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아마 생각지 못하게 많이 좋아했던 것 같아 음 첫 만남부터 말해자면 무지 가벼웠어 가볍게 만났어 이런 게 금사빠라고 하나? 몇 마디 나눠보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되게 센스 있고 말도 잘 하고 재치 있고 대화도 잘 통하는 거 같은 거야 난 나랑 대화 잘 통하는 사람이 좋은데 그 사람이 무지 반가웠고 몇 시간 만에 그 사람은 내게 호감이었어 그런데 그 사람 역시 내게 호감을 표시해주었고 매일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어 매일 먼저 연락을 해줬어 근데 문득, 전남친으로 인한 트라우마나 상처들이 다시금 떠오르게 되면서 내가 지금 옳게 가고 있는 건지, 이 사람을 너무 믿고 있는 건 아닌지 그간 외로웠어서 사람이 그리웠어서 그런 건 아닌지 내가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되고 그 사람을 의심하게 되었어 남잔 다 똑같고, 특히나 더 빨랐기 때문에 수상쩍었고 그런 여느 남자하고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어 나이 차이가 세 네 살 차이도 아니고 일곱 살이나 많은 오빠였고 능력 좋은 오빠가 주변 또래도 아니고 철없는 스무 살인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이해 할 수 없었어 내가 뭐라고. 부담감도 많이 느꼈어 만약 잘 되서 이 오빠와 사귄다고 상상 해 봤는데 자신이 없는거야 여태 만나 온 남자들은 (이렇게 말하니 남자가 많았다는 걸로 들리지만 그건 아니고) 다 나보다 성숙하지 못하였고 철없었고 생각도 어렸었어 근데 내가 받는 것보다 해 주는 것, 보살핌 받는 것보다 보살펴 주고 챙겨주는 걸 더 좋아하고 그게 더 편하고 익숙해있어서 맘에 안든 적도 많았지만 내가 챙겨주면 되는 거니까 그게 커버되고 오히려 더 편하고 좋았어 근데 이 오빠는 다르잖아 나름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생각이 깊다고 생각하던 나인데도 오빠 앞에선 한없이 철없는 스무 살 여자아이였어 오빠는 아니라고,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데도 난 내 성에 안찼으니까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지 아무튼 이런 것들 때문에 그 오빠를 멀리하게 되었고 맘은 있었어도 내 맘대로 좋다고 다가서면 안 될 것 같았어 오빠는 오빠랑 어울리는 여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오빠는 하루하루 갈 수록 내게 더욱 호감을 표현해주었고 난 이젠 그게 좋지만은 않았고 느껴지는 부담감은 점점 커졌어 그러다가 결국 내 속마음을 말 하게 되었고 솔직히 친한 오빠 동생으로는 내가, 내 스스로가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에(친한 오빠 동생으로는 못 지내지.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예 관계를 끊는 게 더 나을 듯해서 연락을 끊자고 해 버렸어 오빠는 자기 맘 솔직히 표현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면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 일단은 알겠다고 했어 그리고 연락은 끊겼어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가슴이 너무 먹먹하고 자꾸만 오빠생각만 나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어 사귀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오랫동안 봐온 사람도 아니었는데 짧게 연락만 했던 사람이었는데 꼭 사랑했던 연인을 잃은 사람처럼 헤어짐에서 이별을 겪은 사람같은거야 친구들에게 후회가 크다고, 그냥 내가 좋으니까 다른 것 신경쓰지 말고 좋아해버릴까, 다시 연락해볼까, 자꾸 생각나, 보고 싶어 매일같이 속아픈 얘기만 꺼냈어 그러다가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술기운에 용기를 갖고 오빠한테 전화를 했고 그렇게 우린 다시 연락을 했어 이런 게 바로 썸씽이고, 이 사람이 나의 썸남이구나 하면서 행복에 젖어서 매일 웃고만 다녔고 오빠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았어 나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겠지란 기대에 친구들한테 오빠 자랑도 많이 했고 남부러울 것 없었어 일어나고, 씻고, 밥 먹고, 강의 듣고 그냥 하루 종일 오빠 생각만 하면서 어떻게 하면 오빠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을까 오빠를 더 기쁘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했어 근데, 달랐어 우리가 다시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전과 후의 오빠가 달랐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겠지 했는데 아닌 거야 매일 아침 잘 잤냐며 먼저 연락해주고 공부하다 쉴 때, 밥 먹을 때 꼬박꼬박 틈틈이 연락해주던 오빠가 일어났을 텐데도 먼저 연락이 없었고 답장의 딜레이가 한 시간은 기본이었고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 이상 연락해주지 않았어 개념 없는 여자라고 보지 마 나 머리에 똥만 찬 '남자기 때문에'란 생각 갖고 있는 애들관 달라 '일어났을 텐데 연락이 안와 있네. 바쁜가보다.' 하고 내가 먼저 했고 '이 시간쯤이면 끝났을 텐데 연락이 안 오네. 바쁜가?' 하고 오빠가 끊은 카톡도 내가 이어갔어 근데 이게 일주일이 되고 이주가 되고 이젠 이 오빠와 내가 하는 카톡이 다 이렇게 되가는 거야. 좀 서운했을 법도 한데 난 그 와중에 든 생각이 '오빠가 바쁜데 내가 너무 집착을 하는 건가. 오빠가 먼저 연락을 할 때까지 기다려줘야겠다. 난 왜 참을성이 없냐. 오빠가 날 질려할 수도 있을 텐데.' 하루는 기다렸어 바쁘다고 먼저 끊은 오빠가 한가하면 먼저 연락 오길. 원래 저게 맞는 이치인데. 근데 안 오는 거야 잠이 와도 기다리고 지쳐도 기다렸어 그리고 새벽에 카톡이 오더라 왜 연락 안하냐고. 벙쪘어 그 카톡 보고. 그제야 서운하고 그제야 이건 아니다 싶더라 그 뒤로 난 먼저 연락하는 횟수를 줄였어 근데 오빠는 달라지는 게 없었어 내가 연락을 안 하면 오빠도 연락을 안 했어 그렇게 우린 조금씩 멀어져 갔고 결국 답답한 내가 먼저 말을 꺼냈어 서운하다고. 근데 오빠가 이러더라 '바빴어.' 바쁜 건 변명이 될 수 없어 물론 정말 바빴겠지 근데 숨 돌릴 틈이라도, 밥 먹을 틈이라도, 화장실 갈 틈이라도 있었을 텐데 내게 연락 한 통 해주는 틈은 없었을까 바쁜 건 이유가 될 수 없지 하기 싫어서, 귀찮아서, 맘에 없어서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이유이지 이 남자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걸까? 진짜 관심이 있기는 한걸까? 오빠는 날 이렇게 아리송하고 헷갈리게 만들었어 그리곤 오빠는 또 이렇게 말했어 '네가 연락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어? 내가 연락 안 해서 네가 서운해서 뭐 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해? 나한테 따지고 싶어? 왜 그래 연락가지고.' 말이 안 통하겠다는 걸 느꼈어 내가 어리다고 날 가르치려 들고 있다 느꼈어 어떻게 내가 서운하다고 한 말에 저렇게 말할 수 있는지. 연락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난 연락의 중요성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주고 싶지 않아 겪어봐서 아는데, 연락이 제일 중요한 거고, 그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르거든 시험기간이 다가왔어 난 시험공부 하느라 바빴고 오빠는 핸드폰이 고장 나서 우리 서로 연락 닿기가 힘들었어 간혹 새벽에 통화를 하면 보고 싶다, 시험아 얼른 끝나라 하면서 시험이 끝나면 만날 듯이 말했지 그런데 시험이 끝난 시점에 어쩌다 다투게 된 거야 오빠는 다퉜다고 아무런 연락도 안 해줬어 결국 내가 먼저 주말에 시간 되냐고 물어봤고 오빠는 괜찮다고 했어 그래서 난 만날 수 있겠다는 거의 구십퍼의 확신과 기대에 가득 찼지 그렇게 내가 먼저 한 카톡에 자연스레 풀려서 여느 때처럼 카톡을 하고 새벽이 되고 잠 잘 시간이 되었어 근데 오빠가 만나자는 말을 안 하는 거야 내가 안볼 거냐고 묻자 오빠가 하는 말이 '너 안 만날 것 같아서 친구들이랑 약속 잡았어' 래 불과 별 시간 지난 건데. 난 전혀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우리 서로 만날 것 같다는 예상은 백퍼 했으면서도,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친구들이랑 약속을 잡아버린 거야 기대했던 만큼 참 실망이 컸지 그렇게 다섯 번이나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가족 행사가 있어서' '아빠가 데려다 주신다고 해서 아빠 차 타고 편하게 바로 집 가게' '안 볼 것 같아서 친구들이랑 약속잡았어' 이 이유로 두 달 연락에 두 번 밖에 만나지 못했어 30분 거리인데. 우린 더 자주 다투게 되었고 방학이 되고 오빠의 연락은 더 뜸해졌고 우리사이는 갈수록 소원해지고 멀어졌어 그 때 느꼈어 연락부터 해서, 약속 잡는 거나, 다투는 거나 날 끔찍이 좋아해주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날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내가 사귈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맘 같아선 전처럼 날 좋아해 달라고 부탁이라도 하고 싶었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끝이 너무 허망하고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 자체도 인정하기 싫었어 그리고 오빠에게서 몇 주만에 카톡이 왔어 사진이었어 눈 위에 '보고 싶어'라고 적은 사진 근데 정이 떨어지더라 정 떨어지진 않았었는데 저 카톡을 보고 정이 떨어지더라 자기가 생각날 때 아쉬울 때 연락하고 난 무슨 해바라기마냥 내 맘이 한결같을 줄 알았나봐 냉정하게, 반겨주지 않고 차갑게 말했어 반갑지 않다고 나 사실 이래저래 했다고. 꽤 길게 말했어 문자도 카톡도 한도초과범위가 있거든 초과되서 나눠서 보낼만큼 길게 말했어 근데 오빠는 내 카톡을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1분도 안되서 답장을 했어 짧게 '미안해. 내가 좀 더 노력할 수 있었는데' 라고 아쉬운 마음이야 보였어 근데 그것 뿐이었어 그렇게밖에 말 하지 못했나 내가 잡히게끔 다시 돌아갈 수 있게끔 내 맘 돌릴 수 있게끔 더 간절하게 말하진 못했을까 그렇게 남녀 사이는 동등해야 된다며 자존심 굽히기가 싫었을까 조금만 더 진심 담아 말해주지. 그래주지. 난 연락 끊자고 오빠가 그간 연락 없을 동안 미안하지만 난 오빨 이미 다 정리했다고 그러니 연락하지 말자고 했어 그 날 꽤 잠 못 들었던 것 같아 그리고 최근에 다시 카톡이 왔어 또 사진이었어 카페 안 인 것 같았는데 앞자리가 비어있는 사진이더라 사진을 해석해보면 뭐, 저 빈 자리가 생각난다는 거겠지. 내가 생각난다는 거겠지. 차라리 문자로 '네 빈자리가 생각나. 우리 다시 잘 해 볼 순 없을까'라고 했더라면 사진 한 장 보단 진심이 와 닿지 않았을까 싶어 오빠를 이제 좀 알겠더라 오빤 사진찍을 여유 쯤은 있었던 거야 그러니 이 연락은 그냥 날 떠 보려고 한 연락일거야 근데, 진짜 맞더라 내가 오빠한테 물었어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그랬더니 '듣고싶은말이뭐야' 래 먼저 아쉬워서 연락한 사람은 자기이면서 듣고 싶은 말이 뭐냐는 건 뭐냐 대체 내가 거기서 '다시 잘 해 보자는 말' 이라고 하면 다시 잘 해 볼 테고 '듣고 싶은 말 없는데' 라고 하면 완전히 끊을 셈이었겠지 떠본거지 날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던 거였어 이 오빤 내가 만난 남자들 중 가장 철은 있을지언정 생각은 어렸어 인간관계에서 신뢰를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한다는 그 사람은 내게 신뢰란 걸 준 적이 없었고 내 아픔 상처 다 보듬어 주겠다던 그 사람은 결국 날 더 허망하게 만들어 주었어 그리고 남자는 자기 소유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여자에게 소홀해 진다는 거 이해는 갔어도 믿진 않았거든 자기 소유가 됐는데 어떻게 소홀해 질 수 있겠어 기뻐 날뛰고 더욱 꼭 잡고 있겠지 근데 이제야 알겠더라 이 사람 덕에 잘 안 믿는 남자를 더 안 믿게 됐으니 고마워해야 할 지, 미워해야 할 지.. 그래도 잘 했다 후회해서 다시 잡았다가 후회 없이 좋아했고 후회 없이 표현했으니까 후회는 없어 아쉽게도 함께 한 추억은 없어서 추억은 못 되겠고 이렇게 글로, 경험으로 남겨야지 그리고 이 말은 진리인 것 같다 '인연은 노력하지 않아도 이루어진다' 는 말 2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아마 생각지 못하게 많이 좋아했던 것 같아
음 첫 만남부터 말해자면 무지 가벼웠어 가볍게 만났어
이런 게 금사빠라고 하나?
몇 마디 나눠보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되게 센스 있고 말도 잘 하고 재치 있고 대화도 잘 통하는 거 같은 거야
난 나랑 대화 잘 통하는 사람이 좋은데 그 사람이 무지 반가웠고
몇 시간 만에 그 사람은 내게 호감이었어
그런데 그 사람 역시 내게 호감을 표시해주었고
매일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어 매일 먼저 연락을 해줬어
근데 문득, 전남친으로 인한 트라우마나 상처들이 다시금 떠오르게 되면서
내가 지금 옳게 가고 있는 건지, 이 사람을 너무 믿고 있는 건 아닌지
그간 외로웠어서 사람이 그리웠어서 그런 건 아닌지
내가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되고 그 사람을 의심하게 되었어
남잔 다 똑같고, 특히나 더 빨랐기 때문에 수상쩍었고 그런 여느 남자하고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어
나이 차이가 세 네 살 차이도 아니고 일곱 살이나 많은 오빠였고
능력 좋은 오빠가 주변 또래도 아니고 철없는 스무 살인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이해 할 수 없었어
내가 뭐라고. 부담감도 많이 느꼈어
만약 잘 되서 이 오빠와 사귄다고 상상 해 봤는데 자신이 없는거야
여태 만나 온 남자들은 (이렇게 말하니 남자가 많았다는 걸로 들리지만 그건 아니고)
다 나보다 성숙하지 못하였고 철없었고 생각도 어렸었어
근데 내가 받는 것보다 해 주는 것, 보살핌 받는 것보다 보살펴 주고 챙겨주는 걸 더 좋아하고 그게 더 편하고 익숙해있어서
맘에 안든 적도 많았지만 내가 챙겨주면 되는 거니까 그게 커버되고 오히려 더 편하고 좋았어
근데 이 오빠는 다르잖아
나름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생각이 깊다고 생각하던 나인데도 오빠 앞에선 한없이 철없는 스무 살 여자아이였어
오빠는 아니라고,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데도
난 내 성에 안찼으니까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지
아무튼 이런 것들 때문에 그 오빠를 멀리하게 되었고 맘은 있었어도 내 맘대로 좋다고 다가서면 안 될 것 같았어
오빠는 오빠랑 어울리는 여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오빠는 하루하루 갈 수록
내게 더욱 호감을 표현해주었고 난 이젠 그게 좋지만은 않았고 느껴지는 부담감은 점점 커졌어
그러다가 결국 내 속마음을 말 하게 되었고
솔직히 친한 오빠 동생으로는 내가, 내 스스로가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에(친한 오빠 동생으로는 못 지내지.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예 관계를 끊는 게 더 나을 듯해서 연락을 끊자고 해 버렸어
오빠는 자기 맘 솔직히 표현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면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 일단은 알겠다고 했어
그리고 연락은 끊겼어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가슴이 너무 먹먹하고 자꾸만 오빠생각만 나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어
사귀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오랫동안 봐온 사람도 아니었는데
짧게 연락만 했던 사람이었는데
꼭 사랑했던 연인을 잃은 사람처럼 헤어짐에서 이별을 겪은 사람같은거야
친구들에게 후회가 크다고, 그냥 내가 좋으니까 다른 것 신경쓰지 말고 좋아해버릴까, 다시 연락해볼까, 자꾸 생각나, 보고 싶어
매일같이 속아픈 얘기만 꺼냈어
그러다가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술기운에 용기를 갖고 오빠한테 전화를 했고
그렇게 우린 다시 연락을 했어
이런 게 바로 썸씽이고, 이 사람이 나의 썸남이구나
하면서 행복에 젖어서 매일 웃고만 다녔고 오빠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았어
나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겠지란 기대에
친구들한테 오빠 자랑도 많이 했고 남부러울 것 없었어
일어나고, 씻고, 밥 먹고, 강의 듣고 그냥 하루 종일 오빠 생각만 하면서
어떻게 하면 오빠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을까
오빠를 더 기쁘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했어
근데,
달랐어
우리가 다시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전과 후의 오빠가 달랐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겠지 했는데 아닌 거야
매일 아침 잘 잤냐며 먼저 연락해주고
공부하다 쉴 때, 밥 먹을 때 꼬박꼬박 틈틈이 연락해주던 오빠가
일어났을 텐데도 먼저 연락이 없었고 답장의 딜레이가 한 시간은 기본이었고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 이상 연락해주지 않았어
개념 없는 여자라고 보지 마
나 머리에 똥만 찬 '남자기 때문에'란 생각 갖고 있는 애들관 달라
'일어났을 텐데 연락이 안와 있네. 바쁜가보다.' 하고 내가 먼저 했고
'이 시간쯤이면 끝났을 텐데 연락이 안 오네. 바쁜가?' 하고 오빠가 끊은 카톡도 내가 이어갔어
근데 이게 일주일이 되고 이주가 되고 이젠 이 오빠와 내가 하는 카톡이 다 이렇게 되가는 거야.
좀 서운했을 법도 한데 난 그 와중에 든 생각이
'오빠가 바쁜데 내가 너무 집착을 하는 건가. 오빠가 먼저 연락을 할 때까지 기다려줘야겠다. 난 왜 참을성이 없냐. 오빠가 날 질려할 수도 있을 텐데.'
하루는 기다렸어
바쁘다고 먼저 끊은 오빠가 한가하면 먼저 연락 오길.
원래 저게 맞는 이치인데.
근데 안 오는 거야 잠이 와도 기다리고 지쳐도 기다렸어
그리고 새벽에 카톡이 오더라
왜 연락 안하냐고.
벙쪘어 그 카톡 보고.
그제야 서운하고 그제야 이건 아니다 싶더라
그 뒤로 난 먼저 연락하는 횟수를 줄였어
근데 오빠는 달라지는 게 없었어 내가 연락을 안 하면 오빠도 연락을 안 했어
그렇게 우린 조금씩 멀어져 갔고
결국 답답한 내가 먼저 말을 꺼냈어 서운하다고.
근데 오빠가 이러더라
'바빴어.'
바쁜 건 변명이 될 수 없어
물론 정말 바빴겠지
근데 숨 돌릴 틈이라도, 밥 먹을 틈이라도, 화장실 갈 틈이라도 있었을 텐데
내게 연락 한 통 해주는 틈은 없었을까
바쁜 건 이유가 될 수 없지
하기 싫어서, 귀찮아서, 맘에 없어서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이유이지
이 남자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걸까? 진짜 관심이 있기는 한걸까?
오빠는 날 이렇게 아리송하고 헷갈리게 만들었어
그리곤 오빠는 또 이렇게 말했어
'네가 연락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어? 내가 연락 안 해서 네가 서운해서 뭐 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해?
나한테 따지고 싶어? 왜 그래 연락가지고.'
말이 안 통하겠다는 걸 느꼈어
내가 어리다고 날 가르치려 들고 있다 느꼈어
어떻게 내가 서운하다고 한 말에 저렇게 말할 수 있는지.
연락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난 연락의 중요성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주고 싶지 않아
겪어봐서 아는데, 연락이 제일 중요한 거고, 그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르거든
시험기간이 다가왔어
난 시험공부 하느라 바빴고 오빠는 핸드폰이 고장 나서
우리 서로 연락 닿기가 힘들었어
간혹 새벽에 통화를 하면 보고 싶다, 시험아 얼른 끝나라
하면서 시험이 끝나면 만날 듯이 말했지
그런데 시험이 끝난 시점에 어쩌다 다투게 된 거야
오빠는 다퉜다고 아무런 연락도 안 해줬어
결국 내가 먼저 주말에 시간 되냐고 물어봤고 오빠는 괜찮다고 했어
그래서 난 만날 수 있겠다는 거의 구십퍼의 확신과 기대에 가득 찼지
그렇게 내가 먼저 한 카톡에 자연스레 풀려서 여느 때처럼 카톡을 하고
새벽이 되고 잠 잘 시간이 되었어 근데 오빠가 만나자는 말을 안 하는 거야
내가 안볼 거냐고 묻자 오빠가 하는 말이
'너 안 만날 것 같아서 친구들이랑 약속 잡았어' 래
불과 별 시간 지난 건데.
난 전혀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우리 서로 만날 것 같다는 예상은 백퍼 했으면서도,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친구들이랑 약속을 잡아버린 거야
기대했던 만큼 참 실망이 컸지
그렇게 다섯 번이나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가족 행사가 있어서' '아빠가 데려다 주신다고 해서 아빠 차 타고 편하게 바로 집 가게' '안 볼 것 같아서 친구들이랑 약속잡았어'
이 이유로 두 달 연락에 두 번 밖에 만나지 못했어
30분 거리인데.
우린 더 자주 다투게 되었고
방학이 되고 오빠의 연락은 더 뜸해졌고
우리사이는 갈수록 소원해지고 멀어졌어
그 때 느꼈어
연락부터 해서, 약속 잡는 거나, 다투는 거나
날 끔찍이 좋아해주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날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내가 사귈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맘 같아선 전처럼 날 좋아해 달라고 부탁이라도 하고 싶었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끝이 너무 허망하고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 자체도 인정하기 싫었어
그리고 오빠에게서 몇 주만에 카톡이 왔어
사진이었어
눈 위에 '보고 싶어'라고 적은 사진
근데 정이 떨어지더라 정 떨어지진 않았었는데 저 카톡을 보고 정이 떨어지더라
자기가 생각날 때 아쉬울 때 연락하고
난 무슨 해바라기마냥 내 맘이 한결같을 줄 알았나봐
냉정하게, 반겨주지 않고 차갑게 말했어
반갑지 않다고
나 사실 이래저래 했다고.
꽤 길게 말했어 문자도 카톡도 한도초과범위가 있거든 초과되서 나눠서 보낼만큼 길게 말했어
근데 오빠는 내 카톡을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1분도 안되서 답장을 했어 짧게 '미안해. 내가 좀 더 노력할 수 있었는데' 라고
아쉬운 마음이야 보였어 근데 그것 뿐이었어
그렇게밖에 말 하지 못했나
내가 잡히게끔 다시 돌아갈 수 있게끔 내 맘 돌릴 수 있게끔
더 간절하게 말하진 못했을까
그렇게 남녀 사이는 동등해야 된다며 자존심 굽히기가 싫었을까
조금만 더 진심 담아 말해주지. 그래주지.
난 연락 끊자고 오빠가 그간 연락 없을 동안
미안하지만 난 오빨 이미 다 정리했다고 그러니 연락하지 말자고 했어
그 날 꽤 잠 못 들었던 것 같아
그리고 최근에 다시 카톡이 왔어
또 사진이었어
카페 안 인 것 같았는데 앞자리가 비어있는 사진이더라
사진을 해석해보면 뭐, 저 빈 자리가 생각난다는 거겠지. 내가 생각난다는 거겠지.
차라리 문자로 '네 빈자리가 생각나. 우리 다시 잘 해 볼 순 없을까'라고 했더라면
사진 한 장 보단 진심이 와 닿지 않았을까 싶어
오빠를 이제 좀 알겠더라
오빤 사진찍을 여유 쯤은 있었던 거야
그러니 이 연락은 그냥 날 떠 보려고 한 연락일거야
근데, 진짜 맞더라
내가 오빠한테 물었어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그랬더니
'듣고싶은말이뭐야' 래
먼저 아쉬워서 연락한 사람은 자기이면서
듣고 싶은 말이 뭐냐는 건 뭐냐 대체
내가 거기서
'다시 잘 해 보자는 말' 이라고 하면 다시 잘 해 볼 테고
'듣고 싶은 말 없는데' 라고 하면 완전히 끊을 셈이었겠지
떠본거지 날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던 거였어
이 오빤 내가 만난 남자들 중 가장 철은 있을지언정 생각은 어렸어
인간관계에서 신뢰를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한다는 그 사람은
내게 신뢰란 걸 준 적이 없었고
내 아픔 상처 다 보듬어 주겠다던 그 사람은
결국 날 더 허망하게 만들어 주었어
그리고
남자는 자기 소유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여자에게 소홀해 진다는 거이해는 갔어도 믿진 않았거든
자기 소유가 됐는데 어떻게 소홀해 질 수 있겠어
기뻐 날뛰고 더욱 꼭 잡고 있겠지
근데 이제야 알겠더라
이 사람 덕에 잘 안 믿는 남자를 더 안 믿게 됐으니
고마워해야 할 지, 미워해야 할 지..
그래도 잘 했다
후회해서 다시 잡았다가
후회 없이 좋아했고 후회 없이 표현했으니까
후회는 없어
아쉽게도 함께 한 추억은 없어서 추억은 못 되겠고 이렇게 글로, 경험으로 남겨야지
그리고 이 말은 진리인 것 같다
'인연은 노력하지 않아도 이루어진다' 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