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순수했던 첫만남과 사랑 이야기 (부제:놀이터)

마을에부는산들바람2013.03.12
조회21,608

앞글은 약 2년전 판에 썼던 글로, 새벽에 감성넘치게 술먹고 쓴 글이였는데 톡이 됐던 글이며. 뒷글은 2년전과 현재의 이야기입니다. -------------------------------------------------------------------------------

 

 

 

요즘 판을 읽다보면... 

남여사이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과 생각들을 일반화하여 공식을 만들려는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세상사 모두 상대적인데 말이지. 

재밌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공감하기도 하고 공감하지  못하기도 했다.  

나의 첫사랑은 남들과 다르겠지. 하지만...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는 공식에 내 첫사랑도 반기는 들지 않았던거 같다.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내 나이 이제 27... 첫사랑은 딱 10년전이다.  

여중, 여고를 나왔던 나는 남자 만날 기회라고는 학원밖에 없었고, 

한살 많은 그 오빠를 그곳에서 알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버디버디가 메신저로 한창 잘나가던 시절이라,

난 버디버디 쪽지로 고백을 받았고, 그때부터 순수한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우리집앞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다.

우리는 그 놀이터에서 3,4시간을 수다를 떨고 헤어지고,

오빠가 우리집에 데려다 주고, 데이트 패턴은 항상 똑같았다.  

100일을 조금 넘게사겼다.

그 100일이라는 시간동안 우리가 한 스킨십이라고는 고작 손잡고,

포옹 몇번 뿐이었다. 우리집앞 놀이터에서 말이다. 

17살인  그때의 나는 키스는 커녕 뽀뽀라는 것을 해야 되는지도 몰랐고,

오빠랑 뽀뽀를 해야 겠다라는 생각도 한번도 한적이 없었다.  

가끔 오빠가 이글이글 타는 눈빛과 하늘을 보며 긴 한숨을 쉴때마다 난 영문을 전혀 몰랐다. 

 

여튼. 헤어지게 된 이유는 이랬다. 난 "사랑"이라는 것을 몰랐다.

내가 줄 수 있는 사랑보다 그 오빠가 나에게 주는 사랑이 너무 커 감당하기 버거워

그냥 내가 놔버린거다.  

그때는 내가 이 오빠가 주는거 만큼 내가 해줘야 된다는 미안함과 의무감때문에 

사귀는게 부담스러워졌고, 나이가 어린만큼 생각도 어렸었다.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고, 순수했고, 남자친구라는 존재에 대한 정의가 없었다. 

헤어지고 다음날 학원에 가니...

그오빠는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났었다. 

그 후로 서로의 수능준비로 바빴고, 오빠에게서는 간간히 연락이 왔다.  

우린 사귀지 않는 상태에서 가끔 만나 밥도 먹고,

크리스마스날 만나서 영화도 보고, 남산도 가고, 불꽃축제도 같이 가고,

그렇게 만남을 이어왔고, 오빠의 군입대가 다가왔다. 

 

"군대가기 전에 사귀자는 말 해서는 안되지만,,,다시 나랑 사겨줄래?"  

나는 거절했다.

우리...군대 갔다오고나서 얘기하자..." 

그렇게 고백을 나는 거절하고 말았다. 

오빠가 군대에 있을때 나는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2년간은 연락한번 없이 모르는 사람처럼 각자의 생활에 충실하며 살았다. 

내가 유학가기 전 오빠에게서 두통의 편지가 왔다. 

그 편지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너가 맨날 물어봤던 내 소원은 ... 부끄러워서 얘기하지 못했지만 너랑 첫키스하는게 소원이였어" ...  

그리고 24살...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고...다시 연락이 닿기 시작했다. 

24살까지 난 남자라고는 그 오빠밖에 없었고, 단한명도 사귀지 않고,

남자한테 관심도 전혀없이 그렇게 지내고 있었고, 3년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오빠가 벌써 25살이네...그동안 사귄 여자가 있었지?" 

나의 유도질문에 오빠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1명있었다고 했고,

"난 왜 아무도 못사귀고 있었던걸까..." 

 

오빠가 또다시 사귀자는 고백의 말을 꺼냈을때

난 이번 고백이 정말 마지막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었다.  

난 왜 오빠랑 다시 사귀지 못하는 걸까...좋아하는데...좋은데... 사실 자신이 없었다. 

오빠는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옷입은거에 관심이 많고,

항상 브랜드 옷을 걸치고,

쇼핑몰을 운영하기도 했던

그런 나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였다. 

그에 반한 나는 정말 옷에 관심도 없고,

화장도 잘 안하며,

할줄도 모르고,

브랜드 따위 유명한거 빼고는 잘 몰랐다.

난 그저 너무 평범하고, 클럽, 나이트 라고는 지금도 한번도 가본적 없는

그런 정말 재미없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오빠랑 같이 명동같은 거리를 걸으면... 

분명 오빠랑 너무 비교되는 내 모습을 보면 친여동생? 친한친구? 쯤으로 생각하겠지?"   

그때는 그런 이질감이 너무 싫었고,

부담스러웠고,

그때도 난 남자에게 전혀 관심도 없고,

외로움도  느껴보지 못했고,

키스따위도 한번도 해본적 없는 연애세포 제로였던 상태였는지라... 

 

그리고 사실 가장 두려웠던건...오빠의 친구들이 날 너무 싫어한다는 것이였다. 

친구들 마음...충분히 이해했다.

자신의 친구를 힘들게 하는 여자...당연히 밉겠지.     

이모든걸 종합하여  난 또.........................다시 사귀자는 말을 거절하고 말았다. 

 

우리가 항상 만나고, 대부분을 시간을 보냈던 놀이터에서... 

 

난생 처음 길바닥에 펑펑 울었던 그때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고,

왜그리 남자에 대해 무지 했고, 

좋으면 일단 사귀면 되는데 왜 그게 안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고백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다시 볼 수 없는 사이가 되버릴거 라는 나의 예감은 적중했고, 

다시는 볼수가 없었다. 

같은 동네사는지라...

아주아주 가끔 우연히 길에서 마주칠때면 심장이 쿵= 내려앉고,

마음이 아팠지만, 

이미 끝난 첫사랑이기에 아름답게 간직된 상태로 박제되어 내 기억에 남길 바랬고, 

난 더이상 그 오빠에게 상처를 줄 자격따위 없었다.      

그 오빠와 내가 알고 지낸지 10년의 세월동안

난 그 오빠 외에 한명의 남자를 사귀게 됐고, 

근데 ... 그 한명은  정말 깨끗히 마음에서 지워버리고,

추억조차 간직하기 싫은데 왜 유독 그 오빠만이 기억속에 남는걸까...

그 오빠는 나한테 뭐였는지.   

이게 사람들이 얘기하는 "첫사랑"?

과거에 "나의 첫사랑은 누구지?

난 첫사랑이 없는거 같애." 라고 생각했던 나의 궁금증이 풀렸고,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는 속설이 왜 나왔는지 알거 같다. 

첫사랑은  내가 정신적으로 너무 미성숙했고,

사랑하는 법,

연애하는 법에 너무 서툴었기  때문에 쉽게 놓쳐버린게 아닌가 생각한다.       

 

 

27살이라는 나이에 "첫사랑" 이라는 단어를 갑자기 생각나게 해  

이렇게 난생 처음 판에 글을 쓰게 만든 나의 첫사랑, 

키스는 커녕 뽀뽀도 하지 못한  순수했던 나의 첫사랑...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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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약 2년전 제가 남겼던 글입니다. 

이글을 남겼을 때,  많은 댓글이 달렸고,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름답다는 글과  

저를 질타하는 글,

또 이젠 내가 먼저 그에게 다가가보라고 격려해준 댓글이 달렸었습니다. 

 

전 그 중 저에게 마지막으로 제가 그에게 다가갈 때라고 했던 댓글에 용기를 얻어서  

수많은 고민끝에 굳은 결심을 하고 어렵게 제가 먼저 연락을 해봤습니다. 

 

 

너무 떨린 나머지 자꾸 문자 전송을 망설이게 되어,

결국 친구가 대신 제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주었습 니다. 

"오빠 잘지내?"  

혹시 번호가 바뀌거나 제 문자를 무시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열어놓고

전 그냥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오빠를 찾기 시작했어요.

1시간 후에 정말 기적처럼 연락이 왔고,

저를 오늘 당장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그날은 보지 못했네요.  

 

일주일후 동네 조용한 가게에서 술이나 한잔 하기로 하고 만났고,

수많은 대화를 나눈 우리는  4년동안 서로가 뭐하고 지냈고, 어떻게 지냈고, 지금은 뭐하고 지냈는지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6시에 만나서 들어간 술집인데 12시가 넘어서 나왔네요 ^^;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오빠도 다행히 솔로...). 

고등학생때 잠깐 사귀고, 11년이 흐른 2년전 2011년 어느날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예전과 똑같이 전 또 고백을 받았네요 ....ㅎㅎㅎ 이번엔 제가 먼저 고백하려고 했는데...ㅠ_ㅠ  

지금 다시 만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서로 싸우지 않고 2년동안 너무너무 잘지내고 있네요. 

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고마운 마음과 감사의 마음으로 서로 아껴주면서요. 

슬슬 결혼얘기도 오고 가고 있는 상황이구요...^-^ 서로가 나이가 있다보니.

 

 

그리고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요즘 참 실감이 납니다.

우린 너무 어리고 순수했을때 너무 일찍  만났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그때 계속 사랑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서로가 그때 과연 지금처럼 간절했을까?

20대 후반에 다시 만났기 때문에 결혼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지 않았을까,  

오빠가 간혹 예전에 자기를 잘 찼다고 농담으로 얘기합니다.  

우린 지금 만난게 가장 좋은 타이밍이였다고 ....ㅎㅎ    

 

 

2년전 새벽에 갑자기 생각난 첫사랑의 추억으로 난생처음 판에 글을 남겨 봤는데, 

그걸 계기로 용기를 얻어 제가 나서서 첫사랑을 찾게 되줄 몰랐네요.  

여러분도 절대로 잊지 못하는 좋은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용기를 내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일시적인 감정으로 상대방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보다 다시 찾은 사랑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그리고 그때의 용기와 간절했던 마음가짐을 잊지 말고,  

그 상대방을 조건없이 사랑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그럼 다들 행복하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