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

나는2013.03.06
조회17,706
헤다판 들어왔다가 깜짝 놀랐네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위로도 되고 마음이 아파요.
위로해주신분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후회도 원망도 이제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더이상 그 애의 불행을 바라지는 않아요.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살려구요.
여러분 다들 행복해지길 바라요. 진심으로.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았어.
너는 죽어서 내 전화는 받지도 못하고 볼 수도 없다고.
그게 더 견딜만한 것 같아서.
참 독하게도 참았다. 애써 니 번호도 지워버리고.
바람 한 번 불어도 니 생각이 나서 맘이 시리더라.
겨울은 유난히 춥게 보냈어. 내 손 잡고 녹여주던 니가 없어서.
눈물도 안 날만큼 마음이 쓸쓸해도
이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너보다 늦은 죄로 좀 더 오래 힘든거라고.
함께일때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해준 미안함에 그렇게 참았다.
너를 괴롭히기 싫어서.. 내가 너에게 나쁜 기억이 될까 무서워서.
말을 삼키고 마음을 눌러서.

매일 하던 니 생각, 이틀에 한 번 하더라.
시간이 지나니까. 나도 사람이라고. 살겠다고.

그러던 어느 날
니 이름으로 온 카톡.
잘 지내냐는 말에 나는 울었어.
사진도 이름도 말투도 여전히 그대로여서.
그동안의 공백은 아무 의미도 없고, 바로 어제 헤어졌던
그리운 그 마음으로 울었어.

우리 만났지.
너는 너무 그대로여서, 사랑한다고 말하던 마지막 그 모습하고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서.
날 인도로 밀어내고 차도로 걷는 네 배려가
온전히 나에 대한 마음인줄로만 알아서.
유난히 차가운 내 손을 잡고는
여전히 손이 차갑네, 라며 쓸쓸하게 웃던 너에게서.
나는 바보처럼 나와 같은 그리움을 봤어.

어쩌면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어.
내가 받았던 상처는, 혼자 견뎠던 시간도, 나 다음의 그 여자도.
나 하나 눈 감으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리움이 터져서, 네 온기가 그리워서.
우린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했고, 내 가슴에 안겨 잠든 널 보다가
나는 밖으로 나와버렸지.
그 새벽에. 그 춥던 날.
집에 가던 택시에서 나는 엉엉 울었어.
너와 헤어지던 날처럼.
이건 아니었는데.
나는 네 몸이 그리운 게 아니었는데..
가까이에 있지만 전보다 더 멀어진 우리가 슬퍼서 울었어.
사랑한다는 말이 없는 관계가 서러워서.

그 후로도 너는 연락을 했어.
근데 이상하지.
너한테 할 말이 없더라.
너에게 하고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었는데, 무너져 잠겨버렸어.
너와 나는 더이상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밥 먹었냐고 묻는 것 조차 어색해진 우리는 뭘까.
밤에만 날 불러내는 너는.
대놓고 잠자리 이야기를 하는 너는.

모른 체 할까도 했다.
네가 다시 나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나를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았던
이별 직후의 간절함이 떠올라서,
이렇게라도 널 볼 수 있어서.

근데 자꾸 눈물이 나.
너는 너무 아픈 사람이 됐어.
괜찮은 척 할수록 더 힘들어.

그래도 너 날 사랑했잖아.
한때는 널 울리기도 했던 여자야, 내가.
설렘에 잠 못들게도 하고.
애교 한번에 화난 널 녹아내리게 하던.
네가 사랑스러워 못 견디던 여자였잖아.
니가 나한테 이러면 안되잖아..

네 연락을 외면한지 2주째.
나는 맨날 목구멍이 아파. 눈물을 참느라.
우린 이제 아닌가봐.
이제야 알겠어. 우리 끝이구나.

차라리 남이 되자.
모르는 사람이 되자.
언제든 가질 수 있는 여자보다는
살면서 다시는 가질 수 없는 여자로 남을래.
다 내가 참을게.
니가 외로워서 날 찾아도 내가 숨을게. 내가 피할게.
너는 지금처럼 나 신경쓰지 말고 살아.
여기까진 내가 할게.
언젠가 내가 생각나면 네 치기어린 욕정이 아닌 사랑으로 기억해줘.
사랑은 아니더라도 한때 좋아했던 여자로라도.

네가 싫어서도 너를 잊어서도 아니야.
사실 난 네 체온에라도 기대 살고싶을만큼 힘들지만
아직 네가 너무 좋아서, 그러니까 여기까지.
사랑했어. 나는 이제 널 묻을게. 이제 너는 정말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게.
어쩌다 마주치면 그냥 너 닮은 사람 봤다고 생각할래.

이미 너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보고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