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랑이었던 그사람과는 대학 다닐때부터 얼굴만 알던 사이였고 작년 일월부터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그러던 중 작년 크리스마스에 청혼을 받았고 조금 이른감도 있었지만 흔쾌히 수락했습니다.4월 말에 잡힌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시댁 어른 되실 분들(시부모님, 아주버님, 형님)도 모두 너무 좋으셨고 저에게 잘해주셨거든요.
결혼은 웨딩샵 빼고 모두 우리 둘이 모아둔 돈으로 치르기로 했습니다.(저희 아버지께서 예전에 결혼할때 엄마한테 예쁜 예식장에서 결혼 시켜주지 못한게 마음에 걸려서 하나 밖에 없는 딸은 꼭 예쁜 곳에서 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그러시라고 했습니다.)집은 그 사람이 모아둔 돈 1억 2천에 제가 모은 9천 6백중 사천만원 보태서 회사 근처에 구입하기로 했고 (지방이라 일억육천정도로 적은 평수 구입가능해요.) 나머지 돈으로 혼수하고 신혼여행 웨딩촬영 등등 해결하기로했습니다.
문제는 어제 저녁에 일어났습니다. 회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차라도 한 잔할겸 그사람과 만났는데 이야기 중 월급 관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먼저 저와 그사람 월급 지출을 말씀 드리자면 저는 세후 월 사백정도 벌고 그사람은 오백정도 법니다. 결혼 준비 전 제 월급은 이백오십은 저축하고 생활비랑 여가생활 쇼핑으로 백만원 쓰고요 나머지 오십중 이십은 부모님, 십은 조부모님 용돈으로 드리고 나머지 이십은 친구들이랑 매년 해외 여행가는 경비 저축하고 있습니다.자세하게는 모르겠으나 그사람은 삼백정도 저축하고 생활비 백만원에 방값 칠십 제하면 삼십만원 정도 부모님 용돈으로 드린것 같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사람이 갑자기 저보고 이제 자기 부모님께 용돈 더 드릴 수 있어서 좋다길래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여기서부턴 대회체로 쓸게요.
"이제 우리 부모님 용돈 더 드릴수 있어서 너무 좋아""응? 오빠 어디서 공돈 생겼어요? 무슨 말이에요?""우리 결혼하고 나면 너 이제 부모님이랑 조부모님께 용돈 안드릴거잖아. 그면 그 돈 어짜피 비니까 우리 부모님 용돈 올려드리는거 아니야?"
그사람이 이말 하는데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했습니다. 뭐지 이 헛소리는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바로 물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부모님이랑 조부모님께 용돈을 안드린다니요?""너 지금까지 부모님집에 살아서 용돈드린거 아니야? 결혼하고 나오면 출가외인이니까 당연히 처가엔 용돈 안드리는거잖아."
이 말에 진짜 어이가 없어서 몇 마디 했습니다.
"오빠, 오빠 말대로 저 출가외인이니까 우리 부모님이 해주신다던 웨딩샵 비용은 우리가 부담해요. 그리고 아빠가 해준다던 차도 없던 일로해요. 출가외인인데 그런거 받을 자격이 어딨어요."
그러니까 갑자기 표정이 싹 굳더니 정색하고 말하는 겁니다.
"이거랑 그거랑은 다른 문제지. 출가외인이라고 해도 아버님이 해주시는건 좋아서 해주시는건데 거절하는건 예의가 아니지.""나도 부모님한테 용돈 드리는거 좋아서 드리는거에요. 결혼이랑은 별개 문제에요. 그리고 요즘에 여자라고 출가외인이 무슨 말이에요. 우리집은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아요.""뭐야,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여자는 결혼하면 출가외인이지. 형수님 못봤어? 처갓집엔 용돈 안드리잖아. 그리고 솔직하게 너희 부모님은 우리 용돈 안드려도 충분히 잘 사시는데 드리는건 낭비라고 생각해" 저희 부모님은 아버지가 대기업다니다가 정년 퇴직 하시고 사업하시는데 오백 정도 버시고 빚은 없으십니다.재산은 오십평대 신축 아파트 한 채있으시고 서울에 오피스텔 구입하셔서 월세 받으시는걸로 알고있습니다.그사람 집은 빚은 없으시지만 개인적으로 들어놨던 노후 연금과 자식의 용돈 말고는 뚜렷한 수입원은 없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저희 부모님, 제가 용돈 안드려도 충분히 생활 가능하시지고 어릴때부터 부모님께서 용돈은 필요없다, 단 커서 자기 앞가림은 제대로 하고 살아라고 가르치신 탓에 처음엔 용돈 안받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하지만 금액을 떠나서 자식한테 용돈을 받는다는건 기분 좋은 일이란 생각에 입사후 꾸준히 드리고 있습니다. 조부모님 용돈도 마찬가지구요
시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것에 대해 반대한적도, 나쁘게 생각 한적도 없습니다. 물론, 어느 집이든 형편이 어렵다면 더 드리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적은 없었습니다.하지만, 지금까지 드리고 있던 제 부모님 용돈을 갑자기 시댁으로 돌리는 것도, 결혼하면 출가외인이니 아내 될 사람이 일을 계속 할것임에도 불구하고 처가에 용돈안드리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건 제 상식으론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맞벌이가 아니라면 친정에 용돈을 드리면 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오빠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고 난 이 결혼 다시 생각해봐야할거 같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부터 시어머니 되실뻔 했던 부모님으로부터 계속 전화가 오네요. 아들이 생각이 짧았던거 같다. 다시 만나서 이야기 해보는게 좋을것 같다.
아까 점심때도 그사람한테 전화가 왔는데 전화를 안받으니 톡이 와있네요. 퇴근하고 회사 밑에서 기다리겠다고. 그말에 전 퇴근 시간이 한 시간 지났는데도 퇴근도 못하고 있습니다.파혼 하는게 맞겠죠? 다행이라면 아직 실질적으로 돈이 들어간게 없다는 것이겠죠?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