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흉터-(1)

파닭파닭201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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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새내기가 되었다.

우리과는 1차 서류, 2차 실기, 3차 면접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최종합격이 되는 부류.

솔직히 난 실기도 망쳤고, 면접은 얼음모드였으므로 이 학교에 붙을 거라는 기대는

애시당초에 없었다. 그만큼 경쟁률도 높았었고.

 

그러던 2월 말.. 추가합격자 발표가 났다.

나는 소위 문 닫고 들어온 마지막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진행 되버린 오리엔테이션에는 참여도 못했고, 3일 후 입학식이 다가왔다.

난 원체 말 수도 없는데다 친화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였기에

외로운 섬 독도 같은 처지였다.

 

슬슬 걱정이 되더니

결국 3월 1일 밤..

원인모를 미열로 밤을 새고 말았다.

 

입학식날 이미 삼삼오오 갈려 있는 그 분위기는 겪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무리에 속할 수 없는, 아니 접근조차 힘든 무언의 아우라를!

 

개성 넘치는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독특한 매력들을 가진 아이들만 유독

우리과에 몰려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건 더더욱 힘든 상황.

갑자기 목이 말라오고, 이마에 불이 붙은 듯 열폭풍이 몰려오고 있었다.

 

딸내미 대딩 된다고 지방 근무중이시던 아버지는 급히 올라오시는 길.

엄마는 미용실에 들렸다 오신다더니 연락조차 없다.

 

어느덧 입학식은 끝나가고.

각자 자기 과 강의실로 가서 조교한테 지시사항만 전달 받으면 끝이란다.

오시기로 한 부모님은 안보이고, 아~ 이게 뭔가~~ 하는 생각에 잠시 멍때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툭 친다. 나라는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그저 무관심 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내 목에 둘러져 있는 네임텍을 바라보고 있다.

 

으응~?

 

그 때 어디선가 내 이름을 애타게 외치는 남자의 목소리.

 

“김수아. 김수아!!!”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너야? 넌 끝나면 과 랩실에서 좀 기다려. 거기 어딘지 알지? E동 302호”

 

할 말 전달했고, 제 일 다 했다는 냥 무심히 날 쳐다보는 그 분.

누군지도 모르겠고, 더구나 그가 한 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랩실은 뭐고 E동은 어딨고. .. 302호는 찾아보면 있겠지.

 

“저기요. 왜요...?”

 

“몰라. 그냥 너 수강신청 못한 추가합격자라던데?”

 

그 한 마디의 파장은

내가 오리엔테이션에 못 갔던 이유도, 왠 듣보잡이지? 쟨 누구지? 란 얼굴로 힐끔거렸던

아이들의 궁금증도 한 방에 해결시켜주는 적절한 타이밍의 주~옥같은 명대사였다.

가뜩이나 분위기에 적응 못하고 멘탈방황중이던 난 이를 계기로 이름을 알리게 됐고,

김수아-추가합격자 라는 연관검색어 같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여기저기 수군대는 느낌은 강의실로 자리를 옮겨 전달사항을 받을 때도 이어졌다.

오히려 좀 당당한 포스로, 이왕이면 별 거 아니란식으로 시크해 보이려는 나의 표정은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약간의 동정심을 유발한 모양이다. 누군가 말을 걸어온 것이다.

 

“야. 너 예비 몇이었어? 난 11번.. ㅋㅋ 난 그래두.. 수강신청은 했는데-ㅋㅋ”

 

-_-;;;;;;;;;;;;;

저 ㅋㅋ 맘에 들지 않아.

 

굳이 그러려고 한건 아니었으나 대답할 타이밍을 놓친 나는 묵묵부답 상태가 되버렸다.

내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 준 고마운 친구는 독한 뻘쭘스멜을 내뿜으며 떠나갔다.

난 단지.. 내가 몇 번이었는지 몰랐을 뿐이었는데.

김수아-추가합격자-재수없어 로 연관 수식어는 늘어만 가고 있었다.

 

“내일 첫 강의부터 안나오는 놈들 있다. 그런 놈들은 무조건 첫학기 드롭이란걸 잊지마.

알았냐..?”

 

드롭이고 나발이고 내 머릿속은 랩실이 어딨는가.. 로 압축.

그리고 다 끝난 것 같던 조교의 말 한마디로 나는 연관 수식어 4관왕 획득.

 

“아 그리고 김수아 누구지? 김수아 왔냐?

아까부터 엄마가 계속 조교실로 전화하시던데, 안보인다고“

 

 

김수아-추가합격자-재수없어-마마걸;;;;;;;;;;;;-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