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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2013.01.23
조회70,811

 

새벽에 작성한 글이 이토록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피곤하여 일찍 쉬고 싶어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였는데, 와이프와 두시간가량 기나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와이프에게 유리한 항목을 배제하고 글 작성한점은 정말 죄송합니다.

와이프에게도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수가 없었습니다.

출근할때만해도, 노트북을 붙잡고 있는 와이프가 이런식으로 글쓰는게 어딨냐고 화를 내기에

출근길 경황이 없어 '니가 추가해' 한마디 던지고 별 생각 안했습니다.

 

와이프는 하나의 덧글도 놓치지 않고 모두 통독했고, 저 또한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

 

먼저, 와이프가 작성한 글을 보아하니 그간 와이프가 제게 세세하게 말하지 않았었던 부분까지도 적혀 있어 적잖히 당황했습니다.

와이프는 시시콜콜 따지는 성격이 아닌지라,  괜찮은 줄로만 알았던 제가 어리석었다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왜 진작에 하나하나 말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가만히 생각하고 와이프와 대화를 하다보니 말하지 않은게 아니라, 말하고 싶지 않았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남편이란 작자가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았으면 이 사람이 이토록 입닫고 살았을까 생각하니 후회가 많이 됩니다.

 

톡커님들이 덧글을 달아주신것처럼, 제가 와이프를 가둬두려고, 혹은 와이프를 부려먹으려고, 와이프를 사람취급 하지 않아서는 절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저희 부모님 이름 걸고 결단코 맹세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기적이었던 것은 맞습니다.

와이프가 조금만 노력해서 적응해주면 모두 편할텐데 하고 생각한거 사실이니까요.

이제는 제가 몹쓸마음을 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맨 처음 결혼할때 신혼집을 와이프가 원하는 지역에서 꾸리기로 했었던 약속을 어긴점...

제 불찰이고 제 욕심이었습니다.

저는 어리석게도 내심 아직 50대인 젊으신 장모님보다는 저희 부모님이 더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만 생각하고 계산하고 있었나 봅니다.

여든이 코 앞이신 저희 부모님이 오래 사셔봐야 얼마나 사실까... 이러한 부분만 생각하고 제 욕심에 약속을 어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장모님병환에 대한 내용은 기재하지 않았네요.

혹시나 여성분들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당장 이사가라는 뜻이 더 많을까봐서 제가 꼼수를 쓴점,

인정하고 또 반성합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께서 와이프를 못살게 구는 정도라고는 상상도 해본적 없었습니다.

아마도 본인 부모이기때문이라고 와이프는 말하지만, 세상 천지에 어떤 자식이 내 어머니가 내 와이프를 부려먹는구나. 하고 먼저 캐치를 해줄수 있을까요.

이 부분은 하늘에 맹세코 와이프에게 늘 가지 말라고 했었고, 어머니께도 애좀 놔두라고 몇번이고 화도내보고 짜증도 내보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걸 오늘 덧글보고 알았습니다.

그동안은, 저도 톡커님들이 말하는 전형적인 한국 남자일뿐이었는지, 깊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입장에서 와이프와 어머니, 둘 사이에서 대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것인지 무엇이 이토록 복잡한지

머리가 아픈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와이프를 욕먹이려던 뜻은 결코 없었습니다.

단지, 지금 당장 이사를 주장하는 와이프가 양보해 주길 이기적으로 바랬습니다.

이곳에 글을쓰고보니 정작 평생을 함께 하겠노라 다짐하고 아끼는 와이프의 존재를 제 스스로 무시아닌 무시하고 있었구나...하고 많이 느꼈습니다.

 

장모님께서 24시간 간병인을 고용하고 계시기에, 괜찮은줄 알았습니다.

아니, 애써 괜찮겠지 하고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이제서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니, 만약 제 부모님이였다면, 와이프가 저와 같이 행동하였다면,

굉장히 많이 실망하고 원망했을것 같아서 이점 또한 와이프에게 미안하고 반성하고 개선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와이프는 줄곧 저에게 도와달라고 신호를 보내왔었는데 제가 묵인했습니다.

신혼초, 결혼후 두어달쯔음부터 너무 답답하다, 시댁에 가고싶지 않다, 사는게 재미가 없다 등등 불만을 토로할때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다가도, 반복되는 불만과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점점 무뎌졌는지

퇴근하면 어차피 거쳐야할 관행인냥 치부하고 내버려두자 와이프는 입을 닫아버렸습니다.

점점 작업실 안에서의 시간이 늘어가고 저는 저대로 늦게 퇴근하게 되고.

모두 제 불찰임을 압니다.

제가 바뀌어야 와이프가 행복할 것이라는 것도 압니다.

알지만 애써 외면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도 못하겠습니다.

이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함께 하고 싶어 결혼한 와이프에게 못난 남편 몹쓸 남편의 모습만 보여주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정작 와이프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점, 와이프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지 않은점 모두 반성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와이프가 강력하게 이사를 주장할때에도 내심 양보해주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달라지겠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와이프가 원하는대로 구정이 지나면 집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와이프 뜻에 따라 장모님께 일주일에 사흘씩은 가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저도 자주 찾아뵈려 노력하겠습니다.

 

오랜시간 대화를 나누어 본 결과,

생각보다 와이프의 마음이 많이 상해있었다는것을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왜 그동안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하지 않았냐는 제 질문에,

진지하게 얘기해도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을것 같아서라고 대답하는 와이프를 보니,

얼마나 그동안 내가 이기적이었나...

내가 이 여자를 데리고 와서 해준것이 무엇인가.

이 여자가 나에게 원하는것이  나에게 불가능한것은 아니었을텐데 배려해주지 못했구나.

다시금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저는 대출금 상환만 생각하고 제 자가용도 처분했고, 와이프의 분신같던 자가용도 처분하도록 설득했었는데, 그것 또한 돌이켜보니 설득이 아닌, 강요였었군요.

지금 살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금 5천중 아직 2천정도가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생각해보니, 인천쪽에 가게 되면 대출금 모두 상환하고 적은 금액으로 집을 구할 수 있으니 오히려 장점이 될수도 있을텐데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점도 걸리네요.

 

제가 너무 돈돈거린다 하지만, 제 나이 곧 마흔에 내집마련은 커녕, 대출이 있다보니 조급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 정년이 56세인데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을 하지 않다보니, 저도 모르게 강박관념이 생긴것 같고요.

그러느라 결국은 와이프나 주변인들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조차 잊고 살았던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사람이 처음부터 모든것을 다 바꾸고 다 맞출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도 마음 고쳐먹고 다시는 같은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대한 맞춰주려 노력하겠습니다.

저희 부부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실제로 보는게 아니라 오롯이 작성된 글로만 평가받게 되다보니,

또 제가 잘한것이 없다보니

악플이나 욕설 또한 달게 받아들이겠지만, 사이코패스같다라는 덧글이 기억에 남는데 그냥 웃고 넘어가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이코패스라 칭하는 부류의 사람들 보면 매우 화나는 사람중에 한명입니다.

제가 잘못한거 시인하고 부족했었던점들 알았으니 개선하도록 노력하고 글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와이프 정말 착합니다.

남한테 절대로 나쁜소리 못하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 상처받는거 본인이 더 신경쓰는 타입입니다.

이런 부족한 남편도 가족이라고 편들어주고 쉴드쳐주다보니 어디 모자란 여자 취급 받는것 같아 그런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제가 짧은 생각으로 당장 이사문제만 모면하려고 치사스럽게 작성한 글로 인해 본의 아니게 마음고생한 와이프에게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덧글들 보면서 혹시나 제가 민망해하고 상처받을까봐, 봤지? 사람들 다 내편이야~ 그러니까 이혼당하기 싫으면 똑바로해라~ 한마디 툭 던지는 와이프의 말에 왜 울컥 눈물이 나려하는지, 와이프의 마음 너무 잘 느껴져서 진심으로 반성이 됩니다. 

 

이사 꼭 하겠습니다.

 

 

 

 

 

 

 

 

 

댓글 119

오래 전

인기글 되돌려 쭉보던터라 오래된글이니 댓글 다시 보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남길께요. 저희 아버지께서는 결혼하실 당시에 72세의 홀어머니가 계셨어요. 할아버지는 아버지 4살때 돌아가셧엇구요ㅡ 어머니께서는 50후반대의 부모님을 두고계셨구요. 항상 그랬어요 친할머니께서 오래 못사실 것 같으니 더 잘하다가 외가쪽에 신경쓰자구요. 그런데 저희 외할아버지가 친할머니보다 2년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저희도 아버지 회사때문에 서울로 이사오고부터는 어머니가 외가에 자주 가지도 못했었습니다. 몇번 다투는 건 보였지만 어머니도 친할머니를 좋아하셨고 친할머니도 어머니께 잘해주셔서 어머니도 참고 참으면서 자주 찾아갔어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못했다는건 아니고 외가쪽에도 잘해드렸지만 친할머니만은 못했어요. 그렇지만 결국 외할아버지께서 먼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미안해하시고..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아요. 누가 먼저 돌아가실지는 모르는일입니다.

이런오래 전

너무나 차분한 글이고 논리정연하나............... 진정성은 별로.... 아내랑 이혼하게되었을때자기가 손해보게 될걸 하나하나 계산하고있는것처럼만 보이는 이 찜찜한 기분.....

토끼오래 전

아내 쳐부려먹고 아내 어머니 욕하는 자기부모님걸고 맹세하면 뭐해ㅎㅎㅎ

머지이기분은오래 전

미안하지만남편분. 추가글까지다읽고 확느껴지는게있는데요 모든매사에.인간관계에. 가까이하고싶지않을정도로철두철미하고 계산적이고가식적일것같아여.......... ㅡㅡ

우쭈쭈오래 전

훈훈한마무리인데 찜찜하다.... 꼭 지키시길바랍니다 그리고 시댁에 일주일에 세번가는거 비정상인듯... 님은 장모님께 세번가나요?? 왜 그걸 당연하게생각하지?

ㅁㅁ오래 전

전과자는 원래 신뢰얻기가 좀 힘든 법이지요.. 이 글을 다 믿어도 될지 모르겠어서 말입니다....

냄싀오래 전

선거유세하듯이 ~하겠다 말만청산유수지 진실함이 없네요. 장모님 아프신게 고작 <아내에게 유리한점>일뿐인가요? 아내분은 장모님의 장모님은 당신 아내의 세상에 유일한 피붙이에요.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나중에 당신이 아파 누워있는데 사위나 며느리가 자식들 못 오게한다고 입장바꿔 생각해 보라구요! 아내의 홀어머님이 아파서 5개월동안 몸거동도 못하고 계신데 어떻게 그런중대한 일을 아무것도 아닌듯이 대충 넘어가시나요. 나이가들면 돈, 명예 그런거에 눈이 멀어서 무엇이 정말 먼저고 소중한지 모르게되는건가요? 글에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아내의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이라도 공감하길바랍니다.

여자사람오래 전

어우~멋진 부부시네요~~^^ 앞으로는 서로 대화 많이 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오래 전

정말 멋진 남편분이시네요!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시는 부부가 되시길 바랄게요.

감디오래 전

감동 쩌네요 눈물났어요ㅠ 근데 악플들은 머지.. 무조건 비방해야만 직성이 풀리는사람들 인가.. 글쓴님 악플러들 신경쓰지마시고 두부부 대화가 돼는 아름다운부부네요 특히 남편분.. 대화로 푸시다니 감동스러워요 이쁜결혼생활 하세요 글고 악플쩔게다는사람들 심보가 왜그러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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