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

피의비친꽃201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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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난 주변 친구들과 다르게 일가친척들이 유별나게 많았다.

 

내 아버지는 칠남매의 장남이였고 어머니는 4남1녀의 막내딸로 태어나셨다. 그래서인지 명절이나 제사때 또 아버지 어머니 생신때면 친척들이 집안을 꽉 채울정도로 식구들이 바글바글 했었다.

 

그래서일까 예전부터 난 아이들,친척들이 너무너무 싫었다.

 

가족애가 아예 없다고는 볼수없겠지만 유독 우리친척들은 동기간의 우애가 지나치게 돈독하여 한번 만나면 끝까지 함께하자는 알수없는 고정관념이 박혀있었다.

 

남들은 명절이나 제사떄나 한번볼까말까 한다던데, 일요일만 되면 친척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기도하고 교회가고 하는것들이 내겐 너무나도 정말 끔찍한 나날이였다.

 

또 사춘기때는 불순한 마음이 극에달해 어린동생들 놀아주는게 왜그렇게 싫증나고 짜증나기만 했는지 또 아이들을 좋아할 연륜도 묻어나지 않을 나이라 더 그랬던가 보다.

 

그렇게 아이들이 싫고 가족애가 우습게만 느껴지던 시절

내게 잊지못할 첫만남을 안겨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평생을 잊지못할 추억을 안겨준 두아이를 만났다.  

 

그게 언제쯤이였나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5호선으로 갈아탔을 때였나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이제 갓 유치원에 들어갔을 정도의 아이와

그 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두명이 서있었다.

 

그 아이들은 할아버지한테 받은 초콜렛통 하나씩을 가슴에 부여잡고 해맑은 미소로 웃고 있었다 차마 말로는 설명할수 없는 행복한 미소와 함께.

 

하루종일 걸어다니어 힘들었을떄,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며 잠깐동안 피로를 잊고 있었다.

 

지하철안에는 나와 더불어 피곤에 찌든 사람들과 또 토요일 주말이라 한껏 멋을부린 10대아이들과 얼굴에 오만상을 찌푸린 곱슬머리 아줌마와 아저씨 주름살이 길게 늘어진 할머니 할아버지 토요일 주말이라 그런지 그날은 평소보다 더 사람들이 붐비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하철의 어느누구도 아이들을 쳐다보거나 눈길을 주지 않았었다.

 

그러다 두 여자아이의 언니로 보이는 아이가 초콜렛을 먹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아이들 특유의 사람들 시선을 무시한 장난이겠지 했는데 언니를 따라 노래하는 어린 동생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나왔다. 

 

노래가 계속되자 사람들의 시선은 하나둘씩 두아이에게로 향했고

난 어렴풋이 기억나는 수박하모니카와 섬집아기란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귀에 꽂힌 이어폰을 빼어버린채로.

 

그러다 문득 생각난게 성격나쁜 아저씨,아줌마들이 가만히 있을까.

또 10대청소년들이 아이들에게 짖궃은 시선으로 상처를 주지않을까 하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인상을 쓰고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몸은 무겁고 힘들었지만 입고리는 위로 올라가 있었고

눈은 반쯤 접힌채 사람들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중엔 박수를 치는사람 아이들에게 칭찬을 하는 사람 따라불러주시는 아주머니들도 계셨다.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이 부끄러웠는지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그리고 몇분이 지났을까

두 아이중 언니로보이는 아이가 또 다시 먼저나와 동생에게 다른 노래를 부르자고 했고 두 아이는 어떤 노래를 부를까 서로 상의하고 있었다.

 

결국 앞서 불렀던 노래들을 다시 불렀지만 결코 지겹거나 단조롭지 않았다.

 

그 아이들이 탔던 지하철 그 칸은 웃음꽃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어린아이들의 서정적이며 우아한 공연을 적잖이 보며  살았다 생각한다. 또 여러장르로 뮤지컬 오페라 합창단 그리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요일 교회에서도 또 어린조카의 유치원 졸업식에서도

 

그들은 엄청난 노력과 수많은 시물레이션을 거듭하여 단 한번의 기회로 기품있고  절제있게 사람들을 압도한다.

 

이 두아이들은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되지 않는 그저 어린아이들일 뿐이다.

 

그런데도 여자아이들의 눈동자의 움직임, 차마 말로 표현할수 없는 그 미소 해맑게 웃는 그 모습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내게는 그 여자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천상의 음악같았다.

 

과거를 회상하는것 만으로 가슴이 벅차고 미소지을수 있을 노래나 공연이 어디있던가. 그 일을 기억하는것 만으로도 내겐 큰 행복이였다.

 

두 여자아이들의 노래공연이 끝나고

한참후 사람들은 목적지에 도착해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여자아이들도 내렸다.

 

나는 다시 내 이어폰을 내귀에 끼웠다.

 

무슨일이라도 있었냐는듯 지하철은 쥐죽은듯이 조용했고

 

지하철에서 내리고 버스를 탔을때 생각했다.

나중에 내가 딸이 생기게 된다면 딱 그아이들처럼만 키우자고

 

그런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