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그리울땐, 남원으로~

이민영201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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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될 거야, 사람이 좋아 보여, 좋게 생겼어!"

함께 버스를 타신 할머니의 덕담으로, 본격적인 남원 여행이 시작되었다.

"젊은 학생이 왜 혼자 다녀?"

혼자 여행하는 이유가 궁금하신지 계속 물어보셨다.

홀로 다니는 여행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어서 좋다.

주변 사람들, 계획, 시간 등 다양한 조건에 자유로울 수 있기에 온전히 나에게만 귀 기울일 수 있다.

이번에도 홀로, <혼불>의 고향 남원으로 떠났다.

사람냄새 그리울땐, 남원으로~

서울에서 남원으로 가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기차는 낭만적이었지만 남원으로 가기에는 과정이 복잡했다. 시외버스를 택했고, 약 세 시간이 걸렸다.

남원에 도착하니 가는 비가 내렸다.

가는 비와 더불어, 남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최명희 작가의 혼불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약 40분 정도 헤매 도착한 버스정류장에서, 하루에 네 번만 운행한다는 혼불문학관 행 버스를 기다렸다.

동행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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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로 말미암은 짙은 안개와 성난 개의 울음소리 덕분에 혼불문학관이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손녀딸 같다며 문학관까지 동행해주신 할머님께서 '혼불'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혼불.

혼불은 전라도 방언으로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란 사전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최명희 작가의 혼불은 더욱 큰 개념인,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있는 정신이자 민족의 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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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그리울땐, 남원으로~

자연 속에 고즈넉하게 있는 한옥이 멋스러웠다. 혼불문학관은 찾아오는 사람을 격하게 반기지도, 떠나는 사람을 아쉬워하지도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매년 약 십만 명이 방문한다는 이곳은, 단순 관광지라는 느낌보다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찾는 성지라는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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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은 최명희 작가가 1980년 4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17년 동안 혼신을 바친 대하소설이다.

이 소설은 20세기 말에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그리고 제목 <혼불>은 일제강점기 강탈당한 민족혼의 회복을 염원하며 지어졌다고 한다.

<혼불>의 내용은 이러하다.

1930년대 남원 매안 이씨 집안의 종부 3대가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루어 가고 있다.

청상의 몸으로, 다 기울어져 가는 이씨 집안을 힘겹게 일으켜 세운 청암부인,

허약하고 무책임한 종손 가모를 낳은 율촌댁,

그리고 그 종손과 결혼한 효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전통사회의 양반가로서 부덕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반대편에는 치열하게 생을 부지하는 하층민의 '거멍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씨 문중의 땅을 부치면서 살아가는데, 특히 그중에 양반계층을 향해 서슴없이 대거리(상대방에 맞서 대듦. 또는 그러한 언행)하는 옹구네와 춘복이, 당골네인 백단이가 강력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 소설은 어려운 현실에서도 양반 사회와 자신의 가문을 지켜나가려는 기품과 서민들의 애환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소설 안에 큰 사건과 더불어 당시의 세시풍속, 관혼상제, 음식, 노래 등의 풍속과 문화사 등이 생생하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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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 최명희 작가의 원고 / 오른쪽 위) 혼불 가계도 및 사건연보

왼쪽 아래) 혼불마을 정경 사진 / 오른쪽 아래) 책 <혼불>

혼불문학관 안에서 작가 최명희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다.

실제는 작가의 생전 인터뷰를 방송하는 것이지만, 그 안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내용이 있어 설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문학관 안에는 작가의 취재수첩과 만년필, 육필 원고 등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10장면의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든 것, 또는 그러한 배치)가 있어 혼불의 내용을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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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관 안에 작가 최명희의 집필실을 재현해놓았다.

"누가 뒤에서 쫗아오요? 급헌 걸음 허다가 무단히 깨골창이나 논바닥에 거꾸로 백히지 말고. 싸드락 싸드락 이 얘기도 해 감서 갑시다아. 나도 심심헌디, 인자 가먼 또 얼매나 얼매나아 있다가 올람서."

"내가 아랫몰 끄장은 동무해 주겠지마는, 그 담은 몰르요잉? 산을 넘든 물을 넘든."

"아닝게 아니라, 님만 님이 간디요? 정들면 다 님이제."

혼불 제 7권 151-152쪽

최명희 작가는 호암 예술상 시상식장에서 "언어는 정신의 지문입니다. 한나라, 한민족의 정체는 모국어에 담겨 있습니다"고 했다 한다. 그만큼 우리 모국어를 사랑했기 때문에 위처럼 아름답고 정이 넘치는 문장을 쓸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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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 작가는 1980년대 문학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녀는 "웬일인지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실제로 한 단어를 쓸 때도 온 힘을 다해 썼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 마모되지 않은 모국어'를 사용하고자 노력했으며, 그러한 노력 끝에 만들어진 <혼불>은 소중한 모국어의 보고로 평을 받고 있다.

그녀는 1998년, 지병인 난소암으로 세상을 떴지만 '아름다운 세상, 잘 살고 간다'는 짧은 유언은 지금까지도 길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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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관 고방석 관장을 만났다.

그는 "혼불문학관을 찾아온 분들에게 '마을을 한 번 돌아다녀 봐라'는 말을 많이 한다. 마을 길을 따라 서도역부터 종갓집을 거쳐 혼불문학관으로 오는 것이 순서가 맞기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느긋한 시간을 갖고 방문하는 게 좋다. 또한, 문학관에는 다양한 맞춤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사람들의 나이와 목적 등에 따라 문학 프로그램을 맞출 수 있다. 엽서 쓰기, 목판과 호박돌에 소원쓰기 등은 오는 분들 모두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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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판에 소원 및 방명록을 쓸 수 있다. 사람들이 작성한 목판을 모아 문학관 외부에 전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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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돌에 소원 및 방명록 쓰기. 문학관의 터가 좋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쓰고 떠났다.

방명록으로 영삼성의 흔적을 남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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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불문학관을 찾은 유명인사들의 방명록.

왼쪽 아래) 안도현 작가 / 오른쪽 아래) 한승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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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

종가는 마을의 중심 무대이며 청암부인, 율촌댁, 효원과 강모가 거주하던 곳이다. 종부는 그저 한 사람의 아낙이 아니고 흘러내려 오는 핏줄과 흘러가야 할 핏줄의 중허리를 받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 청암부인의 기상이 서려있다.

2007년 화재사고 때문에 안채가 소실되어 지금은 터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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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불문학마을에는 혼불 관련 미술 작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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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

서도역은 효원이 대실에서 매안으로 신행 올 때 기차에서 내리던 곳이며 강모가 전주로 학교 다니면서 이용하던 장소이기도 하다. (혼불 제 1권 101쪽)

서도역은 <혼불>의 중요한 문학적 공간이며 혼불문학마을의 도입부이다.

1932년 지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 역사로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손꼽힌다. 2002년 전라선 철도 이설 후 신역사로 이전하면서 헐릴 위기에 처하자, 2006년 남원시에서 사들여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 영상촬영장으로 보존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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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행이 끝나고 다시 남원 고속버스터미널로 돌아가기 위해 걷는 중, 오토바이를 탄 동네 주민을 만났다. 그는 "앞으로 약 5킬로는 걸어야 시내버스정류장이 나온다"며 선뜻 뒷자리를 내주었다. 약 한 시간 동안 걸어야 했던 거리를 5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홀로 떠나는 고전여행에는 사람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손녀딸 같다며 예뻐해 주신 할머님부터,

버스에서 어디서 온 '처자'냐며 남원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신 할아버님,

마을을 함께 돌며 혼불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고도, 책과 음식 등 따뜻한 선물을 한 아름 안겨주신 관장님,

선뜻 오토바이 뒷자리를 내어주신 주민 아저씨,

그리고 날씨가 춥다며 진열대에서 뜯지도 않은 호박엿 한 봉지를 내어주신 슈퍼 아주머니까지.

혹시 사람냄새가 그립다면 남원으로 고전여행을 떠나보자.

평일이든 주말이든, 새벽에 일어나 아침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 충분히 느끼고 오후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부담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또한 그저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고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떠난다면 분명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혼불문학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이용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다. 별도의 입장료는 따로 없다.

 

<혼물문학상 수상작 소개>

* 혼불문학상 : 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작품정신과 시대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

제 1회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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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16세기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삶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최명희의 작가정신을 오롯이 담아낸 소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여성이 존중받을 수 없었던 시대에 창작활동을 한 허난설헌의 삶은 최문희 작가의 삶 속으로 깊이 투영되어 섬세히 묘사되었다. 16세기 조선의 풍속사를 생생하게 묘사한 점도 특징이다.

제 2회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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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바리>

박정윤 작가의 장편소설로, 황석영 작가의 <바리데기>와는 또 다른 느낌의 설화 '바리'를 소재로 한 것이다. 세상의 규칙과 삶의 방식에 대해 무지한 '바리'가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부조리한 세상의 모습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다. 바리데기 신화를 바탕으로 두고, 인천 변두리 지역을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섬세하게 복원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출처: 영삼성

[원문] [홀로 떠나는 여행][불금엔~고전!_10]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사람냄새 그리울 땐, 남원으로 떠나요! _<혼불>편

출처: http://www.youngsamsung.com/travel.do?cmd=view&seq=68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