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을 걷다 Day3 생장 ~ 론세스바예스 (2011.12.28)

진형록2013.01.13
조회135
실상 카미노의 시작은 생장부터다. 시작의 날이 밝았다. 8명의 사람들이 함께 뜨거운 스프와 빵 그리고 커피로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1명은 순례길을 거꾸로 걸어와서 오늘 귀국을 하는 28세 한국인이므로 오늘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은 7명인 셈이다. 이 28세 형이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다시한번 나폴레옹 루트의 눈이 많이 녹아서 오늘 그 길로 가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다. 2명의 이탈리아인과 1명의 캐나다인은 자기들은 원래 그 길로 가려고 했다며 먼저 자리를 일어나서 갈준비를 하러 갔으나...우리의 한국인들...먼저 결정 쉽게 못내린다...
그때 태수형이 자기는 나폴레옹 루트를 택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고 나니 어제는 하루종일 주무셔서 오늘 아침에나 인사를 나눈 부자분(24살의 대연이형과 아버님)도 나폴레옹 루트를 택하셨다. 이렇게 되고나니 나를 뺀 모든 사람들이 오늘 나폴레옹 루트를 택했다. 일이 이렇게 되니 첫날부터 혼자서 안전한 루트로 길이 험해도 다같이 험한길로 가는게 낫겠다 싶어서...나도 나폴레옹길을 반강제로 택했다. 부지런한 외국인들은 벌써 길을 떠났고 나와 태수형, 대연이형과 아버님도 길을 떠날 채비를 했다. 출발시간 8시. 예상 도착시간은 4시였다. 그런데 태수형이 자기는 기다릴 사람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카미노 카페에서 알게된 사람인데 출발 날짜가 같아서 같이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자인 그 분은 어제 우리가 기차를 갈아탔던 바욘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오늘 아침에 생장으로 오신다고 했다. 그래서 태수형은 남겨둔체 나는 대연이형과 그 아버님과 함께 길을 떠났다. 대연이형은 건축학도로 이제 막 전역을 하고 왔다. 대연이형은 아버지 때문에 이 길을 나선건데, 병을 앓고 계시는 아버지가 혼자 이 길위에 서시는게 걱정되어 따라 나섰다고 한다. 대연이 형의 아버지는 은퇴하신 대한한공 승무원이시다. 
과연 피레네 산맥의 저지대였기에 경치또한 대단했다. 세명이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1시간 정도를 함께 걸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점차 힘들어 하시더니 뒤따라 오시겠다면서 우리보고 먼저 가라고 하셨다. 

서유럽. 특히 스페인 프랑스 서쪽 일대의 겨울은 춥다고 표현할 수 없다. 12월 말이지만 대부분의 순례자들을 얇은 등산티 위에 폴라폴리스재질의 외투 그위에 고어택스 바람막이. 이렇게 세겹을 입는다. 낮이 되면 해가 굉장히 따갑기 때문에 금방 땀이나서 겉 바람막이는 벗게 된다.(대연이 형과 잡시 쉬면서 with 우리의 배낭)
대연이형과 계속 뒤를 돌아보며 가다가 어느 순간부턴가 아버님이 보이지 않으시자 대연이형도 나보고 자기는 아버님이랑 같이 가겠다며 먼저 가라고 했다. 이거..졸지에 혼자 걷게 된거다. 한 3시간을 걸었을까...이제 경치가 더이상 멋지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곤 '아 언제 도착해'라는 물음이 계속된다. 문제는...1시간전만해도 푸르던 하늘이 흐려지고 슬슬 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저 멀리 이탈리아인 부부가 보였다. 서로 눈웃음만 주고 받으며 추월하고 추월당하기를 몇 번을 반복하니 본격적으로 눈에 뒤덮힌 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인 부부가 자기들은 좀더 쉬었다 간다고 하자 나는 지금 쉬기보다는 빨리 알베르게에 도착하고 싶은 생각에 먼저 출발했다. 분명 어제 그 한국인은 눈이 많이 녹았다고 했는데 점점 갈수록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가 없을 만큼의 눈이 밟힌다.


 

슬슬...더 갈길이 두려워지는 찰나에 옆을 돌아보니 무덤이 하나 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이자리에서 죽은 사람의 무덤이다.

 

순례길의 첫날에 죽음을 맞이한다는건...비극이 아닐 수 없다.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록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바람만으로도 상당히 높이 올라왔음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묵묵히 가려했지만, 정말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앞에 분명 캐나다인 한명이 간건 맞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여자는 보이지 않으니 내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중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이탈리아인 부부뿐이다. 이미 시야는 차단 되었기 때문에 소리에만 의존해야했다. 몇분을 기다렸을까,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렸고 곧 그 부부가 나타났다. 이탈리아에 두 딸이 있고 둘이서만 순례길에 오른 제일리와 마리아나 부부, 제일리는 영어가 가능하지만 마리아나는 영어를 못한다. 이들과 함께 마침내 하산을 하게되었고 우리는 스페인의 국경을 지나 스페인의 첫번째 마을 '론세스바예스'에 들어섰다. 이 곳의 알베르게는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한다.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찍은 후 숙소에 들어가니 네덜란드에서 온 한 가족이 있었다. 두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대력 7,8살대쯤으로 보였다. 하루죙일 눈으로 덮힌 산을 오르고 내렸더니 바지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당장 빨래가 시급했기에 빨래부터 하려고 세탁기를 하려고하자 마리아나가 바디랭귀지로 우리 둘이 옷을 같이 넣으면 돈이 더 절약된다고해서 같이 세탁기를 돌렸다. 그제서야 태수형과 대연이형 그리고 아버님 생각이 났다. 내가 도착한지 한시간이나 지났음에도 아무도 나타나질 않았다. 의자를 갖고 밖에나가 기다리는데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몇분쯤 지나니 저 멀리서 태수형이 보였다. 분명 동행이 있는 태수형인데 태수형 혼자만 모습을 드러냈다. 태수형 말을 들으니, 그 여자분께서 처음에는 되게 잘 따라 오시다가 중간부터 뒤쳐지시더니 자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직 안온 세 사람이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수형이 오고 30분이 지나서야 그 세 사람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본지 하루밖에 안된 대연이형과 아버님이 그렇게 반가울지는 몰랐다. 그리고 얘기만 듣던 나머지 한분. 한혜정누나. 부산에서 선생님을 하고 계시는 혜정이누나는 실제나이를 들으면 누구나 놀라면서 여권을 보여달라고 할 만큼 엄.청.난.동.안.이.다.


함께 출발한 모든 사람들이 무사히 알베르게에 도착하고 거기다가 네덜란드인 가족까지 있어서 이날 알베르게는 빼곡히 찼다.


 


한혜정누나와의 첫 대면, 첫인상 심히 터프하다. 태수형도 태수형이지만 이 누나는 앞으로 남은 나의 여정에서 매우 중대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