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7년 간 불임, 미동없는 와이프, 이혼을 해야할까요?

허한마음2013.01.05
조회41,549

먼저 댓글 써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내가 혼자 검사를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랬을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전 분명히 아내에게 아이 없이도 둘이 잘 살 수 있다고 수차례 얘기했습니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그리고 그게 제 진심입니다. 아빠라는 소리 들어보면 좋겠지만 못듣고 죽는데도 억울한거 별로 없습니다. 무자식이 상팔자라 생각하고 둘이서 알콩달콩 살면 되죠. 전 단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자는거고, 아내는 할 수 있는 것도 안하려 한다는게 문제입니다. 제가 속이 좁은 남자라서인지는 몰라도 그게 제게는 큰 상처가 되네요.

 

댓글에 보면 과거에 트라우마라든지, 낙태라든지, 그런 일로 아내가 두려워할지도 모른다는데, 그런 사유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아내가 자라온 환경이나 살아온 모습을 봐도, 그리고 대학교 새내기 때 만나서 9년을 열애하고 9년을 부부로 살아온만큼 아내에 대해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에겐 제가 첫사랑이고 첫남자입니다.

 

다시 한 번 솔직한 대화를 시도해 보는 수 밖에 없겠네요. 할 수 있는 일도 정말 하기 싫다면, 강요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그런 아내를 제가 보듬어주고 살거나 제가 그럴만한 그릇이 못된다면 각자의 길을 가야겠지요.

 

결국 누구 사랑이 더 크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불임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절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크다면 아내는 달라지지 않을거고, 그런 아내를 보고 절망하는 제 마음이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크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듯 합니다. 아이가 없는 부부들을 묶어주고 지탱해주는 끈은 사랑 하나뿐인데, 그 사랑이 여기까지라면 저희 부부의 연도 여기까지라고 체념해야겠지요.

 

댓글 써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제 경우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처럼 미련하게 마냥 뒤로 미루지만 마시고 일찌감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전 정말 아내를 배려한다는 생각에, 제가 옆에서 뭐라 안그래도 본인 스스로 충분히 속앓이를 한다는 생각에 한 발짝 물러서 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그렇게까지 현명한 일은 아니였던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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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때문에 심각하게 이혼을 고민하고 있는 남자 얘기입니다. 불혹의 나이에 쓰는 글이니 좀 길어지더라도 찬찬히 읽어보시고 진지한 조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결혼 9년차 된 저희 부부는 불임입니다. 결혼하고 2년이 지난 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도 잡히고 했으니 아이를 가지려고 했는데, 7년 째 아이가 생기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불임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 자체는 저희 결혼생활을 위협할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전 아이를 원하지만, 삼선할매가 뜻이 없다면 그런가보다 하고 아이 없이 살 수 있습니다. 

 

불임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아이를 원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와이프는 지난 7년간 전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게 문제입니다. 피임없이 2년 정도 지나도 아이가 안생겨 제가 먼저 와이프에게 혹시라도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검사를 받는게 어떻냐고 물어봤습니다. 와이프는 싫다고 했고, 그 때만 해도 둘 다 젊은 편이라 저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말고 좀 더 기다려보자는 마음에 와이프 의견을 따랐습니다.

 

2년 더 지나 다시 제가 얘기를 해봤는데 와이프 반응은 같았습니다. 불임클리닉 가기가 싫다면서, 자기는 너무 무서워서 못가겠다고 하더군요. 자기한테 문제가 있는걸로 검사결과가 나올까봐 두렵다면서. 인공수정이니 시험관이니 여러 절차를 하는 것 또한 자기가 감당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무조건 싫다고만 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에게 억지로 강요할 수 없어서 그 때도 제가 그러면 좀 더 기다려보자고 하고 넘어갔습니다.

 

작년에, 그러니까 아이를 가지려 했지만 생기지 않은지 6년이 지나고 나서 제가 또 한 번 말을 꺼냈습니다. 6년을 기다려도 아이가 안생기는 건 분명 무슨 문제가 있다는 소리고, 우리 나이도 이젠 더 이상 젋은 나이가 아니니 더 늦기 전에 불임클리닉을 가보자고 했습니다. 예전처럼 더 기다려보자는 말은 안하더군요. 난 죽어도 못가겠다는 말 또한 안하고. 그래도 너무 싫어하는 티가 보여서 그래 그럼 나 혼자 먼저 검사를 하겠다고 저만 불임 클리닉을 찾아갔습니다. 검사 결과는 썩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수치가 좀 낮은 편이지만 아이가 안생길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와이프도 빨리 와서 검사를 하고 절차에 들어가라, 그 정도였습니다. 의사한테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렸냐고 미련하다는 욕도 한 바가지 얻어먹었고요 (와이프 나이가 38이였습니다 그 때).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거짓말을 살짝 보태서 얘길 했습니다. 자기 때문에 아이가 안생긴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무조건 불임클리닉에는 발을 안 들여놓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저한테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희 부모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고요. 손주를 못봐서 안달이신데 혹시라도 불똥이 와이프한테 튈까봐 제 나름대로 쉴드를 쳐준거지요. 저희 어머니는 속상해서 우시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아들 마음 상할까봐 괜찮다, 요즘은 그런 경우 많다, 그래도 의술이 좋으니 희망은 있다, 그렇게 절 위로해 주셨고요. 부모님께 그렇게 거짓말한게 죄송하지만 불임클리닉이라면 알르레기 반응만 보이는 아내가 혹시라도 더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그런 거짓말을 했습니다.

 

아내 역시 절 위로해 주더군요. 그런데 절 위로해주면서도 불임치료를 받자는 말은 끝내 안했습니다. 전 기다렸습니다 아내가 먼저 얘기해주길. 세 달이 지나도록 아무 말이 없길래 답답한 마음에 제가 다시 얘길 꺼냈습니다. 아이 가지기가 싫냐고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하더군요. 자기도 가지고 싶다면서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요즘은 길가다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가 있으면 저희 부부사이도 좀 더 돈독해지고 가족이라는 큰 버팀목이 생길 것 같다면서 자기도 아이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불임치료를 받는게 아직도 너무 무섭기만 하고 차라리 입양을 하는게 자기는 더 좋을 것 같은데, 그것 역시 아직까지 확실한 자신이 있는 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원한다면 무섭고 힘들겠지만 불임 클리닉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진지한 대화를 한지가 4개월이 지났습니다. 나름대로 소통을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불임 클리닉은 아직 가지도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배란기조차 맞추지 않았습니다. 생리주기 맞추고 체온 측정해서 배란기 꼬박 꼬박 맞추겠다고 했던 사람이 다 그냥 흘려 보내더군요.

 

이젠 별의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아, 이 사람은 아이를 가지는게 싫구나... 그냥 아이가 싫어서 이렇게 둘이 편하게 살길 원하는구나... 날 사랑한다지만 내 아이를 가질만큼 사랑하지는 않는구나... 내가 아이를 얼마나 원하는지 잘 알면서 이러는 걸 보니 나는 이 사람에겐 그다지 중요한 사람이 아니구나... 지칩니다 솔직히.

 

불임치료가 여자에게 참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란 거 저도 잘 압니다. 그래서 강요는 커녕 제가 먼저 얘기를 꺼내는 것 조차 조심스럽기만 하고, 그래서 이렇게 7년이란 세월을 미련하게 기다려 온겁니다. 아내가 먼저 할 수 있는건 다 해보자고 하면 저도 와이프에게 미안해 하지만은 않겠는데, 와이프는 그 반대입니다.

 

연애기간 9년, 결혼생활 9년, 18년이란 긴 시간을 절 의지해오고 또 제가 바람막이 되어준 사람인데 이젠 저도 지쳐서 제 마음이 예전같지가 않습니다. 아내를 보면 자기만 아는 사람으로 보이고 제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해주는 이기적인 사람이란 생각만 들고, 그런 아내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제 자신도 참 이기적이고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렇게 너무 쉽게 아빠가 되는걸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머리가 참 복잡합니다.

 

아이가 안생기는 게 제 고민의 원인이 아닙니다. 노력조차 안하는, 아예 노력하길 싫어하는 아내와 남은 평생 과연 잘 살 수 있을지 그게 두렵습니다. 차라리 밉기라도 하면 좋은데 밉지도 않고 이젠 그냥 무덤덤하기만 합니다. 예전에는 불임클리닉을 가던지 아니면 여기서 우리 결혼생활 정리하던지, 둘 중 하나 택하라고 얘길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젠 그런 생각도 안드네요. 그렇게까지 해서 억지 춘향으로 아이를 가지려 해봤자 아내가 힘들때마다 제 원망을 할 것 같고 나이 마흔에 이렇게까지 구차하고 찌질하게 굴어서, 이혼 협박까지 해가면서 아빠가 되려고 해야지 되나 회의감만 듭니다.

 

9년간 결혼생활 해오면서 언성 높혀 싸운게 딱 한 번, 그냥 티격태격 다툰 것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듭니다.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고 늘 배려해주는 부부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에 관해서는 사랑도 아껴주는 것도 배려도 없는 것 같네요. 제가 느끼는 실망과 섭섭함이 너무 커서 제 마음이 아내에게서 자꾸 떠나가기만 합니다. 싫지도 않고 좋지도 않고, 더 이상 별 대화도 없고 이젠 애정 표현조차 없이 그냥 아무 느낌없이 하루하루 빈껍데기 부부로 살아갑니다. 제가 아이에 대한 미련을 못버린다면, 그리고 와이프 또한 노력하지 않는다면, 제게 남은 선택은 이혼밖에 없는걸까요?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제가 와르르 무너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