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할머니랑 같이 살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잠이와요2012.12.18
조회221

 

 

 

안녕하세요.

저는 평소에 판을 즐겨보던 20대 중반으로 넘어가는 나이의 여대생입니다.

이 게시판에 올리는게 맞는건지 모르겠네요...

너무 답답해서 일단 올려봅니다.

학교는 지방에서 다니고 있구요, 집은 학교 있는 곳에서 1시간 거리의

더 작은.. 소도시입니다. 시골이죠.

제가 이렇게 판에 글을 남기게 된 이유는... 방 3개인 집에서 언제까지 6식구가

살아야 하는지 답답해서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우선 배경부터 설명해드릴게요.

 

 

저희 가족은 부모님과 저, 동생 둘 해서 총 다섯입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까지는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그 때는 저희 식구 다섯만 같이 살았어요.

그리고 제가 중학생이 되면서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갔는데,

원래 할머니께서 서울 삼촌네 집에서 같이 사시다가 숙모의 동생분이랑 장모님이

삼촌 옆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할머니가 다시 시골로 내려오셨습니다.

(삼촌네 집은 빌라였어요. 삼촌이 그 빌라 주인이었거든요.)

참고로 삼촌네는 자식이 둘입니다.

삼촌네 장모님이랑 같이 사는것도 아니고 따로 사는거구요.

 

 

 

이 때부터 저희 다섯식구와 할머니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원래 고향이 여기셨고, 서울생활이 10년 채 안되셔서 같이 사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즘부터 엄마가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셔서 집에 저와 동생들만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의 존재는 고마웠어요. 집에 어른이 있으면 든든하잖아요.

하지만 그냥 그 존재감 뿐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집안일을 전혀 안하세요.

원래 농사짓던 분이시라 시골에 있는 밭에서 농사 지으신거 나르느라

할머니 방과 베란다는 항상 흙투성이입니다.

또 시골분이셔서 항상 부엌이 엉망입니다. 음식을 자꾸 흘리시고 간장같은 액체류는

흘렀는데도 닦지 않으셔서 항상 찐득거리구요. 냉장고 안도 마찬가지구요. 

그걸 치우는 사람은 저희 엄마 뿐입니다.

이런 부엌을 보고 아빠는 항상 엄마에게 화를 내셨습니다.

아빠가 약간 완벽주의 기질이 있으셔서 청소기도 하루에 기본 2-3번씩 돌리시거든요.

공부도, 운동도, 청소도, 뭐든지 다 잘해야하는.. 그런 분이십니다.

근데 문제는 아빠가 집안일을 전혀 안하신다는겁니다. 아, 청소기는 돌리세요. 그뿐입니다.

아예 아무것도 안하십니다. 심지어 밥도 아빠는 따로 쟁반에 챙겨다 드립니다.

아빠가 거의 컴퓨터를 하면서 식사를 하시거든요. (저녁에는)

저희랑 같이 식사하는 일이 1년에 손에 꼽을 정도네요.

그러다보니 집안일은 자연스럽게 전부 엄마 몫이 됩니다.

명절때도 저희 집이 큰집이라 저희 엄마가 일 많이하시는건 당연하구요.

엄마 성격이 원래 자기가 해야 속시원한.. 그런 스타일이셔서 엄마도 잘 안시키세요.

그래서 저도 집안일을 해야한다는 계기를 못느꼈고, 엄마도 안시키셔서 어떻게 하는건지도 몰랐어요.

저도 철이 없었죠. 하지만 아빠가 무조건 애들은 공부해야 하니까 건들지 말고

엄마에게 집안일을 다 하라는 교육방식에서 자란 저희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고등학생 때 기숙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집안일에 대한 인식을 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집에 가면 제가 온 집안 돌아다니면서 청소하고 집안일 합니다.

그래도 제가 못하는 부분이 아직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엄마 도와드리려고 노력해요.

사실 직장인이건 학생이건, 어른이건 아이이건 간에 한 집에 한 가족으로 사는 이상

집안일은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 여섯식구의 일을 모두 엄마가

하시는건 직장인 엄마에게 당연히 힘들수밖에요.

일부러 동생들한테 이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그 집안일 스트레스가 어떤지... 다는 몰라도 힘들거라는건 알겠더라구요..

그리고 엄마가 성격 있으신 것도 전혀 아니고, 잘 웃고 불평 안하는 순한 성격이십니다.

이게 나중에 와서 생각해보니 오히려 엄마를 더 힘들게 하는 성격이 아닌가.. 싶네요.

게다가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시고 할머니가 내려오면서 엄마에겐 사회생활 + 시월드가

동시에 열린 셈이지요.

사실 할머니가 성격이 무서운 편이셔서 엄마 성격과는 완전 상극입니다.

그래서 사이가 딱히 안좋은것도 아니지만 오순도순한 고부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할머니는 항상 어지르고 엄마는 항상 치우고.. 아빠는 엄마한테 청소 안한다고

화내고.. 이런 상황의 반복이었습니다.

 

 

 

 

저희가 이사하고 나서 10년간 방이 3개인 30평 아파트에서 6명이 살았습니다.

거실과 베란다가 넓은 편이라서 방이 넓은 편은 아닙니다.

(이것도 원래 식구가 여섯이라 엄마가 방이 4개인 곳으로 가자고 아빠에게

말씀드렸지만 아빠가 무조건 안된다고 하셔서 온거라고 하시네요.

엄마도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던 것도 아니었거든요)

안방은 부모님이 함께 쓰시고, 할머니가 한개 방을 쓰시고, 나머지 제일 작은 방을 저희 셋이 씁니다.

그때 당시 저는 중학생, 제 동생들은 초등학생이었네요.

원래 아버지가 엄하셔서 저희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 많이 혼나면서 자랐고,

그래서 집에 대한 불만은 꺼낼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도 불만을 안가졌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상식적으로 제일 작은 방을 한창 클 어린 애들 셋이 쓴다는게 말이 안됩니다.

일단 아까 말했다시피 할머니가 농사 지으시는것 때문에 저희집은 항상 짐투성이 입니다.

베란다는 알수없는 농사 물건들로 꽉 차있고, 할머니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아빠가 안쓰는 물건을 절대 안버리셔서 안그래도 집에는 짐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 셋의 물건을 다른 곳에 놓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컴퓨터는 거실에 있습니다. 아까 거실이 넓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어차피 집에 컴퓨터가 한대 뿐이라 다같이 사용해야 해서 거실에 있어요.

저희 셋이 쓰는 작은방에는 침대가 1개 있습니다.

이사오면서 침대를 처음 샀는데, 이 때 제가 이 방에서 침대를 혼자 쓰면서 잤어요.

동생 둘은 안방에서 바닥에 이불을 깔고 둘이 같이 잤구요.

 

 

 

저는 고등학교를 타지에서 다니게 되어 집에는 주말에만 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방을 쓸 사람이 한명 줄게 된 셈이죠.

저는 주말마다 집에 내려오니 주말에는 당연히 집이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와 동생들은 우애가 깊어 주말에는 이야기 꽃을 피우며 새벽까지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거의 항상 주말마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상황에 대해 더욱 불편함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고2때 한달간 집을 리모델링 해서 집을 정말 좋게 만들어 놨거든요.

근데도 할머니는 항상 부엌과 방, 베란다를 어지럽혀 놓으십니다.

엄마는 퇴근시간이 보통 저녁 8시인데 아빠가 더 일찍 오실떄도 많아서

청소가 안되어있는 집을 보고 오자마자 아빠한테 잔소리를 들으시지요. 아주 무섭게.

엄마는 씻지도 못하고 아빠 밥차리고 청소하고 집안일하면

늦은 밤이 됩니다. 엄마는 지쳐서 씻지도 못하고 누워계시고..

그럼 아빠가 또 이시간까지 안씻고 뭐하냐고 한소리 하십니다.

이런 패턴은 10년간 변함이 없더라구요.

 

 

3년 후 저는 타지에서 대학을 갔고, 동생도 대학 갈 나이가 되어 집에는 막내 한명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방3개에 가족 4명이서 사는.. 평소에는 그런 평범한 집이 됩니다.

하지만 주말과 방학때 저와 동생은 집에 내려가고, 대학생의 방학은 고등학생 때보다 더 길어서

집에서 사는 기간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났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저희가 쓸 수 있는 방은

가장 작은 방 1개더군요. 그 방은 제가 지금 살고있는 고시원보다 약간 넓은..

실제 크기는 그렇지만 체감은 집에 있는 그 방이 더 좁습니다.

세명의 물건을 놓으려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요.

그러다 문득 제가 대학을 다니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까지 할머니와 같이 살아야 할까... 언제까지 우리는 방 하나를 셋이서 써야할까...

아빠 위로 고모들이 계시지만 결론적으로 저희 아빠가 장남이시라 아빠는 할머니를

모시고 살겠다는 생각이 강하신 것 같습니다. 엄마는 저에게 시골에 작은 집을 지어서

어차피 그곳에서 농사도 지으시고 그곳이 아빠의 본가이기 때문에 할머니가 거기서

사시는게 할머니도 편하고 명절 지내기도 편하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아빠한테 쉽게 말을 못꺼내세요. 아빠 성격이 워낙 불같으시고 아빠가 한번도

그런 얘길 꺼내신적이 없으셨거든요.

 

 

 

엄마의 얘기를 듣다보니 저도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친구들은 모두 혼자 방을 쓰거나 둘이서 방을 함께 쓰는데,

우리는 왜 셋이서, 그것도 가장 작은 방을 같이 써야 할까?

물론 이미 그렇게 10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저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동생도 군대에 가있는 상황이구요.

하지만 저나 동생들이나 앞으로 몇년간은 집에서 더 살아야 하고, 함께 집에 모이는 날도

자주 있을겁니다. 그런데 저희가 성인이 된 상황에서도 한 방을 셋이서 써야 한다면...

정말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생각해보니 제 마음속에 예전부터 소망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만의 방을 쓰는 것.

대학생때까지도 기숙사에서 살다가 너무 지쳐서 고시원으로 나왔어요.

드디어 저만의 방이 생긴 것이죠. 하지만 집에 내려가는 방학이거나 교환학생을 가거나..

하면서 짐을 자주 옮겨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짐들은 거실 한구석이나

베란다에 놓여져 있습니다. 이건 군대가기 전 제 동생이 대학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방에 짐을 놓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죠. 물론 이거에 대해 불만이 있는게 아닙니다.

이렇게 짐을 놓다보면 서로 짐이 어디있는지 뒤섞이고 못찾습니다.

원래 집에 짐이 많고, 자기 방에 기본적인 것들도 정리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예전에 쓰던 물건을 찾으려면 온 집안을 다 돌아다녀야 하고

그래도 못찾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타지생활 하다보면 필요한 것들도 비슷한데, 짐정리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산걸 또사고 또사고.. 그래서 나중에 한번에 정리하면 똑같은 물건이 여러개 쏟아져

나오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서로의 물건이 정리가 안되있다는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각자에게 중요하고 오랫동안 필요한 물건들이 있는데, 그건 전혀 정리가 안됩니다.

물론 날잡고 정리합니다. 엄마가 어떻게든지 아빠한테 눈치 안보이는 선에서

집에 필요없는 물건 버리고 저희 물건 정리하려고 저랑 엄마랑 둘이서

장식장2개, 책상1개 버리고 책 몇백권을 큰 책장에 정리한 적도 있습니다.

그떄 엄마는 거의 쓰러지려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제는 제가 자꾸 엄마에게 조릅니다.

나도 내 방을 갖고 싶다고... 이 집은 각자에게 공간이 너무 없다.

서로의 물건이 하나도 정리가 안되서 사생활이 존재하지 않는다.

방학떄랑 주말에는 내 방에서 공부하고 싶은데 집에 책상은 딱 1개뿐이다.

옷장에도 옷이 미어터지고 행거를 달아놓고 걸긴 하지만 도대체 뭐가 누구옷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제 고민은 이겁니다.

저도 취업을 하면 아마 집으로 다시 들어오게 될거고, 아직 집에서 학교다니는 동생도 있고.

엄마와 저는 시골집을 지어 할머니를 그쪽으로 모시는 겁니다.

아니면 같은 지역에 이번에 고모께서 주택을 리모델링 하셨는데,

거기는 방이 3개인데 고모랑 고모부 두분만 사십니다.

(원래 고모네도 결혼한 사촌오빠 4식구랑 방3개인 아파트에서 같이 살다가 나오셨어요.)

거기에 방이 2개가 비니까 거기에 할머니가 사시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거기는 주택이라 땅 자체가 넓고 큰 텃밭과 나무들이 많이 있거든요. 시골이라 정말 넓어요 ㅎ

그래서 저와 제동생들이 그 작은 방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저와 동생들이 살아온 걸 더 말씀드리고 싶은데 뭐라고 더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이것 때문에 가족사 생각하니까 너무 답답하고 우울하고 짜증도 나고 그럽니다...

주말에 집에 가면 저 때문에 꼭 한명이 침대에서 잠을 못자고 거실에서 자야하거든요.

작은방에서 제가 바닥에서 자기도 하는데, 아빠가 굳이 저랑 엄마랑 자라며

거실에서 나와서 주무시네요.. 저는 그게 너무 부담스럽고 괜히 아빠가 희생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고, 무엇보다도 이런 상황이 너무 싫어요.

제 방만 있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텐데...

별거 아닌 상황처럼 보일지 몰라도 정말 제가 가면 짐이 되는 기분이예요.

 

 

 

쓰면서 감정이 올라와서 제대로 쓴건지 모르겠습니다. 

결론은, 이 얘기를 아빠한테 어떻게 말씀드려야 될까요?

얼마 전에 제가 언뜻 이 얘기를 꺼내긴 했는데 아빠가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말씀드리기가 고민됩니다.

사실 아빠가 얼마전에 수술을 하셔서 몸도 좋은 상태는 아니세요..

저도 취업준비중이고 아직 동생들도 학생들인데 아빠 나이가 있으셔서 걱정도 많으시구요..

빨리 취업 못해서 죄송스러운거 저도 아는데, 그래도 남은 기간이라도 저는 그 작은 방에서

해방되어 살고싶어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가 취업이 되서 집에 들어가면

제 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때 얘기를 나누는건데,

제 개인적인 바람은 내년 봄부터 할머니를 따로 모시게 하고 싶네요.

제가 너무 버릇이 없는걸까요... 이거 너무 큰 욕심인가요?

그래도 이렇게 살아온 할머니의 10년과 저의 세형제의 10년을 비교하자면...

절대 저희가 안정적으로 살아온 10대는 아니라고 생각이 드네요...

아빠를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지 얘기를 듣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