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알바 눈물나는 예식 경험담

고농축2013.02.08
조회2,269

안녕하세용

24세 지방사는 소녀..?입니당

3년넘게 웨딩홀에서 알바하며 별의별 일들을 겪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도 가슴찌릿한 눙물의 결혼식통곡 얘기를 나누고싶어 이렇게 판을 쓰네용

 

(스압주의)

그럼 바로 음슴체 ㄱ ㄱ

 

 

나는 웨딩'홀'의 불을 키고 수건질도 하는 자질구레한 일에서부터

음향효과 조절, 신랑,신부 미팅, 사회자 주례자 미팅, 예식 진행까지-

어떻게 보면 예식진행의 핵심을 맡고 있는 고급똥침 인력임ㅋㅋㅋ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누군가의 예식에 엄청난 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시 초긴장 상태로 꼼꼼히 일하고 있음. 부담감백배임짱

 

 

때는 바야흐로 2012년 9월 말 어느 토요일 !

지방에서 생긴지 얼마안되어 신식건물인(그래도 4년이 다돼가는..;) 우리 웨딩홀은 꽉찬 예식 스케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음

 

 

이 날도 어김없이 여러차례 예식들을 뚝딱뚝딱 해결하고 마지막팀 예식만을 남겨두고 있었음 !

 

사전 미팅에서 마지막 신랑님이 쪼까 까다로운 관계로(예약실 실장님 또한 조심하라고 엄포를함..ㅠㅠ)

앞에 팀이 끝나자마자 폭풍 정리를 한 다음 신랑님께 사뿐히 다가가 말을 걸었음

 

신랑님 예행연습 하실까요오-?

 

10분 뒤면 예식 시작이기 때문에(13시 50분 예식) 신랑님께 서둘러 얘기하고 있는데

신부 어머님께서 내손을 딱 붙드는게 아님?

 

"아가씨 아직 우리 남편이 도착을 못했는데 예식 조금만 늦추면 안되나요?"

 

신부의 아버지께서 서울서 손님들과 함께 대절한 버스를 타고 오시느라 아직 도착을 못했다는 것이었음 ! ! 나름 일찍 출발한다고 했지만 황금연휴에 차가 밀려 30분이나 뒤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임...

(우리 지역은 평소 서울과 버스로 1시간 30분 떨어진 곳이지만 바닷가라 주말에 차가 많이 막힘ㅠㅠ)

 

신부어머니를 비롯한 신부의 남동생, 삼촌, 친척들이 나에게 정말 절실히 사정을 했음ㅠㅠ

다음팀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만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님

신랑댁 가족의 허락이 필요한 사안인 것임

 

그리하여 신부님 남동생과 같이 신랑댁 접수석으로 갔음. 열심히 손님들을 맞고 계신

신랑댁 부모님께

상황이 이만저만하여 시간을 늦춰 예식을 진행하는게 어떠하시겠느냐..하고 조심스레 운을 띄웠는데

나의 예상과 다르게 신랑 어머님이 아주 완강히 안된다고 하시는 거임 ! !

그건 하객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절대네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 하였음.....ㅠㅠ

 

하객분들은 어차피 예식장에도 안들어가고 바로 식권타서 식당으로 내려가는데..........

주례선생님도 우리 예식장 쪽 알바선생님이라서 괜찮다고 하시는데........

어차피 예식 구경하는 사람들은 일가친척과 신랑신부 친구들뿐일텐데...........이 분들은 30분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

 

좋은 말로 이리저리 설득을 해보았지만 신랑 어머님은 절대 안된다고 하셨음ㅠㅠ

신랑 어머님말도 일리가 있구 예식날짜랑 시간이라는게 고심고심하여 택한 때라는 걸 알지만

너무 매몰차게 반대하시니 신부님댁이 안됐다는 생각뿐이었음ㅠㅠ

 

그래도 중립을 지켜야하는 입장으로서ㅠㅠ

신부님댁에 기존대로 시간맞춰 예식을 진행하고

신부는 아버지 손대신 다른 친척분 손을 잡고 들어가거나

신랑과 동시에 입장해야된다고 말했음

 

신부 어머님은 너무 속상해서 눙물 흘리기 직전이시고

친척 중 한 분은 계속해서 신부 아버님과 통화하며 위치를 파악하셨음

 

신부 어머님과 신랑 어머님 사이가 친하지 않은 건지, 사돈댁이라 어려워서 그런건지

신부 어머님은 신랑에게 다가가

"아가 너가 어머님좀 설득해주면 안되겠냐...좀있으면 도착한다는데..

멀쩡한 신부아버지가 하나뿐인 딸 손도 못잡아주면 얼마나 속상하겠니...."

 

그래도 신랑댁은 요지부동........

그나마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는 어수선한 상태에서 시간은 흘러흘러 2시가 되었음

 

더이상 늦게 시작했다가는 !!

나중에 독박은 내가 다쓰게되겠구나 싶어...(나중에 신랑댁에서 예식 늦게시작했다 ! 난 돈 못낸다 ! 일케 나오면 할말없는거임ㅠㅠ) 예식 시작 준비에 들어갔음.

 

그래도 나름 뜸을 들이기 위해

시간상 안해도 되는 양가 어머님 화촉점화 예행연습을 천천히 하고

양가어머님

신랑,신부가 입장을 하려 식장 뒤에 딱 대기해 있을 때

식전 영상을 틀어버렸음

 

본래 신랑,신부가 식 전에 하객들 앉아서 구경 겸 틀어달라고 주었던 5분가량의 동영상인데,

안틀고 소중히 간직만 하고 있다가

사회자의 개식사 맨트 뒤에

"다음은 양가 어머님의 화촉점화에 앞서 신랑,신부가 준비한 영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순서를 넣어서 그 때 틀었음...........

불을 꺼버리고 5분간 영상이 흘러나오는데도 똥줄이 타 미치는 줄 알았음

제발 아버님이 지금 도착해야하는데 하는데 하는데 하는데 하며 기다렸지만

아버님은 오지 않았고

뒤이어 양가 어머님의 화촉 점화 순서가 돼었음.

그리고 주례선생님의 양력소개가 있었음.

 

그리고 이제 대망의 신랑,신부 입장통곡통곡

아 결국 이렇게 되는건가.............

 

사회자의

다음은"신랑,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

라는 우렁찬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식장에 울려퍼지고..

 

그 때까지 아무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던 신부가

고개를 돌려 비상문을 빤히 쳐다보았음.

그리고 체념이 담긴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숙였음엉엉

 

그 짧은 순간- 신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봐버렸을 때

정말 내 가슴이 미어져 요동치는거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딱한 신부가 어딨을까ㅠㅠㅠㅠㅠㅠ

 

나까지 슬픈 상념에 젖어 있는데

 

그 때 ! 갑자기 ! !  

비상 계단쪽에서

누군가가

스톱스톱 ! ! 왔ㅇㅓ요 ! 스톱 왔ㅇ ㅓ ! ! !

 

라고 외치는 거임 !!!!!!

 

오마이지저스

신이시여ㅠㅠㅠㅠㅠㅠㅠㅠ

 

정신이 퍼뜩 퍼뜩 들었음 ! ! !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부 아버지가 이 시점에 도착한거임ㅠㅠㅠㅠ

이런 밀당의 고수같으니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의 염통이 얼마나 쫄깃해졌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재빠르게 쩌-기 앞의 사회자석을 향하여 머리위로 엑스표시를 파닥파닥했음

정말 신들린 것 마냥 엑스표시를 해댔음

 

앞에서 알아듣고는 나의 진행파트너가 황급히 사회자에게 신랑입장으로 변경하여 멘트를 날리게 했음 ! !

눈치가 빠른 우리의 착한 사회자는

"아 먼저 신랑입장 순서가 있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이 입장 할 때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당

신랑 입장 ! ! ! ! ! ! ! " 이라고 매우 큰소리로 외쳤고

 

나는 신부 접수석으로 허겁지겁 달려가 주인없이 슬퍼하던 하연면장갑과 꽃사지를 챙겨왔음

 

비상계단을 통해 신부 아버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고 ! !

사람 꾸역꾸역타는 엘레베이터 대신

5층까지 계단으로 단숨에 뛰어오시느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아버님ㅠㅠ

 

"아버님 시간 많으니까 숨부터 쉬세요 크게 들이쉬세요 ! !"

 

정말 허옇게 질려 쓰러지실 것 같은 아버님을 달래고 꽃과 장갑을 빛의 속도로 장착시킨 뒤

신부 옆에 세워드렸음.

 

그리고는 사회자의 "신부입장" 멘트에 따라

신부와 아버지는 아무일 없었단 듯이 사뿐히 손을 맞잡고 입장을 하셨음윙크

 

아....여기서 잠깐 한 숨 좀 쉬고....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부 남동생은 입장하는 누나뒤에서 엉엉 오열을 했음ㅠㅠ

스무살 남짓한 그 청년이 엉엉 우는데 나도 코끝이 찡-했더랬음

 

그리고 혼주석에 앉아 계시던 신부어머님도 저고리로 눈물을 연신 훔치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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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해서 결혼식은 무사히 끝이 났고

난 이 예식이 끝난 뒤 진이 빠져서 한 동안 넋이 나가 있었음

이런 스팩타클한 경험을 하게될 줄이야....

 

그치만 매우매우 뜻깊고 감동적이고 보람찬 하루였음 !

 

10분정도 늦게 시작한 거에대해 신랑쪽이 태클을 걸면 어쩌지.....하며 쫄아 있기도 했지만

양가 다 계산도 잘 하고 가셨다니 정말 속이 후련했음 !

 

 

예식 진행은 생방송이기때문에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참 많지만

이 결혼식이 제~일 기억에 남음ㅋㅋ 신랑,신부님 이름도 잊지 못하겠음ㅋㅋㅋㅋㅋㅋ

 

그 때 그 신랑,신부님은 잘 살고 계시겠죠잉?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럼 저는 이만..급 마무리로 인사드리겠습니당

 여러분 행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