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廢園) 박목월그는 앉아서그의 그림자가 앉아서내가 피리를 부는데실은 그의흐느끼는 비오롱 솔로눈이오는데옛날의 나직한 종이 우는데아아여기는명동사원 가까이하얀 돌층계에 앉아서추억의 조용한 그네 위에 앉아서눈이 오는데눈 속에돌층계가잠드는데눈이 오는데눈 속에여윈 장미 가난한 거지가속삭이는데옛날에하고 내가 웃는데하얀 길 위에 내가 우는데옛날에하고 그가 웃는데서늘한 눈매가 이우는데눈 위에발자국이 곱게 남는다망각의 먼지평선이 저문다.
폐원(廢園)
박목월
그는
앉아서
그의 그림자가 앉아서
내가
피리를 부는데
실은 그의
흐느끼는 비오롱 솔로
눈이
오는데
옛날의 나직한 종이 우는데
아아
여기는
명동
사원 가까이
하얀
돌층계에 앉아서
추억의 조용한 그네 위에 앉아서
눈이 오는데
눈 속에
돌층계가
잠드는데
눈이 오는데
눈 속에
여윈 장미 가난한 거지가
속삭이는데
옛날에
하고
내가 웃는데
하얀 길 위에 내가 우는데
옛날에
하고
그가 웃는데
서늘한 눈매가 이우는데
눈 위에
발자국이 곱게 남는다
망각의 먼
지평선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