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한 모퉁이에 밝히는 촛불같은 사랑

방자경201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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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한 모퉁이에 밝히는 촛불같은 사랑

 

 

 

그대는 어느새 악마가 되어갑니다.

밉지 않은 악마.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그래서 가슴 저리는 소중한 기쁨으로

마음 한 자리 비집고 들어옵니다.

하늘이 늘 그 자리에 있기에 구태여 찾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그대를 위해 한 자리를 비워두렵니다.

연초록빛 정원에 예쁜 새 한 마리 날아와

낮은 입김 토해낼 즈음 하늘은 그리도 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또 안으로 홀로됨을 감추며 열두 대문 잠가놓고

바람 부는 창밖을 커튼으로 가릴 줄만 알던

눈 맑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사랑을 두려운 낭떠러지 절벽으로 이름 지으며

돌아서 뛰어가던 아이였습니다.

맑게 갠 하늘을 보며 유난히 빛나는 눈동자 속에

빗줄기 같은 그리움을 담아 나르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순수라는 평행선을 긋고 순수라는 로프로 자신을 묶을 줄만 알던,

그래서 유난히 홀로 촛불 밝히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홀로 밝히던 촛불에 이제는 그댈 촛불 삼아 밝히렵니다.

환하게 빛을 내며 어두운 나의 공간이

밝음을 노래할 수 있을 때 그대 발아래 무릎 끓고 기도하렵니다.

거부하지 않으렵니다.

주어진 그대와 나의 만남이 설사 슬픔으로 종말을 알리게 될지라도

나로 하여 그댈 거부하지는 않으렵니다.

마음 하나 붙들어서 묶어놓을 자리 하나 없음을

휭하니 부는 바람 앞에 가슴 저리도록 서러워하면서도 그대에게 다가서지를 못합니다.

큰 나무 그늘 아래 비를 피해 숨을 만한 자리 하나 만들지를 못했습니다.

 

초라한 영혼과 육신을 귀히 여기고 지키며

순수란 어설픈 포장지 속에 싸고 또 싸서 그대를 친구라 이름 붙였습니다.

부모님의 말씀이 옳고 그름을 구별하기도 전에 착한 아이가 되어 순종하고 따르듯

그대를 향해 구태여 친구이길 고집했습니다.

외롭다는 말로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보다는

오래 전에 이미 정해진 결론처럼 고독하길 고집했고, 고독을 즐겼습니다.

네모진 공간 속에 감옥처럼 나를 가두어 두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발을 들여놓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고립된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도 아니면서

내 삶 한 모퉁이 내보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쓰는 글들이 직접적인 경험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홀로 켜 밝히는 촛불로 타고 있었음을 알았을 때

창문을 열고 닫혀 있는 마음 가득 쏟아져 내리는 햇살을 받아들였습니다.

숨을 깊이 들어 마시고 다시 내뱉고를 몇 번 반복한 뒤 사람들 속으로 한 발 내딛었습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 낭송을 한다고 모인 사람들 틈에 나 자신이 던져졌을 때

또다시 나의 공간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난 시간을 느낌표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개성이 모여 하나의 뜻을 가지고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충격이었지요.

정의를 부르짖고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의 샘터 그 작은 보따리 속에 담겨졌습니다.

짧은 만남의 시간들이 마침표로 끝남을 알리던 날

맑은 웃음을 머금고 다가선 소중한 기쁨인 그댈 알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삶의 리듬으로 노래하고 귀히 여기던

영혼 하나를 나누어준다 해도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창가 화분 속에서 곱게 자라나는 어린 새싹처럼

사랑으로 물을 주고 믿음으로 가꾸고 곱게 무르익어 진실로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남편을 만나기 전 내겐 한 차례 가슴 아픈 사랑이 있었습니다.

각 사찰 대표로 대학로에서 시낭송을 하기 위해 나간 날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다른 사람을 마음에 담고 있다는 내 말에도 상관없다며 다가왔던 사람.

사랑이길 원했던 그에게 나는 친구로 선을 긋고 결국 서로 다른 가정에 안주해서 살아갑니다.

아주 가끔 나는 내 삶 한 모퉁이에 촛불처럼 그사람을 밝히고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앨범을 뒤적이듯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그 사람을 그리움으로 부릅니다.

어디선가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 역시 그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서로 그렇게 마음 한구석에 서로에 대해 궁금해 하며 살아가는 시간들일지라도

그래도 그 사람이 내 인생에 함께했던 6년이란 시간이 있어

참 행복하게 웃으며 그사람을 추억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