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창가'로 팔려가는 인도 여성들

이코모201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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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가디언지 보도…"印 인신매매 조직화"

(서울=연합뉴스) 인도 남부의 하이데라바드 출신인 27살의 아니스 베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는 중개인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다. 병원 청소부로 일하면 한 달에 125파운드(약 21만 원)를 준다는 말에 솔깃한 것이다.

네 아이의 엄마인 베굼은 궁핍한 형편에 1만 루피(20만 원)를 중개인에게 수수료로 건네고 리야드행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지옥 같은 삶이었다. 고작 300파운드(52만 원)에 사창가로 넘겨진 베굼은 방 한곳에 감금된 채 수시로 폭행을 당하고 성매매를 해야 했다. 수개월이 지난 뒤 포주 부인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영국 가디언지는 7일(현지시간) 가난한 여성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약속하고는 나중에 중동 등 사창가로 팔아넘기는 인도의 인신매매 백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베굼의 사례는 이미 인도 경찰에 '친숙한 스토리'다. 인신매매가 점차 대형화ㆍ조직화하면서 적발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인도 국가범죄기록청에 따르면 경찰에 적발된 인신매매 건수는 2010년 3천422건, 2011년 3천517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인도 국내의 인신매매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여성들이 팔려가는 사례들이 최근 자주 적발되고 있다. 

지난해 델리 공항에서는 인신매매단이 40명에 가까운 인도 여성들을 출국시키려다 인도와 아랍에미리트 당국의 공동작전에 적발된 적이 있다. 지난해 4월 방갈로르의 인신매매 조직은 200명이 넘는 여성들을 걸프만 주변국들로 팔아넘기려다 단속에 걸렸다. 이 조직이 여성들의 몸값으로 받은 돈은 고작 2천500 파운드(430만 원)였다.

또 다른 인도의 두 여성 몰티(22)와 시타(35)의 사례는 더욱 기구하다. 인신매매 조직으로부터 중동의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던 이들은 정작 걸프만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채 수도 뉴델리의 한 낡은 공동주택에 감금됐다. 

이른바 '인간창고(human warehouse)'로 불리는 비좁은 방에서 무려 넉 달간 18명의 다른 여성들과 옥살이 같은 생활을 해야 했다. 결국 인권활동가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풀려날 수 있었다.

가디언지는 "중동으로 일하러 간 인도 여성 가운데 많은 수는 고향에 생활비를 보내고 있다"며 "그러나 부도덕한 중개인들에 의해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사창가에 팔려나가는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인도 여성들이 주로 진출하는 걸프 주변국들이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점.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의 최근 보고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예로 들며 이주노동자들이 휴일이나 휴식을 보장받지 못한 채 하루 15시간에서 20시간 일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이나 수용환경도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