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군의 맛을 그리워하며

임정은201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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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매운 맛'이 소설 전반을 지배한다. 미란의 삶도, 김이의 삶도, 손씨의 삶도, 강용수의 삶도, 배영감의 삶도, 이덕은여사의 삶도, 모두 맵고, 맵고, 또 맵다.

 

특히 미란의 삶의 맛은 살짝 달짝지근하면서도 매운 쫄면같은 맛이다. 사랑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함부로 몸을 버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랑은 계속 돼었다. 그 맛이 참 매워서, 그게 사랑인 줄도 몰랐다. 손씨를 만난 후에는 새로운 사랑을 배웠다. 새로운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면, 그전에 배웠던 사랑은 무엇이었는지, 기억못할 정도로 독한 맛은 독한 맛으로 지웠다.

 

1970년대, 그 시절의 세월도 맵고, 권력의 비린내도 맵고 시큼하다.

 

그 시절은 미란과 그 관련된 사람들의 삶 외에도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삶이 매웠다. 월남전 파병 갔다온 옆집 덕순이네 오빠는 팔다리가 잘려나가서 매웠을 것이고, 라이따이한 아들을 둔 윗집 순돌이네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방사능 때문에 이상한 병에 걸려서 매웠을 것이다.

 

시대적 배경 때문이었을까, 이 소설 전반은 매운 맛이 어색하지가 않다. 오히려 없는 깨소금맛까지 입안에서 퍼지는 것 같다.

 

작가는 이덕은 여사의 <이딴 얘기 받아적어서 뭐하려고>의 일부를 매 장 앞에 제시한다.

 

특히 <매운 맛과 짠맛은 가난뱅이들이 주로 즐기는 품격없고 저속한 맛이다. 삶이란 원래 고상하지 않다. 활활타는 매운 동력이 없다면 이 험한 세상 무슨 재미로 살까.> 이부분에서는, 고상해야하고, 고상하고 싶지만, 본질적으로 저속한 우리 삶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미란의 삶이 잘된 건지 잘못된 건지를 평가하기를 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런 매운 삶이 사실은 우리 삶의 본질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 하다.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을까 하고 궁금해했는데, 열린 결말 + 암시형 결말 의 형태를 취했다. 미란의 죽음과 강용수의 결말을 추리하게 하면서, 김이가 앞으로 살아갈 삶을 지정하지 않고 열어두었다.

 

매운 맛은 찬물로 개워내고, 새시대를 살아갈 김이의 삶은 무슨 맛으로 변천할 지 호기심을 자극한다.