겪지 않도록 하는 마음에서 글을 올립니다.아래는 제가 10월 7일 제 블로그에 올린 글이에요.=============================================================================오늘 친구 Hannah와 함께 멕시코에 다녀왔거든요.한나는 벌써 3년반째 두달에 한 번씩 1박2일 멕시코 국경지대에 봉사활동을 가고 있구요,지난 학기부터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시간이 안맞아서 한 번도 못 가다가이번에는 당일치기로 간다고 하길래 같이 가기로 했어요.새벽 3시반에 한나와 다른 봉사자 렌씨를 만나서 4시간 정도 거리의 멕시코 국경 근처로 이동을 했어요.거기 있는 호텔 세미나실에서 나머지 봉사자분들과 합류를 했구요. (약 25명 정도...)그 분들은 미리 와서 어제도 멕시코에 다녀왔다고 하더라구요.그룹 분위기가 약간 경직되어있길래 이상하긴 했지만,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조를 짜고 국경을 넘을 때의 주의사항 등을 듣고 차로 이동을 하려고 하는데,단체 회장인 레이첼씨가 '어제 좋지않은 일이 있어서, 오늘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도움을 주실 분이 오셨다'고 하시더라구요.10년동안 국경 검문소를 도우며 일을 했었고, 지금은 변호사를 하고 있다는 '루이스'가 저희 차에 함께 타게 되었어요.국경을 넘어가며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고,저는 이번이 첫 멕시코행이었기 때문에 호기심을 갖고 이런저런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루이스가 갑자기 "혹시 이상한 사람들이 차를 세우거든 절대 그 사람들 쳐다보지말고 땅만 봐야한다"고 하더라구요."그리고 차에서 내리라고 하거든 절대 저항하지 말고 그냥 내려라"는 말까지요.그 말에 한나도 렌씨도 오랫동안 이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여태까지 위험한 일이 한번도 없었다고그렇게까지 경계할 필요 있겠냐는 반응을 보였어요.(렌씨는 벌써 13년째 이 봉사활동을 해오셨구요.)루이스는 요새 멕시코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시민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고미국으로 새는 소식들은 사실 검열을 통해서 가는거라 미국사람들은 상황을 제대로 모른다고 하더라구요.한참 운전을 하며 가는데, 앞에서 갑자기 차가 막혀있더라구요.무슨 일인지 봤더니 도로 중간에 빈 차 한 대가 가로로 세워져있고 그 차 때문에 다른 차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막혀버린 상황이었어요.저희 차가 5대 나란히 가고 있었는데, 이 일 때문에 뒤에 오던 3대는 차를 돌려서 다른 쪽으로 갔고앞 2대는 이미 차를 돌리기엔 늦어버려서 그냥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저희가 선두에 있던 중형차였구요, 다른 차들은 다 승합차라 저희 뒤를 따라오고 있었어요.)갑자기 어떤 멕시코인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길가에 세워진 차를 옆으로 밀어냈어요.그걸 보고 루이스는 지금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저거 car bomb (차 폭탄)인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한나는 그 말을 듣고 "농담이죠?"하면서 막 웃었고, 저도 솔직히 그건 좀 과장된 추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그 길을 지나서 쭉 운전을 하고 올라갔는데 위쪽 사거리도 버스로 다 막혀 있더라구요.그때부터 이거 좀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바로 차를 돌려서 나왔어야 했는데...가장 앞에 세워진 버스 옆에 주유소가 있는 걸 본 렌씨가 거기서 유턴을 하자고 했어요.주유소 쪽으로 방향을 틀고 유턴을 하려는데,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남자가차를 막 두드리며 한나가 있는 쪽 문을 열더라구요당황한 한나가 다시 문을 확 닫았고, 그 남자는 바로 운전석으로 다가가 렌씨를 끌어내며 뭐라고 스페인어로 막 소리를 질렀어요.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도대체 뭐가 뭔지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갑자기 루이스가 저희보고 당장 내리라고 막 소리를 지르면서 본인도 벨트를 풀고 차에서 급히 내렸어요.저도 깜짝 놀라서 차에서 확 내리고 한나도 몸을 밖으로 던지다시피 하며 내렸는데정말 저희 내리는 거랑 동시에 차가 막 출발했어요.더 무서웠던 건, 그 남자가 저희 차를 운전해가자마자어디서 나타났는지 까만 차 몇대가 옆에서 튀어나와 그 차랑 같이 가더라구요.주변에 로컬들도 저희를 계속 쳐다보고 있고 그 삭막한 분위기에서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실감은 안나고 어안만 벙벙해져 있는데저희 뒤에 오던 다른 팀(두번째 차량)이 급히 문을 열며 빨리 차에 타라고 해서 그 차에 올라탔어요.그러고 나니 조금 실감이 나더군요.우리 방금 정말 위험했구나... 하는게.한나는 몸을 덜덜 떨면서 울고 있고,다른 사람들도 말 한마디 안하고.. 그 적막햔 상황 속에서 프랭크씨 부부가 저희한테 충격적인 이야길 해주셨어요.어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로컬 네 명이 다가와 차를 세우고 프랭크씨 부부에게 총을 겨눴다구요.그냥 소총을 가진 사람도 있었지만, 이 AK47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더군요.이제 꼼짝없이 죽는구나 싶었는데, 프랭크씨가 스페인어로 우리는 여기서 봉사활동 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도 나누어주는 단체라고제발 보내달라고 사정을 하니 처음엔 못 듣는 척 하다가당장 차타고 꺼지라고 하고 보내줬다구요.저희는 하루 늦게 온 바람에 이 이야길 미리 듣지 못 한 거예요.프랭크씨 부부가 오늘 아침 회장 레이첼씨에게 오늘은 못 가겠다고 했는데,레이첼씨가 부탁했대요. 여태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고,아마 프랭크씨네 큰 트럭에 이런저런 물품이 많이 실려있었어서 그런 일이 일어났나보다고,오늘은 트럭 두고 다른 차에 타고 가자고...프랭크씨가 스페인어를 잘 해서 도움이 필요했거든요.레이첼씨가 이 단체를 운영한지 벌써 17년째고 프랭크씨네 부부도 15년째 해온 터라큰 고민 끝에 다시 받아들였는데,오늘 또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요.당장 일정 다 취소하고 가장 가까운 국경 검문소로 급히 운전해 왔어요.사실 그쪽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국경이라 평소엔 다른 곳을 이용한다는데오늘은 다들 멕시코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인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어요.국경 다리에 진입하고 검문소까지 한시간이 넘게 걸렸는데,다리 진입한 순간부터 마음이 놓이고빨리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한시간동안 놀란 가슴 진정시키고, 한나도 진정시키고...검문소를 지나고 나서 차를 세우고 렌씨는 강도당한 차를 신고하러 갔어요.방금 지나온 국경을 바라보며 우리 살아있구나, 하고 한나랑 이야기하고 있을 때루이스씨가 찍어준 사진이에요.(한나 썬글라스는 한나가 울어서 계속 쓰고 있었어요)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니며 (특히 동남아쪽에서)위험한 순간이 정말 많았었는데,이렇게 생생하게 위협을 느낀 적은 처음이에요.아직도 실감이 잘 안나요.저희가 타고 온 렌씨 차가 강도당해서오스틴에 사시는 프랭크씨 부부가 저희를 태워주셨는데요오늘 길에 프랭크씨네는 자녀들과 통화를 하셨고한나도 부모님과 통화를 했는데프랭크씨네 따님 분도 엉엉 우는 소리가 들리고한나네 어머니도 엄청 우시더라구요.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꿋꿋하게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고 의연하게 있었는데(저까지 무서워하면 한나가 패닉에 빠질까봐...)다른 사람들이 가족들과 통화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그래도 저는 부모님께 말씀 안 드리려구요.물론 부모님과 통화를 하면 마음이 좀 더 안정되겠지만...두 분 다 한국에 계셔서 안그래도 타지에 있는 딸 때문에 걱정하고 계실텐데이런 일까지 있었다는 걸 말씀드리면계속 더 불안해하기만 하실 것 같아서요.그래도 앞으로 멕시코 국경 쪽은 다시 못 갈 것 같네요.정말 더 큰 사고 없이,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에 너무도 감사해요.=============================================================이 일이 있은 후에 한나는 계속 카운셀링 센터에서 정신 상담을 받았고,저는 사실 이젠 생각도 안나고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에 지프차 조수석에 타고 마트를 가다가 신호대기에 걸린 상태에서무심코 창문을 봤는데 어떤 아저씨가 차 문 바로 옆에 서 있는 걸 보고 지나치게 깜짝 놀랐어요.그냥 신호를 기다리던 분이었는데 차 문에 굉장히 가깝게 서 있었거든요.그 아저씨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멕시코 갔을 때의 일을 떠올리게 되더라구요. 순식간에.역시 이런 트라우마는 평생 남는 건가 봐요.나중에 저희 학교 멕시코 친구들하고 얘기를 하다보니그 친구들도 부모님과 함께 고향에 운전해서 내려갈 때에는 깨끗한 차나 트럭종류는 절대 몰지 않고오래되고 낡은 차를 끌고 내려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미국 번호판이 붙은 차는 왠만하면 피하고.혹시 멕시코를 여행하시는 분들이나, 앞으로 갈 예정이 있으신 분들당분간은 조심하시고.. 앞으로는 이런 일 겪는 분들이 없으셨으면 좋겠어요~ 1
멕시코에서 납치당할 뻔 했어요
오랫만에 문득 생각이 나 네이트판에 들어왔다가 '납치'에 관련된 톡을 보고 글을 씁니다.
저는 현재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20대 중반 학생이구요,
지난 10월 초 멕시코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좋지 않은 일을 겪게 되어 글을 씁니다.
요새 신혼여행도 멕시코로 많이 가는 추세이고, 멕시코 여행자가 늘고 있는데
멕시코가 원래 많이 안전한 지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본인이 조심하면 충분히 여행이 가능한 지역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몇 달간 멕시코 갱과 군대의 전쟁이 커지면서 치안이 굉장히 위험해졌고,
미국에 살고 있는 멕시코인들도 고향으로의 여행을 자제할 만큼 국경 상태가 심각했어요.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다녀온 저에게도 잘못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알게모르게 정신적으로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라
다른 멕시코 방문자들 & 여행하시는 분들이 이런 사고를 겪지 않도록 하는 마음에서 글을 올립니다.
아래는 제가 10월 7일 제 블로그에 올린 글이에요.
=============================================================================
오늘 친구 Hannah와 함께 멕시코에 다녀왔거든요.
한나는 벌써 3년반째 두달에 한 번씩 1박2일 멕시코 국경지대에 봉사활동을 가고 있구요,
지난 학기부터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시간이 안맞아서 한 번도 못 가다가
이번에는 당일치기로 간다고 하길래 같이 가기로 했어요.
새벽 3시반에 한나와 다른 봉사자 렌씨를 만나서 4시간 정도 거리의 멕시코 국경 근처로 이동을 했어요.
거기 있는 호텔 세미나실에서 나머지 봉사자분들과 합류를 했구요. (약 25명 정도...)
그 분들은 미리 와서 어제도 멕시코에 다녀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룹 분위기가 약간 경직되어있길래 이상하긴 했지만,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조를 짜고 국경을 넘을 때의 주의사항 등을 듣고 차로 이동을 하려고 하는데,
단체 회장인 레이첼씨가 '어제 좋지않은 일이 있어서, 오늘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도움을 주실 분이 오셨다'고 하시더라구요.
10년동안 국경 검문소를 도우며 일을 했었고, 지금은 변호사를 하고 있다는 '루이스'가 저희 차에 함께 타게 되었어요.
국경을 넘어가며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고,
저는 이번이 첫 멕시코행이었기 때문에 호기심을 갖고 이런저런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루이스가 갑자기 "혹시 이상한 사람들이 차를 세우거든 절대 그 사람들 쳐다보지말고 땅만 봐야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차에서 내리라고 하거든 절대 저항하지 말고 그냥 내려라"는 말까지요.
그 말에 한나도 렌씨도 오랫동안 이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여태까지 위험한 일이 한번도 없었다고
그렇게까지 경계할 필요 있겠냐는 반응을 보였어요.
(렌씨는 벌써 13년째 이 봉사활동을 해오셨구요.)
루이스는 요새 멕시코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시민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미국으로 새는 소식들은 사실 검열을 통해서 가는거라 미국사람들은 상황을 제대로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한참 운전을 하며 가는데, 앞에서 갑자기 차가 막혀있더라구요.
무슨 일인지 봤더니 도로 중간에 빈 차 한 대가 가로로 세워져있고
그 차 때문에 다른 차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막혀버린 상황이었어요.
저희 차가 5대 나란히 가고 있었는데, 이 일 때문에 뒤에 오던 3대는 차를 돌려서 다른 쪽으로 갔고
앞 2대는 이미 차를 돌리기엔 늦어버려서 그냥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저희가 선두에 있던 중형차였구요, 다른 차들은 다 승합차라 저희 뒤를 따라오고 있었어요.)
갑자기 어떤 멕시코인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길가에 세워진 차를 옆으로 밀어냈어요.
그걸 보고 루이스는 지금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저거 car bomb (차 폭탄)인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한나는 그 말을 듣고 "농담이죠?"하면서 막 웃었고, 저도 솔직히 그건 좀 과장된 추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길을 지나서 쭉 운전을 하고 올라갔는데 위쪽 사거리도 버스로 다 막혀 있더라구요.
그때부터 이거 좀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바로 차를 돌려서 나왔어야 했는데...
가장 앞에 세워진 버스 옆에 주유소가 있는 걸 본 렌씨가 거기서 유턴을 하자고 했어요.
주유소 쪽으로 방향을 틀고 유턴을 하려는데,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남자가
차를 막 두드리며 한나가 있는 쪽 문을 열더라구요
당황한 한나가 다시 문을 확 닫았고, 그 남자는 바로 운전석으로 다가가 렌씨를 끌어내며 뭐라고 스페인어로 막 소리를 질렀어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도대체 뭐가 뭔지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갑자기 루이스가 저희보고 당장 내리라고 막 소리를 지르면서 본인도 벨트를 풀고 차에서 급히 내렸어요.
저도 깜짝 놀라서 차에서 확 내리고 한나도 몸을 밖으로 던지다시피 하며 내렸는데
정말 저희 내리는 거랑 동시에 차가 막 출발했어요.
더 무서웠던 건, 그 남자가 저희 차를 운전해가자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까만 차 몇대가 옆에서 튀어나와 그 차랑 같이 가더라구요.
주변에 로컬들도 저희를 계속 쳐다보고 있고 그 삭막한 분위기에서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실감은 안나고 어안만 벙벙해져 있는데
저희 뒤에 오던 다른 팀(두번째 차량)이 급히 문을 열며 빨리 차에 타라고 해서 그 차에 올라탔어요.
그러고 나니 조금 실감이 나더군요.
우리 방금 정말 위험했구나... 하는게.
한나는 몸을 덜덜 떨면서 울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말 한마디 안하고..
그 적막햔 상황 속에서 프랭크씨 부부가 저희한테 충격적인 이야길 해주셨어요.
어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로컬 네 명이 다가와 차를 세우고 프랭크씨 부부에게 총을 겨눴다구요.
그냥 소총을 가진 사람도 있었지만,
이 AK47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제 꼼짝없이 죽는구나 싶었는데, 프랭크씨가 스페인어로
우리는 여기서 봉사활동 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도 나누어주는 단체라고
제발 보내달라고 사정을 하니 처음엔 못 듣는 척 하다가
당장 차타고 꺼지라고 하고 보내줬다구요.
저희는 하루 늦게 온 바람에 이 이야길 미리 듣지 못 한 거예요.
프랭크씨 부부가 오늘 아침 회장 레이첼씨에게 오늘은 못 가겠다고 했는데,
레이첼씨가 부탁했대요. 여태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고,
아마 프랭크씨네 큰 트럭에 이런저런 물품이 많이 실려있었어서 그런 일이 일어났나보다고,
오늘은 트럭 두고 다른 차에 타고 가자고...
프랭크씨가 스페인어를 잘 해서 도움이 필요했거든요.
레이첼씨가 이 단체를 운영한지 벌써 17년째고 프랭크씨네 부부도 15년째 해온 터라
큰 고민 끝에 다시 받아들였는데,
오늘 또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요.
당장 일정 다 취소하고
가장 가까운 국경 검문소로 급히 운전해 왔어요.
사실 그쪽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국경이라 평소엔 다른 곳을 이용한다는데
오늘은 다들 멕시코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인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어요.
국경 다리에 진입하고 검문소까지 한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다리 진입한 순간부터 마음이 놓이고
빨리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한시간동안 놀란 가슴 진정시키고, 한나도 진정시키고...
검문소를 지나고 나서 차를 세우고 렌씨는 강도당한 차를 신고하러 갔어요.
방금 지나온 국경을 바라보며
우리 살아있구나, 하고 한나랑 이야기하고 있을 때
루이스씨가 찍어준 사진이에요.
(한나 썬글라스는 한나가 울어서 계속 쓰고 있었어요)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니며 (특히 동남아쪽에서)
위험한 순간이 정말 많았었는데,
이렇게 생생하게 위협을 느낀 적은 처음이에요.
아직도 실감이 잘 안나요.
저희가 타고 온 렌씨 차가 강도당해서
오스틴에 사시는 프랭크씨 부부가 저희를 태워주셨는데요
오늘 길에 프랭크씨네는 자녀들과 통화를 하셨고
한나도 부모님과 통화를 했는데
프랭크씨네 따님 분도 엉엉 우는 소리가 들리고
한나네 어머니도 엄청 우시더라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꿋꿋하게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고 의연하게 있었는데
(저까지 무서워하면 한나가 패닉에 빠질까봐...)
다른 사람들이 가족들과 통화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그래도 저는 부모님께 말씀 안 드리려구요.
물론 부모님과 통화를 하면 마음이 좀 더 안정되겠지만...
두 분 다 한국에 계셔서 안그래도 타지에 있는 딸 때문에 걱정하고 계실텐데
이런 일까지 있었다는 걸 말씀드리면
계속 더 불안해하기만 하실 것 같아서요.
그래도 앞으로 멕시코 국경 쪽은 다시 못 갈 것 같네요.
정말 더 큰 사고 없이,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에 너무도 감사해요.
=============================================================
이 일이 있은 후에 한나는 계속 카운셀링 센터에서 정신 상담을 받았고,
저는 사실 이젠 생각도 안나고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에 지프차 조수석에 타고 마트를 가다가 신호대기에 걸린 상태에서
무심코 창문을 봤는데 어떤 아저씨가 차 문 바로 옆에 서 있는 걸 보고 지나치게 깜짝 놀랐어요.
그냥 신호를 기다리던 분이었는데 차 문에 굉장히 가깝게 서 있었거든요.
그 아저씨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멕시코 갔을 때의 일을 떠올리게 되더라구요. 순식간에.
역시 이런 트라우마는 평생 남는 건가 봐요.
나중에 저희 학교 멕시코 친구들하고 얘기를 하다보니
그 친구들도 부모님과 함께 고향에 운전해서 내려갈 때에는 깨끗한 차나 트럭종류는 절대 몰지 않고
오래되고 낡은 차를 끌고 내려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미국 번호판이 붙은 차는 왠만하면 피하고.
혹시 멕시코를 여행하시는 분들이나, 앞으로 갈 예정이 있으신 분들
당분간은 조심하시고.. 앞으로는 이런 일 겪는 분들이 없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