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처음으로 솔직한 편지

올챙이2013.03.14
조회2,882
나야
헤어지는 순간까지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진짜 내 마음담아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편지를 쓴다
물론 니가 볼 수 없는 편지겠지

2012.3.4 기억나지?
우리 처음 만난 날. 억지로 나간 소개팅에서 대충 밥이나 먹고 친구나 만나야겠다 우리 둘다 약속 하나씩 잡아놓고 나왔잖아
그리고는 우리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약속 취소하고 사람 북적이는 토요일 강남역에서 자리 있는 맥주집 찾아 많이 걸었지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게 정말 설레고 수줍게 쓴 니 편지로 우리 만나서 세달정도.
나는 니가 세상에 다신 없을 특별한 사람이었고
너는 내가 마지막 연애라고 했지
그리고 우리는 모든 좋은 조건을 다 가진 사람들을 봐도
둘만 있으면 부러울게 하나도 없을만큼 행복했잖아

그러다 하나 둘
30년 가까운 시간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완전히 같을 순 없었고
정말 너무너무 좋아했던 만큼 한두번 부딪힐때마다 실망도 컸던 거 같아

너도 알겠지만
절대로 화목하다고 할 수 없는 .. 거기에 가난하기까지 한 내 환경에서 나는 아빠같은 사람만 아니면 된다
너라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만족스러운 삶이겠다 생각했어

그래서 니가 나한테 실망했다 말하며
이런거 안고쳐지면 나는 결혼못한다 정말 참을 수 없다 말할때도 그래 그럼 내가 맞출게 하면서
니가 말하는대로 되려고 참 많이 애썼어

처음엔 감옥이었어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이 아니었으니까
답답했고 벗어나고도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어
그리고는 적응이 됐어 그런 삶에
니가 원하는 걸 하는 삶에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이만큼 해라 말하기 싫어서 너는 원래 니가 살던데로 살아도 괜찮았어 내가 맞추면 됐으니까 난 틈틈이 나 아껴주는 말이나 행동 보여주면 그걸로 족하다 했어

그러면서 점점 더 뭘 해도 나보다는 니 생각 니 기분을 먼저 따라가게 됐고
니가 좀만 안좋아 보이면 안절부절
내일은 너때문이면 항상 뒷전인 바보가 되어 있었어

그렇게 지내는거 지쳤지만 그래도 울다가도
니가 나도 사랑해 한 마디 해주면 그걸로 또 웃었어

그렇게 지내는 거 점점 더 지쳐갔지만 말 안했어
근데 너 느꼈지?
항상 눈치는 정말 빨랐잖아

너만 보고 있는 나 힘든거 느꼈지
그런 나때문에 마음에 부담되는 너도 느꼈을거고

니가 니입으로
나는 아무래도 너보단 덜 좋아하는거 같다
말하던 날 정말 많이 울었어
난 이제 뭘 보고 살아야 하지...
그리고선 니 연락없이 하루 이틀 사흘 지나면서
정말 신기하게 마음이 편해졌어

내 기분 내가 좋아했던 거 내가 싫어했던거 이런것들이 다시 생각났어

그리고 끝내 그만하는게 좋겠다는 니얘기 들었을 때
우리 처음 너무 행복하고 특별했던 게 지금 이렇게 되어버린게 안타까워서 눈물이 났지만
홀가분했어

항상 내 말이 맞지 하던 너였는데
마지막까지 혼자 정리하고 혼자 통보하는 니가 미웠지만 잘됐다 싶었어
물론 난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지만..

마음껏 미워하지도 못하게
마지막까지 나위해서라고 했던 니가
문득 문득 괘씸하기도 해
그래도 너한테 고마운게 더 많아

미안해하는거 참 마음 안좋은건데
그러느라 고생했어

아직은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다 없어진게 아니라서 나 없이 훨씬 더 행복해져라 이런 마음은 안든다
너는 진심으로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며 더 사랑해줄 사람 만나라고 했지만
나는 그런 말이 아직은 안나와

그러고보면 니 마음이 떠날준비를 한건
꽤 오래됐나보다

그래도 나중에 나중에 우리 소식듣게되면
서로 좋은 소식 들려줄 수 있게 잘 살자

나는 일년동안 못챙겼던 나를 좀 챙겨보려구.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나는 어디가 예쁜지
그렇게 찾아서 나를 좀 더 사랑하려고 해

안녕
끝까지 참 특별했던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