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교생갔을 때 만났던 학생과의 이야기입니다.다소 길지만 '첫만남'이라고 하면 이 학생과의 추억이 잊혀지질않아서 쓰게 됐습니다. ^_^ 그 아이와의 첫 만남은 -스무 살이 되면 죽어버릴 거예요. 라는 상담으로 시작되었다.어른이 싫단다. 그래서 어른이 되는 순간 죽어버리겠다고 했다.15살 소녀가 사는 세상은 참 답답한가보다. 늘상 복도, 교무실 가릴 것 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닌다. 온갖 욕설을 섞어가며 아무에게나 분풀이하듯.그런데 내겐 ‘나 좀 봐주세요.’라는 외침으로 들린다. 그 아이는 선생님께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나고 있었다.결국엔 자기 분에 못 이겨 선생님께 못할 말을 했고, 견디지 못한 선생님의 손찌검이 이어졌다. 하루 종일 풀죽어 지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 아이는 볼이 빨갛게 부어오른 채, 더 큰 목소리로 복도에서 소리를 지르고 다녔다.-신발!!! 선생이 뭐 이래??? 선생님들도 포기단계였나보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저러다 말거라는 생각과 어차피 말해도 들어먹지를 않으니 기운 빼고 싶지 않으셨던 거다. 그 아이는 진지하게 얘기를 해 보려고 하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내빼버린다.관심을 원하는데 관심을 주려는 순간 달아나버려.악을 쓸 때만큼은 악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얘는 순한 얼굴을 하고 악을 쓰니 애처롭다. 하루는 자기가 벌레를 만들었다고 들고 와서는 나를 놀래킨다.나는 진짜 벌레인 줄 알고 교무실안에서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에 -봉선아!(가명) 너 되게 손재주 있는 것 같아. 이봐, 벌레도 잘 만드네. 너 볼펜으로 흉터 자국도 잘 그리잖아??? 그래서 저번에 선생님 완전 완전 깜짝 놀래켰잖아!!! 그리고 너 화장도 잘 하잖아? 그래!!! 넌 이쪽으로 소질 있는 거라니까??? 라고 말해줬더니... -그런데요. 선생님. 저 머리 나빠서 아무것도 못해요. 그리고 스무살 되면 죽어버릴거라서 상관없어요. 라고 답했다.이렇게 그 아이의 마음을 품어주고자 했던 내 작은 노력은 실패를 했고, 교생 실습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스무살이 되면 죽어버릴거라던 봉선이는 교무실을 찾았다. 자습시간은 교무실에서 보낼거란다. 난 그래. 학교도 싫고, 선생님도 싫다는 아이가 교무실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이유는 내게 관심 좀 갖아주세요. 밖에 더 있겠어. 막상 다가서면 받아보지 못한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슬쩍 빼지만 그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 같아서 기뻐. 오늘이 마지막이야. 네게 관심을 갖아줄 수 있는 날. 3교시 째 였다.봉선이가, 그 까칠한 봉선이가 편지를 가지고 왔다. -선생님만 보고, 꼭! 집에서 보세요. 라고 말했지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봉선이가 갔는지 확인하고 서둘러 펴보는데...첫 줄 부터 왜이렇게 먹먹해지는지 금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저 원래 싸가지 없는데요? 라며 첫 만남부터 나쁜말만 골라서 했던 아이는 사라졌다. -저 원래 착해요. 라는 글자가 또박또박 적혀있다. 내게 마음을 열어준 것 같아서 기쁜데, 그 동안 버릇없는 아이로 낙인 찍히고 스스로도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가 딱해서 마음이 아팠다.이 아이의 소통방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무작정 다그치려고만 했던 선생님들이 밉기까지했다. 오늘은 나를 위해서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는다고 했다.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정말그래줄거야?얼른 교실 앞으로 가 복도 창가에서 봉선이를 바라봤다.정말이다. 정말이야. 평소에는 수업시간에도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심지어는 아주 없거나선생님께 혼나고 교실 뒤쪽에 홀로 서 있거나그나마 의자에 앉아있을 때는 쉼없이 떠들어 수업을 방해했는데,오늘은 얌전히 앉아있다. 비록 수업을 듣는 것 같지는 않지만 뭔가를 끄적이며 얌전히 앉아있다. 바보같이 눈물이 난다. 너는 모르겠지만 자꾸 확인하고 싶어져서 선생님은 몇번이고, 몇분이고 복도 창가에서 너를 바라봤어.마음을 추스르고 교무실로 돌아와 답장을 썼다.다음 쉬는 시간에 답장을 주기 위해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는데 문자가 와 있다. 봉선이 문자다. [선생님저교실들어왓음요완전잘햇죠??] 8시 58분 문자다. 그러니까 편지는 3교시 째에 줬으면서 진즉에 1교시부터 자리에 앉아있었던거다. 또 눈물이 난다. 아니,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는건 당연한건데 이게 왜이렇게 좋은거야? 응? 이제 내가 갈 시간이다. -선생님 이제 가. 선생님 편지 봤지? 거기 있는 약속 지키기다~ 라고 말하며 안아주는데 참아야지, 참아야지. 했던 눈물이 펑펑 터져버렸다. 마침 종이 울렸고 얼른 수업하러 가라고 말했다. 나는 자꾸만 올려보내는데 얘는 간다간다 말만하고 가는척 하다가 도로 온다. 뭐야, 왜 꼭 버림받은 강아지처럼그래... 마음 아프게. 그 날 밤 늦은 시각에 문자가 왔다.사실 교실에서 내 답장 읽으면 울까봐 집에서 봤는데 정말 많이 울었다고, 선생님가서 슬픈데 자기는 그런 표현 잘 못한다고.그 동안 속 썩여서 미안하다고. 어쩌면 다음주부터는 한달전의 너로 돌아갈 수도 있어.오늘처럼 자리에 예쁘게 앉아있지 않을 수도 있고,다른 선생님들께 미운말만 쏙쏙 골라서 할 수도 있고.그런데 그 때마다 나 좀 기억해줬으면 좋겠어.네 편도 있다는걸 기억했으면 좋겠어. 나도 널 기억하면서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할게. +) 다른 교생 선생님께 여쭤봤다고 했다.-미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해요?나한텐 부끄러워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어쨌든 저쨌든 이런 변화가 기뻐. 75
너의 스무살이 보고싶은 선생님으로부터
제가 교생갔을 때 만났던 학생과의 이야기입니다.
다소 길지만 '첫만남'이라고 하면 이 학생과의 추억이 잊혀지질않아서 쓰게 됐습니다. ^_^
그 아이와의 첫 만남은
-스무 살이 되면 죽어버릴 거예요.
라는 상담으로 시작되었다.
어른이 싫단다. 그래서 어른이 되는 순간 죽어버리겠다고 했다.
15살 소녀가 사는 세상은 참 답답한가보다.
늘상 복도, 교무실 가릴 것 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닌다.
온갖 욕설을 섞어가며 아무에게나 분풀이하듯.
그런데 내겐 ‘나 좀 봐주세요.’라는 외침으로 들린다.
그 아이는 선생님께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나고 있었다.
결국엔 자기 분에 못 이겨 선생님께 못할 말을 했고,
견디지 못한 선생님의 손찌검이 이어졌다.
하루 종일 풀죽어 지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 아이는 볼이 빨갛게 부어오른 채,
더 큰 목소리로 복도에서 소리를 지르고 다녔다.
-신발!!! 선생이 뭐 이래???
선생님들도 포기단계였나보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저러다 말거라는 생각과
어차피 말해도 들어먹지를 않으니 기운 빼고 싶지 않으셨던 거다.
그 아이는 진지하게 얘기를 해 보려고 하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내빼버린다.
관심을 원하는데 관심을 주려는 순간 달아나버려.
악을 쓸 때만큼은 악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얘는 순한 얼굴을 하고 악을 쓰니 애처롭다.
하루는 자기가 벌레를 만들었다고 들고 와서는 나를 놀래킨다.
나는 진짜 벌레인 줄 알고 교무실안에서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에
-봉선아!(가명) 너 되게 손재주 있는 것 같아. 이봐, 벌레도 잘 만드네.
너 볼펜으로 흉터 자국도 잘 그리잖아??? 그래서 저번에 선생님 완전 완전 깜짝 놀래켰잖아!!!
그리고 너 화장도 잘 하잖아? 그래!!! 넌 이쪽으로 소질 있는 거라니까???
라고 말해줬더니...
-그런데요. 선생님. 저 머리 나빠서 아무것도 못해요.
그리고 스무살 되면 죽어버릴거라서 상관없어요.
라고 답했다.
이렇게 그 아이의 마음을 품어주고자 했던 내 작은 노력은 실패를 했고,
교생 실습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스무살이 되면 죽어버릴거라던 봉선이는 교무실을 찾았다.
자습시간은 교무실에서 보낼거란다.
난 그래. 학교도 싫고, 선생님도 싫다는 아이가 교무실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이유는
내게 관심 좀 갖아주세요.
밖에 더 있겠어.
막상 다가서면 받아보지 못한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슬쩍 빼지만
그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 같아서 기뻐.
오늘이 마지막이야. 네게 관심을 갖아줄 수 있는 날.
3교시 째 였다.
봉선이가, 그 까칠한 봉선이가 편지를 가지고 왔다.
-선생님만 보고, 꼭! 집에서 보세요.
라고 말했지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봉선이가 갔는지 확인하고 서둘러 펴보는데...
첫 줄 부터 왜이렇게 먹먹해지는지 금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저 원래 싸가지 없는데요?
라며 첫 만남부터 나쁜말만 골라서 했던 아이는 사라졌다.
-저 원래 착해요.
라는 글자가 또박또박 적혀있다.
내게 마음을 열어준 것 같아서 기쁜데, 그 동안 버릇없는 아이로 낙인 찍히고
스스로도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가 딱해서 마음이 아팠다.
이 아이의 소통방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무작정 다그치려고만 했던 선생님들이 밉기까지했다.
오늘은 나를 위해서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는다고 했다.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정말그래줄거야?
얼른 교실 앞으로 가 복도 창가에서 봉선이를 바라봤다.
정말이다. 정말이야.
평소에는 수업시간에도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심지어는 아주 없거나
선생님께 혼나고 교실 뒤쪽에 홀로 서 있거나
그나마 의자에 앉아있을 때는 쉼없이 떠들어 수업을 방해했는데,
오늘은 얌전히 앉아있다.
비록 수업을 듣는 것 같지는 않지만 뭔가를 끄적이며 얌전히 앉아있다.
바보같이 눈물이 난다.
너는 모르겠지만 자꾸 확인하고 싶어져서 선생님은 몇번이고, 몇분이고 복도 창가에서 너를 바라봤어.
마음을 추스르고 교무실로 돌아와 답장을 썼다.
다음 쉬는 시간에 답장을 주기 위해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는데 문자가 와 있다. 봉선이 문자다.
[선생님저교실들어왓음요완전잘햇죠??]
8시 58분 문자다. 그러니까 편지는 3교시 째에 줬으면서 진즉에 1교시부터 자리에 앉아있었던거다.
또 눈물이 난다. 아니,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는건 당연한건데 이게 왜이렇게 좋은거야? 응?
이제 내가 갈 시간이다.
-선생님 이제 가. 선생님 편지 봤지? 거기 있는 약속 지키기다~
라고 말하며 안아주는데 참아야지, 참아야지. 했던 눈물이 펑펑 터져버렸다.
마침 종이 울렸고 얼른 수업하러 가라고 말했다.
나는 자꾸만 올려보내는데 얘는 간다간다 말만하고 가는척 하다가 도로 온다.
뭐야, 왜 꼭 버림받은 강아지처럼그래... 마음 아프게.
그 날 밤 늦은 시각에 문자가 왔다.
사실 교실에서 내 답장 읽으면 울까봐 집에서 봤는데 정말 많이 울었다고,
선생님가서 슬픈데 자기는 그런 표현 잘 못한다고.
그 동안 속 썩여서 미안하다고.
어쩌면 다음주부터는 한달전의 너로 돌아갈 수도 있어.
오늘처럼 자리에 예쁘게 앉아있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선생님들께 미운말만 쏙쏙 골라서 할 수도 있고.
그런데 그 때마다 나 좀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네 편도 있다는걸 기억했으면 좋겠어.
나도 널 기억하면서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할게.
+) 다른 교생 선생님께 여쭤봤다고 했다.
-미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나한텐 부끄러워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어쨌든 저쨌든 이런 변화가 기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