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으므로.

사랑했으므로.201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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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 밤의 꿈같은 것. 그냥 인정해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몸짓, 거기에 걸어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 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 눈 앞에 있는데 네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 있거라. 별 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삼 일쯤 밥을 삼킬 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베어나오겠지. 세상의 모든 거리, 세상의 모든 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니가 걸어 나올 수가 있단다.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사랑한 날의, 이별한 날의 풍경만 떠오르겠지. 사람은 그립지 않고 그 날의 하늘과 그 날의 공기, 그 날의 꽃 향기만 네 가슴에 남을거야.

 

그러니 사랑한만큼 남김없이 아파해라. 그게 사랑에 대한 예의란다. 비겁하게 피하지마라. 사랑했음에 변명을 만들지 마라.

 

그냥 한 시절이 가고, 너는 또 한 시절을 맞을뿐 사랑했음에 순수했으니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

 

 

 

서영아의 <딸에게 미리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