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만4세 40명의 담임교사입니다.

2012.12.17
조회2,012

안녕하세요. 저는 국공립어린이집 만4세반 담임교사입니다. 어린이집에는 국가에서 정한 교사 대 유아의 비율이 있어요.

만 1세는 1:5 교사 한명 대 영아 1명,

만 2세는 1:7

만 3세는 1:15

만 4세는 1:20

만 5세는 1:20 입니다.

어린이집 운영 방침, 시설의 규모 등에 따라 교사대 유아의 비율이 적기도, 더 많은 경우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비율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어린이집에서는 만 4세 1:20의 비율을 따라.. 교사 2명에 40명의 유아들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유아 1인당으로 계산되는 교실의 면적이 40명이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라 법적으로는 아무런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평소에는 잘 못느끼지만 헉! 소리 나도록 힘든 경우도 많이 있어요.

1:20으로 책정된 수이지만 한명의 교사가 20명의 아이들만 관리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반 40명의 아이들의 안전과 보육, 교육에 늘 예민해야 하고 보다 즐겁고 의미있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하지요.

서류의 관리 부분은 2명의 교사가 나누어 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하지만 더큰 문제는 실제 생활속에 있어요.

예를들면 근처의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면, 인솔교사는 맨 끝에 있는 유아와 교사가 잘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리 큰 목소리를 내도 잘 들리지 않지요^^;

실외에서 "우리 하늘까지 닿도록 높이 점프해 볼까?" 하고 이야기 하면 교사 근처의 아이들은 듣고 따라하지만 목소리조차 듣지 못한 아이들이 있어 교사는 이동하며 여러 번 이야기 해주어야 하지요.

40명의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 또는 조부모님과 매일 얼굴 마주하며 오늘 하루 중 특별했던 일에 대해 전달하기도 해야하고요.

학부모 상담시기라도 찾아보면.. 하루에 많게는 4~6명씩 상담하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할 때면

아이들이 맑음에, 밝음에, 순진함에 어느새 힘든 것도 잊고 열심히 지낸답니다.

 

방금 전,

 

오늘은 40명의 담임교사인 제가 너무도 속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어린이집에서는 매월 1회 이상 외부의 견학을 갑니다.

동기 및 동료 교사들이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ㅄ) 견학을 강추!하여 1월의 견학지로 손꼽아 기다렸지요.

마침 가까운 지역에 견학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여 오늘 문의 드렸어요.

다행히 원하는 날짜와 시간이 예약가능하여 하려는데..

우리반 40명의 유아들이 느~~~~~~~~무 많다고 이야기하네요.

어떻게 조정이 안되냐고 하면서.. 저는 1~2명의 아이들 정도는 빠질수도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니..

매장을 이용하는 다른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며 35명 이하는 안되는지 묻더라구요.

제가 몇명의 아이들만 떼어놓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견학 동의서를 받긴 하지만 그건 견학지가 선정된 후이니 정확한 인원수는 모르는 일이고..

어렵다고 하니.. 견학이 안된다고 하네요.

저희반 담임교사 2명이고 학부모 자원봉사로 1~2분 정도 지원이 되기도 한다고 하였는데

유아 40명이면 어린이집에서 교사는 6명 정도는 지원이 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휴우..

기분이 좋지 않지만 다른 견학지를 선정해야겠기에..

1월 생활주제와 연계된 "어린이 도서관"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의 방학기간 중에는 이용자의 증가로 견학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지만 자유롭게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해요.

조심스럽게.. 6살 40명의 아이들인데 괜찮은지 물었습니다.

당황하시긴 했지만 도서관의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하는 부분에 대해서 제재는 할 수 없기에...

조심스러워하셨습니다. 이용은 할 수 있지만 어려움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며..

 

두 곳에서 40명이라는 숫자의 한계를 느끼며..

내가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애물단지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그쪽에서도 제한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알아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무슨죄가 있겠어요.

우리반의 인원수 때문에 다른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과는 다른 대우와 기회조차 가질 수 없음에 너무나 속상했답니다.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장려하기도 하고, 보육료 지원 및 무상보육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을 낮추는 것이

교육의 질 뿐만 아니라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인데..

위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잘 모르시나봐요.

 

외국에서는 1:3, 1:5 정도로 비율이 훨씬~ 낮습니다.

이 비율을 책정할 때 기준은 화재 발생 시 교사가 데리고 나올 수 있는 인원수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교사의 인건비 기준이 크다고 알고 있어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

 

얼마 후이면 대선이네요.

저는 아직도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면 좋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어떤 분들도

이러한 공약을 내세우시는 분들은 없네요..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

똑같이 4년 대학 나와서 남들보다 못한 처우와 사회적 인식이 낮음에도 늘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시는 것 알고 있어요.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네요.

저는 다른 견학지 선정에 눈을 부릅! 뜨고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