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적으로

펜B201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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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 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 한 마리와 만났다. 집에서 키우고 있는 녀석보다 서너 달 어린놈으로 보였으나 집 녀석의 몇달 전 모습보다도 그 피골이 너무도 상접해 절로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몇분간 주변을 배회하는 녀석을 바라보다 집으로 올라가 사료 한줌 손에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아직도 걔 있을까 조심히 살피는데, 저만치 걸을 힘도 없어 보이는듯 터덜터덜 같은 자리를 맴도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살며시 다가가 녀석의 멀리에 사료 한줌 놓아주고는 잘 다가올까 지켜보기로 하였다. 혹여 내가 바닥에 놓아둔 그 사실을 모르고그냥 지나칠 까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어였다. 다행이 녀석의 진행방향과 내가 놓아 둔 사료의 위치가 얼추 맞아 떨어졌는지 녀석은곧 냄새를 맡고 슬며시 다가와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계속 주위를 살피며 가볍게 한두알씩 집어 먹던 녀석은, 주위가 조용해지자 몇날 몇일을 굶은듯 허겁지겁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바라본 그 모습이 어찌나 흐뭇하던지, 녀석이 저렇게 잘 먹어주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흐뭇이 몇분이나 그 모습을 바라본 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을 걸었을까? 뒤에서 전해진 작은 기척에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발밑으로 다가온 녀석이 아주 열심히 그 작은 머리로 내 발등에 몸을 부벼 주고 있었다. 딱 걸려 버린 것이다. 녀석은 무엇이 그리도 간절했을까, 아주 열과 성을 다해 내 발목에 몸을 부비며, 퍽 쉬어 버려 힘겨운 듯한 작은 목소로리 내게 말을 건냈다.  

 

" i like you ~ "

 

 

.......... 그 순간엔 다른 생각 할 겨를도 없이, 녀석을 들쳐 업고 집으로 올라갔다.

 

 

 

11일 밤 있었던 일인데, 나는 다음 날 점심 때 까지도 ( 어젯밤 내 밤잠을 모두 뺏고, 아침 일찍 병원진료를 한뒤 1주일 후 예방접종 예약까지 하고, 미용실 대기실에서 않아있는) 녀석에 대한 내 마음의 확실한 정리가 되지 않아, 충동으로 그러했다는 생각 때문인지 마음한켠에 녀석에 대한 여러 복잡한 마음이 자리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름의 부담때문인지, 녀석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작은 후회감이 들기도 했다. 만약 내가 어젯 밤 조금 더 모질었다면 녀석 때문에 밤잠을 설쳤을 일도, 녀석이 왜 저렇게 말랐는지 걱정했을 것도 병에 걸린것은 아닌지, 목이 쉰게 감기 라도 걸린건지, 병원에서 혹시 진단이 나쁘면 어쩌지, 녀석과 오가며 써버린 십여만원이 어디에 쓸 돈이었지? 이제 정말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건가? 내가 왜 갑자기 이러고 있지? 하는 것들을 생각해야 할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들이 점점 커지자 나는 녀석을 (내가 자처한 일이지만 ) 뜻하지 않게 만난, 참 귀찮고 신경쓰이지만 이제 어쩔수 없는 그런 불청객 이라고 생각을 해가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 녀석에게, 처음부터 내가 허락하는 수준의 작은 호의 정도 베풀 요량이었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아마도 (내가 번거롭거나 귀찮을일이 안생길 ) 내가 허락해 둔 선 안에서 생각했을 사료 몇알 뿌려주는 간단한 호의를 베풀고 집으로 돌아가, 아주 잠깐 앞으로 그 녀석이 어찌될지 몇초 쯤 생각 한뒤 곧바로 잊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살면서 지금까지 행해 온 모든것들에 대한 내 주관적호의관념 이였는데 그 경계를, 녀석이 넘고 들어 와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점심도 거른채 녀석의 미용을 마치고는 여러 복잡한 마음을 안은채 녀석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여전히 그 여러 생각들은 계속 내 머리속을 괴롭혔는데, 대체 녀석이 어떻게 내 맘속의 경계를 넘어 들어온 것인지 어떻게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저리도 태연히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듯 있을수 있는것인지 너무도 그 별스러운 상황과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그 순간 내 그런 별스런 마음이 녀석에게 전해진 것일까. 조수석 한켠에 누워있던 녀석은 그날 그때 그 눈빛과 목소리로 내 모든 복잡한 마음에 그 답을 내려 주듯 소리내어 울었다.

 

 

" thank you .. i like you.."

 

 

날 바라보는 그 눈빛에 저 말들이 실려 '야옹' 하는 울음 소리로 들려왔다.

 

나는 그 순간 어쩌면 지난 날 내 마음에 있던 옹졸한 경계들이 누군가가 날 위해 소리쳤을 저런 수 많은 사랑의 말들을 막고 있었는지 모른다 생각했다. 녀석이 내 앞에서 울었던 이유와, 녀석을 그 순간 들쳐업고 집으로 향햇던 그 순간, 그것은 사랑받길 원하는, 그리고 사랑하며 살고 싶은 모든 것들의 본능 바로 그것 일거라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는길 녀석에 대한 나의 그 경계와 복잡한 마음은 다시 한번 녀석이 그 본능을 확인시켜 주며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본능이 그렇다면, 이제 사랑만 주며 살아야 겠다. 매우 본능적으로.

 

 

 

 

 

 

본능적으로 - 윤종신

 

 

본능적으로 느껴졌어 넌 나의 사람이 된다는 걸
처음 널 바라봤던 순간 찰나의 전율을 잊지못해 Oh-Oh-Oh
좋은 사람인진 모르겠어 미친듯이 막 끌릴뿐야
섣부른 판단일지라도 왠지 사랑일 것만 같아 Oh-Oh-Oh
내가 택했던 그녀를 난 믿겠어
내가 택했던 그 밤을
내 생 최고의 사랑일지 미친 사랑의 시작일지
해봐야 아는 게 사랑이지 이제 우리 시작할까 Oh-Oh-Oh

RAP)
운전을 하다가 널 봤는데 사고가 날 뻔했어
좋아 파란 불이 떴어 너에게 나는 go했고
그 S line에 난 자석처럼 끌려
나도 모르게 침을 한 방울 흘려
오해하지마 나는 속물 아냐
사랑을 가능케 하는 건 본능이야
우연인지 운명인지 나는 너의 앞에 왔어
계산 같은 건 전부 다 은행에 다 맡겨

내가 택했던 그녀를 난 믿겠어
내가 택했던 그 밤을
내가 택했던 그 밤을 못 믿겠어
그 황홀했던 순간을

내 생 최고의 사람이든 미친 사랑의 시작이든
절대 후회는 없을거야 이제 우리 시작할까
Oh-Oh-Oh 

 

 

 

 

 

 

 

본능적으로

 

 

 

 

 

(2011년 11월 11일의 첫만남 이었습니다. 그날 녀석과의 첫만남을 기억하며 저는 아직도 녀석과 함께 본능 적으로 잘 살고 있습니다. 모두들 본능적으로 사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