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궁금이의무서운이야기 [런닝맨]

궁금201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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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때, 방과후 학교가 끝나고 야자 조금 하다보니 다섯시쯤 되어있었다
그때 우리학교는 런닝맨이 인기였다음악실이라던지 과학실, 교실에 뭔가를 숨겨놓고 그걸 다 찾으면 답이 나오는
해가 짧아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대부분 집에 가고 나와 친구들이 남았다그중에 A라고, 글을 쓰는 놈이 있었는데 놈은 창의력이 쩔었다
너희가 운동장에 나와있으면 내가 노란 종이에 단서를 써서 숨겨놓을 테니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물론 찾는 팀에겐 라면을 쏜다고 했다
우리는 총 일곱이었고 답을 아는 A는 교무실과 화장실을 뺀 이학년 건물 전체가 범위란 말을 남기고 라면을 사러 갔다
내가 속한 팀은 애들이 다 모자달린 겉옷을 입고 있어서 후드팀이 되었고 저쪽은 노페 겉옷을 입고 있어서 노페팀이 되었다
오오 난 런닝맨 놀이 안해봐서 모르는데 초,중,고 안가리고 다 하는구나!
운동장에서 팀을 다 나누고 건물로 들어가려할 때가 여섯시 쯤이었다그때 이학년 건물은 문만 열려있지 깜깜했다매점과 야자실은 삼학년 건물에 있어서 사람도 없었다
들어가 보니 계단은 엄청 껌껌했다창문도 없는데다가 그날은 유난히 달빛이 흐렸다 아마 겨울비가 내린 후였을 테지
수위아저씨는 아홉시쯤에야 출발하고 당직 선생님은 야자실에 있을 테였다 결론은, 손전등을 빌릴 사람이 없다빌려주지도 않았을 것 같지만
다행히 우리는 신세대 고등학생이라 우리팀의 한명을 뺀 모두가 똑똑이폰이었다우리팀을 나, B, C 노페팀을 D, E, F라고 하겠다
우리는 와이파이가 제일 잘 터지는 교무실 앞까지 더듬더듬 가 손전등 어플을 받았다. 원래는 각자가 흩어져서 수색하는게 일반적인 룰이지만 피쳐폰인 C는 나와 같이 가기로 했다
잠깐 건물 설명을 하자면, 일층엔 보건실과 행정실, 예체능부실 생활지도부실이 있고 이층엔 교무실과 교장실 상담실이 있었다.
그리고 삼층이 이학년 교실, 사층도 교실과 음악실, 미술실이 있었다
A가 행정실과 생활지도부실은 중요한 정보가 많이 있어서인지 일치감치 잠겨있었고 보건실과 예체능부실은 잠기지 않았지만 불이 꺼져있었다
보건실엔 이래저래 섬뜩한게 많으니 미리 담력을 조금이라도 단련시키기 위해 먼저 들어가기로 했다 노페팀은 위에서 아래로 주욱 훑을 예정인 듯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C는 보건실로 들어갔다 (B는 예체능부실로 보냈다) 여느 보건실이건 하나씩 있는 간지용 해부도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날따라 해부도에 그려진 눈알의 눈동자가 뚜렷이 보였다 기분 탓이었겠지만, 뭐주위가 어둡다보니 제대로 찾는게 힘들었다
가장 만만한 침대를 들썩이다가, 베개가 바스락거리길래 지퍼를 열어보니 그안에 노란 종이가 들어있었다
펼쳐보니 그림이었다 강당을 그린 것 같았는데, 농구골대가 부각되어있었다그런데 종이가 하나 더 나왔다 C가 물을 마시려다가 종이컵 상자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C가 발견한 종이에는 단순히 '의'자 하나만 씌어있었다
왜 한 장소에 두개나 숨겨놓은 걸까. 싶었지만 주머니에 구겨넣고 복도로 나왔다B도 쪽지를 하나 찾아서 나왔다쪽지가 두개라는 말을 하자, A가 애들 엿먹이려고 그랬나부지, 하고 말았다
그때 A에게 전체문자가 왔다
제한구역: 교무실 교장실 행정실 생지부실답은 다섯글자도서실에 있을테니까 와서 답 말해. 틀리면 딱밤.
참 빨리도 알려준다 생각했다
깜빡하고 안적은게 있는데 우리 지하도 있다지하에 무용실이랑 기술실 가정실 생물실 과학실이 있어
일단 이층까지 훑어보고 내려가기로 했어 뭔가 잔뜩 숨겨져 있을것 같았거든 이층은 범위도 적으니까 금방 끝날 것 같았고
이 과정에서 B와 찢어졌다 B는 삼층으로 올라갔고 우리는 상담실로 들어갔다문을 여는 중에 우당탕 소리가 계단에서 들려왔다 뛰어가보자 B가 넘어져있었다 엄청 웃었다 덕분에 맞았다
이때 B에게 감사했어야했다ㅋㅋ거리며 상담실에 들어가 여기저기 비추며 찾기 시작했다책상 서랍은 잠겨있어서 열지 못했고 수납장을 뒤지다가 화분을 들어보고 했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여긴 아무것도 없나 싶어 나가다가, 선반에 쌓아놓은 책들을 발견했다설마 이런데 숨겼겠어 싶어 휘리릭 넘기는데 A이 개새기. 이런데 숨겨놨다
하얀색 종이였다A4크기의 종이를 두번 접어놓은 거였는데 이때 B가 한번 더 넘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펴자마자 보이는건 맨 위에 적혀있는 유서. 라는 글자였다이새기는 뭐 이딴걸 단서로 준비했대? 것도 빠르게C가 꿍얼거렸고 난 꺼림칙함에 나중에 읽기로 하고 지하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B에게 전화가왔다이학년 삼반 교실에서 종이를 하나 찾았는데, 노페팀 애들에게 빼앗겼단다. 그래도 글자는 확인했고 노페팀 종이도 하나 확인했다고 한다.'문' 과 '객'
이제 슬슬 맨 윗층으로 올라갈건데 노페팀 애들이 훑은 뒤라 뭔가를 건질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노페팀 애들은 이제 삼층을 간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가장 먼저 들어간 건 무용실이었다무용실 매트가 흐트러져있길래 혹시했는데 역시였다 아무래도 A는 무서웠던 모양이다 하긴, 후딱 넣고 나갔겠지노란 종이에는 울이라고 씌어있었다
무용실은 큰 거울이 전면에 붙어있어서 엄청 무서웠다어두운 데다 반지하라 창으로 빛이 흐릿하게 들어서 얼굴도 제대로 안보이고 움직이는 것만 보여서 더 그랬다 C는 무용실 나갈때 바로 옆에서 고울을 보고 식겁했다
다음은 생물실뭔가를 숨길만한 곳은 없어보였지만 꼼꼼히 살폈다그리고 됐다엄청 무서웠다 왜 해부는 저리 많이 해놔서건진 건 없었다
과학실과 기술실은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잠겨있었다 과학실이 잠겨있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가정실로 들어갔다
가정실책상은 하나같이 서랍이 깊었다 하나한 손을 넣고휘젔다가 꼼묻었다C가 노란 포스트잇 하나가 서랍 안 윗쪽에 붙어있던 것을 떼어냈다죽고싶다...여름도 아닌데 겁준다 A새기
둘다 그거보고 얼어있는데 B한테다시 전화가 왔어음악실 미술실 공치고 이학년 교실 돌다가 팔반을 갔는데, 가장 낙서가 심한 책상 서랍 안에서 노란 포스트잇을 발견했단다사람 이름이 죽 적혀있다는데, 쓸모있을까 물어보길래 일단 챙겨오라고 했다
일층으로 갔다가 노페팀의 D를 만났다 경계했는데 싸울 용의가 없는 것 같아서 E와 F는 어딨냐고 물었다
둘 다 어느 교실에서 의논중이라길래 위기의식을 느꼈다종이 몇개 찾았냐? 물어보니B한테 뺏은 거까지 네개 너희는? 하고 되묻길래 대충 얼버무렸다우리가 더 많았으니까 ㅋ
B와 합류하고 아무 보건실에 들어가 쪽지를 늘어놓았다일층에서 셋, 이층에서 하나, 삼층에서 찾은걸 뺏기고 사층에서 하나. 그리고 지하에서 둘. 총 일곱이었다그중 B가 예체능부실에서 찾은건 걍 메모였다 ㅋ
그 메모를 제외하고 쪽지를 정리했다의, 울, 유서, 죽고싶다, 이름 목록, 강당그림.
우리는 유서를 대강 읽어봤다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못 견디고 자살한다는 내용이었다누가 문학특기생 아니랄까봐 디테일했다괴롭힘의 방법, 폭언, 날짜와 자살자의 이름까지 꺼림칙했다
우리는 '왕따'와 '자살'에 초점을 맞추고 의, 문, 객, 울 을 풀기로했다저쪽이 몇개의 쪽지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았다우울, 조문객, 의문사 등등 여러개가 나왔다
어쨌거나 우리들이 최종적으로 정한 답은 '비관자살자'였다
노페팀이 아직 풀지 못했기를 바라며 우리팀은 도서실로 뛰었다 아까 넘어져 다리를 다친 B는 느긋이 오다가 뒤늦게 달려오던 노페팀에게 치었다
A는 도서실 앞에 놓인 의자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옆에 놓인 두둑한 봉지에는 아마도 라면이 들어있겠지 ㅋ 나는 정답 맞추러 왔어 하고, 답을 말했다비관자살자 라고 말하자 마자 A와 노페팀의 표정이 굳었다벙쪄있던 A가 딱밤을 때리며 어떻게 해야 그런 답이 나오냐며 꾸짖었다
노페팀의 답은 산타클로스였다그게 뭐여 ㅋㅋ 하는데 A가 딩동댕이란다어리둥절해서 우리가 모은 종이들을 보여주자 A의 표정이 굳는다
왜그러냐고 묻자
내가 숨겨둔 종이는 여섯개 뿐이야겨울의 방문객이라는 여섯글잔데, 이것들은 어디서 난거냐?
소름이 돋았다
우리가 가진 의, 울과 저쪽이 가진 문, 객, 겨, 방이 준비한 종이의 전부라는 것이다
그럼 우리에게 남는 네개의 종이는.A가 종이를 자세히 보더니 새파랗게 질린다.잔뜩 겁먹고 말도 제대로 못하길래 우리는 얘가 좀 이상하다고 판단, 가까운 F의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예술가 성향이 짙은 녀석이라 가끔 이상할 때가 있긴 했는데 오늘은 심했다 F의 방에 앉혀놓고 이유를 묻자 유서의 맨 마지막에 쓰인 이름을 가리킨다
저 선배, 작년에 농구골대에 넥타이로 목매고 자살한 선배야
A가 말하자 모두 굳어버렸다. 뭐 이딴 걸 만들어놓냐고 투덜거리던 나와 C도 암말 못했다 A가 말을 이어갔다
살아있으면 삼학년일걸. 선배들은 왕따로 죽었단거 다 알고있는데 경찰이 유서를 못찾아서 단순 성적비관으로 끝났어. 그리고 왕따시킨 선배들은 지금 학교 아주 잘 다니고 있고.
유서, 농구골대, 이름, 죽고싶다
A가 추측한 내용은 이렇다
가정실습은 과목중 가장 자유로운 시간. 친구들이 서로 어울리고있을때 자신은 그저 없는 존재로 무시나당하고 있으니 죽고싶었겠지. 포스트잇이 발견된 자리가 그 선배의 자리였을거라고 하자 C는 치를 떨었다
수업시간 친구들을 피해 보건실에서 엎드려있던 선배는 죽을 곳을 강당으로 정하고 대충의 동선을 그리다가, 대충 베게시트에 구겨넣는다. 우리학교 더럽구나. 안 빨고 뭐했대.
자신을 간 친구들의 이름을 적어 남겨놓고 유서를 쓴다. 유서에 대해 A는 정말 남득이 되게 설명을 해줬다.만약 최초 발견자가 가해자였고, 그 유서를 봤다면 당연히 숨기겠지. 가해자가 그문제로 상담을 하고, 인재였던 가해자를 잃을까 두려운 학교측은 유서를 숨겼겠지. 잊혀진 그게 오늘 발견된거고.
생각해보면, 선반의 책은 먼지가 가득했다. A가 숨기느라 건드렸다면 먼지 빽빽하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다가, 라면을 끓여먹었다
새학기가시작되고, 전교 1등 삼학년 선배의 격려? 를 들었다. 가끔 그 일등선배와 선배의 친구들을 마주치면, 명찰은 최대한 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체육시간이 있을 때마다 농구를 하기가 싫다.이학년 팔반으로 배정이 난 C는 항상 죽을 상이다
여기서 밝힐 것은, 사실 난A다.
가끔 후회한다. 왜 나는 쓸데 없이 게임을 제안했던 걸까. 쓸데없이 친구들을 끌어들여, 쓸데없이 맘고생을 시키고있는걸까
왜 쓸데없이 이걸 알리고 있는걸까쓸데없이.
이상, 한국 고등학생 A가 겪었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