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동생.. 꼴보기가 싫습니다

ㅇㅇ2013.01.21
조회2,569

안녕하세요.. 글은 처음 써보네요. 좀 깁니다.

 

저는 28세 직딩입니다.

동생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이 있어서.. 제가 동생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너무 제 잣대로만 판단하는 건지.. 토커님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요.

 

동생은 저보다 두살이 어린데 지금 공무원 시험 준비중입니다.

원래 고시를 준비한다고 3년 정도 공부했는데 작년 말에 접고 7급을 본다고 하더라고요.

동생은 지금은 고향집에서 부모님과 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 동생이 행시 준비한다고 할 때부터 저는 반대였습니다.

동생은 지역거점국립대를 다녔는데, 아주 공부를 치밀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그냥 제가 보기에 동생이 못 미더웠던 것도 있고, 객관적으로도 확률이 너무 낮아 보였어요.

 

저는 소위 명문대라는 대학을 나왔는데요..

제 주변에도 고시 준비하던 이들 많았는데 그중 붙은 사람 거의 못 봤습니다.

많이들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기도 했고 무튼 쉽지 않다는 걸 알았고,

저 개인적으로는 지리한 고시공부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마음도 컸습니다.

동생은 공무원의 안정적인 삶이 좋다는데, 왜 자기 꿈이 없이 고시를 보려고 하는 걸까, 그런 욕심까지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어쨌든 부모님도 동생도 해보고 싶다고 하니

저도 환호까지는 아니고, 잔소리도 많이 했지만 정말 혹시나 잘 되면 좋겠다 싶기도 했어요.

동시에 쓸데없는 꿈에 동생이 젖어있고, 부모님도 괜한 기대를 하는 거라는 현실적인 생각도 했어요.

 

결과적으로 3년쯤 지나 작년에도 2차에 떨어지고 그만둔다고 했습니다.

합격선보다 3문제 정도 틀렸다길래, 저는 오히려 좀더 해보면 어떻겠냐 했지만 싫다더군요.

그러면 저는 이제 공무원 시험은 그만두고 취업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동생이 대학 성적이나 외모나.. 괜찮은 편이기에 취업 빡세게 준비하면 좋은 회사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또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더라고요. 그것도 9급이라도.. 9급 공무원 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솔직한 제 욕심도 있었는지 행시 준비하다가 9급 한다니 기대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또 9급이라도 쉬운 것도 아니고 거의 만점 맞아야 한다는데,

유학 갔다온 애들까지 9급 공무원 시험에 뛰어든다는데

동생이 치밀하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안 생겼습니다.

 

저는 당장 토익점수부터 만들어서 취업을 해라 한동안 어깃장을 놓았지만

또 어찌어찌해서 부모님과 동생은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이후로 동생에 대한 불신과 걱정.. 이런 게 더 커졌습니다.

드라마에 나오잖아요. 자식에 대한 기대가 큰 부모들이 거기 좀이라도 못 미치면 애 쥐어 잡는거.

그 심정이 어떤 건지 알겠더라고요. 물론 저는 동생과 떨어져 살고 1년에 4~5번 만나기 때문에 크게 간섭할 여지도 없습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그 가끔 만날 때마다 저도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이

동생을 만나면 몰아붙이고, 넌 못할 거다, 이런 식의 말을 하게 되고, 생각도 그렇게만 되고.. 정말 꼴보기가 싫습니다. 그랬다가 또 떨어지면 미안하고 안쓰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

 

동생에 대한 믿음이 잘 생기지가 않아요.

고시 준비하면 보통 새벽에 일어나서 최소한 8~9시에는 공부시작하고, 밤 11시까지는 공부하고 그런 거 아닌가요. 제 동생은 제가 떨어져 살아 일과는 모르지만, 10~11시에 도서관에 가서 저녁에는 10시 드라마를 보기 전에 집에 옵니다. 드라마 다 봅니다. 인터넷 쇼핑도 좋아하는데 얼마나 자주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체력관리 하라고 운동하라고 그렇게 말해도 4년째 아무 것도 안해요. 그러니까 체력이 약할 밖에요. 공부한다면서 아침밥만 제대로 먹고 점심은 빵으로 때우고 저녁도 잘 안 먹습니다. 도서관과 집이 걸어서 15분 안 걸리는데, 그게 귀찮아서 그러는 거에요.

 

동생이 얼마 전부터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요,

저도 다 알바 하면서 공부하고 취업했기 때문에 그게 시간 뺏기는 거라곤 생각 안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집에 갔더니 이번 겨울에 동생이 새로 산 점퍼만 4개, 코트는 잘 모르겠는데 최소한 1개 이상이더라고요.

 

물론 한참 이쁜 나이에 옷 좋아하고 그럴 수 있고, 엄청 사치하는 것도 아니죠.

근데 동생은 장수생에 백수에 벌써 20대 중반 넘어가는 나이에 부모님한테 신세지고 있고

도서관만 오가면서 아무도 안 만나는데 옷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그렇게 외모에 신경쓴다는 게 공부를 제대로 안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이런 제 생각이 잘못된 걸까요? 동생도 그런 정도 즐길 권리는 있는 건지.

제가 취업하면서부터 많이는 아니고 용돈을 몇번 주기도 했는데,

공부하고 있으면서 그 돈을 옷 사는데 다 쓰길래 꼴보기 싫어 안 줬습니다.

무튼 외모에 관심이 많은데, 고시생이면서도 그런 다는 게 믿음이 더 안 갑니다. 제가 꾸미는 데 관심이 적은 편이고 제가 공부할 때는 그냥 말 그대로 고시생 차림처럼 살아서, 동생의 그런 걸 이해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집안 청소도 잘 안합니다. 부모님은 가게를 하시고 동생보다 먼저 나가고 하루종일 힘들게 일하십니다.

동생은 먹은 음식물 같은 걸 정말 잘 안치웁니다. 설거지도 안하고, 집에 고양이를 키우는데 예뻐라만 하지 목욕이나 털 빗는 것도 안 합니다. 집청소도 안하고요. 아버지가 다 합니다.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해도 그런 집안일 하루에 얼마 걸리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매일 부모님이 잔소리해도 몇년째 안하는 것도 정말 꼴보기 싫습니다.

 

또 아버지한테도 너무 함부로 대하더라고요.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자기 스트레스를 그렇게 푸는 건지. 아버지가 물론 같이 살기 피곤한 스타일이긴 합니다. 말이 너무 많고 무튼 설명하기 어려운데, 저도 참기 힘들 때가 많지만. 동생은 보니까 아빠가 말 한마디만 하면 버럭 소리부터 지르고 있던데.. 정말 정떨어져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얼마전부터 연애를 시작했더라고요.

상대는 부모님끼리 아는 사이라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어찌어찌 만나게 됐는데, 연애까지 한다니요.

지금은 좀 이해해보려고 노력중이지만 처음 알고는 정말 화가 났습니다.

알잖아요.. 연애 초기에는 공부고 뭐고 안되는데..

동생은 연애 경험도 많지 않습니다. 자기 감정을 제어해가면서, 좀 더 외롭지 않게 공부하는데 기운받을 만큼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에 내려가서 전화통 붙들고 있는 거 보니 속이 터집디다.

 

저도 쉽게 취업하진 않았습니다.

재작년에 나름 원하는 직장을 잡아 지금 만족하며 일하고 있지만,

백수 시절 생각하면 정말 힘들었지요. 저도 완전히 하루 24시간 성실하게 살았던 건 당연히 아니죠.

그런데 부모님이 정말 아무런 타박이나 불평이나 조급함 없이 그냥 믿어주셨거든요.

그게 얼마나 고맙던지, 믿음의 힘이라는게 얼마나 큰지 그때 배웠고 부모님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도 부모님이 제게 그랬고 또 동생에게도 그러는 것처럼

동생을 믿어주면 되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동생에게는 문제가 있는 걸까요...

 

동생이 집에서 부모님이 해주는 밥 먹고 등따시게 사니까..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저는 대학다니면서 제 학자금과 생활비 거의 스스로 해결했습니다. 물론 부모님 도움 받은 부분도 있습니다. 동생은 다 부모님이 해주셨구요.

 

또 지금 시골에 있다 보니 세상물정 모른단 생각도 들고요.. 근데 사실은 모르죠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또 공부 제대로 하는지는 자기만 아는 거니까요.

작년에 고시 그만둔다길래 취업 준비하라고 토익 공부하라니까, 말 안 들으니까 엄마 말론 토익 700점 넘는다고 그게 마치 잘하는 거란 듯이 말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머리가 아픕니다.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정말 가깝고 사랑스러운 동생인데... 요새는 정말로 사이가 안 좋아지려고 하고, 동생이 진심으로 못 미더워져서 제가 문제인지 뭐가 문제인지.. 또 공무원 시험도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는 건지.... 동생은 다른 대책도 없는 것 같고, 그때는 정말 나이도 많아져서 취업도 힘들텐데.  

 

통제할래야 할 수도 없지만 제가 동생을 너무 사사건건 통제하려고 드는 마음이 문제인 걸까요?

신경 안 쓰려고 해도 마음이 안 좋습니다.

비슷한 경우에 계신 분들.. 현명한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