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권] 아버지

Elly201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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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오늘 당신이 무척 그립습니다」

  

저자 : 김정현

출판사 : 문이당

출판일 : 2002년 08월

 

■ 그토록 순간순간 외롭다고 여겼던 그 지난날들은 결국 투정같은 행복한 사치였다. 사랑하는 이, 그리고 사랑받고픈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이었는지 콧등이 시큰거려 왔다. -p.43

 

■ 결국 인생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돌아보면 모두 고맙고 정겨운 사람들이었다. 때로는 짜증스럽기도 하고 더러는 힘들기도 했었다. 미운 때도 있었고 다툼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모두 같은 마음, 다정한 이웃이었다. 이 소중하고 고운 사람들과 이렇게 헤어져야 한다는 게 너무도 서글펐다. -p.114

 

■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가령 도덕의 틀을 무너뜨리는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배신의 행위라 할지라도, 아니면 하다못해 사소한 사치의 분탕질이 될지라도. 진정 자신의 삶에 대해 어느 한 부분 후회하고 죄스러워하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도 가혹한 죽음일 것 같았다. 오직 한 평생, 그 소중하고 귀한, 그러나 짧고 허망한 삶을 살면서, 그토록 자신을 위해보고 아껴보지 못하다면 그보다 초라한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해서였다. 물론, 그 당사자의 관점은 다를 수도 있었다. 어떤 삶이든 모두 저마다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은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누구건 최소한 그에게만은 그 자신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저마다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결국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근간으로 한 것이 아닌가. -p.136

 

■ 인생에서의 종말이 출생일처럼 예정되지 않은 것은 신의 마지막 축복이 아니런가. 예수의 최후의 만찬이 예정된 최후였는지, 그럼에도 진정한 만찬─즐거운 의미의─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 그 또한 예정된 최후임을 인식한 만찬이었다면 결코 만찬이 아니었으리라. 그런데 하물며 왜소한 인간에 있어서야, 그것도 예정이 아닌 확정된 종말이라면...... -p.143

 

■ 결국 세상이 변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오고가고, 그 오가는 사람들의 자리만 변할 뿐, 세상은 도무지 변할 것이 없었다. 이제 그가 가고 나면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 뿐, 설령 대신할 그 누군가가 없다 해도 바뀔 것은 없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바뀌면 바뀐 대로, 남은 이들은 그렇게 변함없이 살 것이다. 또 변한다 한들 그것은 떠난 누군가로 인해 변할 것은 아니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제각기의 인연으로 그렇게 변해가는 것일 뿐. 결국 떠나는 이는 잊혀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떠난다는 것이 더욱 서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p.147

 

■ 누군가에게 새로운 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였다. 비록 그런다고 달리질 건 없는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그 순간까지 살아 있다가 갈 수 있다면 그나마 억울함을 덜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라도 자신만을 위해 부여안고픈 무엇, 가슴 설레는 아쉬움...... 그런 것이라도 숨겨놓았다면, 남겨진 아내와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에라도 설움이 덜하지 않을까.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정작 그 자신은 아내와 자식들에게서 언제나 등 시려하던 보이지 않는 고독, 그 영원히 기울어진 사랑 나누기의 일방적인 손실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지 않겠는가. -p.150

 

■ 엄한 듯하면서도 다정하고, 어려운 듯하면서도 편한 아빠. 자랑스럽고 마지막 보루처럼 든든하면서도 언제든 투정부릴 수 있는 여유가 보이고, 무심한 듯 초연해도 돌아보면 언제나 옆에 와 있는 푸근한 그림자. 욕심이라 탓하기엔 탓할 수 없는 영원한 꿈.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자식들의 꿈이었다. -p.159

 

■ 슬픔은 짧을수록 낫지 않을까. 결국에는 잊어버릴 것을, 또한 잊어야 하는 것을 무엇하러 미리부터 잊혀지지 않는 듯 잊는 연습을 해야 하겠는가. -p.207

 

■ 같은 처지의 누구라도 저마다의 느낌과 제각각의 추억이 다른데 어찌 절절히 공감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도 비슷한 처지여서 비록 겉이나마 감싸안아 준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겠지만, 그것도 순간일 뿐 영원한 건 아니다. 결국 인간은 함께하던 그 누구를 잃어버리는 순간부터 평생을 짊어져야 할 고독의 무게를 느끼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p.282

 

리뷰

 

애플이가 읽어보라고 선물로 보내준 책이다.

'김정현'이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봐서 궁금한 마음에 그의 다른 작품들을 검색해보니,

<가족>, <어머니>, <맏이>, <아버지의 눈물>, <아버지의 편지>등 대부분 가족소설을 쓰고 계신 분이셨다.

이번에 읽은 이 책이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다른 작품들도 꼭 한 번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처음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사실 <아버지>라는 제목만 보고도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읽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왜이리도 가슴이 아려오는 건지, 그만큼 가족소설에는 또다른 감동이 있다.

평범한 가장 '한정수'가 췌장암을 선고받은 후 4개월 남짓한 시한부 인생을 살며

자신의 가족과 남은 생애를 정리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의 모습에서 '아버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외로움과 고독이 느껴졌고,

항상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그 아무런 댓가없는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며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야하는 그 심정과, 또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야하는 그 심정이 어떨지..

지금 내 옆에 있는 우리 가족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짐과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애틋해져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아빠 생각을 했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아빠는 쭉 내게 든든한 보금자리가 되어주시고 계신다.

그래서 '아빠'가 없는 삶은 도저히 생각해볼 수가 없다. 상상조차 안된다.

동네에서도 '아빠'하면 소문이 다 났을 정도로, 아빤 참 가족들에게 자상하시다.

요즘도 나는 아빠와 카톡을 하며 아빠가 해주시는 말씀 한마디에 울컥 감동하는 날이 많고,

집에서 몰래 엄마 핸드폰을 훔쳐보며 그 안에 저장된 아빠의 닭살문자에 내가 더 행복할 때가 많다. :)

서른이 다 되도록 '아버지'라는 말대신 '아빠'라는 말에 더 익숙하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 아빠 나이가 벌써 환갑을 넘었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게 실감난다.

 

아빠, 아빤 내 '블로그 열성팬'이니깐, 지금 이 글도 보고 계시는 거 맞죠? :)

요즘은 네이버에 카페까지 만드셔서 열심히 사진도 포스팅하고 관리하시는 모습보면서

늘 아빠의 도전정신이 너무너무 존경스러워요. 이렇게 늘 오래오래 옆에 있어 주셔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