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카톡 알람음 설정을 해제하지 않고 잔 나를 원망하며.. 무차별하게 울리는 카톡알람음에 잠이 깨고 말았다. 보통의 나라면 카톡알람음에 잠이 깨지않고, 아주 푹~잤을테지만, 이상하게 휴일이나 주말에는 귀가 예민해지는건지 사소한 소음에도 잠이 깬다. 내 몸은 왜 이런 것일까...-_-
'유승현 일어났냐?'
'오늘 빨간날인데 머하냐?'
'할거 없으면 나와'
'야 아직 안일어났어?'
'대답좀해!'
카톡을 보니, 나를 깨운 카톡음 발신의 주인공은 내 친구 창규였다. (이놈은 친구가 아닌 왠수다..) 마음 같아선 무시하고 그냥 자고 싶었지만, 이미 잠이 깨버려서 잘 수도 없고.. 답장을 보냈다.
'너 때문에 일어났다 임마!!'
보내기 무섭게,바로 답장이 왔다.
'ㅋㅋㅋ야 오늘 할거없지? 여기 000인데, 1시간 내로 튀어 나와라.ㅋㅋ'
'000에서 뭐할건데. 아..나 귀찮다. 그냥 집에 있을란다.'
'이 굼벵아! 니가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없는거야. 빨리 나와라~! 안나오면 쳐들어간다'
이놈이 오늘따라 왜이러지? 나좀 집에서 쉬게 냅둬라고.... 넌 정말..친구가 아니라 왠수다 왠수!!!!!!!
나는 마음속에 불만과 짜증을 한가득 안고 나갈 준비를 했다. 김창규...만나기만 해봐라.
.
.
.
.
.
.
1시간 후
"왔어?ㅋㅋ"
내친구(왠수..) 창규녀석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너..뭐 좋은일있냐? 완전 해맑다?!아주 순수보이인데?"
나는 이미 내잠을 빼앗아가버린 창규녀셕에게 심사가 뒤틀려있어서 녀석의 해맑은 인사에도 퉁명스럽게 말했다.
"ㅋㅋ 놀게 없는데 내가 너를 여기로 불렀겠냐? 노는거 말고 너를 위한 더 좋은 곳이 있어. 이 형님만 믿고, 따라와라!ㅎㅎ"
창규녀석이 갑자기 내 팔목을 확 낚아채더니 끌고가기 시작했다.
"야 어디가는데?!!"
.
.
"ㅋㅋ네 반쪽이 있는곳!"
이녀석이 돌았나?!!! 김창규!! 너 왜이러는거냐 대체!
.
.
.
그렇게 창규녀석의 손에 이끌리어 약 20분을 걸었을까.
"여기야"
창규녀석이 좀 오래되보이는 건물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뭐야..오래된듯한 건물이잖아.."
내가 좀 실망한듯한 눈빛으로 말하자, 창규녀석이 갑자기 어깨동무를 하더니 나를 또 반강제적으로 끌고 건물안으로 향했다.
"이 형님만 믿으라니까! ㅋㅋ"
믿긴 뭘믿어! 정말...미치겠다. 내 휴일 내놔 김창규!!!!
나는 속으로 절규하며 건물안으로 반강제적으로 끌려들어갔다.ㅠㅠ
건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 창규녀석이 맨윗층인 6층을 눌렀다. 6층 버튼 옆에는 '송재인 Dance School'이라고 쓰여 있었다.
"댄스..스쿨???!! 야, 김창규. 너…"
"춤..네 반쪽. 춤이잖아. 나는 너가. 다시 춤췄으면 좋겠어."
창규녀석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춤.... 한동안 잊고있었는데, 아니. 잊고싶었는데...
나와 창규는 고등학교 2학년때 댄스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창규는 중학교때부터 상도 많이 타고 댄스팀 리더를 할정도로 춤에 소질이 있는 친구였다. 반면에 나는 춤에 ㅊ도 모르는 춤과는 거리가 먼 애였는데, 우연한 계기로 댄스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춤을 배웠고 매력적인 춤의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사실 댄스동아리에 들어오기 전까지, 춤의세계에 빠져들기 전까지, 춤은 단지 날라리같은 애들만 좋아하는 것인 줄 알았다.연예인 하려는 애들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춤은 몸의 언어였다. 스포츠고 예술이었다. 나의 고2,고3은 그렇게 춤과 함께였다. 그리고 내 옆엔 항상 단짝 창규가 있었다. 창규와 나는 댄스동아리에서 함께 춤추며 호흡하고 울고 웃으며 정말 친한 단짝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계속 같이 춤을 추자고, 팝스타 마이클잭슨처럼 멋진 댄서가 되자고 꿈꿨었다. 정확하게 하자면 창규는 최고의 댄서가 되는것이 꿈이었고, 나는 최고의 안무가가 되는것이 꿈이었다. 사실 나는 창규처럼 춤을 추는것보다는 춤을 만드는것이 더 좋았다.
하지만...
'슈륵-'
어느새 6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너 나 춤 못추는거 알잖아.놀리는거냐?!!"
창규에게 화내고 싶지 않았지만. 화가났다. 누구보다 내 사정을 잘 아는 놈이....
"그래서. 너 다시 춤추게 하고 싶으니까. 너 춤 못추는거 아니야. 안추는거야!"
"뭐 임마?!!! 이새끼가 진짜!!!!!!"
나는 울컥하는 마음에 창규의 멱살을 잡고 벽쪽으로 밀쳤다.
"안추는거라고?!!!! 다시 말해봐 임마!!! 다시 말해보라고!!!!!"
멱살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주체할수없이 피가 끓었다.
"남의 영업장 앞에서 지금 뭐하는거에요?"
더이상 주체할수없는 마음에 주먹이 날아가려는 순간, 등뒤에서 낮고 날카로운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나는 가까스로 하려던 행동을 멈추고 뒤를 돌아 보았다.
"지금 남의 영업장 앞에서 뭐하는 거냐구요. 싸우려면 밖에서 싸우지 왜 여기서 이래요?"
여자는 짜증이 한가득 섞인 얼굴이었다.
"아이구, 선생님!! 죄송합니다. 하하. 이녀석 제 친구인데 좀 와일드한 녀석이라서요. 하하"
선생님?!! 창규녀석이 멱살을 잡고있던 내손을 슬쩍 치우더니 내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창규였구나. 친구라고?"
"네! 제가 전에 말했던..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춤잘추는 애예요 ㅋㅋ"
"아~그래?"
...뭐지?? 나는 알수없는 상황에 벙쪘다.
"일단 여기있지말고 들어와, 들어오세요."
여자의 말에, 창규녀석이 아까의 진지함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능글맞은 표정을 짓더니 나의 팔짱을 끼고 여자를 따라 날 끌고 들어갔다.
오늘 참....대체 뭐하는 거냐고요 이게.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안무실이 펼쳐져 있었다. 여느 안무실 처럼 한쪽벽은 온통 거울로 되어 있었고 바닥은 반짝반짝 광이 났다. 그리고 한 여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이별할 줄 몰랐어 눈물이 멈추지 않아
내 욕실에 칫솔이 있다 없다 네 진한 향기가 있다 없다 널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은데 니 전화기는 없는 번호로 나와
액자 속에 사진이 있다 없다 빠진 머리카락이 있다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는데 자꾸 눈물이 나와♬'
내가 좋아하는 씨스타19의 '있다 없으니까'가 흘러나왔다. 춤을 추던 여자는 다시 이노래에 맞춰 안무를 바꾸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비록 뒷모습이지만 이 여자,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동작이 춤을 꽤 잘추는것 같다. 나는 아까의 상황은 망각한채 여자의 춤을 넋놓고 보기 시작했다.
'♬니가 있다 없으니까 숨을 쉴 수 없어 곁에 없으니까 머물 수도 없어 나는 죽어가는데 너는 지금 없는데 없는데 없는데 없는데
니가 있다 없으니까 웃을 수가 없어 곁에 없으니까 망가져만 가는 내 모습이 너무 싫어 난 난 이제 기댈 곳 조차 없어♬'
마치 진짜 씨스타가 춤추는 것처럼 동작이 유연하고 어느 곳에서 포인트를 주어야 할지 잘 알고 있는것 처럼 능숙하게 춤을 추는 이 여자. 근데... 계속 보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
"제 동생이예요"
창규가 선생님이라 부르던 여자가 어느새 내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어때요?"
"네..네?! 뭐가..."
나는 순간 놀라 어벙한 표정으로 말했다.
"춤추는 거요."
아....난 또.
"능숙하게 잘추시는거 같은데요. 한두번 춰본 실력이 아닌거 같아요."
"맞아요. 제동생.. 춤 동작 하나 익히기 위해 몇천번을 연습 하니까요"
순간 동생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애잔해졌다.
"창규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고등학교때 같이 댄스동아리였고 춤잘추는 친구라고."
"네?!아..네.."
"춤추는거 한번 보고싶은데"
순간 나는 움찔했다. 다짜고짜 춤추는걸 보고 싶다니.. 게다가 자신이 누군지 정도는 소개를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초면인데. 나는 선생님 뒤에 있는 창규를 쏘아보았고 창규는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여자 옆에 다가갔다.
"아, 선생님~ 저기..그게요...."
창규가 여자의 귀에대고 속삭였다. 내가 춤을 출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거 같았다.
"아..그래? 뭐, 잘됐네. 여기서 내동생 가르치면서 재활치료 하면 되겠다"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람?!! 곧이어 여자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나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제 소개가 늦었죠. 저는 송재인이라고 해요. 이 댄스스쿨 원장이고요. 창규는 제 애제자예요. 중학교때부터 이곳에 와서 춤을 배웠죠. 창규는 다른 아이들보다 춤을 배우고 소화하는 속도가 월등하게 빨랐어요. 지금도 물론 월등하죠."
아하....창규 이녀석. 중학교때 춤을 잘췄던 이유가 있었구만. (나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건줄 알았는데...속았군.)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다 싶이, 저기 춤추는 애가 제 동생이예요. 이름은 송혜인. 제 동생도 춤을 상당히 잘춰요. 하지만 혼자서 춤을 출수는 있어도 춤을 익힐수가 없어요.그래서 제가 외국에 가 있는 동안에는 창규한테 제 동생 춤을 가르쳐 달라고 하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창규도 이제 곧 댄스가수로 데뷔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제 동생을 맡기기가 힘들겠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창규가 고등학교때 친구 얘기를 했어요. 춤을 정말 잘추는 애라고.. 창규가 춤 아무리 잘추는 사람이라도 춤 잘춘다는 칭찬은 잘 안하는데, 춤잘추는 애라고 하니까 만나보고 싶었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있었다니. 김창규. 너는 정말 친구가 아닌 왠수다. 왠수. 그나저나, 혼자 춤을 출 수는 있어도 춤을 익힐수가 없다니 뭔말이지?
"아..그러셨군요. 근데 전 춤을 출 수가 없어요."
"춤 못 추셔도 되요. 가르쳐 주시기만 하면 되요."
"춤을 못추는데 어떻게 가르치라는 거죠?"
"가르치면서, 추면 되잖아요? 여하튼. 저는 내일 미국으로 떠나야 해요. 제가 돌아올때까지, 제 동생을 최고의 댄서로..만들어주세요."
왜이렇게 막무가내야 이여자! 미치겠네 진짜.
"저 말고 다른사람을 찾아보시죠. 그럼 전..실례지만 이만 가보겠습니다."
더이상 이 어이없는 상황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옆에있던 창규가 끼어들었다.
여자는 춤을 멈추고 서있는 동생에게로 쪼르르 다가갔다. 그리고 동생 앞에서 무슨 손짓을 막 하더니 동생을 잡고 내앞으로 데려왔다.
"제 동생 혜인이예요."
그리곤 동생에게 또다시 무슨 손직을 막 하더니 동생이 나를 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해맑게 웃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심장이 두근 했다. (너무 해맑게 웃으니까...)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 질끈 묶은 긴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내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니 그 동생이 자기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들고는 무언가를 막 치기 시작했다. 한참을 치더니 그 핸드폰을 나에게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만나게 되서 반가워요. 저는 귀가 안들려요. 그래서 말도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춤을 좋아해요.많이많이. 가르쳐주시는대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봄날,그녀를 처음 만났다.
아래의 내용은 실제와 픽션을 섞은 이야기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용♡^_^
(이름은 다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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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상쾌한 3월의 어느 봄날. 그녀를 처음 만났다.
'카톡왔숑~'
'카톡왔숑~'
'카톡왔숑~'
"아 정말...
오랜만의 휴일에 잠좀 자려고 하는데...
누가 자꾸 카톡을 하는거야~!"
전날, 카톡 알람음 설정을 해제하지 않고 잔 나를 원망하며..
무차별하게 울리는 카톡알람음에 잠이 깨고 말았다.
보통의 나라면 카톡알람음에 잠이 깨지않고, 아주 푹~잤을테지만,
이상하게 휴일이나 주말에는 귀가 예민해지는건지 사소한 소음에도
잠이 깬다. 내 몸은 왜 이런 것일까...-_-
'유승현 일어났냐?'
'오늘 빨간날인데 머하냐?'
'할거 없으면 나와'
'야 아직 안일어났어?'
'대답좀해!'
카톡을 보니, 나를 깨운 카톡음 발신의 주인공은 내 친구 창규였다.
(이놈은 친구가 아닌 왠수다..) 마음 같아선 무시하고 그냥 자고 싶었지만,
이미 잠이 깨버려서 잘 수도 없고.. 답장을 보냈다.
'너 때문에 일어났다 임마!!'
보내기 무섭게,바로 답장이 왔다.
'ㅋㅋㅋ야 오늘 할거없지?
여기 000인데, 1시간 내로 튀어 나와라.ㅋㅋ'
'000에서 뭐할건데. 아..나 귀찮다.
그냥 집에 있을란다.'
'이 굼벵아! 니가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없는거야.
빨리 나와라~! 안나오면 쳐들어간다'
이놈이 오늘따라 왜이러지? 나좀 집에서 쉬게 냅둬라고....
넌 정말..친구가 아니라 왠수다 왠수!!!!!!!
나는 마음속에 불만과 짜증을 한가득 안고 나갈 준비를 했다.
김창규...만나기만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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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후
"왔어?ㅋㅋ"
내친구(왠수..) 창규녀석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너..뭐 좋은일있냐? 완전 해맑다?!아주 순수보이인데?"
나는 이미 내잠을 빼앗아가버린 창규녀셕에게 심사가 뒤틀려있어서
녀석의 해맑은 인사에도 퉁명스럽게 말했다.
"에이~ 승현아ㅋㅋ 인상 펴라 인상펴! 그러다 인상파된다.
잠이야 내일자도 되고 모레자도 되는거 아니냐 ㅋㅋ"
...........하나님..이녀석을 어찌하오리이까.
"그나저나 여기서 뭐할건데~? 여기 뭐 놀것도 없잖아"
나는 속에있는 화를 삭히며 말했다.
그래도 이왕 나왔으니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야지.
"ㅋㅋ 놀게 없는데 내가 너를 여기로 불렀겠냐?
노는거 말고 너를 위한 더 좋은 곳이 있어.
이 형님만 믿고, 따라와라!ㅎㅎ"
창규녀석이 갑자기 내 팔목을 확 낚아채더니 끌고가기 시작했다.
"야 어디가는데?!!"
.
.
"ㅋㅋ네 반쪽이 있는곳!"
이녀석이 돌았나?!!! 김창규!! 너 왜이러는거냐 대체!
.
.
.
그렇게 창규녀석의 손에 이끌리어 약 20분을 걸었을까.
"여기야"
창규녀석이 좀 오래되보이는 건물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뭐야..오래된듯한 건물이잖아.."
내가 좀 실망한듯한 눈빛으로 말하자, 창규녀석이 갑자기
어깨동무를 하더니 나를 또 반강제적으로 끌고 건물안으로 향했다.
"이 형님만 믿으라니까! ㅋㅋ"
믿긴 뭘믿어!
정말...미치겠다. 내 휴일 내놔 김창규!!!!
나는 속으로 절규하며 건물안으로 반강제적으로 끌려들어갔다.ㅠㅠ
건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 창규녀석이 맨윗층인 6층을 눌렀다.
6층 버튼 옆에는 '송재인 Dance School'이라고 쓰여 있었다.
"댄스..스쿨???!!
야, 김창규. 너…"
"춤..네 반쪽. 춤이잖아.
나는 너가. 다시 춤췄으면 좋겠어."
창규녀석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춤....
한동안 잊고있었는데, 아니. 잊고싶었는데...
나와 창규는 고등학교 2학년때 댄스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창규는 중학교때부터 상도 많이 타고 댄스팀 리더를 할정도로 춤에 소질이 있는 친구였다.
반면에 나는 춤에 ㅊ도 모르는 춤과는 거리가 먼 애였는데, 우연한 계기로 댄스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춤을 배웠고 매력적인 춤의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사실 댄스동아리에 들어오기 전까지, 춤의세계에 빠져들기 전까지,
춤은 단지 날라리같은 애들만 좋아하는 것인 줄 알았다.연예인 하려는 애들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춤은 몸의 언어였다. 스포츠고 예술이었다.
나의 고2,고3은 그렇게 춤과 함께였다. 그리고 내 옆엔 항상 단짝 창규가 있었다.
창규와 나는 댄스동아리에서 함께 춤추며 호흡하고 울고 웃으며 정말 친한 단짝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계속 같이 춤을 추자고, 팝스타 마이클잭슨처럼 멋진 댄서가 되자고 꿈꿨었다.
정확하게 하자면 창규는 최고의 댄서가 되는것이 꿈이었고, 나는 최고의 안무가가 되는것이 꿈이었다.
사실 나는 창규처럼 춤을 추는것보다는 춤을 만드는것이 더 좋았다.
하지만...
'슈륵-'
어느새 6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너 나 춤 못추는거 알잖아.놀리는거냐?!!"
창규에게 화내고 싶지 않았지만. 화가났다.
누구보다 내 사정을 잘 아는 놈이....
"그래서. 너 다시 춤추게 하고 싶으니까.
너 춤 못추는거 아니야. 안추는거야!"
"뭐 임마?!!! 이새끼가 진짜!!!!!!"
나는 울컥하는 마음에 창규의 멱살을 잡고 벽쪽으로 밀쳤다.
"안추는거라고?!!!! 다시 말해봐 임마!!! 다시 말해보라고!!!!!"
멱살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주체할수없이 피가 끓었다.
"남의 영업장 앞에서 지금 뭐하는거에요?"
더이상 주체할수없는 마음에 주먹이 날아가려는 순간,
등뒤에서 낮고 날카로운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나는 가까스로 하려던 행동을 멈추고 뒤를 돌아 보았다.
"지금 남의 영업장 앞에서 뭐하는 거냐구요.
싸우려면 밖에서 싸우지 왜 여기서 이래요?"
여자는 짜증이 한가득 섞인 얼굴이었다.
"아이구, 선생님!! 죄송합니다. 하하.
이녀석 제 친구인데 좀 와일드한 녀석이라서요. 하하"
선생님?!!
창규녀석이 멱살을 잡고있던 내손을 슬쩍 치우더니 내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창규였구나. 친구라고?"
"네! 제가 전에 말했던..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춤잘추는 애예요 ㅋㅋ"
"아~그래?"
...뭐지?? 나는 알수없는 상황에 벙쪘다.
"일단 여기있지말고 들어와, 들어오세요."
여자의 말에, 창규녀석이 아까의 진지함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능글맞은 표정을 짓더니
나의 팔짱을 끼고 여자를 따라 날 끌고 들어갔다.
오늘 참....대체 뭐하는 거냐고요 이게.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안무실이 펼쳐져 있었다. 여느 안무실 처럼
한쪽벽은 온통 거울로 되어 있었고 바닥은 반짝반짝 광이 났다.
그리고 한 여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이별할 줄 몰랐어 눈물이 멈추지 않아
내 욕실에 칫솔이 있다 없다
네 진한 향기가 있다 없다
널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은데
니 전화기는 없는 번호로 나와
액자 속에 사진이 있다 없다
빠진 머리카락이 있다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는데
자꾸 눈물이 나와♬'
내가 좋아하는 씨스타19의 '있다 없으니까'가 흘러나왔다.
춤을 추던 여자는 다시 이노래에 맞춰 안무를 바꾸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비록 뒷모습이지만 이 여자,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동작이 춤을 꽤 잘추는것 같다.
나는 아까의 상황은 망각한채 여자의 춤을 넋놓고 보기 시작했다.
'♬니가 있다 없으니까 숨을 쉴 수 없어
곁에 없으니까 머물 수도 없어
나는 죽어가는데 너는 지금 없는데 없는데 없는데 없는데
니가 있다 없으니까 웃을 수가 없어
곁에 없으니까 망가져만 가는 내 모습이
너무 싫어 난 난 이제 기댈 곳 조차 없어♬'
마치 진짜 씨스타가 춤추는 것처럼 동작이 유연하고 어느 곳에서 포인트를
주어야 할지 잘 알고 있는것 처럼 능숙하게 춤을 추는 이 여자.
근데... 계속 보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
"제 동생이예요"
창규가 선생님이라 부르던 여자가 어느새 내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어때요?"
"네..네?! 뭐가..."
나는 순간 놀라 어벙한 표정으로 말했다.
"춤추는 거요."
아....난 또.
"능숙하게 잘추시는거 같은데요.
한두번 춰본 실력이 아닌거 같아요."
"맞아요. 제동생..
춤 동작 하나 익히기 위해 몇천번을 연습 하니까요"
순간 동생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애잔해졌다.
"창규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고등학교때 같이 댄스동아리였고 춤잘추는 친구라고."
"네?!아..네.."
"춤추는거 한번 보고싶은데"
순간 나는 움찔했다. 다짜고짜 춤추는걸 보고 싶다니..
게다가 자신이 누군지 정도는 소개를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초면인데.
나는 선생님 뒤에 있는 창규를 쏘아보았고 창규는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여자 옆에 다가갔다.
"아, 선생님~ 저기..그게요...."
창규가 여자의 귀에대고 속삭였다.
내가 춤을 출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거 같았다.
"아..그래? 뭐, 잘됐네.
여기서 내동생 가르치면서 재활치료 하면 되겠다"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람?!!
곧이어 여자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나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제 소개가 늦었죠. 저는 송재인이라고 해요. 이 댄스스쿨 원장이고요.
창규는 제 애제자예요. 중학교때부터 이곳에 와서 춤을 배웠죠.
창규는 다른 아이들보다 춤을 배우고 소화하는 속도가 월등하게 빨랐어요.
지금도 물론 월등하죠."
아하....창규 이녀석. 중학교때 춤을 잘췄던 이유가 있었구만.
(나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건줄 알았는데...속았군.)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다 싶이,
저기 춤추는 애가 제 동생이예요. 이름은 송혜인.
제 동생도 춤을 상당히 잘춰요. 하지만 혼자서 춤을 출수는 있어도
춤을 익힐수가 없어요.그래서 제가 외국에 가 있는 동안에는
창규한테 제 동생 춤을 가르쳐 달라고 하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창규도 이제 곧 댄스가수로 데뷔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제 동생을 맡기기가 힘들겠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창규가 고등학교때 친구 얘기를 했어요.
춤을 정말 잘추는 애라고.. 창규가 춤 아무리 잘추는 사람이라도
춤 잘춘다는 칭찬은 잘 안하는데, 춤잘추는 애라고 하니까 만나보고 싶었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있었다니.
김창규. 너는 정말 친구가 아닌 왠수다. 왠수.
그나저나, 혼자 춤을 출 수는 있어도 춤을 익힐수가 없다니 뭔말이지?
"아..그러셨군요.
근데 전 춤을 출 수가 없어요."
"춤 못 추셔도 되요. 가르쳐 주시기만 하면 되요."
"춤을 못추는데 어떻게 가르치라는 거죠?"
"가르치면서, 추면 되잖아요?
여하튼. 저는 내일 미국으로 떠나야 해요.
제가 돌아올때까지, 제 동생을 최고의 댄서로..만들어주세요."
왜이렇게 막무가내야 이여자!
미치겠네 진짜.
"저 말고 다른사람을 찾아보시죠.
그럼 전..실례지만 이만 가보겠습니다."
더이상 이 어이없는 상황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옆에있던 창규가 끼어들었다.
"선생님~얘가 좀 와일드하고 도도한 애라서요.하하.
승현이 합니다. 혜인씨 춤 선생님. 그치?"
"야 김창규 나 안한다고 몇번을 말…"
그때 씨스타의 노래가 끝나고, 안무실이 조용해 졌다.
"아! 잠시만요. 혜인이 데려올게요."
여자는 춤을 멈추고 서있는 동생에게로 쪼르르 다가갔다.
그리고 동생 앞에서 무슨 손짓을 막 하더니 동생을 잡고 내앞으로 데려왔다.
"제 동생 혜인이예요."
그리곤 동생에게 또다시 무슨 손직을 막 하더니 동생이 나를 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해맑게 웃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심장이 두근 했다. (너무 해맑게 웃으니까...)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 질끈 묶은 긴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내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니 그 동생이 자기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들고는
무언가를 막 치기 시작했다. 한참을 치더니 그 핸드폰을 나에게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만나게 되서 반가워요.
저는 귀가 안들려요.
그래서 말도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춤을 좋아해요.많이많이.
가르쳐주시는대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이것이, 나와 그녀의 첫만남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