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때문에 정말 친했고 믿었던 언니랑 절교하게 됐네요.

1682013.01.04
조회411

안녕하세요.

 

너무 분하고 수치스럽고 황당하고 어이 없고 그냥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는데

이 글로나마 분풀이를 하고 싶네요.

 

저는 수도권 사는 21살 대학생입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을 다니는데 우리 과가 특성상 여자가 많습니다.

중, 고등학교를 여중 여고를 나온데다 학과까지 여초라 그런지

주변 사람들이 거의 여자예요. 카톡, 페북 친구목록의 95%가 여자;

 

꼭 이 탓을 하고 싶진 않지만 어쨌든 주변에 남자가 없다 보니

연애 경험이 없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모태솔로;예요.

 

없는 사람 동원해서 소개팅도 받고 미팅에도 껴봤지만 소용 없더라고요ㅠ

계속 인연 찾는데 실패하다 보니까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됐어요 스스로에 대한.

 

그러다 성형수술 하고 나면 조금 더 예뻐지지 않을까

그럼 다른 사람에게 외적으로나마 좀 더 매력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고민 하다가 2학년 여름방학에 쌍커풀 수술했고

2학기 개강 후 주변 사람들 반응이 진짜 좋았어요.

정말 많이 예뻐졌다며 눈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는 거냐며

다들 칭찬해주고 용기 북돋아주고... 예쁘다는 말이 그렇게 기분 좋더라고요.

 

암튼 그렇게 2학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종강 후에 정말 친했던 학과 동기 언니 주선으로 4:4 미팅을 하게 됐어요.

작년 12월 말쯤이었는데요.

 

그 미팅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오빠가 한 명 있었어요.

어쩌다 제가 그 오빠 옆자리에 앉게 돼서 둘이서 대화를 제일 많이 했고

자연스럽게 서로 번호도 알게 됐어요.

저는 처음으로 남자랑 대화도 많이 해보고 번호 교환이란 것도 해보고

그냥 그 자리가 마냥 즐겁고 재밌었어요.

(말했다시피 모태솔로라ㅠㅠ 누가 보고 21살에 저런다고 욕할지언정 저는 좋았답니다...)

 

근데 주선자인 친한 언니 역시 속으로 그 오빠를 맘에 두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저한테 은근슬쩍 물어보더라고요. 그 사람이랑 잘 될 생각 있냐고요.

 

제가 솔직하게 그러고 싶다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괜히 쑥쓰럽고 민망해서 "에이~ 그냥 친하게 지내는 거지 뭐" 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네요.

 

언니는 제가 그 오빠한테 마음 없는 줄 알고

상대 주선자 남자분께 그 오빠 번호를 얻었습니다.

(언니랑 상대 주선자 남자분은 재수 학원 친구 사이)

 

그 오빠는 저랑 썸이 있던 상태에 언니한테 연락이 오니까 이상하다 싶어서

저한테 말을 했습니다. ㅁㅁ한테서 톡이 계속 오는데 왜 이러냐는 식으로.

 

저는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순간 너무 당황해서ㅠㅠ

"나랑 제일 친한 언니야~ 그냥 안부 인사 정도는 주고 받으면서 지내"

이 비스무리하게 말을 했던 거 같습니다. 그냥 그때 씹으라고 할 걸 ㅠㅠ휴.....

 

이렇게 저랑 그 오빠, 저랑 제일 친한 언니 세 사람은 의도치 않게 복잡한 사이가 됐습니다.

그러다 한날은 언니가 저한테 직접적으로 묻더라고요.

그 오빠랑 왜 계속 연락하냐, 좋아하냐, 사귈 거냐 이렇게요.

 

저는 계속 연락하다 보니 좋은 사람인 거 같아서 호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언니는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언니는 잠깐 망설이더니

정말 친한 너랑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자기도 그 오빠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얘기는 저만큼 많이 안 나눠봤지만 외관상으로도 느낌으로도 완벽한 본인 인상형이라며

저한테 딱 한 번만 눈 감고 양보해줄 수 없냐는 겁니다.

 

저는 솔직히 진짜 많이 고민했어요.

저도 많이 외롭고 모솔 탈출하고 싶은 맘이 간절했는데

정말 친한 언니가 이토록 간절하게 자기 이상형이라고 말하니....

욕심부리기엔 언니랑 사이가 틀어지는 건 싫었고

양보하기엔 제가 너무 외로웠습니다ㅠㅠ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갑자기 그 오빠가 저한테 대하는 태도가 좀 이상해진 걸 느꼈어요.

뭔가 말투도 되게 건조해지고

하루종일 시간날 때마다 하던 카톡을

어느새 아침, 저녁 하루 딱 두번 인사 치레로 하게 되고...

뭔가 아리송하고 느낌이 이상하고..

며칠 전에 둘이서 밥 먹을 때에도 이렇진 않았는데.. 이상했죠.

 

알고보니 언니가 그 오빠한테 별의 별 걸 다 얘기했더라고요.

"OO이 성형해서 용 된 케이스다"

"쟤가 지난 여름방학에 쌍수를 했는데 코는 고등학생 때 하고 올라온 거 같다"

"여자는 딱 보면 안다, 쟤 눈코는 100%다"

 

.........하 참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제일 친한 언니가 저런 말을 남한테 할 수가 있는지..

다른 친구에게 이 얘기를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상형인 거 알겠다고요. 언니 외로운 거 알겠다고요.

근데 그렇다고 2년을 믿고 친하게 지냈던 동생을 가지고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건가요?,,,

 

저 코 수술 안 했거든요...... 정말로.........코는 원래 높은 편이고

수술한 코가 절대 아닌 게 높긴 높은데 끝은 좀 뭉툭해요. 동그랗게.

어떻게 이런 코를 수술한 코라고 싸잡는지.....

 

쌍수요. 그래요 쌍커풀 수술 한 거 맞습니다.

그런데 저 수술한 거, 자랑스럽게 내세울 건 아니지만 숨기려 하지도 않았고요.

썸 사이에 물어보지도 않는데 굳이 나 눈은 성형한 눈이야 밝힐 필요 없잖아요.

솔직히 그럴 용기도 없긴 하고요.ㅜ

 

암튼 언니가 진짜 저렇게 말했다는 게 너무 괘씸하고 밉고 원망스럽습니다.

 

그 오빠가 제 성형 사실을 알게 돼 사이가 틀어졌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요

갖고 싶은 남자 앞에선 친한 동생도 저렇게 모독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분개하게 되네요.

 

믿었던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새해가 밝아도 기쁘지도 설레지도 않고

졸지에 이런 배신당한 신세가 됐다는 게 믿기지도 않네요.

 

그렇게 그 오빠랑 연락 끊게 되고

자연스레 언니랑도 말 안 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동기들 중 몇 명만 지금 이 사태(?) 사건(?)을 알고

저한테 위로해주고는 있는데...

그들의 100마디 위로보다 그 언니 사과 한 마디가 더 간절하네요.

 

그 언니도 판 하거든요.

이 글 보면 문자로라도 진심의 사과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