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싶지 않습니다.

2012.12.20
조회5,686

 

그냥 하소연 하러 들어왔어요. 그냥..
친정도 없고, 제 사정을 말할 친구도 없고 해서요.
너무 할말이 많아 좀 길 수도 있으니 보기싫으시면 안읽으셔도 됩니다. ^^

 

저는 올해 스물 여섯의 젊다면 젊은 아줌마 입니다.
5살짜리 애기, 3살짜리 애기가 있고 뱃속에 10주된 아가도 있습니다.

 

친정부모님 저 어릴때 사고로 한꺼번에 돌아가시고 저 혼자 남아
중학교도 채 졸업못하고 일하러 돌아다니다가 남편을 만났습니다.
저 열여덟일 때 제 남편 서른 둘. 피씨방 사장과 알바생으로 만났어요.
처음엔 제 남편한테도 결혼 약속한 여자가 있었고 저도 돈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제가 2년동안을 일하면서 그 사이 그 여자와도 헤어지고,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시댁에서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 생각했어요.
부모없이 자란 거, 배운 거 없는 거... 할말이 없어서 헤어지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만 있으면 된다고 울며 매달리는 남편을 차마 뿌리치지 못해서
동거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첫째를 가졌고 첫째를 낳고 둘째를 가질 때 까지도
시부모님들 저 안보시려고 하시더라구요. 애기는 남편이 데려가서 보이곤 했습니다.
다행이었어요. 손자라도 봐주시니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절 예뻐해주시진 않아도 손자의 엄마로, 며느리로 생각해 주실날이 올거라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고 둘째 돌잔치 일주일 전에 시아버님 처음으로 제게 전화하셨습니다.
일이야 어떻게 됐든간에 잘 살아주고 있어서 고맙다, 돌 때 가보겠다고 하셨어요.
눈물이 났습니다.
사업수완 좋은 남편덕에 돈걱정은 없이 살았지만, 늘 한쪽 가슴에 응어리져있던 '가족'이라는 것이
나에게도 다시 생기는 구나 라는 생각에 정말 한참을 울었던 거 같아요.
애기를 둘이나 낳고, 남편과 같이 부모라는 자리가 계속 생각이 났었거든요.

 

둘째 돌잔칫날 시부모님을 뵙고 다시 인사를 드리고..
돌잔치 끝나고 시어머님 그동안 무심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며 우시고, 시아버님도 우시고, 저도 울고..
우리 손자 잘키우고 있어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제 손 꼭 잡아주셨습니다.
그 날 이후로 시부모님을 돌아가신 제 부모님이라 생각하고, 정말 시댁이 아닌 친정이라 생각하고 살았네요.

 

시어머니 손잡고 영화도 보러가고, 시아버님과 둘이서 소주도 한잔씩 하면서요.
남편도, 시댁도, 아이들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제가 이런 행복을 느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어요.

 

 

그런데 지난 주.... 남편이 제게 뱃속의 아이를 지우고 이혼하자네요.
제가 알바를 할 때 만나던 그 여자와 다시 시작하고 싶다구요.
알고보니 첫째가 태어난 그 무렵부터 다시 만났나 보더라구요.
그 여자가 결혼을 했었는데 6개월도 채 지나지않아서 이혼을 했고
그 때부터 남편에게 연락을 했지만 저와 살고 있던 남편이 처음엔 무시하다가
술한잔하잔 말에 다시 만나기 시작했나봐요.
위로차 만나기 시작한것이 이제는 너무 좋아져 버렸다고 합니다.
첫째 아이, 둘째 아이 모두 그 여자가 키울 생각있으니 저더러 양육권도 넘겨주고
위자료 받고 나가서 자기보다 더 좋은 남자 만나 살라합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느냐 하니 저보다 그 여자가 더 좋데요.
몇번을 고민하고 얘기하는거니 더 싫은 소리 하게 만들지 말고 그냥 자기 말에 따라주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머리가 새하얘지고, 손이 떨리고, 말문도 막히더라구요.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 남편은 전화받고 나가버리고 정신차리고 전화해서 그 여자한테 가는거냐 물으니 맞다고 얘기하는 남편의 목소리에 또 눈물이 나고..

 

혹여나 뱃속의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아니라고 몇번을 말하면서 울었네요.

 

그날 이후로 남편 얼굴 본 적이 없습니다.
가게로 찾아가도 없고.. 아마 그 여자와 함께 있겠죠.

 

문자한통도 없는 그사람에게 오늘 아침에 문자 남겼습니다.
오늘 밤까지 연락없으면, 아버님 어머님께 가서 다 말할거라구요.
애기를 지우자고 했던 그 말까지 모두 다 할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연락을 해도 아무런 대답이 없네요.

 


제가 어떻게 해야 이 꼬여버린 일들을 풀 수 있을까요.
제 아이들, 저의 시부모님 두분이 상처받지 않고 저도 제 뱃속의 아이도 무사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미련두느냐 그런 남자에게 뭘 기대하느냐 하시겠지만 전 아직도 이 일들이 믿기질 않네요.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아이들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따뜻했던 그 남자가....
어떻게 저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이혼하자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제가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아이들을 다 두고 떠나라 하는 건지.......

 

두려운건...... 저의 가족을 또 잃는 다는 것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배운게 없어서 여기서 어찌 대처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똑똑하신 분들의 지혜를 좀 빌려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