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고마워, 핀란드 - 핀란드 여행기 <오로라를 본 사람은 남은 인생이 행복해진다>

상상극장201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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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놀랐네요

글 쓰고 첫날 조회수도 거의 없고 댓글도 하나도 없어서 3편 쓸 생각도 잊고 있었는데 며칠 후에 2편

조회수가 갑자기 이렇게나.. 여자친구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영영 모를뻔 했습니다.

3편 기다리신분들이 그래도 계신것 같은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댓글들 다 읽어보았는데 아기를 '새끼'라고 한 표현에 대해서 열화와같은 비난이 쏟아졌네요.

전 원래 아기들을 '새끼'나 '새거'라고 부르는게 더 친근하고 귀여워서 자주 써왔었는데 안좋은

어감으로 느껴지나 봅니다.

앞으론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에 대해서 항상 조심해야겠네요.

절대 그분들의 아기에 대해서 낮추어 보거나 함부로 말하고자 하는 '새끼'의 어감으로 쓴 것은 아니었고 저 애기들 많이 좋아합니다(울때는 싫어요). 2편에서 썼듯이 몰래산타로 불우한 환경의 친구들

찾아가기도 했었고 어린이집에서 봉사활동도 했었습니다.

 

3편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편 http://pann.nate.com/talk/317533415

2편 http://pann.nate.com/talk/317533916

 

 

 

도착까지 약 4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는데 중간에 정류장들을 몇 번 거치고, 한 정거장에서는

꽤 오래 휴식시간이 가져서 실제 버스를 탄 시간은 3시간 30분정도였다.

  이발로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십분정도 이동하여 드디어 내가 4박 5일동안 묵을 숙소에 도착했다.

덩치 크고 신사적인 이미지의 주인 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체크인을 하고 내가 여기까지 온 목적인 오로라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보통의 오로라는 초록색인데, 내가 도착한 전날 밤 흰색의 오로라가 나왔었다고 한다.

흰색의 오로라라니.. 어제 도착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불과 어제 나왔다는

사실은 나도 곧 훌륭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리고 오늘의 오로라 예측 강도는 3(Moderate)! 오로라를 보려면 오로라 예측 강도가 3이상은 되어

내가 있는 곳이 오로라 존에 들어가야 한다.

 

 

흰색의 오로라가 떴다는 어제의 오로라 예측강도는 4(Active)

그.러.나 ... 한밤중이 되어 나가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내일과 내일모래의 오로라 예측

강도는 2,1(low)인 상태여서 오늘 보지 못하면 돌아가기 전까지 보지 못할 확률이 높은 상태..

좌절할뻔 했다.

오로라(이곳에서는 Northern Light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한다)는 태양에서 방출된 대전입자(플라즈마)의 일부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면서 공기분자와 반응하여 빛을 내는 현상으로

이곳 라플란드 지역에서는 11월~3월에 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로라예측값 외에 실제 지상에서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지 여부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날의 기상 상황. 눈이 오거나 구름이 끼거나 보름달이 떴거나 밝은 곳에서 관찰하려하면

오로라가 발생했더라도 거의 보기가 힘들다.

결국 새벽 2시까지 기다렸으나 계속 내리는 눈때문에 오로라는 볼 수 없었다.

 

 

 내가 묵었던 방.

팬션같은 건물 하나에 삼성TV, 부엌, 화장실이 딸려있는 2인실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이런 북쪽, 작은

마을에서도 강가에 둘러싸인 외진 곳에 위치한 곳에서도 와이파이가 제공된다는 거였다.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난 다음 날, 금방 어두워지기 전에 시내 구경도 하고 마트가서 장도볼겸

집을 나섰다.

 

 내가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가는 길

저 침대 모양이 왜 자꾸 사슴 모양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사다리에 쌓인 눈의 모양이 과자 프링글스 캐릭터의 콧수염이 생각나게 했다.

 

 초밥 먹고싶다

 

 이발로에 있는 두 군데 슈퍼마켓중 하나, K마켓의 대항마 S마켓.

A~Z마켓까지 있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크기는 K마켓보다 더 컸다. 주황색 간판에 써있는 'Posti'는 우체국이란 뜻인가 본데 마트 안에

소포를 보낼 수 있는 시설이 되어있다.

 

 이발로 시내 지도.

건물 여러개를 합쳐 저렇게 표시해 놓은게 아니라 정말 저 건물 하나당 실제 건물 하나다.

'시'라기보다 그냥 작은 마을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왼쪽아래 Naverniemi라고 쓰여져 있는 곳이 내가 묵었던 숙소가 있는 곳이다. 실제로는 저보다 좀 더 왼쪽으로 들어가야 하고 하회마을 처럼 강에 휘감겨 둘러싸여 있다.

 

 위 지도에 표시된 숫자 1의 위쪽 다리에서 발로찍은 이발로 시내 전경 파노라마샷..

 

 눈에 발이 묶인 자전거

 

 아이들이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는 모습. 재밌어 보였다.

 

K마트에서 장을 봤다. 마트의 물가를 보니 맨날 가던 스페인의 마트와 확연한

가격 차이를 알 수 있었다.

마드리드에서 0.81유로 하는 500ml리터 콜라가 여기는 1.89유로.. 3천원이 넘어간다.

쌀은 1kg에 마드리드는 0.73유로, 이곳은 2유로 가량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것들도 모두 마드리드보다 비쌌다. 스페인보다 싼 것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지 못했다.

 

 Artic Home!

북극권의 코카콜라. 북극곰들이 집을 찾은 듯 하다.

이 캔은 집(마드리드)으로 가져왔다.

 

 바이킹로또!

마트 안에는 이렇게 복권류나 스포츠 베팅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금호 타이어가 이곳에..

 

 이상하게 로바니에미보다 훨씬 북쪽인 이곳이 같은날 로바니에미보다 기온이 높았다.

다음날 -14도로 떨어지긴 했지만

 

 마트에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처럼 통에 되어있는 카레가 있길래 쌀이랑 같이 사서 집에 돌아와 해먹었다. 그.리.고! 한국과 똑같은 맛의 캔참치 발견! 4개월만에 먹는 참치 통조림이 어찌나 맛있던지..

이렇게 먹은게 핀란드에서 먹은것중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

 

이틀 째 되는 날, 저녁을 먹고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다급히 두드린다.

직감이 왔다.

오로라다.

주인 아줌마가 오로라가 떳다며 당장 튀어나오라고 날 불러주셨다.

시간은 오후 10시경, 이른 시간이고 이날 오로라 예보가 2단계(low)였기 때문에 별 기대를 안하고 있던 상황에 방심하고 있던 내 심장이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며칠 후에 오로라 예측 사이트를 다시 들어가보니 분명히 그 당시 몇번씩이나 봤을때 2단계였던 예보가 3단계로 바뀌어 있었다. 일기예보가 예측값과 실제 내린 강수량이 다르듯 이것도 예측일뿐

충분히 유동적인 것이었다.

 

 티셔츠 한장만 입은 차림으로 부리나케 뛰어나와서 본 하늘은..

온통 초록색 오로라로 넘실대고 있었다.

 

이미 뛰어나온 다른 손님들도 하늘을 보며 본인들의 언어로 최고의 감탄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찍어도 위의 사진처럼 오로라가 전혀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다.

직접 눈으로, 몸으로 느끼는 지금 이 순간도 너무나 영광스럽지만 언제 다시 볼지 모를 이 순간을

이렇게 놓칠 순 없었다.

 

추위에 떨어가며 이십여분 오로라를 그냥 즐긴후에 방에 들어가서 급하게

밤하늘 사진을 찍는 법을 찾았다.

 

 한시간여의 카메라와의 사투 끝에 드디어 찍는법을 알아냈고..

비로소 내가 보았던 감동의 단면을 담을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아주 멋진 사진은 건지지 못했지만 이 날 이 순간은 완벽하다는 말이 완벽하지

않은 순간이었고, 내가 '황홀하다'라는 표현을 알게 된 후로 이 말이 가장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사진 속의 모습보다 훨씬 거대하고 진하고 멋진 모습으로 넘실대는 순간을 사진에 담지 못했으며

사진에 담긴 장면도 내가 느꼈던 장관에 비하면

내 사진실력과 삼각대가 없던 게 너무나 원망스러울 뿐이다.

 

내가 꿈꾸었던 모습 아래서 들었던 가장 큰 감정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몸건강히 이곳에 있을 수 있었던 모든 기적들과 존재들의 뒷받침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이었다.

 

그리고 남은 숙박 기간동안 모두 눈이 왔고 눈이 개고 나서도 오로라는 결국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4박 5일의 기간동안 단 하루만 그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 한 번의 여행에서 나는 오로라를 보는데 성공했다.

 

 

 오로라의 감동을 가슴에 담은 다음날 주인 아저씨에게서 이동네에서 가능한 온갖 겨울 활동

상품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그러나.. 예상 훨씬 이상으로 모든 활동들이 너무 비쌌다.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스노우모빌타기 93유로 13만 4천원

크로스컨트리 스키 58유로 8만3천원

그밖에 허스키, 레인디어 농장 체험과 그들이 끄는 썰매타기 등등 모든 활동들이 매력적이었으나

모두 비쌌다.

 

특히 다른건 몰라도 얼음낚시는 웬만큼 돈을 주고라도 하려고 생각하고 왔는데 얼음낚시+스노우모빌타기 묶음 상품이 129유로 18만 6천원. 타협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가격이다.

 

할 수 없이 이런 활동등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혹은 친구들과 함께여서 훨씬 재미가 있게끔 될 때 하기로 하고 책자를 접었다.

 

 돌아가는날 아침 주인집 아저씨의 차를 타고 9km 떨어진 이발로 공항에 왔다.

 

이번 여행은 내게 참 특별했다.

지금까지의 대도시로 떠났던 여행과 달리 자연속으로 향했다는 점에서 그랬고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줄곧 집안에 있으며 처음으로 휴식형 여행을 했으며

내 또래의 사람들이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했다는 점, 내 꿈중 하나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그랬다.

정말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준 이발로의 작고 깨끗한 공항앞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전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고마워, 핀란드. 꼭 다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