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별 그날 밤

시나몬201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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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는 징조가 있다

적어지는 만남, 기약없는 통화연결음

그리고 하루하루 밀려오는 불안감.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느꼈을땐

이미 그 사람 얼굴에선 무미건조한 웃음만 남은 뒤였다


뱃속에서 부터 끓어오르는 우울함을 참으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려 애써 말을 계속 이어갔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풀리지 않아 답답한 어느 날처럼

모든것은 부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런데 신기한건 그러한 와중에도

그 사람이 고마웠다

처음에는 차라리 먼저 헤어지자고 말해줬으면

오히려 시원할 것 같았는데

그 사람을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볼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줘서 고마웠다



미안하지만 조금이라도 함께있어줘서 좋았다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기쁨이었다




그 사람을 만난건 2009년 여름날이었는데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그 사람 생각만 해도

시원했고 간간히 부는 후덥지근한 바람도 상쾌했다


집가는 길, 마치 사람에 치여 죽을만큼 답답한 버스도

내겐 그리 힘들지 않았다



올 겨울에는 함께 스키장도 가고

겨울바다도 보러가자

그땐 그 약속들이 모두 이루어 질 줄 알았었는데

나 혼자만의 약속이 될줄은 그땐 왜 몰랐을까




커피는 식었고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의미하게 창밖을 보고 전화기를 만지고

침묵아닌 침묵으로 정적이 흐를때 난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기다렸다


그리고 그 사람이 조심스럽게 입술을 열었고

나는 조용히 받아들였다

이젠 우리집과 반대인 그 사람 집까지 가

밤늦게 택시를 타고 올 일도 없었고

공부하며 일로 지친 가운데도 아침일찍 일어나 만날 준비할

일도없었다



집에오는길 택시 창가로 보이는 낯익은 풍경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새 나는 내 방에 누워있었고 불꺼진 방에서

씻지도 않은채 눈을 감고 있었다



울고싶었는데 담담한 내가 이상했다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너무 오래전부터 이별의 징조를

느끼며 보냈기에 무덤덤해진것이리라.



2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첫 이별한 그날 밤부터

조금씩 식어가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지금의 시간이 추억이 될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냥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