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추억과낭만,덕수궁미술관 체코프라하소장품전!

3232201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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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미술관 체코프라하 국립미술관 소장품전에 다녀왔어요..

 

체코의 수도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프라하’라는 도시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들어본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카를교, 프라하성의 아름다움과 카프카의 문학이 숨쉬는 낭만의 도시.

3년 전 11월, 찬 공기로 가득 찬 프라하는 동유럽의 겨울 밤이 주는 을씨년스러움마저

은은한 시계탑의 조명 아래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탈바꿈시키는 곳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양이 부족한 탓에 당시 프라하여행 미술관은 제 일정에서 빠져있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엔 누구도 지나치기 힘든 루브르박물관이 있지만,

프라하엔 눈을 호강시킨다는 건축유산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죠.

 

파리와 함께 문화의 축복을 대대손손 누리고 있는 관광도시 프라하의 화가들은

어떤 삶의 명장면을 화폭에 담았을까. 외국인이 바라본 프라하의 환상을 걷어낸 그 곳의 일상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이를 훔쳐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바로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이란 제목으로 체코 프라하미술관 소장품전이

덕수궁에서 이국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인데요.

이 전시회에서는 1905년부터 1943년까지 체코를 배경으로 활동한

주요 화가 28명의 회화작품 107점을 선보입니다.

 

덕수궁에서 만나는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둘의 만남에서 더 큰 기대감을 가지게 됩니다. 

 

개인적 감상평을 먼저 말하자면, 근대미술로 한정된 기간의 작품만으로는 분명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을 오롯이 느끼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세계 모든 문화유산들이 1,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빼놓고 생각하기 힘들기에,

체코의 예술가들은 이 급격하고 Abnormal한 변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체코에서는 제국주의의 쇠퇴와 더불어 민족주의의 급부상, 세계대전 발발,

체코공화국 탄생, 사회주의 대두 등과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극도의 혼란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으로 이어졌고,

거기에서 피어난 풍부한 회화적 관점과 상상력이야말로 이번 전시회가 주는 즐거움이겠죠.

 

전시회 포스터를 장식한 ’쿠프카 부부의 초상’과 같이 프라하의 낭만을 담은 초상과 정물, 풍경보다

더 눈을 끈 건 다양한 초현실주의적 추상화였습니다.

 

아방가르드 회화의 평면적 추상과 입체주의, 야수파의 거친 표현이 유행했음은

당시의 정신적 고통을 간접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당시 많은 체코 미술가들이 나치에 저항해 자살을 택했다고 하죠.

 

프라하성의 아름답고 높은 성곽도 어떤 조명하에, 어떤 기분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저 날카롭고 압도적 권위의 상징으로 느껴질 수 있듯이 시대적 배경이 화가들의 표현방식을

어떻게 바꿔가는지를 추적하다 보면 비슷한 한을 지닌 민족으로서 어떤 아련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얀 즈르자비 ‘낙원의 정원’ (1907년, 23×24.5cm, 캔버스에 유채)

 - 프란티셰크 쿠프카 ‘쿠프카 부부의 초상 ’ (1908년, 100x110cm, 캔버스에 유채)

ⓒ Národní galerie v Praze

 

- 요세프 차페크 ‘가방을 든 남자’  (1926년, 70.5×52.5cm, 캔버스에 유채)

 - 카렐 홀란  ‘올사니’ (1924년, 80x100cm, 캔버스에 유채)

ⓒ Národní galerie v Praze

 

 

- 요세프 시마 ‘내가 전혀 보지 못한 풍경의 기억’  (1936년, 81x100cm, 캔버스에 유채)

- 에밀 필라 ‘적도의 밤’ (1938년, 114x146cm, 캔버스에 유채)

ⓒ Národní galerie v Praze

 

 

프라하에서 몇 시간 벗어난 쿠트나호라 (Kutna hora) 지역에서 관광객을 지우고 봤던 해골성당 등

체코의 건축물과 인적 없는 도시는 프라하 시계탑 아래 포차에서 밤새 선 채로

Hot wine을 마시던 인파들의 낭만과는 전혀 다른 기분을 선물해주더군요.

 

아름다운 시가지의 모습을 담은 산뜻한 유채와 거칠기도 우울하기도 한 붓터치의 추상이 공존하는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전은 어쩌면 제가 방문한 그 도시의 양면성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덕수궁미술관 2층 같은 장소에서 한국 근대미술작품들이 전시되고 있기에 비슷한 시대환경에 대응하는

동서양의 예술혼을 비교,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억압된 표현의 자유 하에 분노, 저항, 체념 등의 감정이 어떻게 다르게 화폭에 담겼는가를 살펴보세요.

문화 및 도구가 만든 차이에 더해 우리 선조 예술가들의 의연함마저 발견하는

색다른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예술의전당.반고흐전후기_반고흐in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