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하면서도 훈훈한 이야기

으아니챠2013.03.12
조회1,106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겪었는데뭔가 씁쓸하면서 안타까우면서도 화가 좀 나면서내 친구가 이런 녀석이었단 것이 훈훈해서 한 번 올려볼게.
며칠 전에 친구들이랑 만나려고 밤늦게지하철 역에서 모이기로 했어.한 친구 녀석이 지하철 타고 오기를 기다리다가도착한 순간 이제 지하철 밖으로 나가려고 가는데
내 친구 한 명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가자고 하더라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화장실을 들어가려고 하는데화장실 밖에 사람들이 뭔가 구경하는 듯 모여있는 거야.거의 막차에다 금요일 밤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었어. 무슨 일인가 하고 그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이유를 알겠더라고.
남자화장실 안에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있는데 이게 화장실 밖에서도보일 정도로 훤히 뚫려 있어. 물론 평소에는 자동으로 열 수 있는 문으로 막혀 있어안이 보이지 않지만. 무슨 일인지 거기 문이 열려 있는 거야
그 안에는 몸이 불편하신 분이 그 열려진 문 안으로변기에 앉아 있는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그냥 전부 다 구경만 하고 있는 거였어.혹은 자기 볼 일만 보고 나오거나. 어떤 사람은 볼 일을 보고그 불편하신 분을 등 뒤로 손씻고 태연하게 나오더라고.
그때 내가 훈훈하다고 했던 내 친구가 한 명 있어.평소에는 잘 웃고 쾌활하고 밝으면서 자상하고 성격 쪽으로는 화도 잘 안 내고 마냥 부드러운 성격을 가진 녀석이었는데그런 내 친구가 화를 내는 장면을 그때 나도 처음 봤어.
그 친구가 그런 상황에서 화가 난 듯 오히려 잔뜩 굳은 표정으로'아니 몸이 불편한 사람이 안에 있으면 도와줄 생각을 해야지 다들 뻔히 보고들만 있어?'라고 대놓고 주위 사람들 다 들리게끔 말을 하면서 남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그 분에게'괜찮으세요? 문 닫아드릴게요.' 말을 하자 그 분이 고개를 끄덕이길래 바로 문을 닫아줬어.그러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도 민망했는지 다 갈길 시작했고내 친구는 볼 일 보려는 것도 잊어먹었는지 막 구경하던 사람들 욕을 하더라.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이 되고 이제 화장실에서 나오려는데그 화장실 안에서 그 분이 나오시더라고,그 문을 닫아줬던 내 친구가 손을 씻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고그 분이 나오는 걸 보면서 다가갔어.
'아저씨 괜찮으세요? 많이 힘드셨죠? 어휴, 요즘 사람들이 참 왜 그러는지 몰라요.'
그런 내 친구 말에 그 분이 웃으면서 어눌한 말투로 한 마디 하더라.고맙다고.
그런 광경을 보면서 뭐랄까 굉장히 안타깝고 씁쓸했어.그냥 문 닫는 버튼 하나만 눌러주면 되는 건데.그 이상 그 이하 바라는 것도 아닌데그저 몸이 불편하다는 그 이유 하나 만으로문도 제대로 닫지 못하고 그 화장실 안에서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마냥 구경을 받은 그 기분이 어땠을까.그리고 그걸 오히려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그 분의 심정을 생각하니정말 마음이 아프더라.
그러면서 내 친구가 그런 행동을 보이고 실천했다는 것에 대해뭐랄까 좀 자랑스러웠어. 어떻게 보면 우리도 그냥 구경하다가 갈 수 있는남들과 똑같은 녀석이 될 수 있는 거였는데. 우리끼리 술 한 잔 하면서 내가 물어봤어. 그러자 녀석이 피식 웃더니 이러더라.
'몸이 불편한 사람이 도와달라고 하면 당연히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냐? 도덕 시간에 그런 거 안 배우고 뭐했어. 구경하면 내가 욕한 애들하고 똑같은 놈 되는 건데 그럼 내 얼굴에 침 뱉는 거밖에 더 되냐? 그리고 그 문 닫는 게 뭐가 어렵다고. 오히려 안 도와주는 애들이 이상한 거지.'
그 말을 듣고 한참 동안 생각했다.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요즘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시간이 흘러 세대가 변해서 그렇게 된 걸까,아니면 자기만을 챙기기도 바쁜 이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되어버린걸까.나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게 해준 그 친구 놈한테 개인적으로 고맙다고 하면욕할 걸 알기에 그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이렇게 글을 써본다.고맙다. 내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