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의 여자아이

미스터리박물관2013.01.26
조회11,375

출처: 네이버 미스터리 박물관

       (http://cafe.naver.com/mysterymuseum)

 

작성자 angel_entity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던 여자애가 있었어 

 

근처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애였어

 

겨울까지는 중학교 교복이었는데

 

봄이 되니 그리 변해서 나이를 알 수 있었지

 

 

키가 작고

 

좀 귀염성 있게 생긴 얼굴이었다

 

깔끔한 인상에

 

언제나 좋은 향이 약간 났어

 

한번은 내 여동생이랑 나랑 그 애랑 셋이서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는데

 

여동생이 다짜고짜 그 애한테 물어봤어

 

야 너한테 진짜 좋은 냄새 난다 향수 뭐 쓰니?

 

난 그냥 로션이겠거니 했는데

 

같은 여자라 그런가 단번에 향수란 걸 알더라고

 

 

그 애는 대답을 못 하고 좀 당황한 듯 하다가

 

5층에서 내렸고

 

우린 8층까지 올라왔지

 

어린애가 벌써 향수를 쓰네-

 

둘만 남으니 동생이 싫은 소리를 한 마디 했어

 

 

그래도 난 그 아이가 참 귀엽게 느껴졌던 게

 

이런 광경을 한번 목격했었거든

 

꽃잎을 한 장씩 떼면서 '그렇다, 아니다' 점치는 거 있잖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그걸 하고 있었어

 

 

점괘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깟 시답지 않은 꽃잎점으로

 

자기 미래를 예측하긴 어려웠을 거야

 

이 애가 죽어버렸거든...... 얼마 뒤에

 

 

꼭대기 층에 올라가서 투신을 했어

 

내가 집에 들어오기 두 시간 전 일이었다는데

 

아주 감쪽같이 흔적이 없더라

 

물청소라도 한듯 아파트 한쪽이 젖어있긴 했는데

 

그쪽이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심지어 신문 기사 한 줄 안 나오더라고

 

이런 자살은 흔하다는 건가......

 

 

소문에는 집에서 너무 공부를 강요해서

 

평소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해

 

게다가 좋아하던 학원 오빠라는 놈이

 

좀 이용해 먹었다고 들었어

 

좋아하던 오빠라......

 

향수를 뿌리고 꽃잎점을 보던 게 그런 의미였나

 

 

좀 안타까운 마음에

 

그 애가 뛰어내렸다는 13층 복도에

 

올라가본 적이 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미스터리한 일이지만

 

그 복도에서 그 애의 향이 났어

 

아닐 거야, 생각했지만

 

갑자기 너무나 오싹해져서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길 기다리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비상계단으로 줄행랑을 쳤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사람 호기심이라는 게 꽤 강한 것이어서

 

그 냄새가 정말 났던 것일까?

 

단지 내 착각이었을까?

 

며칠 뒤 조금 덜 무서워졌을 때 다시 올라가 봤어...

 

 

그럼 그렇지......

 

한 5분을 서성였는데도 아무 냄새도 맡지 못했어

 

내가 착각한 게 맞네 싶어서

 

마음 편히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데

 

10층쯤 되었을 때 또 그 냄새가 확 났어

 

마치 내 옆에 그 애가 같이 탄 기분이 들었달까

 

그게 너무 익숙한 감각이라 미친듯이 소름이 돋는 거야

 

내리자마자 단거리 주자라도 된 것처럼 우리집까지 막 뛰었는데

 

뛸 땐 아무렇지 않다가 우리집 현관 앞에서

 

또 그 아이의 냄새가 확......

 

 

그때 제일 무서웠던 게

 

이거 내 방까지 따라오면 어떡하지?

 

자살귀는 정말 악독하다는데 나한테 붙어버리면 어떡하지?

 

어느새 내가 그 냄새를

 

그 아이의 존재 자체로 인식하고 있더라고......

 

 

집에 아무도 없어서

 

음악 크게 틀어놓고 이불 뒤집어 쓰고 벌벌 떨다가

 

또 그 냄새 날까 무서워

 

괜히 부엌에 들어가 팬에 기름 잔뜩 두르고

 

먹지도 않을 부침개를 몇 장이나 부쳤다

 

다른 냄새 나면 그 냄새 못 맡겠지 싶어서...

 

 

.

.

.

 

 

 

그 뒤로 13층엔 절대 가지 않았고

 

곧 우리집은 이사를 해서

 

지금 사는 아파트는 그다지 무섭지 않아

 

 

몇 년 전 일이라

 

그게 어떤 향이었는지 기억도 흐려졌다

 

이상하게 그 애에게서 나던 향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다른 데서는 맡아본 적이 없어

 

 

미래 내 애인에게서 그 냄새가 나면

 

똑같이 줄행랑을 놓을 지도 몰라

 

농담이고...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 아이가 느껴졌을 때

 

좋은데 가라고 기도나 해 줄 걸 하는 생각도 가끔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