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별로였는데 이거보고 괜찮아짐

ㅇㅇ20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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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의 18살 소녀이자 소녀시대 제시카의 동생 크리스탈은 차갑거나 당돌한 이미지였다. 그 래서 인터뷰를 위해 일산 MBC로 향하는 동안 걱정이 앞섰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 촬영 때문에 좀처럼 시 간이 나지 않는다는 걸, 겨우 잠깐 틈을 내 만 나게 된 자리인데, 혹시 쉴 시간을 빼앗았다고 불쾌한 티를 내지는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인터뷰 동안 몇 번이나 크리 스탈에게 '정말 평소에도 이러나요?'라고 물었 다. 머릿속에 들어있던 크리스탈의 이미지와 인터뷰를 하며 수줍은 목소리로 얼굴을 붉히 는 크리스탈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얼마나 큰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크리스탈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이킥3' 속 안수정과 크리스탈, 즉 정수정은 다른 사람 같았다. "비슷한 점도 있는데, 안수 정처럼 왈가닥이진 않아요. 안수정은 처음 보 는 사람한테도 쉽게 말 걸고, 접근해서 '우리 사귀자'고 확 말하기도 하잖아요. 전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렇게 못하거든요. 정말 오랫동안 만나고, 많이 친해져야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어요. 표현도 잘 못하고. 이런 스타일이에요. 정수정은…"

"의외인데요?"라고 하자 크리스탈은 눈을 동 그랗게 뜨고 "그래요?"라고 되물었다. 그제서 야 TV 화면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던 크리스탈 의 얼굴과 표정이었다. 톡 쏘는 듯한 말투, 누 군가는 '건방져 보인다'고까지 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크리스탈은 속 상했던 날들도 있었단다. 그래서 '하이킥3' 막무가내 철부지 안수정이 크리스탈에게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다들 그랬어요. 평소의 저랑 안수정이 비슷하니까 연기하기 쉬울 거라고요. 차라리 전 그런 말 안 들었어요.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말아요 "

어린 나이에 사람들의 삐딱한 시선이 꽤나 마 음에 버거웠던 크리스탈이었다. "안수정 캐릭 터로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면을 보여주는 걸 로만 알고 있었는데, 갈수록 안수정이 격해지 는 거에요. 저 역시 보고 당황한 적도 있었어 요. '이건 좀 심한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안 수정 성격이 제 성격과 똑같다는 말도 너무 많 이 듣고, 상처가 됐어요. 그래서 한 번은 대본 에 적힌 것보다 절제해서 연기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수정아, 약하게 하면 에너지 가 없어'라고 해서 원래대로 강하게 하니까 비 로소 OK 사인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러면 사람 들한테서 그런 얘기가 또 나올텐데…"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하이킥3' 김병욱 감 독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감독님한테 고민 상담을 한 적이 있어요. 안수정이 좀 착 해졌으면 좋겠다고요. 그랬더니 감독님도 같 은 말씀이셨어요. '네가 다 잘해서 그런 거야. 캐릭터일 뿐이고, 널 아는 사람들 다 아니까 인터넷 댓글들 보지 말고'"

크리스탈은 솔직했다. 굳이 감추지 않는 게 아 니라, 감추는 법을 잘 몰랐다. 연예인들의 얼 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가짜 웃음, 속마음과 다른 말과 표정. 크리스탈은 없었다. 오해를 샀 던 건 이 때문이었나 보다.

진짜 크리스탈, 정수정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 했다. "평소의 안수정만큼 심하지는 않고, 그 렇다고 극 중에서 청순한 척 연기했던 안수정 만큼 여성스러운 건 또 아니에요. 그냥 거짓말 하는 거 싫어하고 그래요. 사람들이 저보고 얼 굴에 속마음이 다 드러난다고 하거든요. 그런 데 저도 이제는 많이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 요"

크리스탈은 '하이킥3' 안수정이 오빠 안종석에 게 자주 쓰는 말 "스튜핏!"이 유행어가 돼서 기 분 좋지 않냐고 했을 때, 의외의 대답을 했다. " 아뇨. 전 그거 그만하고 싶어요. 안 좋은 거잖 아요. '스튜핏!'을 초등학생들이 따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엄청 충격이었어요. '스튜핏 !', '멍청아!', '닥쳐' 다 안 좋은 말이잖아요"

평소에 그런 말 써본 적 없냐고 물었더니 "저 요? '닥쳐' 이런 말 안 해요. 그런 말을 알긴 알 죠.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초등학생들 도 다 알걸요. 그런데 쓰면 안 되잖아요. 안 써 야죠!"라고 말했다. 미간에 힘을 잔뜩 준 채 이 런 순진한 말을 하는 걸 보니 크리스탈을 오해 해도 한참 오해했다.

"왜 연기를 연기로만 안 봐주실까요?"라던 크 리스탈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죠?"라 고 하자 크리스탈은 "처음에는 속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알아주는 분들도 있고, 여전히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전 진짜 그런 마음 이 아니거든요? 음… 진짜 모르겠어요"라며 어쩔 줄 몰라 하더니, "나 어떡해. 얼굴 빨개진 것 같아"라며 발그레한 얼굴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속마음이 얼굴에 그대 로 드러날 수 있을까 싶었다.

크리스탈에 대한 편견은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크리스탈에게 결코 거짓이나 가식은 없었다. 연예인으로서 쉽지 않은 성격일 수도 있다. 늘 웃는 얼굴로 있어 야 하는 연예인이 가짜 웃음을 잘 못 짓는다는 건. 그래도 인기를 얻으려고 솔직하지 못한 거 짓말을 늘어 놓는 연예인보다 가면 없는 크리 스탈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직 접 만나 본 크리스탈. 연예인답지 않게 착하고 순진했다.

크리스탈이 말하는 f(x)의 음악 이야기는 ②편 으로 계속.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