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사막 하나 지니고 살아.

김따뜻2013.02.26
조회11,902
안녕.눈코 뜰새 없이 바쁜 요즈음이야.

세상은 내가 수 년전에 그랬던 것처럼,햇살 맞으며 여유를 즐기는 걸 이제는 허락하지 않아.케잌 위에 올려진 초가 늘어날 때마다마음은 조금 더 건조해지고, 그 만큼 네 생각도 더 이상 나지 않아.내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진걸까.


물론, 잊어가는 과정이 몸서리치게 싫었지만난 아메리카노에 설탕따위 넣지 않는 간지남이기에미련없이 잊었어.진짜야.궁서체로 썼잖아.진지해.





잊긴 잊었는데 아직 좋아해.
난 널 원망할 자격이 없잖아.몇 년이 지난 요즘도 가끔 자다가 하이킥을 날리곤 해.이 감정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몰라 너무나도 연애에 서툴렀던 내가,또래보다 조숙했던 너에겐 많이 부족했을거야.

물론네가 좋다고 해서 밉지 않은 건 아냐
이랬다 저랬다 해서 미안.그치만 내겐 여느 누군가처럼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이 없잖아.넌 내게 그런 기억을 주지 않았잖아.
어릴 적부터 갖고 싶은 것은 꼭 가져야했던 내게사랑 이라는 감정을 처음 알게 해준 너는,너무나도 매혹적이었고 몸이 덜덜 떨릴만큼 좋았어.

그래서 그랬어.
우리 엄마는 나를 결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지만'딱 한 번만 이기적이자' 생각했던 나는,널 향해 내 맘을 털어놓고 아쉬운 너를 떨어뜨려 놓고먼 나라로 향했어.

처음 유학생활을 할 때,내 목숨같던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떨어질 때도 그렇지 않았는데너와 만나게 된 후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면보고싶어서 눈물이 나더라.





그리고 미안했어.
난 널 혼자두고 싶지 않아서매번 부모님께 손벌려 가며 방학때마다 한국으로 돌아왔던 불효자였지만,남들처럼 보고싶을 때마다 볼 수 있는 남자친구가 되지 못한다는 게내겐 널 생각하면 항상 지니고 다니는 큰 짐이었거든.



나는 먼 나라에서 너에게 줄 수 있는 선물들을 고르려고 몇 날, 며칠을 발빠지게 돌아다녔었고그렇게 고른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널 보면 난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행복했다.
니가 웃으면 눈 앞이 밝아졌고딴 마음 아니고 널 잃어버릴까봐 그런다고 처음 네 손을 잡았을 땐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자꾸 쳐다보면 닳을까 쑥쓰러워 네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고맛있게 먹는 널 보면 쳐다만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네가 핸드폰이 고장났다고 하는 횟수가 많아지고,자고 있었다는 날이 많아지면서점점 이별을 암시하게 될 때.내가 아무리 발악을 해봐도변덕이 심한 네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고 느꼈을 때.
난 그렇게 담담히 이별을 준비했어.



내게 보고싶을 때 볼 수 없어 힘들단 말을 하는 너에게,그렇게 내가 예상했던 이유를 말하며 이별을 고하는 널잡을 이기심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많이 비가 쏟아지던 날우린 다시 서로 남이 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설레임에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느낄 때, 내 고등학교 동창들과 몸을 섞었다는 널입에 올리며 화를 내고 있는 내 친구들.
도저히 내 슬픈 얼굴을 볼 감당을 할 수 없어 지금껏 알고도 얘기하지 못했다며자기가 더 신경써야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서미안하다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내 친구들을 보며,난 괜찮다고 웃을 수 밖에 없었어.






사실 안 괜찮았거든.세상이 무너지고 눈 앞이 노래졌었거든.너무 화가나서 널 찾아가 따귀를 한 대 올려붙여줄까,아니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최소한의 죄책감이라도 가질 수 있게 앞에서 욕이라도 해줄까.

온갖 찌질한 상상은 다 했지만결국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내게 핸드폰이 고장났다고 말을 하고,나와 네가 만나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나의 고등학교 동창들과 여행을 가서술에 취해 뒤엉켰던 너를, 내 친구들은 나와 함께 울어주며 걸 레라며 욕을 해댔지만.





난 한때 내 온맘을 다해 사랑한 너를그렇게 부를 수 없었다.




 너도 날 잠시나마 사랑하긴 했을까.



먼 훗 날, 
너에 대한 사랑이 어땠냐고 물어보면내 마음은 서걱서걱 말라버렸다고 대답해야 하는걸까.
그리워한 시간들은 모두 모래알이 되어그 때부터 사막 하나 지니고 살았다고 할까.
아직도 사막 언저리 어딘가에그리운 네가 서성인다고 할까.




아니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너에게 있으니나에겐 처음부터 사랑이 없었다고 해야할까.




사랑한 것을 거짓이라고 할까.




내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몰랐던 다른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줘서고마워.진심이야.
나 사실 인기 되게 많아.이젠 흘러가는 너를 내버려두고날 진심으로 생각하는 다른 사랑을 시작하려고 해.



그저,한 때 내가 불같이 사랑했던 너에게내 마지막 얘기를 하고 싶었어.


잘지내.항상 예쁜 꿈 꾸고.언제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